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일 평전 : 광주의 불씨 하나가 6월 항쟁으로 타오르다 - 걷는사람 역사의 한 조각 2

신영일 평전 : 광주의 불씨 하나가 6월 항쟁으로 타오르다 - 걷는사람 역사의 한 조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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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역사의 한 조각 2
김형수 『신영일 평전-광주의 불씨 하나가 6월 항쟁으로 타오르다』 출간

“광주는 변혁적 열정의 발원지이며,
한국 근현대사를 끌고 가는 예인선이다”

영원한 청년 지도자를 위한 헌사
가장 ‘광주답게’ 일생을 살다 간 청년 신영일을 기록하다
걷는사람 역사의 한 조각 두 번째 작품으로 신영일 열사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신영일 평전-광주의 불씨 하나가 6월 항쟁으로 타오르다』가 출간되었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 왔으며 『문익환 평전』 『소태산 평전』 『김남주 평전』 등 역사적 소임을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펼쳐 온 작가 김형수가 이번에는 광주의 청년 지도자 신영일의 궤적을 기록한다.
신영일은 1980년대의 ‘청년 정신’과 ‘광주 정신’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저자는 통기타와 포크송을 좋아하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전용호 소설가)”으로 가득했던 한 청년이 광주 민주화운동에 헌신하기까지의 일대기를 낱낱이 복원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라는 구절을 늘 품에 지녔던 신영일은 전남대 국사교육과에 진학한 뒤 사회과학 서클 ‘독서잔디’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학생운동의 방향과 지향을 찾는 일에 몰두한다. 이후 박정희 정권의 ‘국민교육헌장’에 맞서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하며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박기순 열사가 광주공단에 창립한 노동야학 ‘들불야학’을 함께 지도하며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다.

신영일이 겪었던 수난과 시련은 그 강도가 다를지언정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며, 그 불구덩이 속에서 또 다른 ‘신영일’들이 출현할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동학농민혁명이라 불렀고 전봉준이라 불렀듯이, 미래는 또 다른 명명이 나올 것이고, 새로운 표상이 등장할 것이다. 그 어지럽고 괴기스러운 권력이 춤추는 동굴 속에서도 누군가는 출구를 찾아서 온몸을 던지고, 그의 이웃들은 그곳에서 터져 나오는 빛을 볼 게 틀림없다.
-「그의 죽음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다」 부분

책에는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면서 한국 민중운동을 6월 항쟁으로 개척하는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참여한 노동자 실태조사와 ‘반제·반파쇼 민족해방 투쟁 선언’은 1980년대 운동의 나침반이 되고,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박관현과 전개한 40일간의 단식 투쟁은 5월 학살을 겪고 폐허가 된 광주를 다시 민주화의 성지로 되돌리는 반환점이 된다. 이후 회복기에 건설한 ‘전청련(전남 민주주의 청년연합)’은 광주의 야전사령부가 되어서 신민당 개헌 현판식을 국민항쟁으로 승화시키며 5·3 투쟁과 6월 항쟁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신영일은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조직에서 미래의 운동을 설계하다 31세의 나이에 과로로 운명한다. 광주의 청년들은 그를 5·18 묘지에 안장하고, 지금까지 추모하는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
저자 김형수는 “그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목격자들의 기억에서 한사코 멀어지고 멀어져서 세계의 중심이 된다. 세상이 그가 확보한 도덕과 윤리를 지평으로 내놓는 까닭이다.”라고 덧붙인다. 또한, “내가 광주 청년들의 위대한 물결로 그리고 싶었던 신영일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간 그의 선배들, 친구들, 또 후배들의 젊은 날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책이 가지는 의의를 다시 한번 조명한다. 영원한 청년 지도자 신영일과 그를 둘러싼 광주의 들불 같은 열기가 이 한 권의 책에서 부단히 타오르고 있다.
저자

김형수

1959년전남함평에서태어났다.1985년[민중시2]에시로,1996년[문학동네]에소설로등단했다.1988년[녹두꽃]을창간하면서비평활동을시작했다.1980년대민족문학을이끌어온대표적인시인이자논객.지금은신동엽문학관관장으로있다.시인이며소설가,평론가이다.2023년5.18문학상(본상)을수상했다.

