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사람을설득하지않는다.사람을바꾼다”
우리는흔히문학을‘이야기’라고생각한다.재미있는사건,매력적인인물,마음을울리는결말.그러나정말문학은이야기이기만한것일까?이책은그질문에서출발한다.소설한편을읽고난뒤,우리안에는어느새하나의판단,하나의감정,하나의세계관이자리잡는다.누구도우리에게‘이렇게생각하라’고말하지않았는데도말이다.저자는이지점에주목한다.문학은어떻게설득이라는흔적을남기지않은채한사람의생각을바꾸어놓는가.
『문학의세계와사상』은이물음에문학사회학의시선으로답하는책이다.저자는도스토옙스키의『죄와벌』,카뮈의『이방인』,오웰의『1984』,위고의『레미제라블』,골딩의『파리대왕』,괴테의『젊은베르테르의슬픔』,한강의『채식주의자』를비롯한국내외고전과현대문학을가로지르며,이야기가사상을개인의머릿속에심어넣는구체적인방식을하나하나해부한다.라스콜리니코프의살인,뫼르소의무관심,윈스턴의저항과굴복,자베르의붕괴는저마다다른이야기이지만,이책속에서는같은질문아래다시읽힌다.독자는왜이인물을이해하다못해동일시하게되는가.그리고그동일시는어떤생각을,어떤방식으로독자의것으로만드는가.
이야기는왜설득보다강한가
이책의출발점은단순하지만날카롭다.주장은의심받지만,이야기는의심받지않는다.누군가‘여성은이래야한다’,‘민족은저래야한다’고직접말하면우리는반사적으로경계한다.그러나소설속인물이그런삶을살아내는모습을지켜보고나면,우리는설득당했다는자각조차없이그인물의논리를마음한켠에들여놓는다.저자는이를‘서사라는안전지대’라부른다.이해가판단보다먼저움직이고,동일시가논리보다먼저작동하는구조.그구조안에서피해자의자리와가해자의자리는은근히배치되고,반복되는서사는그배치를
상식처럼굳힌다.
이책은이과정을20개의장을통해촘촘하게추적한다.일상언어로위장한사상이어떻게‘사실효과’를연출하며다른해석의가능성을지워가는지,개인의사적인감정이어떻게정치적인언어로확대되는지,반대의견은어떻게침묵을강요당하는지,그리하여하나의사상이어떻게정체성그자체로흡수되고재생산되어마침내‘상식’이라는이름을얻게되는지를순서대로짚어나간다.마지막장은그렇게스며드는사상의흐름을스스로끊어낼수있는독서법을제안하며책을맺는다.
문학을사랑하는사람일수록더읽어야할책
저자는문학을공격하지않는다.오히려그반대다.문학이가진힘,즉설명보다경험이,논증보다동일시가더깊이사람을움직인다는사실을정확히인식하기때문에,그힘이어떻게사상의통로가되는지를냉정하게들여다본다.
이책은‘문학을의심하라’고말하지않는다.다만‘문학이당신안에무엇을남기고있는지알아차리라’고말한다.좋은이야기에감동하는능력,그리고그이야기가은밀히건네는사상을분별하는능력은상충하지않는다.오히려후자가뒷받침될때전자는더건강하게지속될수있다.
이런독자들께권한다
-소설을읽고나면왜특정인물에게그토록깊이이입하게되는지스스로궁금했던독자
-뉴스나드라마,SNS의서사가어느새자신의판단기준이되어있다는느낌을받아본독자
-문학과정치,문학과이데올로기의관계를진지하게사유하고싶은독자
-국어교육·문학교육·미디어리터러시에관심있는교사와학부모,그리고비평과창작을공부하는이들
『문학의세계와사상』은문학을덜사랑하게만드는책이아니라,문학을더정확하게읽게만드는책이다.마지막장을덮고나면,그동안무심히지나쳤던한문장,한장면이전혀다른무게로다가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