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문학의 숲에서 경제사를 산책하다)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문학의 숲에서 경제사를 산책하다)

$20.88
Description
계량된 삶의 가격에 휘둘릴 것인가,
무량한 삶의 가치를 회복할 것인가!
서사의 행간에서 자본과 욕망의 속성을 읽는다!
‘인간은 왜 욕망하는가’란 질문에서 문학이 출발한다면, 경제학은 욕망의 효용가치를 계측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19세기 마르크스에서 20세기 케인스, 21세기 피케티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욕망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세상이 혼돈에 빠질 때마다 잠시 경제학적 사고(思考)를 멈추고 문학의 숲을 산책했다. 마르크스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에서 자본과 계급의 본질을 되새겼고, 케인스는 블룸즈버리그룹에서 디킨스를 읽으며 ‘절약의 역설’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 논쟁했다. 그리고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피케티의 연구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스토피아적 삶으로 향한다.
이코노미스트로서 30여 년간 학계와 기업, 국회와 정부를 넘나들며 경제와 정책을 분석해온 저자의 가방 안에는 뜻밖에도 늘 소설이 담겨 있다. 마르크스와 피케티가 그러했듯 저자도 소설 속 수많은 개츠비들이 품었던 욕망을 경제학자의 혜안으로 바라봤다. 그는 이 책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에서, 금융투기의 역사로 시작해 17~18세기에 터진 네덜란드 ‘튤립 버블’과 영국의 ‘남해 버블’,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을 거쳐 19세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흥, 20세기 대공황과 신자유주의, 21세기 금융위기와 신기술에 얽힌 패권전쟁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AI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경제사(事)의 변곡점들을 40편의 소설을 통해 풀어냈다. ‘소설로 읽는 경제학’이라는 뜻의 신조어 ‘NOVELNOMICS’라는 별칭이 이 책의 표지에 새겨진 까닭이다. 그렇게 저자는 형형한 눈으로 서사의 행간에 감춰진 경제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한편,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처한 딜레마의 본질을 궁구(窮究)했다.
저자

신현호

서울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한뒤동대학원경제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고박사과정을수료했다.서울대학교경제연구소에서경제분석을담당했으며,글로벌컨설팅법인삼정KPMG의파트너로서비즈니스컨설팅을수행했다.이후국회,정당,행정부에서경제정책을분석하며‘증거에기반한정책’을세우기위해노력해왔다.〈한겨레신문〉〈조선일보〉등에칼럼을연재했고,MBC와KBS에고정출연했다.
저자는분야를관통하는크로스오버적탐구와르네상스적지성을바탕으로문학및영화와경제학을통섭하는글쓰기와강연을이어가고있다.북클럽오티움에서‘명작소설로읽는경제학’,‘노벨경제학상수상작함께읽기’등교양의스펙트럼을넓히는다양한프로젝트를진행하고있다.이책〈개츠비의위험한경제학〉은그결과물중하나다.
2019년에는학계와기업,정부를넘나들며20년넘게분석해온‘통계적확하게읽는법’을다룬저작〈나는감이아니라데이터로말한다〉(한겨레출판)를발표했다.

목차

머리말:소설을읽으며경제학을공부하는즐거움

Chapter1.버블껌을삼킨자들의세상:17세기~19세기

ㆍ‘악마의오줌’과파생상품의탄생
〈암스테르담의커피상인〉_데이비드리스
ㆍ‘버블’이라는꽃말의의미
〈튤립피버〉_데보라모가치
ㆍ방크대신크레디트?은행이발행한불신의잔혹사
〈거대한도박〉_클로드쿠에니
ㆍ거품과함께사라진종이에적힌약속들
〈종이의음모〉_데이비드리스
ㆍ유리세공을둘러싼‘기술전쟁’의기원
〈무라노유리직공〉_마리나피오라토
ㆍ양극화의터널에갇힌산업혁명이란이름의전차
〈북과남〉_엘리자베스개스켈
ㆍ경제학자의19세기영국리얼리즘문학독법[讀法]
〈오만과편견〉_제인오스틴
ㆍ쇄국을건너쇄신으로?제국주의로가는다리?
〈야코프의천번의가을〉_데이비드미첼
ㆍ혁명시민은어떻게연금시민이되었나
〈고리오영감〉_오노레드발자크
ㆍ누가그들의감자를삼켰나
〈슬픈아일랜드〉_마리타콘론-맥케너
ㆍ일확천금의지경학
〈시스터스브라더스〉_패트릭드윗
ㆍ나는고발한다,부패한돈과그탐욕자들을
〈돈〉_에밀졸라
ㆍ추악한‘전류전쟁’과에디슨의‘이유있는연패’
〈밤의마지막날들〉_그레이엄무어
ㆍ중앙은행을꿈꿨던조선의상인들
〈뱅크〉_김탁환