시집『가끔씩쉬었다간다는것』,『빗방울에관한추억』,가끔이렇...

목차

프롤로그
짧은불꽃에대한기억
관찰자시점
1983년광주
백제화원에서
일과놀이
까치만화방

제1부살아있는것은저푸른생명의나무이다
특이한인간형
매혹의문을열다
보헤미안시대
조나단신

제2부검은태양
1반반장
아무리밟아도일어나는잔디
인문대등나무벤치앞에서
교수들
6·29시위

제3부박기순의시간
하늘을날기전에상처입은새
내력
꽃도새도날아들지않는동네
광천동일지
광주공단실태조사
골방전투

제4부박관현의시간
들불은꺼지지않는다
김영철이라는의인
불온한도시
신군부앞에서
어제는가고내일은오지않았다
용봉골을흔들다
도청앞횃불들

제5부윤상원의시간
학살앞에서
투사회보
신영일의‘가지않은길’
김태종을만나다

제6부살아남은자들의세계
모란이지고나면내한해는다가고말아
죽은자의말밖에듣지않았다
재회
나팔꽃투쟁
아,관현이형

제7부신영일의시간
광주를깨우다
꿈에쓴시
겨울나무에서봄나무로
제5의정치세력을향하여
썰물이질때

제8부저먼별들의곁으로
광주에돌아와서
아무도신영일을멈추게할수없었다
마지막지상에서

에필로그
20세기의청년이21세기의청년들에게
다시관찰자시점으로
잊힌정거장
실존주의에서민중주의로
그의죽음은지나간추억이아니다

사진자료
신영일연보
이야기를전해주신분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내가살았던시대를이야기하고싶었다.

배경은광주이다.그곳에서나는고등학교를마쳤고,대학을다녔으며,5·18을겪었다.전두환군대가학살을벌일때,계엄군이특히스무살,스물한살,스물두살짜리청년들을쫓느라거리와골목을뒤지고주택가를수색할때,나는그곳에군거하던문학청년의하나였다.

광주는근대적소외의본향이요,변혁적열정의발원지이며,한국근현대사를끌고가는예인선같은장소이니,1980년5·18을겪은청춘들의후일담을누군가는반드시추적해야한다.그래서그들의격정이가장뜨거웠던때를나는‘내가살았던시대’라고칭하고있다.

인간은때로‘정치적백치’들속에서동시대를견뎌야한다.그러나모든상황속에서어떤존재는희생을담당하고,어떤존재는열매를수확하며,또어떤존재는시대가안긴상처를평생떠안기도한다.물론끝까지혼비백산하는사람도있다.요점은모두가대지의자식이요,공동체의산물이며,어쩔수없이‘정치안’에놓인존재라는사실이다.

이글은광주의역사를가장‘광주답게’살다간청년에대한헌사로준비한것이다.나는20세기의청년들속에서이사람만큼은꼭21세기의청년들에게전해졌으면좋겠다고생각해왔다.그를위해좀더깊이,좀더선명하게그려야하는데,나의집중력이모자라서아쉽기그지없다.

끝으로,나의취지를이해하고출간을서둘러준김성규시인에게감사드린다.취재에응해준신영일선생의아내김정희,그리고신영일선생의후배김전승,이상걸기타여러분에게도절을올리고싶다.

2023년3월에부여신동엽문학관에서

책속에서

부끄럽지만나는이이야기를‘나’라는관찰자가서있는자리를밝히는일에서시작하지않을수없다.
그해에내가머물렀던도시와시민들의상황을설명하는건매우어렵다.아마도세해전에출현한5·18의잔해가거리에뒹굴고있었던까닭일것이다.역사를기록하는책자들은5·18을‘광주민중항쟁’이라부르고,정의로운시민들과그공동체의위대성을기념하지만,당시의체험자에게그일은떨치기어려운악몽일뿐이었다.그러니까5·18은마치끝을알수없는맹수떼가평화로운도시하나를쑥밭으로만들어버린사태처럼괴기스러운참변이었다.
---「관찰자시점,9쪽」중에서

