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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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요세파 수녀, 김호석 화백 수묵화의
은유, 여백, 정신성을 탐사하는 세 번째 여정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사물,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지 않는 화백의 그림 속에 감춰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길어내는 요세파 수녀의 그림 여행
장요세파의 수녀의 김호석 화백의 그림에 대한 세 번째 그림 에세이다. 한 화가의 그림에 담긴 은유와 여백을 해독하고 정신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책을 세 권이나 내는 일 자체가 유례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 책의 저자가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인 수녀라는 사실에 이르면 놀랍기 그지없다.
화백의 그림 또한 정통적인 수묵화의 문법에서 비켜서 ‘익숙한 듯 낯선’ 어떤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우리가 지나쳐 버리기 쉬운 많은 것을 자신의 작품세계 안에 꼭꼭 담아내는데, 얼핏 보면 독특하면서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거리가 샘솟으며, 묘하게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밀려온다. 화백의 그림은 저자에게 잊고 싶어 꼭꼭 눌러둔 것들, 자신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절의 기억들, 떠오르기야 하지만 감당이 안 되는 것들, 혹은 이미 자신 속에 있어도 자신조차 모르는 것들 등 참으로 많은 것으로 가득한 우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힘을 전해준다.

화백의 그림은 저자의 생각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수도자로서 내면의 싸움에 갇혀 있기도 하는 저자는 그 그림을 통해 가끔 막혀 있던 내면의 깊은 속내를 표출해낸다. 따라서 저자의 그림 읽기는 하나의 깊은 묵상이요,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로 승화한다. 단순한 그림의 감상이 아니요, 그림과 물아일체되어 그것이 매개되어 자신과 세상의 근원을 탐색해 들어간다. 요세파 수녀의 그림을 통한 영적 여행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세상의 근원에 조금 더 다가가게 해주고,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열어준다.
저자

장요세파

일본홋카이도의트라피스트여자수도원에입회.현창원수정의성모트라피스트봉쇄수녀원에서수도중이다.지은책으로시집『바람따라눕고바람따라일어서며』와그림에세이『수녀님,서툰그림읽기』,『수녀님,화백의안경을빌려쓰다』,『그림이기도가될때』,『모자라고도넘치는고요』가있다.엄격한수도회의규율에따라새벽3시30분에기상해밤8시불이꺼질때까지기도와독서,노동으로수도하고있다.

목차

머리글004

1장얽히고설켜도정겨운햇살
많은것을내려놓은검은빛012
뜬밤015
메주와푸른곰팡이,그세상의조화018
엄마안에깃든하느님022
종점없는여행025
사랑의전달,생명의전달028
온몸에줄줄흐르는조선여인의눈물031
깊은계속에내려앉은뒷모습036
역사를바로잡지않고는제대로흐를수없는강040
세상을꿰뚫어보는형형함043
표적046
김남주뒤에수많은김남주들050
바이러스에갇힌세상055
마음의동공과다증058
뼈를녹이는혀062
꺼지지않는희망의불066
서로를물들여가는아름다운빛깔069
우리의막힌기를뚫어주는손가락071

2장향기를풍기지않는향기
슬픈짐승의몸부림076
차라리개가되고싶은오늘081
들리는듯한외침084
그저한생을좁은울안에서087
연약한지구의동료090
부서짐과깨짐의가치094
모든것은신비다098
작은생물이보여주는만물의순환102
찍어내야하는인간내면의독사106
평범함의행복함113
관계의그물망이라는눈116
손안의분리되지않은세상120
삶의잔혹함과장엄함,그사이123
사슬의고리126
추애130
책읽는바퀴벌레133
깊은숨겨짐의폭탄을여는그날137
모든보석은고통의결실142
전투기처럼돌격하는파리떼들145
함께살아감의정점149
모기와생명의연결성153
낙화,허망함뒤에찾아오는희망157
평범함의위대함,보름달을닮은무160
싱싱해보이는생명력의이면163
눈에보이지않는속생명167
우리의존재를적시는한포기난초170
단단히거꾸로된세상173
하늘의영혼176
꼬인혀179
지상에서이미사라진존재이지만183

