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 테리블

앙팡 테리블

$12.00
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83
안지은 『앙팡 테리블』 출간

“당신에겐 사랑이 불가능해서 나는 꿀 수 있는 꿈들만을 꾸고
잠들 수 없는 밤이 계속돼서 나는 사랑하는 척을 했다”

끈덕진 사랑을 표현하는 부드러운 언어
“우리”를 구원하는 오래도록 집요한 상상
201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지은 시인의 첫 시집 『앙팡 테리블』이 걷는사람 시인선 8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지옥에는 다 자란 내가 있다고 믿으며 매일을 버텼다”(신춘문예 당선소감)라던 시인은 “두 손을 모으고 천사의 마음으로 다 괜찮다고 말(「안전제일」)”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갖춘 채로 돌아왔다. 무서운 아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인 “앙팡 테리블”답게 뛰어난 감각을 선보이는 신예 안지은이 벼려낸 54편의 시가 『앙팡 테리블』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시인은 사랑이 할퀴고 간 통증의 잔흔을 안지은만의 탄성 있는 언어로 형상화한다. 시인이 그려낸 시세계에서 사랑은 비단 아름답기만 한 물성이 아니다. 사랑이 휩쓸고 간 자리엔 고통과 흉터라는 잔재가 남으며,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온전한 “우리”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듯이 “나”와 “너”로 분리되어 끝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렌트」)라는 이름을 가로막는 벽 앞에서 주저앉는 대신, 부서지고 허물어진 마음을 끌어안은 채로 다시 사랑에 뛰어들기를 선택한다. 안지은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집요함이 사랑의 의미를 재창조한다.
이 세계에서 화자와 대상은 관계의 균열과 단절을 마주하지만, 부딪치고 깨어지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성장한다. 가령, 인물들은 “시간은 관계를 잘도 훔쳐 가고/어느덧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가 된다”(「다큐멘터리」)라는 낭만적 사실뿐만 아니라, “대상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마음은 대상이 될 수가 없다”(「Walking in the rain」)라는 서글픈 진실까지도 깨닫는다. 따라서 사랑의 양면을 체감한 연인들은 “진심을 불태워 불행을 만들”(「데자뷔」)기도 하고, “바깥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우리를 얼룩으로 볼까”(「라온빌」) 궁금해하며, “모든 짐작은 소용이 없고” “눈앞이 흐려져도 슬픔은 도리어 선명해”(「비현실」)지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손깍지를 낀 채로/조금씩 멀어지는 것”(「신앙」)이 유달리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나는 벽을 더듬으며 조금씩 걸었다//그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라 믿었다”(「이 모든 것이 사랑에서 비롯된 미래는 아니길 바랐다」)라는 마음이다.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믿는 마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사실을 시인은 이미 아는 것 같다. 안지은이 그리는 인물들은 사랑이 내포한 무한함을 믿음으로써 더욱 온전해지며, “너는 생각만으로 나를 나아가게 해”(「제이에게」)라는 속삭임은 그 자체로 진실이 된다.
홍성희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질서를 만드는 공간과 그로부터 배제되는 공간을 모두 알고 있는 자의 위치에서 안지은의 시는 상호 배제적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이 분리된 공간감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을 마음 다해 찾는다.”라고 진단한다. 또한 “안지은의 시는 진심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삶의 공간은 여전히 구획화되어 있으며, 그 구획이 사람을 특정한 공간감에 강박처럼 결박되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일에 몰두한다.”라는 점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시집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추천사를 쓴 정다연 시인은 안지은이 펼쳐 보이는 “끈덕진 사랑의 장면”의 면면을 살피며 감탄한다. “그것은 이를테면 우박이 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남는 것은 자세뿐일지라도 기꺼이 정물의 자세를 기르며 한 뼘 나아가는 것. 그 풍경 속에 있노라면 어느덧 깊은 어둠 속에서도 밝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자라게 된다.”라고 짚으며 안지은의 첫 시집에 찬사를 보낸다. 이 시집을 펼친다면, “조금 더 잘 실패하기 위해서”(「신앙」) 기꺼이 달려드는 눈부신 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안지은

저자:안지은
서울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다.2016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창작동인‘니은들’로활동중이다.

