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조선 (누가 왜 조선을 신화로 만들었나? | 역사심리학적 분석)

신화가 된 조선 (누가 왜 조선을 신화로 만들었나? | 역사심리학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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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해방은 흔히 한민족이 억압에서 벗어난 환희의 순간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선이 지닌 구조적 한계를 더 이상 가릴 수 없게 만든 계기였다. 조선은 근대 국가로 전환하지 못했고, 제도·경제·정치 전반에서 변화의 동력을 상실한 채 국제 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해방은 그 실패를 극복한 사건이 아니라, 그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해방 직후 한국 사회는 조선의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할 심리적·제도적 여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 분단과 전쟁, 생존의 압력 속에서 공동체가 필요로 했던 것은 설명과 분석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의 회복이었다.

역사 심리학은 과거의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어떻게 기억되고 해석되며 공동체 내부에서 의미로 굳어졌는지를 분석하는 접근이다. 이 책 『신화가 된 조선』은 조선의 역사를 새로 정리하거나 연대기를 다시 배열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이 책이 다루는 핵심은 조선이라는 과거가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심리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었는가, 그리고 그 재구성이 어떤 경로를 거쳐 신화로 굳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선의 사실을 나열하는 역사서가 아니라, 조선을 둘러싼 기억과 해석의 구조를 분석하는 역사심리학적 해설서이다.
저자

정광제

한미일보객원컬럼니스트이자시인,역사·철학연구자다.전이승만학당이사를지냈고,현재한국근현대사연구회연구고문이자철학포럼리케이온의대표로활동하고있다.시집네권을출간했으며,『후크고지의영웅들』을공동번역했다.자유주의문화운동에깊은관심을두고연구와실천을이어가고있다.

목차

프롤로그/6

1장 해방과상처의기억
1.해방은끝이아니라시작이었다/14
2.국가보다먼저생겨난정체성의공백/18
3.식민경험이남긴불안의구조/22
4.역사가심리적치료제가된시대/27
5.‘우리의역사’라는말이만들어내는착시/31
6.피해기억과자존감회복의함수/35
7.해방직후의지식인들이선택한서사/39
8.상처와욕망이뒤섞인첫번째역사만들기/43
9.기억의정치화와역사적자기미화/47
10.해방은독립이아니라‘자기이해’의숙제를남겼다/51

2장 조선학의유령
1.1930년대식민지지식인의심리적방패로써의실학/58
2.‘조선정신’이라는창안된전통/62
3.정인보와안재홍이만든조선의상상된얼굴/66
4.민족정신의학문화:감정이학설이되는순간/70
5.식민사관의부정에서탄생한또다른신화/74
6.‘우리만의고유성’이라는위안의언어/78
7.조선학의확산과정치적활용/82
8.해방후에도사라지지않은조선학의잔향/86
9.유령처럼남은조선학의재생산메커니즘/90
10.조선학의유령이남긴그림자/95

3장 실학의둔갑술
1.조선후기사유체계의재해석,혹은재조립/102
2.실학에서자본주의맹아론으로/105
3.‘조선에도근대가있었다’는자기위로/110
4.자생적근대성이라는달콤한마취제/113
5.국가주의시대가‘실학’을차용한방식/118
6.실학의정치적변용과학문적오용/122
7.경제사관속에서신화가이론이되는과정/125
8.정약용과박제가의사상을자본주의씨앗으로읽는기묘한독법/129
9.신화가만든조선의가상근대프로젝트/134
10.신화의포장지를벗기고,조선을다시보다/138

4장 민족의역사vs국가의역사
1.해방이후민족주의사학의구조적필요성/144
2.민족주의사학의제도화와학문권력/148
3.국가건설기‘구원서사’의탄생/152
4.반공·산업화·민주화:동일민족,서로다른시대의서사/156
5.교과서가만들어낸감정구조와역사인식/160
6.민족이국가를먹고들어가는순간/164
7.역사학이정치권력에봉사하는메커니즘/168
8.민족신화와국가정당성의결합/172
9.신화해체이후의역사학은무엇을해야하는가/177
10.민족신화의해체와역사학의해방/181

