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부표

$9.00
Description
“스위치를 올리자 등명기에 불이 들어왔다.”

삶과 죽음, 고요와 침묵 사이
세상에 꺼지지 않을 불빛 하나를 띄우다
201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검란」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대연의 두번째 소설집 『부표』가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써온 듯이 고요한 뜨거움을 내재한 두 소설 「부표」와 「전(傳)」이 담겨 있다. 몇 백 년의 시공간을 사이에 둔 이 작품들에서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 내딛으며 어떤 틈새를 드러내고 파문을 만든다. 그것은 흡사 캄캄한 바다에 꺼지지 않을 등 하나를 놓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서정적인 애수와 비애의 서사가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의 격동을 살아내고 혹은 빗방울에, 혹은 바람에 생의 줄기를 놓쳐버린 이파리들이 어쩐지 서럽고 애잔했다. 송구한 마음에 두어 걸음 돌아 깨끗한 시멘트 바닥으로 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이란 게 죽음을 딛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 그러니 「부표」와 「전(傳)」은 낙엽에 관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동시에 잎이 떨어진 자리에 돋은 새순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_「작가의 말」에서
선정내역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저자

이대연

2014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검란」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으로『이상한나라의뽀로로』가있다.

목차

부표
전(傳)

해설:삶과죽음의경계에서(한영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기억의바다에던져진쇠사슬의팽팽한힘
삶과죽음의경계를보듬는두편의소설

표제작「부표」는바다에띄운부표를교체하는작업과아버지의죽음이라는사건을맞닥뜨린주인공의내면을그린작품이다.소설은인양선크레인이낡은부표를끌어올리는현장감넘치는장면묘사로시작한다.인양선크레인이끌어올린낡은부표는이제소용이다해새부표로교체되어야한다.주인공인‘나’는얼마전아버지의장례를치렀고삼우제를앞두고있다.이후작품은돌아가신아버지가살아온삶을조명한다.
그의아버지는일확천금을꿈꾸는사람이었다.원양어선을타기도하고화물선을타기도했던그는“제법바닷사람같은목돈을가지고”돌아오곤했지만그돈은그가돌봐야할가족들을위해쓰이지않았다.어머니는아버지가가져온돈을구경할수있었을뿐만져볼수는없었다.주인공은아버지가남긴통장을보며‘인생역전’을꿈꾸었던그의덧없었던삶을씁쓸하게되돌아본다.
「부표」는등부표교체작업에대한사실적인묘사자체가자아내는소설적흥미도뚜렷하지만,그현실적사건과아버지의죽음사이의맺어지는상동성의측면을형상화한점도작품을읽는재미를한층북돋는다.

두번째수록작「전(傳)」은일종의대체역사소설로볼수있다.작가는인조반정과관련된역사속실존인물들을허구의세계로초대해그들이가지않은길에대한이야기를꾸려간다.소설은늦은밤심란한마음에잠을이루지못하는배대유를비추며시작한다.“모반의시대에목숨을부지한”것을천운으로여겨야하는시대에대해그는허무하고어지러운마음을숨기지못한다.그런그의방으로한남자가침입한다.그사내는무명이라는자로그를두번살리고두번죽이려했던,야릇한생과사의갈림길마다그의앞에서있던사내다.그가배대유를찾아온이유는졸기(망자에대한마지막평가를담은간략한전기)를부탁하기위함이다.망자는겸사복시방.겸사복은“본래왕을시위하는무사에게주어지는것”이니그는반정와중에왕을지키다죽음을맞은것이다.무명은겸사복시방의졸기를청하며문장에호의를베풀것을주문한다.이에배대유는고민에빠진다.이엄혹한시대에이죽음을뭐라일컬을것인가.역모든반정이든시방이죽은사실에는변함이없는데……
이작품은생과사를가르는냉혹한정치현실과전쟁과부패등으로고단한일상을견뎌야했던백성의삶에고뇌하는한유학자의내면을허구적으로구성함으로써‘오지않은세계’에대한희구와욕망을그려낸다.무명이라는인물을중심으로한활극을서술하는필치가날카롭고그와배대유의얽히고설킨인연을서늘하게묘파하는장면이인상적이다.


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선정작시리즈
한국문학의눈부신결산
소설집9종,앤솔러지시집1종출간

덧붙여이책은경기문화재단주관‘2022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선정작으로,경기도에거주하는문인들에게창작지원금을지원,그들의작품을시리즈로출간하는기획의결과물이기도하다.올해출간되는시리즈는9명의소설가들이참여한소설집9권,13명의시인들의신작시를묶은앤솔러지시집1권으로구성돼있다.온몸으로건져올린발칙하고싱싱한언어들,시대를감싸안는빛나는감수성이오늘의소설,시의면면을보여주기에전혀부족함이없다.올한해우리문학의눈부신결산중하나로보아도좋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