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피

식물성 피

$12.00
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70
이주송 『식물성 피』 출간

“필통 속엔 달그락거리는 숲이 자란다
연필심에 침을 묻히면 그 진한 토씨들이 흘러나온다“

잊고 있던 숨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동화 같은 시
뿌리를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안부
걷는사람 시인선 70번째 작품으로 이주송 시인의『식물성 피』가 출간되었다. 이주송은 2019년 7회 ‘평택 생태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202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주송이 쓰는 시는 늘 강인한 생명력과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 시를 밀고 가는 역량이 섬세하면서도 힘차다. 마치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 흐름도 눈에 띈다.
추천사에서 류근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주송 시인의 언어는 우리가 일찍이 다 잊고 내다 버린 시의 성실과 진심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또 이승하 시인은 “이 지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뭇 생명체의 삶에의 의지를 찾아내는 예리한 관찰력, 그것들의 몸짓을 아주 꼼꼼하게 그려내는 치밀한 묘사력은 마스크를 쓰고 팬데믹 시대를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더욱 의미 있는 인간의 막다른 골목을 아이러니하게 다루고 있”(김익균 문학평론가)다는 점에서 이주송의 시집은 진보적이고 고무적이다.
이주송은 상생을 이야기하며 우리 곁에 자연의 숨결과 무늬를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햇볕을 잘라 와 찢긴 면바지에 무늬를 새기죠/(…)/회화나무에서는 얼룩도 헹궈내는/바람이 있으니까요”(「회화나무 세탁소」)라는 대목처럼 친근한 일상에 자연을 접목시키는 장면들이 있는가 하면, “제 몸에 눈 녹은 묵은 봄이 가려워/멧돼지는 부르르 온몸을 털어댈 터/씨앗들은 직파 방식으로 파종될 것이다/(…)/번지는 초록들은 멧돼지의 숨결/국경도 혈연도 지연도 없다”(「풀씨창고 쉭쉭」)라는 표현처럼 우리가 잊고 살던 생명 존재를 불러와 유쾌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타자를 향한 따듯한 인식, 열린 눈, 포옹의 방식으로 생물체들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인식시켜 준다.
이주송 시인의 눈은 다각의 방향으로 열려 있다. 흔한 사물과 풍경에도 숨을 불어넣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특히 “물기 없는 뒷말들의 포자, 공중에 찍히다 만/새들의 발자국도 내게 질끈 묶였으니” (「노란 고무 밴드」) 같은 표현, “눈물방울이 튈 때마다 파문은 여백을 키웠고/형광펜이 지나간 기슭엔/꼬리 잘린 의문 부호들이 질퍽했다/관성을 바를수록 서로의 표정은 두꺼워졌고/초여름의 쇄골이 도드라졌다” (「종이를 차지하려고」) 같은 표현은 우리가 본 적 없는 새로운 시어로 이미지를 연출해낸다. “골목이 사슴뿔처럼 능선을 향해 뻗어 있다/(…)/뿔이 벗어 놓은 샛길이 가끔 발견되기도 하지만/오늘 밤은 갈이 중이어서 모퉁이가 간지럽다”(「사슴」) 같은 문장도 마찬가지다. 그의 시는 자연의 색감을 풀어내 시각적 요소를 부각시키고, 그로 인해 시의 생명력이 높은 탄성彈性을 가진다.
인간으로서의 생명성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해 시인은 끊임없이 노래한다. “그리움의 지침에는 식전과 식후가 표기됩니다 날씨를 살피거나 호칭 하나 챙기는 일도 그와 같을 것입니다”(「앓아야 압니다」)란 문장에서 보듯이 그는 “암흑에서 웃자라는 콩나물처럼” 앓는 시간을 이겨낼 ‘그날’을 시로써 열망한다.
저자

이주송

전북임실에서태어났다.2019년7회‘평택생태시문학상’대상을수상했으며,2020년농민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향기에도난간이있어
식물성피
단맛의연대기
회화나무세탁소
풀씨창고쉭쉭
연기의뭉치들
라일락과오월은점점휘어지고
나무가마를때
안착
퐁당,소리를아끼지말아야한다
수은주
각주
짧은,숲한권
농막의표준시간차
춤추는밥
벚나무열쇠

2부모란몇송이를끌어들여
극지
노란고무밴드
소행성260LJS
낮달
사슴
별의기원
물집
미끄러운잠
앵무새
썰물의서
도시빙하기
창세기
무른곳이많다
레미콘

3부안부를묻는방향이바뀔때마다
내힘은내편이아니다
풀벌레채집통
불씨를얻다
중심의발견
종이를차지하려고
앓아야압니다
일렁이는것들
손가락
기나긴독서
안전마개
나르시시즘
비를틀어놓고
머리를맞대고

4부그늘몰래
무릎의계류
팬데믹
물드는일
분별력
헛제삿밥
엄마의끝
무아의나무들
불룩한등
웅크린집
퇴로가차단된숲
그늘몰래
풍속을달리는말
물의악보
잠수함이있는곳
코리아케라톱스화성엔시스

해설
꽃의시동-하이브리드화실천으로서의시
-김익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