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타클라마칸

주점 타클라마칸

$12.00
Description
“찔레꽃 향기를 저잣거리에서 싸구려로 팔아넘겼습니다.
되지빠귀의 환희를 울음으로 오역했습니다.“

허기를 채워 주는 자비 한 스푼 머금고
‘그늘진’ 당신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
걷는사람 시인선 75번째 작품으로 정용기 시인의 『주점 타클라마칸』이 출간되었다. 2001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화요문학’ 동인으로 활동 중인 시인은 『하현달을 보다』 『도화역과 도원역 사이』 「어쨌거나 다음 생에는」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정용기 시인은 현대사회에 복무하는 시민으로서, 시인으로서의 문제의식을 시에 담아내며 세상에 대한 성찰과 자기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정용기 시인은 더 극진히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태도를 취한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공짜로 챙긴 풍광이 어마어마했습니다./그늘진 곳을 애써 외면했습니다.//용서를 빕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되풀이되는 잘못들에 대한 용서 구함이다. 시집을 펼치면 온통 사막뿐인 곳에서, 잠 못 드는 도시의 밤 속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시인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산업 문명에 의해 쫓겨난 생명체들,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도 못한 이웃들과, 로드킬 위험에 처해 있는 고양이들, 대형 슈퍼마켓과, 목숨을 걸고 배달해야 하는 배달 노동자들, 그리고 적자뿐인 가계의 삶. 이곳(도시)은 결국 “온갖 쓰레기들의 고상한 고향”이고, “주체 못 할 욕망을 가득 실은 카트”(「나는 오늘도 코스트코에 간다」)가 오가는 곳이다. 그리고 시인은 더 무서운 현실을 직시하고 만다. 나 또한 “이 욕망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김안 시인, ‘해설’)다고 말이다.
한없는 인간의 욕망에 떠밀려 지금 도시는 사막과 다름없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표제작 「주점 타클라마칸」은 도시와 사막의 일상을 겹쳐 놓고 있으며, 이 겹침은 도시의 삶에 대한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다. 그리하여 이 시 속에 표현된 “마두금 흐느끼는 소리”는 어쩌면 시인의 울음소리와 같은 것이 아닐까.
욕망투성이의 현실에서 그나마 시인에게 삶의 균형 감각을 일깨워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저물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양애경 시인, ‘추천사’)일 것이다. 시집 3부에 놓여진 시 「벚꽃축제」 에는 가슴 먹먹한 장면이 펼쳐진다.
“저승에서 잠시 짬을 내어 오신/어머니가 가마솥 가득 밥을 안쳐 놓았다/가마솥 안의 쌀들이 불꽃을 받아들여/투명하게, 하얗게 부풀고 있다”라며, 봄날 환하게 피는 벚꽃을 마치 돌아가신 어머님이 지어 주신 뜨끈한 밥처럼 그려 놓는다.
이처럼 시인은 시공간을 초월한 모성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생의 찬란함을 노래한다. 그 찬란함을 기억함으로써 시인은 ‘사막 타클라마칸’에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구원받고 있으며, 이 시집을 펼치는 독자들 역시 기꺼이 그 구원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용기

경남진주에서태어나2001년《심상》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하현달을보다」「도화역과도원역사이」「어쨌거나다음생에는」을냈으며,‘화요문학’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빗소리몇평쯤들여놓고
슬하
통영은칠월에도미회를뜬다
오십견
넥타이
장마
조종사

이화에월백하고
소가죽소파
십리사탕
에이스침대
편두통
솜틀집

2부우두커니와물끄러미사이
크라슐라오바타
찔레꽃백서
고콜
봉제인형
일포스티노
형상기억합금
유도화
우화
갈대의순정에부쳐
밥집
억새꽃
원고료
가로등비망록
그놈의물티슈

3부집도절도없는봄
물구슬
입춘
수양버들봄호
벚꽃축제
목화
공주
유월
11

살구꽃
감자꽃
야말반도의꼴랴에게
터키2

4부출구는어디쯤입니까
그레타툰베리
경칩
1004호
고양이를부탁해
야옹아야옹,해봐
나는오늘도코스트코에간다
2021겨울,가계부
신호등,미안합니다
투르크메니스탄도좀이기면안되나
마중
두절가자미
올뉴소렌토49조0677보고서
주점타클라마칸

해설
용서에다다르기위하여
-김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