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취향

사소한 취향

$15.50
Description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웃다 보면 아파지는, 달콤하다 싶다가 뒷맛이 매운,
중독성 강한 김학찬만의 취향

우리 소설판에 보기 드문 허슬 플레이 작가가 출현한 느낌이다.
_이기호(소설가)

단언컨대 김학찬은 이 세계에 대한 도저한 환멸을 웃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와 융합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내러티브 실험에 능숙한 작가이다.
_이만영(문학평론가)

저자

김학찬

『풀빵이어때서?』로제6회창비장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굿이브닝,펭귄』,『상큼하진않지만』등이있다.

목차

우리집강아지
시니어마스크
고양이를찾
화목야학
프러포즈
입이없는고양이헬로,키티
공공의이익
엄마의아들
그곳에가면더많은것들이
중세소설

해설|웃음의비의(秘意)|이만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익살과유희로가득찬이야기그속에감춰진환멸과비애

『사소한취향』은김학찬특유의말장난과익살과유희로가득차있으면서도이세계에대한환멸과비애가깊숙이담겨있다.따라서이소설집의표제로활용된‘사소한’이라는수식어는그세계의비의(秘意)를감추고있는하나의트릭이다.또한작품을통해유발된‘웃음’은그저쉽게휘발되는웃음에그치지않는다.중요한것은웃음을이야기의축조기술로설정했다는것이아니라,그웃음에내재되어있는세계에대한본질적인문제의식이다.김학찬의변화무쌍한‘구라’를떠받치는힘은그속에은폐되어있는정치사회적시선에있다.바로그러한이유때문에그의소설을읽다보면텍스트표면에드러난유머위를미끄러져거기에내재된비의로빠져들게된다.
김학찬은동생괴롭히는맛에사는형과그런형에게복수를꿈꾸는소심한동생을통해서승자독식의경쟁사회를돌려깐다.“모든형들은개새끼다”라는농담같은유쾌한도발로시작하는「우리집강아지」는쌍둥이형제간갈등을카인과아벨,즉신의특권을누리는자와그러지못하는자라는신화적도식으로유쾌하게재해석해낸다.‘나’는형을‘개새끼’라명명하지만,실상‘나’또한형을무한한경쟁의대상으로생각하고있다는점에서‘개새끼’이기는매한가지다.
「엄마의아들」역시마찬가지다.아들의삶을통제해‘성공’적으로대학에진학시킨엄마는김치담그기와자녀교육을연계해강좌를진행한다.과연그김치의맛은‘성공’적이었을까?재미없는남자가되어버린아들과마찬가지로모양만그럴듯한무미(無味)한김치가담가질것이뻔하다.

사소한것들의연대“나도사소한취향이있다니까”

작가는사회로부터무시되고배제당한존재들에대한관심을집요하게드러낸다.어느날집앞에유기된고양이를집에들이게된사연(「고양이를찾」)이나,가난하게대학생활을보내던선배와직장상사가떠넘긴고양이와함께살게된이야기(「입이없는고양이헬로,키티」)등을통해서세계‘바깥’으로내몰린존재에대한애정어린시선을보낸다.특히「입이없는고양이헬로,키티」에등장하는종이짝처럼나풀거리며쓰러진선배는주인공‘나’와등치된다.아프다고,슬프다고,고통스럽다고말할수없는존재들을작가는‘입이없는키티’라고명명하는것이다.
또한거대한시스템안에이들인물들을자주가둔다.강사자리를잃고교내아르바이트를하며쓴소설로지원금을받은신진작가의이야기를다룬「시니어마스크」에서는‘대학’과‘대한민국예술원’이있고,「그곳에가면더많은것들이」에서는세소설가를가둔폐가를속이훤히보이는‘어항’으로부르기도한다.「엄마의아들」에서온전히독립된존재가아니라엄마의아들로만든‘엄마의요리’또한그러하고,「고양이를찾」에서나오는버려지고유기된,혹은도망간고양이도비슷한상황에처해있다.
그러나김학찬은이단단하고거대한질서속에서도유쾌함을잃지않는다.작가는이렇게질문한다.“정신을차려보니처음보는방이라면,아무도대답하지않고절대열리지않는방이라면,당신은그곳을뭐라고여기겠는가”하고….그러고는“어떻게든다른세계를상상해내야한다”(「그곳에가면더많은것들이」)고말한다.

다같이재미있게노는모습을보여야멀찍이구경만하던사람도한판낄마음이들지않겠습니까.그렇게꼬셔서자리에앉혀야지요.인싸끼리만해먹으면오래못갑니다._74쪽(「시니어마스크」)

작가는오히려‘한판재미있게노는모습을보이며’타인들과연대하길꿈꾼다.이렇듯김학찬의소설은‘거대한’틀과형식에꼭들어맞는부품으로서의삶을거부한다.그리고그단단한시스템안에익살섞인말들과자유분방한이야기와‘사소한취향’들을가득담아놓는다.그래서“이세계의불온한시스템을문제삼고,‘쓸모없는자’들의‘쓸모’를다시사유하게”한다.우리모두사소한취향을가지고있다.

