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19세기미국노동기사단(theKnightsofLabor)의공화주의사상과실천을치밀하게고찰하고있다.이를통해미국노동운동이현대공화주의사유의발전에어떻게공헌했는가를밝힘은물론,식인자본주의(cannibalcapitalism)를야기할정도로타락한신자유주의에대항하는대안적담론과윤리를제시한다.저자는이를‘노동공화주의’라명명하고현대공화주의를비판적으로계승하는하나의이론으로체계화한다.그핵심내용과시사점을요약하면다음과같다.
첫째,노동공화주의는신공화주의(neo-republicanism)으로불리는현대공화주의사상의흠결을보완한다.90년대이후신공화주의가정치영역에서자유의제도화에대해천착했다면,이책의저자인고레비치는‘사회경제적영역에서의자립’을자유의본질적인요소로파악하고,이를구현하려고했던이론적,실천적노력을19세기노동기사단의역사를통해조명하고있다.공화적자유의보편화와이를통한사회경제적자립,임노동으로부터의해방을기획한19세기노동기사단의지향을‘노동공화주의(laborrepublicanism)’로명명한다.
둘째,노동공화주의는임노동체제를대체할대안적생산체제로서‘협력적/공화적생산체제’를제시한다.노동기사단은임노동체제아래에서는공화적자유가보장될수없음을분명히하고협력의가치에기초한공화적생산체제를대안을구상했다.또한,이를실제로구현하기위해5천여개가넘는협동조합을조직해운영했다.이실험은비록(역사적으로는)실패했으나,19세기산업사회초기라는당대의상황을고려한다면,협동조합의이상을제시하고실천한노동기사단의활동은말그대로‘선진적’이라아니할수없다.
셋째,협력적/공화적생산체제를구현하기위해서는새로운윤리가중요한데,저자는고전사상가(아리스토텔레스와키케로)나근대인문주의사상가(마키아벨리,해밀톤등)에의해정초된시민적덕성(civicvirtue)개념을현대사회에부합하는새로운감각,즉노동공화주의적윤리로발전시키고있다.그윤리의핵심은연대다.마르크스의‘자유로운개인의연합(자개연)’이라는이론적성취를비판적으로계승해협력적/공화적생산체제를구축하되이를구현하기위해서는새로운윤리를내장한주체가필요함을강조한다.그윤리란공화주의적삶의양식인덕성(아리스토텔레스의아레테(?ρετ?,영어:arete)구별되는)을새롭게발전시킨연대다.
그렇기에옮긴이는노동공화주의를‘정치경제학’이아닌‘윤리학’으로읽어야함을제안한다.가라타니고진이일찍이칸트를경유해마르크스를읽어낸방식-《자본》에내재한윤리적계기를찾고이를바탕으로이를실천하는윤리적주체를형성하는것이그목적이다-은노동공화주의독법으로안성맞춤이다.노동기사단의사유와실천을사회운동사나지성사의관점이아닌윤리학으로읽어낼때,협력적/공화적생산체제라는이상은현실적전망이된다.이를구현할주체의상이명확해지며동시에그주체들이갖추어야할덕성과윤리감각이뚜렷해지기때문이다.노동기사단의역사에서눈여겨봐야할대목이다.
넷째,노동공화주의는공화주의의핵심인지배/종속에대한개념을세밀하게벼림으로써지배/종속의공간이자위험의공간인현대작업장의부자유문제를새롭게드러낸다.특히나21세기에들어서는작업장에서의노동에대한감시와통제는이제고전적양식을지나은밀한방식으로진화(?)하면서노동자의자유를근본적으로잠식하고있다.지나친성과주의로인해자기착취가일상화되고있는반면착취자의모습은시야에서사라지고있다.같은맥락에서알랭쉬피오가지적한숫자에의한통치(數治)는성과주의적지배의가장발전된형식이다.이는고도로발달한정보통신기술과자본의자의적지배의기술적결합으로노동자의(비지배)자유를침식하고자본의지배를완성한다.태움등직장괴롭힘문제의배후에는자본이자기통제를내면화한노동자(복종하는신체)를만들어내는데서나아가노동자스스로가서로를감시하고통제하는,‘감시를대행하는주체’를생산한결과다.이러한사회문제는노동공화적자유의관점에서보다깊게분석하고대안을모색할수있다.