신화가된조선해설서/188

에필로그/204

출판사 서평

【편집자리뷰】

조선을둘러싼기억과해석의구조를분석하는역사심리학적해설서

역사심리학은과거의사건자체보다,그사건이어떻게기억되고해석되며공동체내부에서의미로굳어졌는지를분석하는접근이다.이책『신화가된조선』은조선의역사를새로정리하거나연대기를다시배열하려는시도가아니다.이책이다루는핵심은조선이라는과거가해방이후한국사회의심리속에서어떻게재구성되었는가,그리고그재구성이어떤경로를거쳐신화로굳어졌는가하는점이다.다시말해조선의사실을나열하는역사서가아니라,조선을둘러싼기억과해석의구조를분석하는역사심리학적해설서다.

해방은흔히민족이억압에서벗어난환희의순간으로그려지지만,실제로는조선이지닌구조적한계를더이상가릴수없게만든계기였다.조선은근대적국가로전환하지못했고,제도·경제·정치전반에서변화의동력을상실한채국제질서의급격한변화를맞았다.해방은그실패를극복한사건이아니라,그실패를정면으로마주해야하는출발점이었다.그러나해방직후한국사회는조선의실패를냉정하게분석할심리적·제도적여유를갖고있지않았다.분단과전쟁,생존의압력속에서공동체가필요로했던것은설명과분석이아니라정서적안정과자존감의회복이었다.

이선택의결과,조선은점차역사적검토의대상이아니라심리적보호막으로기능하게되었다.조선의내부적실패를직시하는대신,외부의폭력과억압이강조되었고,조선은스스로무너진체제가아니라억울한피해자로재현되었다.이기억방식은공동체를위로하는데는효과적이었지만,조선이왜실패했는지를설명하는사고의틀을약화시켰다.실패의원인은내부에서외부로이동했고,분석의책임은감정적서사로대체되었다.그결과조선은점점역사적실체에서멀어지고,상처를봉합하는상징으로굳어갔다.

상처를달래기위해그렸던조선
정당성확보를위해미화한조선
자존감회복을위해꾸며낸조선

이러한심리적요구를뒷받침한것이조선학이었다.조선학은엄밀한분석체계라기보다,식민경험과해방의혼란속에서지식인이선택한방어적사고방식에가까웠다.실학은조선내부의근대적잠재력을증명하는재료로재배치되었고,조선정신과전통은도덕적·공동체적우월성을상징하는개념으로재구성되었다.그러나이과정에서조선의구조적결함,즉제도의경직성,정치적무능,경제적취약성,국제감각의부재는체계적으로검토되지않았다.조선학은조선을이해하기보다조선을보호하는역할을수행했고,그결과조선의실패를설명할사고의도구는점점빈약해졌다.

민족주의사학은이러한심리구조를제도속에고정시켰다.민족은해방이후가장손쉽게동원할수있는정체성의틀이었고,국가는이를활용해자신의정통성을구축했다.그과정에서조선은비판의대상이아니라민족서사의근원으로자리잡았다.교과서,정치담론,대중문화는조선을감정의공간으로반복재현했고,조선을구조적으로검토하려는시도는종종정체성훼손으로간주되었다.역사학은사실을검증하는학문에서공동체의감정을관리하는기능으로이동했고,조선의실패는점점다루기어려운주제가되었다.

상처입은공동체는분석보다위로를택했고,그선택이조선을신화로만들었다.그러나신화는질문을멈추게하고,책임을외부로돌리며,실패에서배우는능력을차단한다.이책은조선을비난하려는작업이아니다.조선을감정의영역에서꺼내어분석의대상으로되돌려놓으려는시도다.역사심리학의관점에서조선신화의형성과작동방식을해체할때,조선은비로소짐이아니라성찰의자원으로돌아오고,한국사회는과거를반복하지않을수있는지적기반을갖게된다.조선이신화가된이유는역사적사실때문이아니라그사실을감당하지못한집단심리때문이라는것이이책의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