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장편소설 (리커버 에디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장편소설 (리커버 에디션)

$14.00
Description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는 문장은 표현의 정확성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 작가 김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문장과 표현의 힘이다.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는 그 힘이 더욱 빛을 발한다. 문장은 잘 벼린 칼처럼 예리하고 표현은 냉정한 듯 마음을 사로잡는다. 굳이 장르를 밝힌다면, 이 소설은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적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 규정은 중요하지 않다. 역사소설 3부작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의 ‘일러두기’를 통해 밝혀왔던 것처럼, 그의 소설은 ‘오직 소설’이고 ‘다만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일 뿐이다.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시원(始原)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한다. 굳이 시대를 밝히자면 인간이 말[馬] 등에 처음 올라탄 무렵이지만, 그 시기를 인간의 역사에서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록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역사 이전의 시대이며, 인간의 삶이 자연에서 분화하지 못하고 뒤엉켜 있는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접해본 적 없는 전폭적이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설정이다.

기록으로 전하지 않는 아득한 시간과 막막한 공간을 작가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채워간다. 이야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바탕과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른, 결코 하나로 묶일 수 없는 두 나라 초(草)와 단(旦)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야만과 문명이 충돌하며, 그 속에서 무연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울부짖으며, 태어나고 또 죽어간다.

소설의 중심에 두 마리의 말[馬]이 등장한다. 초승달을 향해 밤새도록 달리던 신월마(新月馬) 혈통의 토하(吐霞)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飛血馬) 혈통의 야백(夜白)이다. 두 마리 말은 초와 단의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며 인간의 참혹하고 허망한 전쟁을 목도하고 전후의 폐허에서 조우한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였다. 나는 인간에게서 탈출하는 말의 자유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소설은 긴박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종횡무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자칫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결한 문장은 역설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낸다. 책장을 덮고도 시원의 초원을 달리던 말들이 들려주는 땅의 노래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책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붙여 놓았다. 작가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사람의 이름은 한 글자로 말의 이름은 두 글자로 지었다. 더불어 독자가 소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체 공간을 옮겨 놓은 지도를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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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훈

1948년5월경향신문편집국장을지낸바있는언론인김광주의아들로서울에서태어났다.돈암초등학교와휘문중·고를졸업하고고려대에입학하였으나정외과와영문과를중퇴했다.1973년부터1989년말까지한국일보에서기자생활을했고,[시사저널]사회부장,편집국장,심의위원이사,국민일보부국장및출판국장,한국일보편집위원,한겨레신문사회부부국장급으로재직하였으며2004년이래로전업작가로활...

목차

지도
이야기에나오는사람과말

앞에
·초
·단

달너머로달리는말
1.초승달
2.말과사람
3.이마가빛나는말
4.안개와무지개를토하는말
5.재갈
6.전운
7.새벽강물위로사라지는왕
8.돌무더기
9.탈출
10.몸과몸
11.즉위
12.월
13.잠자는악기
14.진짜와가짜
15.왕자
16.유생
17.바람
18.삼등마
19.벌레
20.불
21.몰락
22.꿈
23.땅의노래
24.말터
25.버려짐
26.재회
27.길

뒤에

출판사 서평

달의뒤편을탐사하듯,긴장으로가득한문장과경이의상상력!

이야기의무대로가상의시대와공간,그것도아득하고막막한시원(始原)의한지점을설정했다는것자체가이전의소설들과확연한차이를보인다.이제까지김훈의소설이‘역사’가아닌‘존재’에초점이맞춰있기는하지만,그존재는대게당대에발이묶인자들이었다.이소설은당대성의족쇄가풀린채이야기가시작된다.일찍이고유하고확고한문학세계를구축해온,우리시대를대표하는작가로서는파격이라할시도이며,문학적도전이기도하다.

시원의공간은역사를신화로환원한다.“햇빛에바래면역사가되고달빛에물들면신화가된다”고했던이병주의말을빌자면,이이야기는햇빛에드러난지나간사실로서의세계가아니고달빛이어른거리는상상의세계이다.작가는상상의공간에숨결을불어넣고이야기에질서를부여함으로써완전한하나의세계를창조해낸다.노년에이른작가의상상력은그어떤젊은작가의소설보다활달하고,등장인물의캐릭터는물론자연과동물에대한묘사까지살아숨쉬듯정교하다.우리가본적이없는달의뒤편을그려내듯,작가는이제까지우리가경험하지못한세계를독자의눈앞에생생하게펼쳐낸다.

이야기의발단은이렇다.대륙을가로지르는강의이름은나하(奈河).이강을사이에두고북으로는초(草),남으로는단(旦)나라가소수부족들을통합해지배세력을형성한다.초는초원에서이동생활을하는유목집단이다.문명의부산물들은이동의자유를제한하므로문명을등진채육체의힘에기대어야생의삶을살아간다.그들은성을쌓지않고신전과무덤이없으며,문자를배격한다.반면,단은땅에들러붙어소출에기대어사는농경집단이다.문자를숭상하며거대한왕궁을짖고전각을세운다.결코화합할수없는두세력사이에전쟁과일상은구분되지않는다.전쟁은숙명과도같고잔혹했다.

작가의작품속에서전쟁은생소하지않다.임진왜란(『칼의노래』),병자호란(『남한산성』),신라의가야정벌(『현의노래』)등이그예다.이소설에서도전쟁은매우주요한장치로작용한다.수평적세계관과수직적세계관으로상징되는유목과농경의서로다른가치관이,야만과문명의화합할수없는이념이부딪치는처절함속에서세상과인간은공허한민낯을드러낸다.작가와의대화에서“문명과야만은지금도뒤엉켜있다”고했거니와,이전쟁을문명의탈을쓴현대의야만성에빗댈수도있을것이다.어떤근사한이념으로포장되든인간의욕망이발흥하는곳에아수라가펼쳐지기마련이다.작가는그것에저항하는‘생명의힘’을그리려했다.

질문과답변

‘말〔馬〕’을중요한캐릭터로등장시킨이유는무엇인가?

말은힘이강하고성품은강인하며외모는아름답다.말은문명과야만의동반자였다.나는인간에게서탈출하는말의자유를생각했다.말두마리,야백과토하의최후는미리설정했다.이말두마리는인간에게끌려다니면서도저항한다.그결말에이르는과정에서여러번철거와재공사가있었다.

초(草)와단(旦)두나라를구상할때참고한역사속나라가있는가?

모델로삼은고대국가나시대는없다.거칠게말해서,초는유목적이고단은농경적이다.세계를인식하는바탕도다르다.인간집단사이적대의식의뿌리와전개과정을나는늘의아하게여긴다.

무엇을더쓸작정인가?

여생의시간을아껴서사랑과희망,인간과영성,내이웃들의슬픔과기쁨,살아있는것들의표정에관해서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