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강석굴의 인문학

중국불교사에서 북위시대(北魏時代, 386-534)는 ‘화려함의 극치’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찬란한 위상을 자랑합니다. 이는 강력한 황제권 아래에서 불교와 국가의 권력이 밀착됐기 때문인데, 북위불교에 대해 흔히들 ‘국가불교’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북위불교와 불교문화가 오늘날까지도 고스란히 간직된 곳이 중국 산서성山西省 운강진雲岡鎭에 위치한 석굴사원 ‘운강석굴雲岡石窟’입니다. 저자는 문화사적인 시각으로 북위불교의 변화와 석굴조성의 변천과정을 살펴 북위불교의 전반적인 성격을 톺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운강석굴 문화 요점 개괄 ▲북위 초기인 평성시대 북위의 불교문화 ▲낙양시대의 불교문화 변천 과정 ▲운강석굴의 불교문화 ▲운강석굴을 계승한 용문석굴의 불교문화

북위는 전통적인 한족漢族 중심의 국가가 아닌 호족胡族에 의해 성립된 국가이다. 북위는 다른 왕조들과 비슷하게 이민족 출신의 왕조로 출발했지만, 화북華北의 오호십육국 시대를 마감하고 화북의 지배자로 자리 잡았다. 북위가 화북 지역을 지배하던 시기 동안 수많은 석굴과 불교사원이 건립되었다. 이처럼 불교가 급격히 팽창하는 현상에 대해 학자들은 북위 황실의 정통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정통성의 문제를 불교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적극적인 불교수용을 통해 한족과의 문화를 결합하고 새로운 북위문화를 창출해가는 과정으로도 본다.

이민족 왕조였던 북위의 불교문화는 북위사회를 넘어 중국 사회에 불교가 정착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북위불교는 불교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내었다고 본다. 이러한 과정이 선명히 나타난 북위의 석굴이야말로 북위 불교를 넘어 중국 불교 정착화 과정을 엄밀히 살필 수 있는 증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