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천하유력 2

공자는 55세 되던 해(노나라 정공 13년, b.c.497) 겨울에 노나라[魯]를 떠나 위나라[衛]로 갔다. 그때부터 14년 간에 걸친 천하 유력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유력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애공 1년(b.c.494)에서부터 애공 6년(b.c.489)에 이르기까지의 총 6년 동안의 공자의 행적을 살핀 것이다.(그 이전의 행적은 앞서 출판된 『공자의 정치개혁』에 담았다. 이후의 행적은 금년 말에 출판될 『공자의 만년 생활』에 담을 예정이다-저자) 위나라[衛]에서의 생활,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陳]로 가던 때에 겪은 위난(예를 들면, 광인匡人의 난 등), 진나라ㆍ채나라[蔡]에서의 생활, 섭공(葉公)과의 만남,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겪은 조난[陳蔡之戹], 초나라 소왕[楚昭王]과의 만남, 여러 은일(隱逸)들의 이야기, 공자가 천하를 유력하던 때의 각국의 사정과 천하 정세, 여러 의심스러운 행적들(예컨대, 조간자趙簡子ㆍ필힐佛肸ㆍ하궤과문자荷簣過門者ㆍ사 양자師襄子ㆍ장저長沮와 걸익桀溺ㆍ초광楚狂 접여接輿ㆍ하조장인荷蓧丈人 등과의 만남-저자)을 살폈다. 사건들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는지, 사건들의 발생ㆍ전개ㆍ결말 등을 꼼꼼히 살폈다. 곁들여 공자를 연구할 때 부딪히는 난제들(예컨대 덕德ㆍ성性ㆍ인仁ㆍ문文[斯文]ㆍ예禮ㆍ충忠ㆍ신信ㆍ서恕ㆍ직直ㆍ의義 등의 개념의 이해-저자)을 공자가 겪은 사건들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논어는 공자 및 그 제자들의 어록을 정리한 ‘격언집’이다. 모두 20편 48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향당」은 한 장으로 봄-저자) 그런데 논어를 읽는 사람들은 문장을 해석할 줄만 알 뿐, 그 문장에 담긴 내용[이야기]들이 언제 어디서 일어난 사건들을 소재로 제작된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읽고 난 뒤에도 감동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또 지나치게 주자(朱子)의 견해에 경도되어, ‘성인 공자’만 알 뿐 ‘인간 공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최근에는 다산茶山의 주석에 기대어 논어를 해석하기도 하는데, 스토리의 성립 배경에 대한 고찰이 수반되어 있지 않다면, 그 또한 주자의 『논어집해』의 해석과 매한가지이다-저자)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방법으로는 공자의 일생은커녕 공자가 추구한 삶 이른바 ‘사람답게 사는 삶’의 정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모든 이야기와 사상에는 그것을 만들어낸 시대의 물정(物情)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을 고려해야 논어에 기록된 이야기도 또 공자의 인생도 제 색깔을 갖게 된다.
저자는 흙 속에서 보석을 찾듯 곳곳에 묻혀 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공자의 자취를 찾아 공자의 일생[천하유력]을 재구성했다. 공자의 일생을 도서 목록 작성하듯 연대ㆍ장소ㆍ범주ㆍ성격 등으로 정리하거나, 상품 소개하듯 겉으로 드러난 것, 또 이미 알려진 것을 인과적으로 엮어 맞춘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 문장들의 사정을 일일이 고증하고 추사색ㆍ추체험’하면서 공자의 일생에 접근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위한 소재[원재료]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게 하였다.
공자는 평민[布衣]으로 태어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마침내 성인[至聖]이 된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공자의 인생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