인터뷰원고는인천공항출국장무빙벨트근처쓰레기통에있으니보고싶으면,알아서찾아가라고했다.취향은존중받을수밖에없는것이다.나도사소한취향이있다니까._168쪽(「프러포즈」)

경쾌하고위트있는문장을고유의무기로삼아,이세계의불온한시스템을문제삼고,‘쓸모없는자’들의‘쓸모’를다시사유하게하며,소설의본질에대해집요하게질문하고있다는것,바로그때문에우리는김학찬을희귀한작가로호명할수있는것이다.
_이만영(문학평론가)

추천사

김학찬의소설을읽다보면웃으면서아파지는,묘한감정을겪게된다.그는마치이제막데뷔한2번타자처럼제몸을사리지않고현실과세상을향해거침없이슬라이딩을해댄다.그슬라이딩바로옆으로무라카미하루키가지나가고,「무진기행」의이런저런장면이포착되며,홍상수와공익근무요원의모습도어른거린다.그냥넘어지기만하면그저그런선수로교체될운명에처해지겠지만,그의슬라이딩은생각보다정교하고,현실의핵심을정확하게겨냥하고있다.말하자면그는지금우리의그라운드이면에무엇이도사리고있는지,이흙들은모두어디서실어왔는지,대지의파편을쓸어모아면밀하게고민하고곱씹는작가다.그그라운드에서기존소설또한예외는없는법.‘인싸끼리만해먹으면오래못간다’고대놓고일갈하는작가.성채처럼단단한기성의세계위로자기몸을기꺼이던지는소설들,그상처와웃음의기록이김학찬의『사소한취향』이다.우리소설판에보기드문허슬플레이작가가출현한느낌이다.
_이기호(소설가)

책속에서

모든형들은개새끼다.나는동생이니까이런말을할수있다.형을개로만들면아버지도개가되고,나도개일수밖에없지만,할말은해야한다._9쪽(「우리집강아지」)

문학은,아직까지죽지않았어!대학은,그래도교육하는곳이야!하면폼나지않겠습니까.다같이재미있게노는모습을보여야멀찍이구경만하던사람도한판낄마음이들지않겠습니까.그렇게꼬셔서자리에앉혀야지요.인싸끼리만해먹으면오래못갑니다._74쪽(「시니어마스크」)

착하다는말도이상합니다.어떤사람이착한사람입니까.어떤고양이가착한고양이입니까.어떻게생긴고양이가귀여운고양이고,어떻게생긴고양이가못생긴고양이입니까.적응을잘했으니착한고양이입니까._93쪽(「고양이를찾」)

형편이어렵다는말을한번바꿔봅시다.가족중누군가를위해서는아닐까요.여기나오는아주머니들의절반은장녀입니다.야학과장녀가연관이있다니,신기하지요?_121쪽(「화목야학」)

취향은존중받을수밖에없는것이다.나도사소한취향이있다니까.그렇게알고있다니까.
그것은인류의미래를위해!
_137쪽(「프러포즈」)

주인이잃어버렸거나버린동물을누군가에게연결해주는앱이있다.잃어버린동물보다버린동물이더많아보였다.유기해놓고들어와서보고있는주인도있을까.보고있으면시간이금방갔다.출퇴근시간에주로봤다._189쪽(「입이없는고양이헬로,키티」)

현역에비하면별것아니라고했다.공익이아무리힘들다고해도,평생놀림거리가된다고해도,차라리현역으로가겠다는공익은아무도없었다.한국사회에서남자로살기어렵다는사람에게그럼여자로태어날래?하면잠시가만히있다가웃으며고개를젓는것과같았다._217쪽(「공공의이익」)

무공해채소는비닐하우스에서나온게좋아요.비닐은외부의더러운공기를차단하고햇볕은통과시켜요.태양에너지는고스란히받고외부의공기는최대한막았으니매연따위가앉을틈이없어요._232쪽(「엄마의아들」)

정신을차려보니처음보는방이라면,아무도대답하지않고절대열리지않는방이라면,당신은그곳을뭐라고여기겠는가.그래,이곳에초대받은사람은이질문에답해야한다.어떻게든다른세계를상상해내야한다.당신을위한모든철저한배려가준비되어있다.먹여주고재워주는대신,해야할것은오직하나.나는,당신에게세계를창조할수있는시간을충분히줄수있다.나는내역할에충실하고,당신은당신일에충실할것.이것이어항의유일한규칙이다._258쪽(「그곳에가면더많은것들이」)

중세인들은컴퓨터를두려워했습니다.납득하기어렵습니다만,자신들이제작한것따위에공포를느기다니자의식과잉이라고불러야할까요,자의식부족이라고여겨야할까요._283쪽(「중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