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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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76
고선주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출간

“하늘을 아무렇게나 구겨 넣은 빈집에서
빈 꿈을 꾸고는 개운해졌다“

우리 삶의 상처와 결핍을 치유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순간들
걷는사람 시인선 76번째 작품으로 고선주 시인의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가 출간되었다. 199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계간 《열린시학》 및 《시와산문》 등에 시와 평론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꽃과 악수하는 법』 『밥알의 힘』 『오후가 가지런한 이유』 등의 시집을 출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삶을 둘러싼 현실의 그늘을 인지하면서도 세상을 감싸는 한 줄기 온기를 놓치지 않는 시인의 끈기 있는 마음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로 도착한 것이다.
이번 시집은 새로운 삶의 향방을 모색하는 동시에 부재한 집의 부정성으로부터 삶을 지켜낼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동안 펴낸 세 권의 시집에서 한결같이 엿보였던 좌절을 근간으로 한 삶의 깊은 상실이 더욱 분화하고 있는 동시에 일상의 복원을 갈구한다.
시인은 적확하고도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모두들 흔들리지 마라고만 말하네/누군들 흔들리고 싶은 사람 있을까”(「안락의자」)로 시작되는 시가 특히 그렇다. “되레 흔들리지 않기 위해/어느 날 집에 흔들거리는 안락의자 하나 들여놓았다”는 시인은 위로나 공감을 구하는 대신 “여전히 안락의자 위에서/흔들거리는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의 상처와 결핍을 보듬는다.
시인의 고요하고도 진솔한 위로는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시집에 수록된 여러 작품을 통해 형상화되는 ‘집’과 ‘오르막’에 그 힌트가 숨어 있는 듯 보인다. “흙집은 공평하지 않던 세상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기억에서 매몰되던 그 집」)라는 말처럼, 시인은 따뜻함을 포기하기 쉬운 현실 속에서도 서정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오로지 시인의 마음가짐으로 “다만 오르막을 오를 때는/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오르막길」)라는 진술을 통해 삶을 대하는 시인의 주체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추천사를 쓴 이병국 시인은 고선주의 시집에서 “세계의 강제로부터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본다. 또한 “삶에의 긍정은 부정을 부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부정으로 말미암아 현실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의 새로운 시집을 향해 찬사를 보낸다.
‘시인의 말’은 “긴 꿈에서 막 깨어났다”라는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고선주 시인에게 당도한 긴 꿈은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 그 꿈에서 깨어난 시인은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게 될까. 이제 시인은 섣부른 위로 대신 우리를 향해 긴 꿈을 넘겨준다. “몸을 기대며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세상”(「의자의 해석」)에서조차 “온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은/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 추워서 떠는 일 없기를 희망한 때문”(「사계에 대한 아포리즘적 정의」)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 시인의 따뜻한 여정에 발맞춰 보기를 권한다.
저자

고선주

1996년《전북일보》신춘문예와계간《열린시학》및《시와산문》등에시와평론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꽃과악수하는법』『밥알의힘』『오후가가지런한이유』를냈다.

목차

1부너를보니먼지가수북해오늘은어때
이를테면반품
무등의화가
안락의자
사계에대한아포리즘적정의
초긍정의힘
잠의접시
편도선유감
햇빛꼬집다
해탈문앞에서
소음의탄생
어제처럼

2부골목길끝하늘구겨넣은집한채
그늘마저나간집으로갔다
기억에서매몰되던그집
집없는집에서살던날의단상
암자에오르다
그집에서는잠만불러들였지
유년의집
장작불이짓는집
아늑한집
야구장에서집을생각하다
집으로가는중
그집
빠른집

3부북적북적한사람들사이파닥거림
北과book
악마의얼굴을보았다
책의화형
마감시간
무서운입
이런전쟁또있을까
온기만남아있어도
철의노래
낡은운동화
뒤셀도르프의그림자
아카시아이파리

4부길을가다막힌,길끝에서만난일상
오후의호수
오르막길
위장의미학
어느화초앞에서
바닥
거짓말
간장의이면
소리잃은피아노방에머물다
샤워호스

5부너지친거니가슴에솟구치는그무엇
눈없는것들어디로갔을까

의자의해석
봄에드는생각
시계
열대야
일상의기록
난을키우며
바람빠지는일
거짓말

해설
새로운삶의방식을모방하는일
-이병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