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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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61 하상만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출간
“아무도 그립지가 않은데 외롭다 헤어진 사람도 없는데 외롭다”
모두가 갇히는 낯설고 외로운 ‘혼자’의 세계 모순적인 감정의 근원을 다독이는 담백한 시
200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상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가 걷는사람 시인선 6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하상만 시인은 『간장』『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등의 시집과 『과학실에서 읽은 시1,2』『문학시간에 읽은 시』 등의 교양서를 쓴 국어 교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시인은 소소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으며 이번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는 결국 모두가 ‘혼자’라는 세계에 갇혀야 하는 필연적인 외로움에 대한 질문이다. 외로운 “‘나’와 말해지는 ‘나’ 사이의 대화”이며 이러한 의사소통은 “그간 소외시켜 온 내 안의 정서들에게 올바른 이름과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큰 울림을 준다.”(임지훈 문학평론가)
하상만 시인의 오랜 화두는 외로움이다. 시인의 일상은 “내가 쓴 글을 내가 읽고/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서 듣는”(「나는 잘 있습니다」), “혼자였는데 더 혼자가 되고 싶은”(「캠핑 의자」) 날들이다. 그는 외로움 속으로 자신을 깊게 밀어 넣는데 “혼자 있지 않아서/쓸쓸했”고, “혼자 있지 않아서/외로웠던”(「나는 잘 있습니다」) 외로움의 역설을 발견하고 그러한 외로움의 감정을 사랑으로 치환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은 다정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 한 편 한 편이 “시의 공명통”을 이루어 “현을 흔드는 미세한 소리들에도 전폭적으로 반응할 줄 알게”(손택수, 추천사) 한다. 내가 아닌 타인의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위로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근원적인 감정에 가닿고자 노력하면서 결국 타인의 마음까지 파장을 일으키는 기묘한 노래가 된다.
시인이 호명하고 있는 감정들은 슬픔, 외로움, 쓸쓸함, 괴로움, 우울함 같은 비관적인 정서들이다. 그러한 정서들의 원천에는 인간은 결국 “태어난 것이 아니라/태어남을 당한”(「그분은 외로웠을 거예요」) 필연적으로 불행한 존재이며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면서/살아남는”(「병」)다는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시집 해설을 쓴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부정적 정서들은 나의 삶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나의 삶을 구성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와 같은 정서들은 나의 삶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인 셈”인 것이다. 시인은 “오래 아프면/아픈 몸이 정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인간 중심의 모든 비관적 감정들을 포용하며 “살살 달래 가면서 친구처럼 지내”(「병든 몸은 병든 몸으로 돌아간다」)게 되는 지혜를 터득한다.
시인은 시라는 장르가 결국 질문의 형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 어떤 사람은 백 년을 살고/어떤 사람은 삼십 년을 못 사는 것일까” “지은 죄도 없는데 고통스럽게 죽는 것은/모르는 죄가 있기 때문일까” “왜 어떤 사람은 떠나고 나서야 가슴에 남을까”(「여전히 그 잔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 같은 연쇄적인 질문은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질문 자체가 대답이라는 명제를 떠올리면서 시집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외로움이란 해소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본인의 외로움에게 어느덧 말을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누구보다 ‘나’와 ‘나’의 대화가 진실된 소통이며 그로 인해 어느덧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음을 말이다.
저자

하상만

경남마산에서태어나2005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통해등단했다.『간장』『오늘은두번의내일보다좋다』등의시집과『과학실에서읽은시1,2』『문학시간에읽은시』등의교양서를썼다.교단문예상,김장생문학상대상,김구용시문학상등을받았고,쓴책들은우수문학도서,세종도서문학나눔,책따세,독서신문등에서추천도서로선정되었다.2015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창작기금과2022년경기문화재단기초예술창작지원금을받았다.

목차

1부누군가그립긴한데얼굴이없다
캠핑의자
텃밭
식탁에서
엄마는기분이좋고
추워서너희를불렀다
밥하기
젖은손
당신은미래에서온사람
초원
자연
최승자의시를읽는밤
지난날과다르다는말을들었다
나는잘있습니다

그분은외로웠을거예요
외로움은힘이셉니다
오늘누가죽었어요
세를들어살았다

2부계속노래하는것이벌이될줄은
옥수수
연못
나라는관성
여전히그잔으로차를마시는사람이있다
4

한번
다녀간자리
커피를남긴다
크로스바
병든몸은병든몸으로돌아간다
따뜻한종소리
5만2천년전손바닥벽화
콩나물김치국밥
내일
나는나와함께걸었다
다섯마리의개

3부아무도그립지가않은데외롭다
당신은내방의불을켜지못하지
아무도그립지가않은데외롭다
남은것을생각한다
사과
나는나랑친하다
좀더많은말을한다
오래좋아하는것이벌이되는것을보았다
나의슬픔은힘이없고
사랑한다고말할때모든걸사랑하는것일까
산책
언젠가만나겠지
몸이아니면마음이라도아플것이다
어디로가는걸까
한사람
오래들여다보았다
외로운사람
마음

4부마음도낡고오래된것이되어간다
벚꽃지는날
행복
구부러진나무가토질나쁜땅을가리키고있다
이정도면괜찮아
사랑이있는곳에평등은없다
생각들
나는나와살아간다
밥을적게먹었다
창유리
당신은이세상에없던것을만들어내지
선물
당신이찾고있는것이당신을기다리고있다
가족
다섯개의별

해설
나와,함께,춤을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