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시뮬라크르의 즐거움 (장이지 영화 비평집)

극장전: 시뮬라크르의 즐거움 (장이지 영화 비평집)

$18.00
Description
“영화는 시뮬라크르다”
시인 장이지의 영화 읽기
-양의성의 예술 ‘영화’를 더 풍부하게 향유하는 방법
시인 장이지의 영화 비평집 『극장전 : 시뮬라크르의 즐거움』이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첫 번째 인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장이지 시인은 2007년 첫 시집 『안국동울음상점』을 시작으로 총 다섯 권의 시집과 『환대의 공간』 『콘텐츠의 사회학』 등의 연구비평서를 펴내며 한국문학의 장(場)을 넓혀 왔다. 평소 우주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음악, 영화, 미술, 만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 대한 탐닉을 시에 반영해 왔던 장이지는,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탐구하며 영화가 가진 양의성을 살펴봄으로써 영화를 더 풍부하게 향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시작해 짐 자무쉬의 〈커피와 담배〉에 이르기까지 무려 71편의 영화를 다루며, 시대와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그리고 우리가 어째서 시나 소설, 연극이나 텔레비전 드라마가 아니라 “꼭 영화를 보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그 당위성을 찾는다.
장이지는 영화가 가진 무한한 매력을 ‘시뮬라크르의 즐거움’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영화는 실재가 아니다. 그것은 시뮬라크르이다. 포스트모던의 시대에서 우리는 시뮬라크르의 인공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리얼’을 위협하며 ‘리얼’이 무엇인지 묻는다.”(338쪽)
일찍이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사회를 ‘시뮬라크르의 사회’라고 명명했다. 시뮬라크르(simulacre)는 가상, 거짓 그림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시뮬라크룸’에서 유래한 말로, 시늉, 흉내, 모의 등의 뜻을 지닌다. 즉, 원본을 모방한 복제이며, 더 나아가 복제가 아닌 원본이 된 복제이다. 원본을 복제하여 나온 가상의 이미지가, 그 원본과의 관계를 끊고 스스로 생명력을 갖춘 원본으로 만들어진 것을 ‘시뮬라크르’라고 한다. 이 시뮬라크르의 힘에 의하여 영화는 “없는 것을 있게 하는 현전(現前)의 기계”가 되며, 실재보다 더 실재가 된다. 그리하여 알고도 속는 교묘한 마술처럼 관객들은 기꺼이 영화에 홀린다.

영화는 서사가 있다는 점에서 소설에 인접한 예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적이기보다 시적이다. 영화는 불가능한 것을 목표로 한다. 영화는 시뮬라크르이되 인생을 지향한다. 영화는 이미지의 편집을 통해 가장 실감 나는 세계를 구현한다. 영화는 현실에 도전하는 시뮬라크르이다. 현실이 되고자 하는지도 모르지만, 현실 너머를 노리는지도 모른다.
- 중략 -
영화는 시적이다. 커트가 있을 때마다 숏과 숏의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틈이 발생한다. 그것은 행 나누기나 연 나누기와 흡사하다. 페이드 아웃은 가장 전통적 마침표(온점)이다.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비약과 휴지가 있듯이 커트에는 비약과 휴지가 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행과 비약처럼 보이는 이행이 있다. 매치 숏이나 디졸브를 사용하여 장면 전환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가 하면, 점프 컷으로 비약을 만들 수 있다. 매치 숏이나 디졸브와 같은 것이 오히려 더 작위적이고, 점프 컷이야말로 사실적이라는 발상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거기에는 균열, 꿰매거나 붙인 자국이 있다.
- 「시와 영화」 부분

장이지의 말마따나 “영화는 시뮬라크르이되 인생을 지향”하며, 또한 매우 “시(詩)적”이어서 “어둠 속에 무언가 있다고 믿는 것”이 바로 영화이다. 시가 그러하듯 영화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장르. 그리하여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매번 극장에 갈 때마다 “영화관의 두꺼운 철문을 미”는 “소년”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장이지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시대적 정서와 현대문명을 예리하게 조명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도 영화가 품은 상징과 미학을 리드미컬하고도 정교하게 탐색해낸다. 하여 이 책은 영화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숱한 영화와 사랑에 빠졌던 시인 장이지의 대화록이다.
저자

장이지

2000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시인이되었다.시집으로『안국동울음상점』『연꽃의입술』『라플란드우체국』『레몬옐로』『해저의교실에서소년은흰달을본다』,시선집으로『안국동울음상점1.5』,평론집으로『환대의공간』『콘텐츠의사회학』『세계의끝,문학』등이있다.문학과영화의횡단적연구로김석범소설과오시마나기사영화를다룬「실재와환영,혹은제의로서의소설쓰기-고마쓰가와사건의문학적재현」(2018),최인훈소설과스즈키세이준영화를다룬「양공주표상의문화횡단-65년체제와관련하여」(2019)등을발표했다.그밖의공저로『새로쓴시론』(2018)『인간탐구,전통과실존을가로질러』(2020)『심훈문학의전환』(2021)『한국과일본의문학과민주주의』(2022)등이있다.