Chapter2.위험한개츠비들의시대:20세기

ㆍ어느위대한경제학자의논쟁적삶에관한우화
〈케인스씨의혁명〉_E.J.반스
ㆍ몽상가들이일군초록색유토피아란허상
〈위대한개츠비〉_F.스콧피츠제럴드
ㆍ자본의본성에관한다층적관찰자시점
〈트러스트〉_에르난디아스
ㆍ100년전한국에서는쌀로선물거래를했다
〈재생〉_이광수
ㆍ‘주광야작’으로써내려간금맥찾아삼천리
〈금의정열〉_채만식
ㆍ야만적충동에공매도를친경제학자
〈하버드경제학교수〉_존케네스갤브레이스
ㆍ보이지않는손의오독자들,애덤스미스의모독자들
〈누가스미스씨를모함했나〉_조나단B.와이트
ㆍ‘가방끈긴’사람들은어떻게강남아파트를샀나
‘낙토의아이들’_박완서
ㆍ30년을잃어버린일본의추한자화상
〈금융부식열도〉_다카스기료
ㆍ일본의버블경제상공에서먹잇감을사냥한독수리들
〈하게타카〉_마야마진
ㆍ알프스에숨겨진검은돈을찾아서
〈차명계좌〉_크리스토퍼라이히

Chapter3.유토피아혹은디스토피아:21세기그리고미래

ㆍ모럴해저드로쌓아올린보스턴금융제국의신기루
〈유니언애틀랜틱〉_애덤해즐릿
ㆍ그때사람들은집이야기밖에하지않았다[1]
〈캐피탈〉_존란체스터
ㆍ악마와거래한카이로스의비애
〈데빌스〉_구이도마리아브레라
ㆍ21세기판그리스비극의공모자들
〈조직된한패〉_플로르바쉐르
ㆍ당신이만든알고리듬이당신을공격한다
〈어느물리학자의비행〉_로버트해리스
ㆍ세계는넓고할일은없다
〈왕을위한홀로그램〉_데이브에거스
ㆍ그때사람들은집이야기밖에하지않았다[2]
〈서영동이야기〉_조남주
ㆍ아이를담보로강남을소비하는사람들
〈잠실동사람들〉_정아은
ㆍ압구정을욕망하는성수,성수를시기하는압구정
〈위대한그의빛〉_심윤경
ㆍ과연엄마와딸은연대할수없는가
〈소유에관한아주짧은관심〉_엘레나메델
ㆍ그레이트아메리카어게인?,그레이트디프레션어게인!
〈맨디블가족〉_라이오넬슈라이버
ㆍ영국의교육은어떻게소득불균형을초래하는가
〈능력주의〉_마이클영
ㆍ정치적극단주의가몰고온아메리칸나이트매어
〈원더풀랜드〉_더글러스케네디
ㆍ불평등에무기력한경제학,빈곤의도피처가된문학
‘접는도시’_하오징팡
ㆍ휴머로이드가존재의존엄성을깨닫는다면
〈디임플로이〉_올가라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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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버블껌을삼킨자들은어떻게시장을혼돈에빠트렸는가

이책은40편의소설에서경제사의변곡점이된중요한사건들을중심으로시대별로구성했다.17세기세계최초의상품거래소이야기를시작으로17~18세기에터진거대한금융버블과19세기산업혁명,20세기대공황과신자유주의,21세기금융위기와경제적패권전쟁그리고AI로의패러다임전환을앞둔현재와가까운미래에이르기까지이모든주제들이소설안에서펼쳐진다.
첫번째챕터는,제목‘버블껌을삼킨자들의세상’이암시하듯초기자본주의3대금융버블인‘튤립버블’과‘남해버블’,‘미시시피버블’을조명한소설들로시작한다.버블은경제와전혀상관없어보이는튤립구근하나가축구장7개면적과맞먹는돈으로거래되는살풍경을연출할정도로터무니없었지만,실제로일어났다(26쪽).버블의설계자중에는수학에능통한이코노미스트이자도박사였던존로(JohnLaw)같은인물이유명한데,그는은행설립을위해〈화폐와무역:MoneyandTrade〉라는책까지집필했다(34쪽).신대륙에서의금광개발프로젝트를미끼로투자금을모으고은행에서화폐를찍어종잣돈을대는수법은역사적으로오래전부터횡행했던행태였다.버블의공모에은행들이주도적으로참여했다는사실도간과할수없다(44쪽).버블로신뢰를잃은은행이뱅크(Bank)대신크레디트(Credit)로아예이름을바꾸고자했던일화는시사하는바가크다.
19세기영국을대표하는여성작가엘리자베스개스켈이소설〈북과남:NorthandSouth〉에서산업혁명의민낯인노동착취와환경오염문제를다룬대목도인상적이다.“여성은아무리노력해도노사문제를이해할수없다”는당대비평가들의왜곡된시선을개스켈은소설을통해정면으로배격했다(62쪽).
프랑스경제학자피케티가〈21세기자본:CapitalintheTwenty-FirstCentury〉에서발자크의〈고리오영감:LePèreGoriot〉을인용해세습자본주의를역사적으로조명했다면,저자는한때‘혁명시민’으로불리던파리지앵이‘연금시민’으로전락하게된배경을꼬집는다.소설에등장하는연금은‘국채’의성격을띠었는데,저자는당시프랑스정부가국채발행을늘릴수밖에없었던이유까지파고든다(86쪽).
영국과프랑스가거대혁명의비싼수업료를치르는동안대서양건너아메리카대륙에서는골드러시가한창이었다.저자는캐나다작가패트릭드윗의소설〈시스터스브라더스:SistersBrothers〉를통해1848년캘리포니아골드러시의현장으로안내한다.그리고당시금광개발붐이전세계물가를30%p상승시키며금본위제의마중물이된현상을탐사한다(102쪽).
골드러시는우리나라에도있었다.1930년대조선은황금광시대로불릴만큼금투자열풍에휩싸였다.저자는채만식의소설〈금의정열〉에서‘황금鑛시대’를‘황금狂시대’로풍자한대목을소개하면서,일제가1931년만주사변과1937년중일전쟁에소요된막대한군비를마련하기위해조선에서금착취에몰두했던사실을고발한다(168쪽).

