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25.32
Description
“젊은 지식인들은 어디 있는가?”
미국 ‘공공 지식인’ 소멸의 연대기

미국 사회를 향한 도발적 자기반성
많은 비판과 함께 논란을 몰고 온 화제의 책!
“지식인이 내부로 침잠하여 그들만의 심오함을 물신화할 때 사라지는 건 비단 대중뿐만이 아니다. 바로 지식인 자신이다. 그들의 저작은 메마르고, 그들의 주장은 얄팍해지며, 그들의 영혼은 말라붙는다.” _「2000년판 서문」에서

“익숙한 방에 들어섰을 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없어져버린 물건을 바로 댈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지식인』. 익숙한 방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없어져버린,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 부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익숙한 방은 미국이고 없어져버린 물건은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러셀 저코비는 지식인, 그중에서도 젊은 지식인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이러한 문화적 세대 단절을 탐색한다. 이 실종된 세대에 대한 탐색에는 아이러니가 배어 있다. 그리고 이 아이러니는 문화 구조가 얼마나 큰 규모로 재편되었는지를 시사한다.

냉철한 분석과 정곡을 찌르는 신랄한 표현이 돋보이는 저코비의 빛나는 문장은 공공 문화의 활력 저하를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 초판이 출간된 1987년, 두번째 서문을 작성한 2000년, 한국어판이 출간된 2022년은 그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공공 지식인이 부재한다는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전쟁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들은 공공 지식인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한다. 저코비의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공론장(사회)의 위기이다. 선대 미국 지식인들이 지녔던 인지도와 존재감을 다시금 짚어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 지식인의 모습을 떠올려봐야 한다. 요컨대 『마지막 지식인』은 대규모의 문화적·지적 변동으로 인한 미국의 세대 지형도를 추출한 작업이자 지식인들에게 대중적 언어를 되찾고 공공의 삶에서 자신을 재천명하라는 호소이다.
저자

러셀저코비

저자:러셀저코비
1945년에뉴욕시에서태어났다.시카고대학교와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공부했고,1974년로체스터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역사학명예교수이자,학술·문화비평가이다.20세기유럽과미국의지식문화사를깊이연구해왔으며,특히학계의지식인과교육등에관한날카로운비평을발표해지식인사회와일반독자들에게주목을받았다.『사회적건망증』『패배의변증법』『정신분석의억압』등을집필했으며,국내에소개된저서로는『유토피아의종말』『친밀한살인자』등이있다.

역자:유나영
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를졸업하고출판사에서편집자로일했다.옮긴책으로『지도의역사』『민족』『사회문화인류학』『네번째원고』『굴드의물고기책』『코끼리는생각하지마』『왜지금지리학인가』등이있다.블로그'유나영의번역애프터서비스'를운영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2000년판서문

1장지식인의실종?
2장보헤미아의쇠퇴
3장교외로가는길위에서:어바니스트와비트족
4장뉴욕·유대계와그밖의지식인들
5장캠퍼스의신좌파Ⅰ:학자가될자유
6장캠퍼스의신좌파Ⅱ:제도권으로의대장정
7장마지막지식인이후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공공지식인은어디로갔나
대학의팽창

저코비가말하는‘젊은지식인’은출간당시약45세미만의20세기초반출생자이며그가관심을갖는‘지식인’은미국의‘공공지식인’이다.이때의공공지식인은교양있는대중을향해대중이이해할수있는언어로발언함으로써단지자기전문분야가아니라사회공론장에영향을끼치는지식인을의미한다.고전적미국지식인들은저서,리뷰,저널리즘을통해사회공론장에영향을끼쳤다.대학에서가르치는일은전혀없거나드물었고,박사학위논문도쓰지않았다.그들이작성한글은폭넓은지적공동체를향해있었다.

