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조용한 소설집)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조용한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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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소설집 5
조영한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출간

감상 따위는 허락하지 않으며
요즘 문학의 풍토를 거슬러 오르는
젊은 작가 조영한의 첫 소설
“이것이 소설이다!”
걷는사람 소설집 다섯 번째 작품으로 조영한 소설가의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가 출간되었다. 조영한은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위원인 최윤·박상우 소설가로부터 “폭력성에 무한 노출된 현대인의 왜소하고 나약한 초상”을 작가적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여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의 상상력을 확장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조영한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학교 “숙직실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수위의 모습”을 보고는 “그의 외면과 내면을 제대로 그려내야 한다는 욕구가 마음을 흔들어대”었다고 당선 소감에 썼다. 그리고 등단 후 9년이 흐른 지금, 조영한은 고등학교 수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 우리 현실 어디에나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일용직·시간강사·정육점 칼잡이·방역 노동자·대학 조교·군인·성매매 업소 직원-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현실을 적나라하게 재현한다.
조영한은 우리 삶에 도사린 부조리에 집중한다. 학생도 교수도 아닌 경계에 선 자(시간강사ㆍ조교)들의 현실을 그려내는가(「식탁 위의 사람들」, 「S대」) 하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며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점점 짙어지는 ‘직원’의 모습을 그려내고(「매직」), 죽은 쥐를 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해내는 군부대 매점 판매병(「검은 쥐」)을 통해 현대인의 두려움과 혐오를 묘사한다.
표제작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속 부부는 아이를 나아 기를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피임에 실패했고 결국 둘은 낙태 수술과 정관 수술을 받기에 이른다. 남편은 전염병에 걸린 가축을 땅에 묻는 일을 하고, 아내는 정육점에서 일하며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토기와 씨름한다. ‘죽음’이 일상인 가운데서 그들의 ‘삶’이 지속된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은 부부를 둘러싼 곳 도처에 널려 있다.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 일상화된 아내는 집 뒤편 학교에서 기르는 암탉에 특별히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닭’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결국 “끽뀨우” 하고 소리를 내뱉는다. 동물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울음소리를.
저자

조영한

경기도안산에서태어났다.2013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오늘
묻혀있는것들
그들이눈을감는시간에
식탁위의사람들
S대
검은쥐
매직
그들의가나안

해설:구역질,혹은소설적진실과아이러니_임정균(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는빵을뜯었다.항바이러스부작용도,가금류로만든음식도,
오리모가지를비틀던촉감도,발이시커맸던시신도,
방에서이야기를듣던순간도잊을수있었다.
-「그들이눈을감는시간에」중에서

내소원은살만큼살다가일이라도안하는날에,
아무런고통없이편안히떠나는것이에요.
-「오늘」중에서

조영한의소설이가진독보적힘은어설픈감상과허위를용납하지않는끈질긴응시에있다.정지아소설가의추천사를살펴보자.
“조영한의‘그들’,이름없는‘그들’은살기위해전염병에걸린가축들을살처분하고,자신들의아이마저처분할수밖에없다.사는일이팍팍하여생명을죽인죄의식을느낄수도없다.그래서그들은외치는대신가만히읊조린다.옳고그름따위는없다고.원인과결과만이있을뿐이라고.(…)일말의희망도남아있지않은21세기,전태일의후손들은자신과똑같은처지의망자가남긴몇푼의돈으로한끼의허기를달랠뿐이다.”
그렇다.조영한의소설에는감상이나위로가없다.조영한의소설은근래발표되는그어떤소설과도닮지않았다.그의이야기는요즘문학의풍토를힘차게거슬러오르며‘부끄럽고’‘무참한’우리모두의비극을펼쳐낸다.“철수나영희라는특정인물에게만닥친비극이아니라누구에게나닥칠수있는비극”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