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8.80
Description
“정말 무서운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친밀한 타인의 부재가 그려낸 상실감과 고독의 풍경
일상의 허기를 잠재우는 온전한 믿음의 회복
2016년 문학나무 신인문학상에 단편 「경계의 원칙」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박초이의 소설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가 출간되었다. 장편 『보초병이 있는 겨울별장』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소설집이다. 고립과 소외의 감각을 공통분모로 한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 두 편의 소설이 담겼다. 연작소설이 아님에도 두 작품은 미래를 공통분모로 나눠가진 반쪽처럼 서로를 되비춘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저자

박초이

숭실대학교대학원에서문예창작을전공했다.2016년〈문학나무〉신인문학상에단편「경계의원칙」이당선되면서등단했다.작품으로소설집『남주의남자들』,장편소설『보초병이있는겨울별장』이있다.

목차

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

사소한사실들

해설:미래의행방(한영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책은경기문화재단주관‘2022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선정작으로,경기도에거주하는문인들에게창작지원금을지원,그들의작품을시리즈로출간하는기획의결과물이기도하다.올해출간되는시리즈는9명의소설가들이참여한소설집9권,13명의시인들의신작시를묶은앤솔러지시집1권으로구성돼있다.삶에서온몸으로건져올린발칙하고싱싱한언어들,시대를통찰하는빛나는감수성이오늘의소설,시의면면을보여주기에전혀부족함이없다.올한해우리문학의흥미로운결산중하나로보아도좋을것이다.

“아주오랫동안나는미래가주는온기와평화를그리워했다.”
미래를보내며미래를기억하는사람들―「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

「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는주인공‘나’가옛연인구가돌보던고양이‘미래’의장례식장에찾아가미래를애도하고과거를추억하는이야기이다.역매표소에서일하던‘나’는열차기관사인구와사귀었다가지금은헤어진상태다.소설에서그녀는자신이매표소직원이된이유를이렇게설명한다.

기차를타고여행가고싶어서매표소직원이됐다.어딘가로떠나는사람들에게목적지를팔수있으니까.목적지가있다는것자체로삶이그리공허하지는않을테니까.나는삶의목적지를가지고싶었고,언제든떠날수있는삶을살고싶었다._26쪽

하지만그런삶은허락되지않았다.그녀는결혼을약속했던한남자에게배신당해파혼을하고,타인에대한신뢰감을상실한채로지내게된다.그러다우연히길고양이밥을주는구를만나게되었고,온전한믿음이비로소회복되려는찰나짧은연애끝에헤어진다.시간이흘러구는고양이미래를보내는마지막자리에그동안미래를돌봐주었던그녀와구의새여자친구지안을초대한다.미래의죽음을애도하는자리에과거와현재의시간이위태위태하게포개진다.

나는그누구에게도무엇이되고싶지않았다.그럼에도그어느때보다열렬하게믿음과신뢰를회복하고싶었다.그래서였을까.구가믿음이니,신뢰니하는말을하면마음이조금씩환해졌다.어쩌면나는그말자체를사랑했던것이아니었을까._14쪽

나는박제된미래를상상했다.가슴이저렸다.생명력이없어서가슴아팠고,미래가보이지않아암담했으며,그렇게해서라도살아가고자하는현실이가여웠다.누군가를보내야한다는것은대안이없는일인지도몰랐다._22쪽

“너무가깝지도멀지도않은공적인거리”
삶에맞춤한관계의무게를견디는법―「사소한사실들」

두번째수록단편「사소한사실들」은식당창고방에살고있던주인공이아는언니가룸메이트를구한다며올린글을보고연락하는장면으로시작한다.그녀는현재식당청소와설거지를해주는대가로주인이모가무료로제공한식당창고방에살고있다.하지만그녀가거기머물수있는시간은밤열한시부터아침여섯시까지에불과해서쉬는날엔“도서관을배회하거나공원을배회”하며하릴없이시간을보내야하는처지다.그녀가도착한옥탑방셰어하우스는예상했던것보다훨씬비좁고불결한곳이지만그녀는낙담하거나실망하지않는다.

괜히어깨가으쓱했다.방에서나갈단서를찾은것만같았고,거처라고이름붙일만한공간을찾은것만같았다.아침마다사라지는공간이아니라늘머물러있는공간을.(중략)그것이무엇이든그저나는좋았다.청소만하면해결될일이니까.정말무서운것은아무리노력해도해결할수없는것들이었다._50~51쪽

‘셰어하우스’는하나의집을여러사람이공유하는주거형태를뜻한다.원룸생활에비해넓은생활공간을누릴수있다는장점이있지만다른사람과함께거주하다보니사생활에대한보호는어느정도포기해야한다.작품속에서그녀와언니,그리고그녀의룸메이트민은그절묘한거리를용케유지한다.“불만켜지면사라지는바퀴벌레처럼”서로를피하다가도이따금함께치킨에맥주를마시거나삼겹살을구워소주를마시며서로의온기를나눠갖기도한다.그녀는셰어하우스생활에따르는딱이만큼의거리감에안도한다.이미니멀한관계의간소함은언제든이동할수있어야하기에진지하고무거운관계에부담을느낄수밖에없는그녀의처지와닮아있다.
하지만이들의짧은동거는보증금을천만원올려달라는주인아주머니의재계약조건으로인해위기를맞고그녀는익숙한낙담에빠진다.