“젊은지식인들은폭넓은대중을더이상원치도,필요로하지도않는다.그들은거의전부가대학교수다.캠퍼스가그들의집이고,동료들이그의독자다.논문과전문학술지가그들의미디어다.”_29쪽

젊은지식인들에게이전세대처럼프리랜서로글을쓰며산다는건말도안되는일이었다.진지한신문과잡지의수가꾸준히감소하였고,대학은그들을끊임없이유혹했다.제2차세계대전이후고등교육이폭발적으로확대되면서지식인들은프리랜서저술가에서봉급이나오는대학의교수로옮겨갔다.미국의인구는1920년부터1970년까지두배증가했지만,대학교수의수는같은기간동안열배나늘었다.1900년에는18세에서22세사이연령대의약4퍼센트만이대학에입학했는데,1960년대말에는18세와19세연령대의약50퍼센트가고등교육기관에진학했다.대학이팽창하면서지식인들은불안정한생활을청산하고안정된커리어를꾸리게됐다.이제지식인이된다는건교수가되는일이었다.실종된지식인들은이렇게대학안으로사라져버렸다.

지난날의지식인이도시보헤미아에살며교양있는대중을위해집필했다면,오늘날의사색가들이모여든대학에서는정년교수직을얻기위한정치가문화의정치보다훨씬더큰존재감을드리우고있다.저자는젠트리피케이션과교외화와학계의출세주의가미국지성계의활력을어떻게빨아들였는지를예리하고도열정적인논설로낱낱이해부한다.

“실종된지식인에대한나의비판은자아비판이기도하다.”
지난(last)세대의마지막(last)지식인에대하여

“비합리적이고과격하고자유분방했던60년대의지식인들이,선대의지식인보다오히려더보수적이고전문적이고비가시적인집단으로성숙했다(…)급진적사회학자1천명이있지만밀스같은인물은없다.비판적문학이론가3백명이있지만윌슨같은인물은없다.무수한마르크스경제학자들이있지만스위지나브레이버먼은없다.도시비평가는많지만멈퍼드나제이콥스는없다.”_321~322쪽

공공지식인에서대학교수로의세대변동은공공문화의활력을저하시켰다.대학교수는더전문적이고배타적으로변화했고대중어구사능력을상실했다.대학교수로성장한젊은지식인들은유능할지모르나공공의삶을살찌우지는않았다.그들은대학에서의커리어관리에바빠서여념이없다.학계가번창하는동안공공문화는오히려낡고빈약해졌다.미국의상황은이러한데한국은어떨까?

역자에따르면“지식인의전문화/제도권화/학술화는미국에서나한국에서나한층더심화되면심화되었지약화되지않았다.(…)한국의경우70년대까지는엄혹한식민과독재에저항하는‘지사적지식인’이,80년대부터는노동자/농민/빈민운동에투신하는‘참여적지식인’이존재했다.그러다90년대부터는지식인들이(…)대학과정부등제도권으로대거흡수되기시작했다.”한국은미국과약20년의차이를두고미국이걸은길을그대로답습하고있다.

냉철한분석과정곡을찌르는신랄한표현이돋보이는저코비의빛나는문장은공공문화의활력저하를진심으로우려하고있다.초판이출간된1987년,두번째서문을작성한2000년,한국어판이출간된2022년은그상황이많이바뀌었지만공공지식인이부재한다는현실에는변함이없다.팬데믹과기후위기,전쟁과같은전지구적위기들은공공지식인의역할을그어느때보다절실히요구한다.저코비의우려가현실이된지금,우리가걱정해야할것은공론장(사회)의위기이다.선대미국지식인들이지녔던인지도와존재감을다시금짚어보며우리에게필요한공공지식인의모습을떠올려봐야한다.요컨대『마지막지식인』은대규모의문화적·지적변동으로인한미국의세대지형도를추출한작업이자지식인들에게대중적언어를되찾고공공의삶에서자신을재천명하라는호소이다.

“지식인의시대가가고전문가의시대가왔다면,인류사적위기에직면한이제는다수의전문가가공론장에서집단적인목소리를내어"공공지식인"으로서의역할을수행해야할필요성이너무나절박해졌다.”_「옮긴이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