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 (최은 장편소설)

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 (최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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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소설 6
최은 『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 출간

‘잔혹 칙릿’, 수면 아래 적나라한 욕망의 세계
첨단 도시의 사각지대에서 분투하는 ‘유리’의 현주소
걷는사람 소설 여섯 번째 작품으로 최은 소설가의 장편 『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가 출간되었다. 최은은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켄의 세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새로운 신인 소설가의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신춘문예 당선 당시에 “욕망과 교환의 세계를 묘파한 수작”이라며 신인의 패기로 ‘호스트바’라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정면 돌파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신예 작가 최은이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은 현대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최은이 직시하고 인지하는 세계란 바로 꾸밈없는 날것의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작가는 ‘젊은 여자들의 삶’에 대해 주목한다고 언급하는데 “비틀거리고, 무수한 좌절을 겪지만, 꿈꾸길 멈추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욕망하는 존재들. 때로 그 욕망이 허무하거나, 괴상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할지라도, 추구하는 여자들”의 다이내믹한 삶을 조명한다. 『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는 채유리라는 한 여성을 통해 부패한 욕망만이 들끓는 현실을 겨냥하고, 그 삶을 통해 독자에게 세계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과감하고 도발적인 최은의 첫 장편소설은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에 고하는 치명적인 전언이다.
저자

최은

서울에서태어났다.2017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소설「켄의세계」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청담
역삼-1
디지털미디어시티-1
역삼-2
디지털미디어시티-2
역삼-3
홍대&신림
디지털미디어시티-3
역삼-4
디지털미디어시티-4
역삼-5
디지털미디어시티-5
신도림
역삼-6
디지털미디어시티-6
역삼-7
역삼-끝
디지털미디어시티-끝
홍대-1
홍대-2
홍대-3
테헤란로-1
테헤란로-2
전북군산-1
전북군산-2
전북군산-끝
그랜드하얏트서울

해설:카타스트로프의현기증,나는그곳에없었다_황유지(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토끼굴엔발만삐끗하면누구나빠져들어갈수있다”
자본주의끝판왕사회에서타락한앨리스의방황기

모든면접은중개자없는매춘이다.우리는밥과빵을얻기위해자신의어떤것을팔아야만한다.자신의무언가를거래하지않으면세상에들어갈수없다.그것이재능이건,총기건,지력이건,젊음과매력과성기건.(16쪽)

이소설은한국소설에서쉽게볼수없던‘잔혹칙릿’이다.주인공채유리는다양한회사의면접을전전하며“내심가장기대를걸었던입사면접에서떨어진직후”에“성인인증만하면바로볼수있는19금바(Bar)알바사이트”에접속한다.그곳에는룸살롱,방석집,보도방,키스방,심지어유신시대에사라진줄알았던요정방까지존재하고있었다.유리는“이도시틈새에내방하나를마련할때까지”자신의일자리를찾아나서게되고,결국낮에는기획홍보관련일을하고,밤에는매춘일을하며삶을이어간다.이소설의이야기는낮과밤이교차적으로이루어지는데,이질적이고낯선시공간이뒤바뀌면서유리의일상을숨가쁘게추격한다.현실과환상의경계를오가는듯한유리는어쩐지낮과밤에겪는일들이다르지않게느껴진다.

예전에어떤여자애를좋아했는데요,네동성이죠.그게뭐중요한가요.전제가동성애자나양성애자면어떻고아니면어떠냐,다른사람들과하등상관없는데,라생각하지만,제가어쩌다보니좋아한사람이동성이었을뿐이라는비겁한서사로도망치지는않을거예요.아무튼그애를제가오랫동안환상의제단위에올려놨거든요.다른남자애들이랑즐겁게계속연애하면서.실은제가사랑하는사람은모든이런허무한육체적교통과다른차원에있었다,무의식적으론이런자기합리화를했던것같아요.근데비속과고상,쾌락과정신,이성과동성,이런이분법도사실은다모순이고쓸모없는굴레인거예요.제가나갈길은두개예요.하나,다른여자랑자보거나,둘,남자의몸에만철저히반응하면서살아나가거나.(326~327쪽)

이소설에는일상에서쉽게찾아볼수없는다양한층위의인물들이등장한다.그인물들은유리를중심으로공전하면서‘채유리’의자아를형성한다.유흥업소의포주이실장,상대방에게고가의핸드백을받는것을젊음의권리로여기는희애,언제나나비약(다이어트약)에취해있는유흥업소동료서연,유리가태어나처음으로숫총각이라고느낀현재,비밀연애를하고있는서주석등.각자의욕망에충실한입체적인인물들은저마다현실의세계이면에있는파편들을상징적으로잘보여준다.하지만그중에서도가장중요한인물은유리의동성애상대인자인이다.유리가처해있는현실세계에서유일하게‘존재’하는인물은자인뿐이다(자인은독일어로‘존재’를뜻하는데,어휘적맥락이겹치는것은우연의일치일까).자인은적어도“이데올로기와좀비가아니었”으며타인의눈에갇히지않은채“누구의도움도없이자신의꿈을이루려”는인물이다.“달리한껏고양된자의식덩어리로서”의자인은유리에게있어서“정신세계를떠받치는일종의관념”이되어버린다.하나의이상향이되어버린자인이“거머쥐고있는세계만이유리의진짜욕망”(해설,황유지)을보여준다.유리는진정한사랑으로써자인을갈망한다.자인과눈을맞추고,대화하고,껴안는순간만이본인이진정으로살아있음을느낀다.
추천사를쓴강영숙소설가의표현을빌리자면,이작품에는노동의가치에대한근원적인질문이담겨있다.사회생활을시작한유리는자연스럽게타자에의해성적욕망의주체가된다.그것은본인의선택과는무관하게필연적인사건으로서발생한다.이른바신자유주의는모든것을사고팔수있는‘서바이벌시장’의형태를갖추고있는데,그중에서도유리가한칸방을구하기위해노동을자처한곳은매춘시장이다.결국성적욕망의‘주체’가되면서유리가선택한삶의방식은육체와영혼의분리이다.매춘은“‘몸을파는것’이아니며,‘몸바깥에서일어나는무형의운동’”이라는자기기만적전략으로(해설,황유지)삶을유지한다.이소설속의‘유리’는현시대를살아가는모든여성의원형은아니다.하지만이소설은지금도사회어딘가에‘유리’가존재한다는것을말해준다.모두가외면한‘유리’의삶이오롯이드러나는것만으로도부패한이세계에적지않은균열을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