목차

A
입체적텍스트
시와영화
관음증의구조
시선
감독과영화
영화배우와현전:스타란무엇인가
시학과서사학
영화의해석
미학과유령

B
가족을가져야만살수있는가-〈화이:괴물을삼킨아이〉
가족의회복,혹은픽처로서의영화-〈마부〉
감각의공유,시뮬라크르의즐거움-〈블러드심플〉
같은세상에있다고느낄때-〈그녀〉
개실화한현대인의고독과사랑-〈접속〉
검무,빛과어둠의대결-〈형사:Duelist〉
결정적장면의반복-〈캐롤〉
계급적환상과동화사이-〈블라인드〉
고해(告解),망설임,혹은정화의불-〈잔다르크〉
광기의역사,혹은진실과마주하기-〈셔터아일랜드〉
근대의추격을피해-〈드라큘라〉
나를찾아주세요-〈꿈의제인〉
나체로서의자기찾기-〈5시부터7시까지의클레오〉
남성사회의일원이되기위한통과제의-〈양들의침묵〉
내안의푸른아이-〈문라이트〉
냉전시대의느와르-〈픽업온사우스스트리트〉
노래하는망령-〈우게쓰이야기〉
뉴욕,틀에박히지않는다는것-〈레이니데이인뉴욕〉
당신은자기자신은모르는군요-〈두더지〉
동일본대지진이후,현실과허구의싸움-〈신고질라〉
무력한자의싸움과일상의발견-〈3월의라이온〉
미국적가치의탕진,인의없는세계-〈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미명(未明)의배웅과흑백의꿈-〈라우더댄밤즈〉
미친여자만들기-〈곡성〉
민속학적상상력,존재의전환-〈양의나무〉
부패가지배하는순수한세계-〈슬리퍼스〉
빈사의새와모성에대한그리움-〈아비정전〉
사각의연출,불안한미래-〈고령가소년살인사건〉
사랑은어떻게불멸이되는가-〈라스트콘서트〉
사랑의빛,혹은영화의마법-〈이터널선샤인〉
상승의페이소스,하강의춤-〈조커〉
상실을통해이상화된장소-〈길소뜸〉
세계의끝과새로운시작-〈HappyTogether〉
세계의파열부를달리는소년과소녀-〈열다섯의순수〉
세상의균형과초월적인것-〈킬링디어〉
수평과수직운동의스펙터클-〈명량〉
수평선,수평운동,혹은직립의세바스찬-〈랜드오브마인〉
스틸사진과레퍼런스의비밀-〈메종드히미코〉
싸우는여자-〈노루귀꽃〉
애정에목마른자의우정-〈파수꾼〉
언덕위에는뭉게구름-〈겁쟁이힘내라!〉
에로틱하면서도가련할수있는가-〈천녀유혼〉
연극의무대,소설의내레이션-〈도그빌〉
연출된행복,죽음의반복과운명-〈램〉
영원한상실과회상의형식-〈백발마녀전〉
영화인가프로레슬링인가-〈반칙왕〉
왕가의두아버지,의리와떳떳함-〈사도〉
왕복엽서의서사전략,혹은순백의문학성-〈러브레터〉
우발적죽음과아이러니,도시의우울-〈Crash〉
운명을긍정하는세카이계상상력-〈컨택트〉
유리창에비친내모습-〈렛미인〉
인면수심이라도살아있기만하면-〈비용의처〉
잃어버린시간을되찾는모험-〈미스테리어스스킨〉
저물어가는아버지의이야기-〈부초이야기〉
점프컷의투박함과거울의미장센-〈란위〉
존재이유에대한하위문화적접근-〈언브레이커블〉
죽음과망각,그리고부활과사랑의마녀-〈서스페리아〉
저택의발명과비가시화하는하위주체-〈기생충〉
정의를향한맹목적의지-〈검찰측의죄인〉
진실의지연,혹은시뮬라크르의매혹-〈조디악〉
철의여인은왜외로워졌는가-〈철의여인〉
치유할수없는상처와무심하고아름다운자연-〈맨체스터바이더씨〉
카나리아의그림자를혼자보다-〈세번째살인〉
카메라와현기증,혹은멜랑콜리-〈올드보이〉
팽창하는불모의세계,혹은세외(世外)로의탈주-〈신용문객잔〉
함께살고싶거나,함께죽고싶거나-〈하나비〉
혐오의과거를넘어서-〈헤이트풀8〉
협업의기쁨-〈비긴어게인〉
혼자죽음을감당하는자의추억-〈8월의크리스마스〉
화장(火葬),두개의죽음과헤어지기-〈길버트그레이프〉
C의운명-〈커피와담배〉

C
훼손된세계의완강함과무력한주체의분노
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