다섯째,노동공화주의는껍데기만남은현대민주주의를위기에서건져내는담론이기도하다.지금우리는허술하다못해반(反)민주적이기까지한선거제도를목도하며민주주의의죽음을애도해야하는지경에이르렀다.이사태를극복하기위해서는민주주의의근본으로돌아가야하거니와자유의개념을새로이정초하는담론이필요하다.왜냐하면,자유는민주주의의중핵적가치로민주주의의기원이자발전의원동력이기때문이다.동시에그자유의왜곡,곧불간섭자유의이기와타자에대한배제의확산이민주주의의타락을불러왔기때문이다.이를자유의패러독스라불러도좋겠다.노동공화주의는이역설의배후를사회경제적자유의부재에서찾는다.제도정치의영역이아닌사회경제적영역,즉노동과생활의세계에서의부자유가민주주의를위기에빠뜨린근본원인이라는것이다.
고레비치의저작이현재미국과유럽의정치학계에서격렬한논쟁을불러일으키는‘문제작’이된것은기존의공화주의를비판적으로계승하면서도‘사회경제적자유’를공화적자유의중심에위치시킴으로써그이론적외연을확장하고있기때문이다.2020년8월,정치학계의최고권위저널인〈PoliticalTheory〉는이런가치를인정해서이책에대한정치학자들의논쟁을담은지상심포지엄을실었다.
여섯째,매우주목해야할사항중하나는노동공화주의가19세기페미니즘을노동의관점에서정초한담론중하나라는점이다.노동기사단은당대의한계에도불구하고‘여성과노동’을운동의중심주제로삼았다.여성의참정권보장은물론‘동일노동동일임금’을최초로주장한조직이다.대부분이여성인가사노동자를조직한첫노동조합이노동기사단이다.가사노동을수행하는여성노동자야말로남편보다더힘겹고긴노동시간을견뎌야하는‘시민계층’이라는점을공식적으로공표했다.또한,여성노동자의역량강화가필요하다고보고이들을위한독서와쓰기교육등시민교육을제공했다.노동기사단은여성을남성과동등한,‘자치능력을갖춘자율적주체’로본최초의노동조직이며노동의관점에서근대적페미니즘을발전시킨주역이기도하다.
일곱째,이책의또다른가치는방법론과그효과다.푸코의고고학,계보학적방법론에필적할만큼,저자는방대한사료에대한세밀한분석과날카로운비평을통해노동공화주의라는새로운에피스테메를개척하고있다.고레비치가인용하고분석한사료는새로발굴된자료로노동의지성사를개척하게하는귀중한자산이라아니할수없다.여기에고고학적발견이주는효과와영향도빠뜨리지말아야한다.그눈부신기록속에는공화적자유를꿈꾸고이를노동과생활의세계에서구현하기위해협력하고학습하며연대하는80만노동기사단원들의모습이생생하다.그들은공화적자유라는깃발을가슴에품고역사의한국면을형성했으나결국은실패했다.그러나그실패는패배가아니라찬란한몰락이다.살아숨쉬는영감을고스란히역사속에내장하고있기때문이다.그러나150여년이지난지금,우리는그들의성취에무엇을더보탰는가?아니그들을알기는하나?노동기사단의열정과몰락앞에서우리는한없이부끄러울수밖에없다.
마지막으로저자와역자는노동과사회경제적영역에서공화적자유를구현하고자했던노동기사단에경의를표한다.이들이꿈꾸고실현하고자했던세계는불가능에가까운이상일지모른다.그러나그불가능성은외려실천적의미를더한다.바꾸어야할현실이무엇을지향해야할지그궁극의지점을제시하기때문이다.그래서저자는한국어판서문에서“우리는왜그들만큼멋지게실패할수있는지점에이르지못하고있는가를질문해야한다.”라고강조한다.이질문은새로운노동세계를고민하다가결국좌절하고만모든이들이다시품어야할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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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이어서
자립성의가치가위대한이유는노동하는과정에서자기의역량을발전시킬수있기때문이며,동시에노동으로부터더많은자유를확보할수있는조건이기때문이다.노동기사단이궁극적으로지향했던목표는“노동자가자신의지적·도덕적·사회적역량을스스로함양할수있는,보장된자유시간이다.이를통해노동자는진전된문명의혜택을누릴수있게된다.”-246쪽.