20세기위험한개츠비들의욕망게임은21세기에도여전히진행중이다!

20세기를다룬두번째챕터의제목은‘위험한개츠비들의시대’다.피츠제럴드의소설〈위대한개츠비:TheGreatGatsby〉를비튼것인데,저자는개츠비로대표되는소설속다양한인물들을통해거대한버블을반복해온인간의탐욕을경제학적으로접근해분석한다.
고전경제학에서는욕망을인간의자연스러운본성으로보았고,시장을통해욕망을충족시키는것이합리적인경제현상으로여겼다.하지만행동경제학은인간의욕망이반드시합리적이지않다는점에주목했다.욕망이지나치게비대해져탐욕으로폭발하는순간시장은자정능력을상실하고세상은혼돈에빠지고만다.많은소설가들은바로그순간인간의야성적충동이빚어낸시대상을서사로빚어냈다.
경제학자앨런크루거는소설속개츠비가이뤘다고착각한아메리칸드림의허상을세대간소득탄력성과지니계수를이용한불평등지수로환산하여‘위대한개츠비곡선’이란별칭을붙였다.전문가들은‘위대한개츠비곡선’을인용하면서,“아메리칸드림은미국이아니라덴마크에서달성된다”는식의논평을내며미국사회의기울어진운동장을저격했다(144쪽).
저자는욕망이비대해질수록불평등의격차가커지는현상들을소설들을통해낱낱이소명한다.가령퓰리처상에빛나는에르난디아스의〈트러스트:Trust〉에등장하는“자본이자본을낳고그자본이또자본을낳는돈의근친상간적계보”라는표현에서,욕망의연속성이어떻게부의세대간이동가능성을높이는지주목한다(152쪽).이과정에서트러스트가‘신뢰’와‘독점’으로함께읽히는금융자본주의의기이한면모를짚어낸다.
아울러저자는이른바‘욕망의대중화’가부동산투기에서정점에이르는모습을여과없이비춘다.박완서의단편소설‘낙토의아이들’을통해1970년대강남개발현장에서복부인의정체성을되짚어보는가하면(192쪽),조남주의소설〈서영동이야기〉(274쪽)와정아은의소설〈잠실동사람들〉(282쪽)을통해한국사회에서부를향한노골적인속성(혹은속물근성)이어떻게발현되고있는지살핀다.그리고존란체스터의소설〈캐피탈:Capital〉을통해서브프라임모기지쇼크로인한영국의노던록뱅크런사태를함께소환하며,부동산투기가한국사회의특유한현상만은아님을밝힌다(234쪽).그시절한국과영국그리고미국에서이른바중산층이라불리는사람들이“집이야기밖에하지않았다”는저자의표현은결코지나치지않아보인다.

세계적인이코노미스트들이놓친인사이트를
소설가들이포착해낸NOVELNOMICS

이책을읽고나면세번째챕터에서던진‘유토피아혹은디스토피아’란미래의선택지가어디로귀결될지깨닫게된다.21세기에사람들은금융위기와재정위기를겪었고기괴한역병으로수많은목숨을잃었지만,세상은여전히뒤숭숭하다.세계곳곳이지정학적위기와전쟁소식으로도배되면서경기는어둡고시장은혼탁하다.이책에서밝지않은미래를목도하는건아쉬운일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책이독자에게선사하는미덕은놀랄만큼근사하다.‘트럼프식MAGA복음’,‘극단주의’,‘디지털양극화’,‘AI이노베이션혹은인베이전’등우리가현재봉착해있거나앞으로겪을가능성이높은일들을소설가들은멀게는60여년전(마이클영의〈능력주의:TheRiseoftheMeritocracy〉)에서가깝게는10여년전(라이오넬슈라이버의〈맨디블가족:TheMandibles,2029년~2047년의기록〉)에예측해냈다.
연말연초만되면서점가에경제전망서가쏟아지지만만족할만한인사이트가담긴책을찾기란쉽지않다.반면전세계유능한이코노미스트들이놓친인사이트를소설가들이앞서포착해냈다는사실은경이롭기까지하다.기업과국회,정부를오가며30년넘게경제정책에몸담아온저자가소설읽기를게을리하지않는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