3장슬픔조차느끼지못한사람을위한그림
멋진대립은없을까?188
기억의보물창고,사랑의흔적194
생명을살리는도구198
인간은자신을초월하는존재203
불과물의춤208
참자신과만나는가까운길211
빨대가풍기는눈물냄새216
생명의원천에가까운마음의자리220
후퇴가타락226
폭탄이될수있는가시230
낫의용도234
주장자237
슬픈운명이자동력인겉과속의불일치243
슬픔조차느끼지못한사람을위한그림247
꿈같은소리라고해도포기할수없는가치251
빛이불러온깊은어둠255
온전히타자로향한귀기울임260
차향은흘러모두에게닿는다262
가장큰적은바로자신264
숨겨진영웅,버려지는것의위대성267
‘의미없음’의‘의미있음’271
광주의정신을깊이새겨주는열개의총알275
만물의시작점278

출판사 서평

그림을통해보는우리내면의풍경과세상을둘러싼이야기

김호석화백은우리선조가사용했던한지를직접재현해낸이력으로도유명하다.일제강점기때사라져버린한지를재현하기위해,오랜시간전국을돌면서기능장들을찾아애기닥나무와구지뽕을교잡한것이라는사실을알아낸다.겨우찾은나무를화실옆밭을일구어직접심고교잡해얻은나무로직접한지를만들기도했다.프랑스박물관에서는이종이의우수성을알아보고박물관고자료나물품을복원하는재료로공식채택하기도했다.화백은자신이힘겨운과정에서재현한한지에자신의작품을옮겨놓는다.

도시풍경,역사화,인물화,가족화,동물곤충,몽골사람들과자연,초상화,종교화로이어져드디어는거의추상화에가까운그림까지화백의작품은저자인요세파수녀에게두른거림과설렘을한가득안겨주는섬처럼펼쳐진다.‘저섬에는무엇이있을까?’,‘저멀리잘보이지도않는섬은어떻게생겼을까?’이책은김호백화백의작품이라는섬을여행하는저자의여행기와도같다.

화백은세상의기준으로그다지매혹적이지않은대상을그려낸다.스러져가는것,아주사소한것,누구도거들떠보지않을것에깊은생명력을부여한다.저자는그러한그림의의도를마치이심전심의마음으로잡아내고,더깊게들어가의미를생성해낸다.원망가득한개의눈빛속에서개만도못한세월호를둘러싼못난인간의자화상을표현한다.메주와팥죽의그림에서소중한것임에도점차잊혀지고사라져가는우리삶의깊은흔적을되짚어본다.또생이저물어가는어머니의모습에서깊은생명의근원과‘자기비움’으로새로운생명을이어준숭고함을들여다본다.코로나시대의초상을통해우리인간이생태계에저지른만행을성찰해간다.망하는것이지구가아니라인간임에도‘도마뱀의뇌’처럼어리석어지는인간의나약함과무책임을꾸짖는다.

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은소중하고,고맙지않은것은하나도없다

화백의시선만큼이나그것을읽어내는요세파수녀는어느것하나허투루넘겨버릴수없다.저자의그림읽기는세상의수많은것은다존재해야할이유가있으며,어떠한형태로든우리와깊게연결되어있다는영성적통찰로이어진다.길을가다가마주칠수있는도롱뇽이나개구리한마리는더는보잘것없는미물이아니다.그가냘픈몸짓하나하나가말을걸어오며인간인우리자신을돌아보라고잔잔한메시지를전해준다.쥐꼬리하나를보면서,작디작다며우습게보는존재가우리인간은얼마나잘났으며그리대단한지살펴보라고한다.

저자를통해화백의그림은세상을더욱더풍성하고섬세하게보는창이된다.작가의그림에관한작품론이나감상평을넘어매우독특한묵상의글로승화한이책은속도에지치고겉보기에그럴싸한것에현혹해참으로많은것을잃고살아가는우리에게잠시멈추고우리자신과우리자신을둘러싼많은것을돌아보게하는안목을전해준다.또한요세파수녀가잔잔하게전해주는여러메시지는우리가아무리스스로초라하거나불만족스럽다고생각해도충분히살아갈이유가있음을일러주고,또굳세게살아가게할힘을전해준다.

이처럼독특하며많은생각거리와통찰을전해주는그림에세이는흔치않다.많은정보와데이터로이뤄진현대사회다.하지만더깊게들여다보는힘은약해졌다.김호석화백의그림과장요세파수녀의글은양적으로풍성해보이지만우리삶에서결락했던많은부분을채워준다.세상이원하는기준으로무언가를채워가면한도끝도없기마련이다.하지만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이소중하며,고맙지않은것이하나도없다는메시지는자신을진중하게긍정하게하고삶을충만하게해주는선물같은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