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시인선80번째작품으로하기정시인의『고양이와걷자』가출간되었다.시인하기정은2010년영남일보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해시집『밤의귀낮의입술』을냈으며,제4회5·18문학상,작가의눈작품상과불꽃문학상,시인뉴스포엠시인상을수상하기도했다.2018년불꽃문학상을받을당시“낯설고위험하고매력적인질문으로가득하”다는평을받았던것처럼,하기정은이번시집에서마음과마음이만나생기는마찰과겹쳐짐,그리고의식과무의식을넘나드는상상력으로환상과실재의앙상블을선보인다.
하기정시인은누구보다도섬세한감각을가진사람이다.손가락하나로라도건드리면툭,터져버릴것같은투명한물방울같은존재를그는예의주시하며누군가의내부에잠겨있는것들,그림자,무의식,꿈,기억과같은것들에관심을기울인다.이런관심법에의해서하기정의시에등장하는사물과사람,풍경은새로운생기를얻게되고,삶을회복하며,신비로운힘을겹쳐입게되는아이러니.이런그의시작태도를‘뒤로나아가는시작(詩作)’이라불러도좋지않을는지.특히“나는,물같은시를쓰고있는가(…)궁핍을위한궁리를하는가,불에그을린냄비처럼생활이묻어있는가,뒤집힌양말처럼다시뒤집을혁명이있는가”(「뒤로나아가는」)라는표현은하기정이얼마나모험과혁명(꿈)을갈망하고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그리하여그의시는“뒷걸음질쳐서,앞서가고강해지라는시대의정언명령을저버린채뒤처지고취약해지기를택한다.”(김지윤,해설중에서)
하기정의시를읽다보면자연스럽게‘누구나하나의우주’라는말을떠올리게된다.하기정은하나하나의우주를호명하며,때로는그우주의환부를치유하기위하여마치사랑에빠진연인처럼열렬하고맹렬하게걷고,달리며,시를쓴다.그러나그가받아쓴통증은얼마나참혹한가운데아름다운지.“별이반짝이는건/보고있는사람의눈동자가/젖어있기때문이야”(「거리에서」),“아름다운사람은물오른나무의수액을받아오네/손가락을잘라수혈하네”(「사월」),“남아있는것들은/모두네가가져간것들/내가문건내꼬리였다”(「종이의기원」)같은구절들이그러하다.
김지윤문학평론가가강조한것처럼“그에게중요한것은꿈이깨지않는일”이다.“사라지지않기위해온힘을다해반짝이는별이되어어둠속에서희미하게빛나고,누군가의곁에존재하기위해‘심장을쪼개어반반씩나눠가져’간후‘한쪽가슴을도려내어너에게던’(「여름의키스」)진후함께뛰는고동소리를듣는것이다.이것이시인이세상을사랑하는방법이다.”(김지윤,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슬픔의한가운데에서보려고했던
균형과평형을이루려고
흔들렸던,
매혹과미혹사이에서
쌓이고
사라지기를
여지없이반복할것이다.
2023년2월
하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