목차

1부나는잠깐사람

텐션
비현실
공원에서의대화
정서와서정
안전제일
이모든것이사랑에서비롯된미래는아니길바랐다
버드오브파라다이스
카니발리즘
엑소더스클럽
데자뷔
플라스틱아일랜드
송구영신

2부무단투기금지

Walkingintherain
에덴에게
희귀종
불면증
장례
오늘의운세
기일
식물일기
핸들링
트리거
스테레오타입
자정의숲,벌거벗은소년들
Vertigo
소각장

3부부드러운악과조용한선

터닝포인트
지그재그일거라고
철로를베고누우면
다큐멘터리
지키의농구
머그샷
동심원
총을뽑아들기직전의카우보이와뒤돌기직전의나사이에는무엇이
윈터블루스
요리사사티
신앙
주사위의일곱번째면
리사이클
팬데믹

4부마음은플랑크톤

슬픔은화분의자세로
평화와평화
라온빌
제이에게
더로스트드라이브
렌트
우리의오해는영원히
앙팡테리블
블랙아웃
생태계
5년
신기루
편성
세실리아

해설

ㅁㅗㅁ
-홍성희(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당신에겐사랑이불가능해서나는꿀수있는꿈들만을꾸고
잠들수없는밤이계속돼서나는사랑하는척을했다”

끈덕진사랑을표현하는부드러운언어
“우리”를구원하는오래도록집요한상상

2016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안지은시인의첫시집『앙팡테리블』이걷는사람시인선83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지옥에는다자란내가있다고믿으며매일을버텼다”(신춘문예당선소감)라던시인은“두손을모으고천사의마음으로다괜찮다고말(「안전제일」)”할수있는성숙함을갖춘채로돌아왔다.무서운아이라는의미의프랑스어인“앙팡테리블”답게뛰어난감각을선보이는신예안지은이벼려낸54편의시가『앙팡테리블』이라는이름으로묶였다.

시인은사랑이할퀴고간통증의잔흔을안지은만의탄성있는언어로형상화한다.시인이그려낸시세계에서사랑은비단아름답기만한물성이아니다.사랑이휩쓸고간자리엔고통과흉터라는잔재가남으며,이과정에서인물들은온전한“우리”가될수없음을증명하듯이“나”와“너”로분리되어끝내“제자리로돌아간다.”하지만이들은“우리”(「렌트」)라는이름을가로막는벽앞에서주저앉는대신,부서지고허물어진마음을끌어안은채로다시사랑에뛰어들기를선택한다.안지은의세계에서는이러한집요함이사랑의의미를재창조한다.

이세계에서화자와대상은관계의균열과단절을마주하지만,부딪치고깨어지는과정을통해마침내성장한다.가령,인물들은“시간은관계를잘도훔쳐가고/어느덧너는무럭무럭자라서우리가된다”(「다큐멘터리」)라는낭만적사실뿐만아니라,“대상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음//마음은대상이될수가없다”(「Walkingintherain」)라는서글픈진실까지도깨닫는다.따라서사랑의양면을체감한연인들은“진심을불태워불행을만들”(「데자뷔」)기도하고,“바깥에서우리를바라보는사람들은우리를얼룩으로볼까”(「라온빌」)궁금해하며,“모든짐작은소용이없고”“눈앞이흐려져도슬픔은도리어선명해”(「비현실」)지는현실을받아들인다.“손깍지를낀채로/조금씩멀어지는것”(「신앙」)이유달리서글프게느껴지는것은그때문인지도모른다.

그럼에도이세계를지탱하는것은“나는벽을더듬으며조금씩걸었다//그게앞으로나아가는방법이라믿었다”(「이모든것이사랑에서비롯된미래는아니길바랐다」)라는마음이다.믿음의대상이아니라무언가를믿는마음이우리를구원한다는사실을시인은이미아는것같다.안지은이그리는인물들은사랑이내포한무한함을믿음으로써더욱온전해지며,“너는생각만으로나를나아가게해”(「제이에게」)라는속삭임은그자체로진실이된다.

홍성희문학평론가는해설을통해“질서를만드는공간과그로부터배제되는공간을모두알고있는자의위치에서안지은의시는상호배제적으로서로를지탱하는이분리된공간감을‘처리’하기위한방법을마음다해찾는다.”라고진단한다.또한“안지은의시는진심어린노력에도불구하고삶의공간은여전히구획화되어있으며,그구획이사람을특정한공간감에강박처럼결박되게한다는것을잊지않는일에몰두한다.”라는점을예리하게포착하며시집의길잡이가되어준다.

추천사를쓴정다연시인은안지은이펼쳐보이는“끈덕진사랑의장면”의면면을살피며감탄한다.“그것은이를테면우박이비가되는과정을지켜보는것.남는것은자세뿐일지라도기꺼이정물의자세를기르며한뼘나아가는것.그풍경속에있노라면어느덧깊은어둠속에서도밝은시야를가질수있다는믿음이자라게된다.”라고짚으며안지은의첫시집에찬사를보낸다.이시집을펼친다면,“조금더잘실패하기위해서”(「신앙」)기꺼이달려드는눈부신마음을경험할수있을것이다.

시인의말

지옥엔다자란내가있는데
너는천사의마음으로다괜찮다고말한다

2023년2월
안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