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라앉지 마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 양장본 Hardcover)

엄마, 가라앉지 마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 양장본 Hardcover)

$16.90
Description
“살면서 딱 한 번만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의 치매 발병에서부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2년 동안의 돌봄과 버팀에 관한 회고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북디자이너
BBC 블루 피터 ‘최고의 논픽션상’ 2회 수상 작가
나이젤 베인스의 첫 독립출판 그래픽 내러티브, 한국 출간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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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이젤베인스

NigelBaines
1962년영국링컨셔주그랜섬에서태어나철도노동자였던아버지와공동체의식이강했던어머니밑에서노동자계층의삶을경험했다.어려서부터만화를좋아했고그림에재능을보였다.첫출판사에서시집에삽화를그렸던걸시작으로하셰트,랜덤하우스,블룸스버리등에서수십권의어린이책을디자인하고삽화를그렸다.2005년과2010년BBC주관블루피터최고의논픽션상을2회수상했고,2017년영국독립출판서점인상,케이트그린어웨이상후보에올랐다.현재런던외곽에거주하며프리랜서로활동하고있다.
『엄마,가라앉지마』는치매에걸린누군가를돌보는경험의회고인동시에,우리가정말누구이며우리가어떻게삶과노화,그리고죽음의곤란함을건너갈것인지에대한기록이다.작가이자일러스트레이터로서독립출판한그의첫책으로,영국현지의독자뿐아니라의료계,미국학계의주목을받았다.

목차

엄마,가라앉지마
한국의독자여러분에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어쩌면이것이한사람을떠나보내면서겨우할수있는
사랑의마지막표현일지모른다._문태준(시인)

어떤이별은온생의어깨를들썩이게한다.남은시간이얼마남지않았다면,떠난지얼마되지않았다면감정은매우복잡하고격렬해진다.그때의울음은기억을털어내는몸짓이다.특별한일은돌연사소해지고평범한일이기억의중심부를차지한다.그것들이눈처럼슬픔위에내려앉을때,영원히끝나지않을것같던고통도조금은가라앉는다.차한잔을마시며상실과마주하기.우리는그런것을이야기라고부른다.

“인생도마찬가지다.말들사이의틈새.순간들사이의공백.없어져버린듯한것들.바로그곳이우리의이야기가만들어지는곳이다.”_127쪽

『엄마,가라앉지마』(원제『Afloat』)는영국의일러스트레이터이자만화가,북디자이너인나이젤베인스가치매를앓는,사랑하는엄마를떠나보내는일에대해쓰고그린책이다.여든살이넘은엄마가치매진단을받은후죽음을맞이하기까지2년동안의돌봄과버팀,회복의이야기를다루고있다.그것은사랑하는사람의한생애를섬세하게복기해내는과정인동시에상실과고통에서스스로를구원하기위한노력이기도하다.

2014년겨울,나이젤은동생에게한통의전화를받는다.엄마가택시에서내리다가엉덩이뼈를다쳤다는것이었다.그리고수술을위해입원한병원에서어머니의치매판정소식을듣는다.처음으로런던에서독립된생활을즐기려했던그는갑작스러운비보에고향으로돌아가게된다.병원에서훌륭한보살핌을받고얼마간요양원으로옮겨진엄마는집으로가도될만큼호전되어그곳을나서지만,나이젤은곧국민건강보험과사회복지사이에존재하는커다란틈을마주하게된다.점점깊어지는엄마의증세를지켜보며그는무력감을느끼는데…….

소설처럼완결성있는이야기구조에만화의자유분방함이결합한그래픽노블이지만,더들여다보면픽션보다개인의실제경험을정교하게풀어내고있다는점에서‘그래픽내러티브’에더가깝다.프레임과간격등을좀더의도적으로배치할수있어표현이자유롭기때문에,최근환경,인권,폭력,치유등을주제로개인적체험을회고하는그래픽노블작품들이이기법으로쓰이고있다.그래픽노블의형식을빌린자기고백,치유의스토리텔링인셈이다.저자는현재와과거를오가는이야기중간중간마다각주처럼치매에대한독자의이해를돕기위해페이지를할애한다.치매의발병과증상,사회복지시스템등을다룬풍부한비유의그래픽과텍스트들은이책의기록물로서의가치와의료적활용성을높인다.

“당신의뇌가타이태닉호라고상상해보라.빙산이바로알츠하이머병이다.”_28쪽

“엄마의어딘가가풀려나가는걸보니어렸을때읽었던만화책이생각났다.작가가가장흔히쓰던수법중하나는,붕대하나로만들어진옷이누군가가잡아당기는바람에풀려나가다가결국사라져버리는것이었다…”_140쪽

이책은2019년영국에서독립출판물로출간되어현지의독자들과의료계,학계의꾸준한관심을받았다.해외출판으로는이번한국어판이처음이다.

“엄마는더이상몸을씻지않는다.(…)
이정도면충분히잘하고있다는느낌은절대들지않는다.”
삶과노화,죽음의곤란함을어떻게건너야할까

이책은180쪽남짓의짧은분량이지만,엄마의생몰연도인1933년부터2017년까지를아우르는이야기의깊이는결코얕지않다.저자는침몰하는엄마의기억에부표를달아주려는듯기꺼이그녀의시간을거슬러오른다.거기에는2차대전때독일군공습으로어린오빠를잃은엄마의아픈기억부터1970년대노동자계층이웃들의다정한공동체의식,1990년대언제나집안의팔팔한엔진이었던엄마와힘세고날쌨던철도노동자아버지등자신의증명이자주소였던두분의이야기가있다.문화는다르지만우리나라의경제부흥기가족의이야기를떠올리게하는대목이다.