“창고방으로부터탈출했다고생각했는데제자리걸음이었다니.달리고달려도결코벗어날수없는환경,이게내삶이라는사실을잊고지냈다.내게집이란장바구니에담을수없는소망일뿐이었다.이제소망따위는꿈꾸지말아야지.”_74~75쪽

모처럼맞이한안온한정착생활이신기루처럼사라질위기에처한그때,그녀는언니와민에게난데없는제안을한다.그것은바로함께싱가포르여행을떠나자는것.이난데없는제안은과연이루어질수있을까.

온기와허기,친밀감과거리감사이를잇는성장서사

이소설집은온기와허기,친밀감과거리감사이를잇는개인의성장서사이자오늘날고립감과소외감을경험하고있는전세대를향한이야기를품고있다.주인공들이겪고있는삶의균열은지금우리에게도유효한문제이다.작중타인에대한“믿음과신뢰를회복”하고싶었다거나“사람과의정겨운대화에굶주려있었다”는‘나’의고백은우리모두의마음한구석에쉽게“채워지지않았던허기”가도사리고있음을깨닫게만든다.

어쩌면그게아닐지도몰랐다.혼자였기때문이었다.혼자여서삶이무서웠고혼자여서삶이막막했으며,혼자여서함께살아갈방법을알지못했다.이들과함께라면삶을조금더버텨낼수있을것이다.장바구니도비울수있을것이고,모자라는것을채울수도있을것이다._78쪽

타인과의교류,교감이점점서툴고어려워지는이때에불가피한고립과소외는일상적재난일지모른다.그리하여작가는이소설집의마지막에서“우리가함께살아간다는것”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아무튼같이해보자고,서로비교하지말자고,같은고민을하는우리는같은레인에서있지않느냐고.

추천사

‘나’는고양이미래를사이에두고구와함께했던날들을이렇게추억한다.“그둘을볼때마다나는종종회의감에빠졌다.나는소외당하는것같았고,내존재가하찮게느껴졌다.”하지만이건그녀가단지고양이를질투했기때문만은아니다.그녀는전남자친구로인해상실한타인에대한신뢰를어떻게든되찾고싶어했고,구를통해자신의온전한믿음을회복하고싶어했을따름이다.하지만나의일방적인기다림끝에결국둘은결별하게된다.고립과소외의감각은「사소한사실들」에서도발견되지만이작품에이르러그농도는더욱짙어진다._한영인(문학평론가)

책속에서

그날나는아주오랜만에맘껏울었다.아주오랜만에포만감을느꼈다.고여있던슬픔이빠져나가는듯했고,채워지지않았던허기가채워지는듯했다.슬픔의이유를묻지않는그공간이더없이안락했다._「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19쪽

미래는왜죽었을까.이제겨우여섯살난고양이었다.질병으로죽기에아직어렸고,사고사로죽기에구의집은너무나도안락했다._「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22쪽

나는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를내려다보았다.미래와는특별한추억이없는줄알았는데꽤많은것을공유한것같았다.무언으로느껴지는친밀감,함께있다는체온같은것._「스물여섯개의돌로남은미래」,28~29쪽

내가옥탑방에대해알게된것은아는언니의SNS를통해서였다.언니는자신의계정에‘룸메이트를구합니다.옥탑방,세사람이같이살아야하며보증금없이월세20만원입니다.관심있으신분연락주세요’라고올렸다.이건기회였다.놓치고싶지않았다._「사소한사실들」,41쪽

불현듯나는깨달았다.엄마역시자신만의공간에갇혀누군가빼주기만을기다리고있다는것을.그누군가가나라는사실을.그사실이몸서리쳐지게무서웠다.나는엄마가쳐놓은거미줄에서영영벗어나지못할지도모른다._「사소한사실들」,56쪽

어쩌면그게아닐지도몰랐다.혼자였기때문이었다.혼자여서삶이무서웠고혼자여서삶이막막했으며,혼자여서함께살아갈방법을알지못했다.이들과함께라면삶을조금더버텨낼수있을것이다.장바구니도비울수있을것이고,모자라는것을채울수도있을것이다._「사소한사실들」,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