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이해하는 사이

십분 이해하는 사이

$9.09
Description
“나는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몰라.
하지만 나는 이런 것도 이해라고 생각해.”

마이너한 존재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지극한 위로
김주원의 신작 소설집 『십분 이해하는 사이』가 출간되었다. 「십분 이해하는 사이」와 「우주맨의 우주맨에 의한 우주맨을 위한 자기소개서」 두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자살, 학교 폭력, 왕따 등의 청소년 사회 문제와 오늘날 청년 세대가 당면하고 있는 취업난과 불안, 소외감 등 작가가 오래전부터 천착해온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한편 이 책은 경기문화재단 주관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으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문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지원, 그들의 작품을 시리즈로 출간하는 기획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올해 출간되는 시리즈는 9명의 소설가들이 참여한 소설집 9권, 13명의 시인들의 신작시를 묶은 앤솔러지 시집 1권으로 구성돼 있다. 온몸으로 건져 올린 발칙하고 싱싱한 언어들, 시대를 감싸 안는 빛나는 감수성이 오늘의 소설, 시의 면면을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올 한 해 우리 문학의 눈부신 결산 중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저자

김주원

소설쓰는사람.

목차

십분이해하는사이
우주맨의우주맨에의한우주맨을위한자기소개서

해설:모르는사이(조형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표제작「십분이해하는사이」는제목처럼십분동안이루어지는선의와교감,이해에대한단편으로,학교폭력과청소년자살문제를다루고있다.세계1위자살률이라는불명예를안고있는우리나라에서는해마다청소년자살률이증가하는추세다.가치관이다형성되기도전에세상에그대로던져진아이들은학교안팎에서위태로운삶을영위하고있다.소설은그러한안타까운현실을바탕으로쓰여졌다.

어느봄날오후,‘나’는학교5층옥상에서투신하려는동년배고교생을보고조심스레다가가설득한다.

“나는너이해한다.지금대답할기분아니겠지.”
이건너대답들으려고한말아니야.
“이……해?”
그런데이렇게네가대답하네.너의목소리는한번쯤들어본것도같고아닌것도같다.뭐그냥평범한고딩목소리네.야,이거나쁜뜻아니다.평범하다는게얼마나안전한건데.평범하게학교다니고평범하게졸업하고얼마나안전하냐.그런데네목소리는평범해도자세는불안전하네.벚꽃피는지필고사기간에5층옥상에서있는게안전하지는않잖아._11쪽

벚꽃눈부신교정을내려다보며삶과죽음사이에아슬아슬하게발을걸친두사람의대화는한동안계속된다.그런데뭔가이상하다.“나는너이해한다”라고반복해서말하는‘나’,그말에큰거부감없이상황에젖어드는‘너’로지칭되는아이.사실두사람은이미‘왕따’로인해그야말로고독하게자살한지오래다.단지죽음의순간을반복하고있는유령일뿐이었다.이러한반전이드러나면서이소설은서두에서부터다시,즉두번읽지않을수없는이야기가된다.

“아,귀찮게하네.진짜.야,놔.”
“싫어.못놔.또떨어지려고?”
“모르는사이에나한테왜이러는거야?”
“뛰어내리지마.나랑같이가자.”
“왜내가너랑같이가야하냐고.”
“나도봄날,혼자옥상에서본적있어.밤과새벽사이아파트옥상.”
나는손을풀었어.너는천천히난간에걸터앉았지.그리고처음으로나를제대로보고있어.너의눈이내눈을바라보고있잖아.지금우리눈에는서로만가득담겨있어._20~21쪽

즉‘너’와‘나’는애초부터서로가죽었다는사실을알고있었음에도불구하고아무렇지도않은척대화를나누고있었던것이다.시답잖아보였지만실은복선이었던여러‘개그’특히‘사이’에관한말장난을섞어가면서.그러면서‘너’와‘나’가비록쓸쓸하게,고독한죽음을맞이한적이있었던유령일지언정죽음의반복을만류하거나서로의뒷모습을지켜보는누군가가되어주었다는점에서혼자가아니라는사실을확인하게된다.그렇게그들은두사람만의현실을형성한다.서로의사생활(死生活)을공유하는‘십분이해하는사이’로거듭나게된두사람은이제유령일지언정더이상고독하지않다.그들은이승의십분동안이아닌‘진짜쉬는시간’즉더이상죽음을반복하지않아도되는안식과영면을향해나란히걸어갈수있게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