“연도를본다.1933-2017.저대시.저짧은대시.
저것이인생이다.모든게다저짧은문장부호안에들어있다.
당신이하고,생각하고,보고,꿈꾸고,울고웃은모든것.
당신의전부.저대시안에.”_167쪽

이제현재가되어늘깔끔했던엄마가더이상몸을씻지않고턱수염이자라고머리가헝클어지는것을보며저자는어떤긍정적인것도기대할수없는막막한슬픔을느낀다.한삶의마지막목격자이자증인,돌보미로서꿋꿋함을잃지않아야할그는얼마못가휘청거리기시작한다.누구나공감하듯아픈가족을돌보는일은어느날갑자기슬퍼할겨를도없이시작된다.‘가족처럼’돌보겠다는이런저런돌봄서비스가있지만누가간병할것인지는벌써정해져있다.해야할일의목록은끝이없다.환자를병원에데려가고약을타고공과금을내고집을치우고장을본다.끊임없이선택하고결정해야할상황에맞닥뜨린다.이정도면됐다는느낌은절대들지않는다.사랑하는가족을돌보고있다는기쁨과보람을느끼기도하지만,무력감과슬픔,중압감은그보다훨씬강력하다.질병이환자의일상을바꿔놓았듯보호자역시완전히다른시간을살게되는것이다.

“질병이란단순한생물학의영역을뛰어넘는그무엇이다.돌보미들은자신들이맡은역할에지대한영향을받으며,가족들은그일에동반된스트레스로종종붕괴된다.

돌보미로서이정도면충분히잘하고있다는느낌은절대들지않는다.구멍에서더빨리벗어나려고하면할수록구멍은더욱더깊어져간다.”_177쪽

저자는서문「한국의독자여러분에게」에서당시의위기를“잿빛으로뒤덮인한겨울에유월의열기와눈부심을상상해보려애쓰는일이나마찬가지”였다고술회한다.아울러시시포스의노역과다름없었다는국가돌봄시스템에대한회의와더불어돌보는사람으로서불가항력적인이상황을어떻게받아들여야했는지에대한솔직한경험을전한다.

“엄마에대한평가가이루어졌지만그서식들은끔찍했다.체크를하는네모칸들,양자택일들.미묘한차이가들어설여지따윈존재하지않았다.인간은네모칸안에쑤셔넣을수있는존재가아님에도불구하고.복잡한인간을위한여지는그시스템에더이상존재하지않았다.(…)돌보미들은훌륭했지만돌봄시간은너무짧았고,그들은오자마자택시를불러서다음고객에게가기바빴다.”_93쪽

한편이책은엄마를떠나보내고2년동안작업한끝에완성되었다.엄마를애도하며,스스로가라앉지않는삶을지향하며글을쓰고그림을그린것이다.저자는그후기를어느지면에서이렇게밝힌바있다.

“책을끝냈을때이작업이카타르시스를주었는지많은분들이궁금해했습니다.그렇지않았다고말할수있습니다.저는슬픔의과정을통해제길을찾았고,마술이일어났다는것을깨달았습니다.뭔가심오한것에서풀려났습니다.이것이그래픽스토리텔링의힘입니다.”_저자인터뷰에서

영국독립출판물이한국에출간되기까지…
상실과애도의주제아래모인사람들

앞서밝혔듯이책은2019년영국에서독립출판으로출간되었다.일반적인방식으로에이전시를거치지않고저자와의직접계약으로이책의한국어판이출간된사연은다음과같다.
서울에서오랫동안출판편집자이자작가,사진가로활동하다가제주로이주한강건모씨는근처에사는영국인이웃에게서우연히책한권을소개받았다.저자가그의오랜친구라고했다.몇해전사진에세이를내기도했던강씨는그책을주르르넘겨보던중뇌손상과정을사과의부패에비유해그린컷(본문26쪽)을보고관심을갖게되었다.2년가까이사과한알의부패를관찰하며찍은사진연작〈썩은사과Rottenapple〉의하나가바로거기에있었기때문이다.썩은사과를배낭에담고전국을돌아다니며이른바애도여행을했던강씨로서는책을검토하며저자가펼쳐보인상실과애도의이야기에크게감동받았다.치매라는특수한소재를다루면서도누구나공감할보편적인슬픔과의지를담고있는이책이많은사람에게읽히기를바랐다.그는교유당출판사에출간제안을했고,마침이러한주제를찾고있던출판사도긍정적이어서계약은빠르게성사되었다.
이러한연쇄적감응은이후작업에서도이어졌다.한가족에게닥친상실과회복의이야기를감동적으로풀어낸소설『슬픔은날개달린것』을번역한황유원시인이번역을,암투병을하는어머니의모습을형상화한시「가재미」를쓴문태준시인이기꺼이추천사를맡아주었다.이름이알려지지않은저자의작은독립출판물을가운데에두고문화와활동영역이서로다른이들이‘가라앉는엄마’의무릎아래모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