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은 사람이다 - 걷는사람 시인선 82

나는 죽은 사람이다 - 걷는사람 시인선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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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경교

충남서산에서태어나1986년《월간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모래의시』『목련을읽는순서』『장미도월식을아는가』등,산문집『청춘서간』『장강유랑』등을냈다.현재명지전문대문예창작과교수이다.

목차

1부내이름을부르는소리

옻나무
나는죽은사람이다
턱이말을할때
1925년생1
1925년생2
큰어머니
강물
눈병
순사와유령
기일
그가죽어누워있을때
아버지1925-1998
탈출기

2부나는네아비의혼령이다

붉은강
붉은독
곁길로빠지다
가족사진
아기나리
뜨거운눈
출렁출렁
소녀상
그림자속으로들어간소녀는어떻게되었을까
이상한대화
두꺼운잠
따스한잠
무당사
돌아오라,쏘렌토로

3부나는분명이곳을지나간적이있다

낙타와나
모래산
좁교가간다
폭설속에서쇠못을보거나까마귀울음소리를듣네
별빛이벨소리를울리네
나무중독자
햇살환한오후
에게해
사무라이까마귀
페인트가칠해진새
흰목물까마귀
낯선곳

4부울음을기다리는곳

여치당숙모
진로1
진로2
곡비여자
외팔이아저씨1
외팔이아저씨2
더더쟁이소리꾼
오지않는사람들
세번째비파나무
산상음악회
도요새
이름을묻다
등신불이야기
새알꽃

해설

나는살기위해죽으리라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나는좁교가아닌데어깨가무겁다짐도지지않았는데
숨이차다좁교는핏줄처럼내곁에붙어있다”

이름없는개인의삶을통해들여다본
시대의자화상,그리고시를통한씻김굿

1986년《월간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해다수의시집과산문집을내며왕성한활동을해온이경교시인의시집『나는죽은사람이다』가걷는사람시인선82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

“역사란과거와현재의끊임없는대화”라는에드워드카의말을인용해이경교의시세계를꿰뚫어본이병철평론가의말처럼,이경교시인은이번시집을통해거대한역사의물줄기에의해고통당한‘아무개’였던아버지의삶에천착하여들어가그속에담긴슬픔과한(恨),미망(未忘),꿈들을한편의신화같은이야기로그려낸다.그리하여이시집은크나큰역사의흐름속에서“슬픈무늬를만들어갔던가장약하고아름다운사람들에대한헌사”(박형준시인)로읽힌다.

신산한삶들을위무하는이경교의시는한맺힌이의원한을풀어주는씻김굿처럼여겨지기도한다.1925년에태어나1998년에돌아가신그의아버지‘이우목’,남편을향한그리움에강물에몸을던진‘큰어머니’,평생울음으로그을어있었던‘곡비(哭婢)여자’,말더듬이였지만구성진상두가를풀어내던‘더더쟁이소리꾼’,어릴적홍역을앓고말을잃어버린친구‘진로’,한쪽팔이없지만누구보다도평화로운세계를노래했던‘외팔이아저씨’…….아무도기억하지않았던무명(無名)의삶을시인은매혹적이고도신비한이야기로풀어낸다.

징용에끌려가고인민군에게끌려가기도하며기구한인생을산농부아버지로부터죽음의기억과변방의삶을물려받은이경교시인은활자중독자,은유중독자,상징중독자가되었다.그리고그런스스로를‘나무중독자’라고칭한다.“내몸속에선옻나무가자란다아비가흘려놓은옻독이핏속을흘러다닌다”(「나무중독자」)고고백하는그는평생나무가좋아산에오르고,나무로만든연필과종이를쥐고시를쓰고,나무들의수런거림을쫓아먼곳의오지를헤매기도했다.그방랑은폐기된시간,소외되고버려진이야기를무대로끌어올리기위한기나긴여정이었을것이다.그리하여이경교는서정과서사,현재와과거,여기와저기,삶과죽음,의미와이야기의공존을통해역사와개인의간극을좁히고,현실과환상의간극을무화시키며‘입체적상상력의시’를구현해낸다.

박형준시인은“시간이지나면아무도기억하지못할사람들의운명.그러나옻독이온몸에퍼져피부에꽃이피듯시인의마음에는아버지의옻독이흘러들어한권의시집을완성했다.시가생명을가진존재는아니지만우리마음속에남아있듯시인의아버지는이미죽은사람이지만동시에우리곁에영원히살아있는사람이다.”라며이시집의의의를밝힌다.

시인의말

손을좀다오그림자가손을내밀었다저손을잡아야하나머뭇거리는사이밝은빛이스며들었다눈을떴으나,다시환한꿈이계속되었다

2023년정월
이경교

추천사

역사의큰흐름속에서우리부모님세대는강물에떠내려가는꽃잎처럼약한존재였다.그러나물결의무늬를자신의몸안에새기며누구도흉내낼수없는자신만의무늬를완성해가며최선을다해살아왔다.시인의아버지는1925년에태어나1998년에돌아가셨다.어떤사람은그세대를두고어리석다고말할지모르지만,이시집은그슬픈무늬를만들어갔던가장약하고아름다운사람들에대한헌사이다.한때는머슴으로,허기진꿈결에일본인으로,인민군과국방군사이에서늘곁길로다녀야했던사람을부끄럽다여길지모르지만,그부끄러움으로우리를먹이고입히며소리없이곁을떠나셨다.옻독으로“몰래몰래곁길만걸었”던아버지를따라간것일까,“무리에섞이지못하”(「곁길로빠지다」)며시인의길을걸으며서러움에“그는왜하필그때태어났을까?”(「그가죽어누워있을때」)자주물었을것이다.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을거치고산업화시대와민주화운동,IMF가끝나경제적풍요로움이우리앞에펼쳐질때그는떠났다.

이시집은시인자신의개인사에서가족사로그리고우리시대의자화상으로읽힌다.시집속의‘진로’,‘곡비여자’,‘외팔이아저씨’,‘더더쟁이소리꾼’과종친어르신들은“사진속을걸어나”가“어디로갔을까”(「가족사진」)찾아보지만이미“동구밖으로흘러가는꽃구름처럼상여는”(「출렁출렁」)흘러가고시간의흐름속으로떠내려간이들은애석하게도지금우리곁에없다.시간이지나면아무도기억하지못할사람들의운명.그러나옻독이온몸에퍼져피부에꽃이피듯시인의마음에는아버지의옻독이흘러들어한권의시집을완성했다.시가생명을가진존재는아니지만우리마음속에남아있듯시인의아버지는이미죽은사람이지만동시에우리곁에영원히살아있는사람이다.
-박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