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

$10.04
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67
김학중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 출간

“미안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길고 긴 순례 같은 -
지나간 시간을 복원하는 질문의 텍스트
걷는사람 시인선 67번째 작품으로 김학중 시인의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가 출간되었다. 김학중 시인은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은 첫 시집『창세』를 내며 독특한 언어적 스케일을 선보였으며, 제18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신화적 서사를 구축해 나가는 점”과 “블랙유머”의 미학을 높게 평가했다.
시집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는 페이퍼 컴퍼니, 집비둘기, 공중도시, 상자도시, 대형 마트, 가맹점, 주주株主 같은 현대문명의 키워드들을 우화적 기법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 시적 긴장감과 메시지를 함께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결코 끝나지 않을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다이내믹한 이야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텍스트를 선보인다.
우리는 어느 날 잃어버린 여행 가방의 “주인”(「여행지에 두고 온 가방이 있다」)이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물통을 잃어버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당혹스러운 상황”(「게스트 하우스」)에 처하기도 한다. 대체 누가 훔쳤는지 구체적으로 어디서 그것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여긴다. “이제 다만 내게 허락된 여행이 있다면 내가 여행지에 두고 온 그 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뿐일 거라 생각”하는 것 말이다. 접은 종이로 아주 간단하게 회사를 만들고(「페이퍼 컴퍼니」), 질병마저 사고팔 수 있는 그와 그녀의 모든 얼굴을 한 신의 이름을 부르며 마트에 가는(「마트」) 당신과 나. 거리를 배회하는 유령처럼(「가맹점」) 우리는 살아간다. 너무 거짓말 같아서 비현실적인 현실이 바로 이 시대의 초상이다.
저자

김학중

서울에서태어나2009년《문학사상》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창세』와청소년시집『포기를모르는잠수함』,소시집『바탕색은점점예뻐진다』를냈으며,2017년박인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빈채로모여있을물통들
어제는이름이없는
나의밤은오랫동안불면이라
밤은누군가의역
지나간시간이돌아오라고하니
처음의노래로돌아가려하네
누가처음어린연인이되었을까
보이는것은뜨거워지지않는다
누구나의혀
우편의눈
게스트하우스
여행지에두고온가방이있다
치타공


2부아무도읽지않는글자의빛깔
암점
리듬
계시
시간의현수막
테레시아스
몸이곧예언이니
사막의시
세기
세기2
세기3
세기4
세기5

3부모두가떠난곳을살아내는
페이퍼컴퍼니
회전초
집비둘기
어떤명절
손톱에톱니가생겼다
먼지
케이블
빌라
가맹점
오늘의기상예보
스트리트북
공중도시
상자도시
마트
반집

4부텍스트
무력의텍스트
그날의텍스트
수의텍스트
레시피
신의텍스트
해부의텍스트
부록의텍스트
필사자
번역가
물고기텍스트
스물은욥
교환과교환수
주주를찾아서
모두의텍스트
바깥의시작

해설
바깥의길목에서
-정재훈(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우리는살아서먼지가되었다.그사실을우리는거부하고싶다.
-「먼지」중에서

“그들은여기바닥의소리가현실과동떨어진것이라생각했다아니,미안하지만이것은현실이다”라는‘시인의말’에서짐작할수있듯이시집은바닥이라는현실에발디딘고뇌와의문으로가득차있다.시인은특유의무미건조한태도로,블랙유머깃든텍스트로써독자로하여금‘바닥의소리’에집중하게만든다.해설에이러한대목이있다.“당신은제가봤던사람들중에서행실이가장좋은사람이었습니다.왜냐하면질문을갈구하는표정을했었으니까요.평소저는질문을하려는자세야말로진정인간다운것이라고생각했었습니다.”(정재훈문학평론가)이시집을읽고나면질문하는삶의태도가순례자로서의재목이되는것이라고믿게된다.비록현재는서늘하고냉혈한도시의이미지로그려지지만,이시집을덮는마지막엔“떠나간이를기억하는울먹임”(「무력의텍스트」)이우리를위로한다.
시인자신은비록점점시력을잃어가고있지만,그의저항정신은자유로운발걸음으로성큼성큼이어져‘의미있는’과거로돌아가는시간을보여준다.“언제까지나어릴것같은시간이아마도그자리를지나갔을것이다.어디든역인여기에서.”(「누가처음어린연인이되었을까」)처럼사랑스런연인이되기도하고“거기에는어떤비밀도간직하지않았지만우리의숟가락질이남긴흔적들이똑같은모양의텍스트로남아있었다.”(「레시피」)와같이그리움을마주하는시간속으로가기도한다.시인이연주하는음역을따라가다보면여행자처럼그자리에서있는느낌을받게된다.김학중시인은텍스트에담긴힘을아는사람이다.가벼운유머처럼보이는장면에도반성하는자세와비판적인시선을담아냈다.
추천사를쓴전형철시인은시인의숙명이“밝음과어둠의경계를지우고세상의기원과이치를탐구하는일”이라고말하며“지금시인의밤은깊다.(…)김학중은그렇게경전을적고있다.”라며시집속의텍스트들이신의언어같은예언이라고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