“우리는[노동기사단]종종이런질문을받는다.8시간노동으로도10시간노동분만큼생산할수있는지.우리의대답은이렇다.아마도하루만에당장하기는어려울것이다.어쩌면일년이걸려도어려울지모른다.시간이걸리는것은사실이다.그러나기술이거듭해서발전한다면우리는그보다더많은양을생산할수있을것이다.여기서더중요한것은우리가할수있는지,없는지는우리에게던질질문이아니라는것이다.우리의질문은우리가생산하는만큼,그생산된것을우리가가질수있는지여부다.”-251쪽.
[노동공화주의프로젝트가보편성을획득했는지여부를]제대로검증하려면여성과노동에대한노동공화주의자들의인식을살펴야한다.여성이여전히남성을위해보상받지못하는노동을제공해야하는처지에있다면,그들은종속노동을강요받는계급으로남을수밖에없으며,결국보편성에대한노동공화주의적비전은그만큼의심할수밖에없다.(...)우선확실한것은노동기사단이출현하기전까지는(...)여성은남성에종속된존재이며남성과는다른역할이부여돼있다는생각이팽배했다.그러나실제로남성의경제적자립은여성의가사노동때문에가능했다.노동기사단이비록‘진정한여성성’이나순종적여성성에대해명확한입장이있었던것은아니지만,동일노동동일임금이나여성의실질적인공적역할을강조했던점을고려하면당시의다른조직들과는달리꽤진보적이었다.
노동기사단은‘동일노동동일임금’을최초로주장한조직이며,여성의참정권을보장하기위해투쟁을조직하기도했다.(...)대부분이여성인가사노동자를조직한첫노동조합이기도하다.가사노동을수행하는,남성노동자의배우자는임금노동자인남편보다더힘겹고긴노동시간을견뎌야하는‘시민계층’이라는점도공식적으로인정했다.여성노동자를위해독서와쓰기교육등시민교육을제공했고,어거스트베벨(AugustBebel)의《여성과사회주의》와같은당대의빼어난페니미스트작품을낳는산파역할을하기도했다.노동기사단은여성을남성과동등한,‘자치능력을갖춘자율적주체’로보았다.-258쪽.
여러기관지[노동기사단기관지]기사들에서도보이는데〈여성노동자는무엇을하는가〉라는기사에는여성의새로운사회적역할이기술돼있고,〈노동기사단과여성의권리〉에는‘동일노동동일임금’뿐만아니라‘경제와법에서동등한권리’가여성에게보장돼야함을강조하고있다.〈여성의당면요구〉는임금노동체제가여성노동자를어떻게억압하고있는지를분석했고,〈여성노동자를위한조직〉에서는여성노동자가스스로조직한많은파업과협동조합의성공을축하하고있다.〈여성은안된다〉라는글은당시여자들이남자와밖에나다니지못하도록하는이상한사회풍조를풍자하고비판했다.성경을여성의관점에서읽고해석해새롭게편집해실은기사도있는데,새로편집된성경에는성평등과노동개혁이진전돼야한다는내용이포함돼있었다.-260쪽.
“노동기사단이터득한것은이것이다.파편화된개인으로서우리는무력할수밖에없으며,어떤것도성취할수없다는것,그렇기에노동계급전체를지향해야한다는것.연대,그것이가장올바른생각이다.연대는자기만살려는이기심에입각한모든시스템을쓸어버릴것이다.”-모드〈사슬을끊어내며〉-267쪽.
“새벽4시반에그들의노동은시작된다.저녁7시반이넘도록그노동은쉼이없다.노동자들이신문이나책을읽을시간이있겠는가.누구를만날수도없고,누가찾아오지도않는다.씻을시간도없다.꽃을가꾼다고?가족과산책할여유도없는데?”몸을씻고꽃을가꾸는일,가족과산책하는일은공공선을위한이타적행동과같은대단한것은아니다.하지만사회적존재로서,스미스가말한비가시적빈곤(invisibilityofpoverty),곧감추고싶은궁색함이드러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