고교시절의신영일을아는친구들은다들“영일이는그때날라리”였다고말한다.나는한동안이말뜻을잘알아듣지못했다.‘날라리’라는말은공부와담을쌓은불량학생이라는소리인데,신영일의실제모습은매우밝고다정하며지적으로아주세련돼있었다.그어디에말썽꾸러기가숨어있다는말인가.더구나신영일이광주일고21회라는사실은그런말을더욱믿기어렵게만든다.내고향선배중에도그동기생이있는데,이선배가합격했을때그캄캄한골짜기에도희소식을경축하는현수막이걸렸다.어쩌다그마을주민을만나면선배의근황을묻기가일쑤였다.그토록이목을끄는학교에들어간이상함부로궤도를이탈할권리도없었다.온도민이그랬으니광주라고다르지않았을것이다.그래도어쨌든그의매력이‘날라리’이미지속에서탄생한사실은부정할수없다.내가들은이야기중가장오래된장면은광주일고1학년때의것이다.
---「매혹의문을열다,33쪽」중에서

인간의삶에서중요한일은늘예기치않은순간에찾아오기마련이다.신영일이아무리자유분방한문화를가졌더라도그의첫째관심은훌륭한교사가되는일이었다.그래서언제나독서를중시하고비판적사유를개진하려는태도를감추지않았다.이는한인간의성품에서매우중요한자리를차지하는덕목과자질에속한다.당연히그는한창자유를구가하는젊은이들의가요가금지곡이되는현상을고민하지않을수없었다.그런데대중의감정을통제하지않으면독재자가아니다.여기에신영일이겪어야하는‘곤혹과딜레마’가있었다.
---「인문대등나무벤치앞에서,62쪽」중에서

신영일은훈방으로풀렸으나대학당국으로부터무기정학처분을받았다.이는가족들에게는감당하기어려운시련의하나였다.아버지는만년야당을할정도로정치의식이높았으나경제활동에는그다지유능하지않았다.빈농의자식으로가방끈조차짧았으므로살림을일으킬여력도,기회도얻을수없었다.당시에는건축재료판매업을했는데,반은일용직에가까운삶이었다.이렇게가난한집안에서중학교와고등학교에다니는동생을두고있는장남이정학처분을받은소식은청천벽력같은날벼락이었다.신영일은아버지의마음을누구보다도잘아는지라마음이편치않았다.하지만자신은엄연히사범대학에재학중이고,교사에게는국가와사회가요구하는품행과자질이엄격하였으므로달리선택할길이없었다.그래서졸지에사찰기관의요시찰대상이되는것도,또학교당국이‘근신처분’을내리는일도달게받아들여야했다.
---「하늘을날기전에상처입은새,87쪽」중에서

실태조사반이광천동을떠난뒤들불야학은몹시스산한분위기에빠지지않을수없었다.실태조사참여자들은대부분군대를마쳤거나3,4학년이어서안정된무게감이있었다.그러나들불야학은박기순의빈자리가너무나컸다.이제신영일,임낙평정도가대기강학을이끌고있었는데,대기강학은아직신입생태를벗어나지못한사람이많았다.그래서여유있고인간적으로성숙한실태조사반원들을만날때마다존경심이나인간적인의지를느낄수있었다.
---「들불은꺼지지않는다,141쪽」중에서

5·18은신영일이염려했던결말을따라암담한파국으로치달아버렸다.박관현은생사를알수없고,윤상원과박용준은전사했으며,들불야학의형제들,극단광대의선후배들,그리고학생운동과사회운동선후배들은줄줄이연행되었다.대학은무기한휴교령이떨어지고,신영일은길에서우연히전남대생을만날때마다혹시라도후배들이잡혀갔다는소식을들을까마음을졸여야했다.폭압과살상이휩쓸고간거리,무수한인명과재산이폭력으로날아가버린폐허의도시에서신영일은날마다우울하고슬펐다.
---「모란이지고나면내한해는다가고말아,243쪽」중에서

그날새벽2시,전용호는잰걸음으로전남대병원중환자실을찾고있었다.상황이긴박하여잠시도한눈을팔겨를이없었다.초저녁부터뛰어다니며대책회의를알리고,회의에참석한뒤,뒷수습까지하고나서야병원에닿았다.그래서가쁜숨을헐떡이며3층중환자실계단을막오르는참인데,갑자기울부짖는소리가병동을가득채웠다.오메,돌아가시고말았구나!계단을두개씩뛰어올라순식간에병실문을열었다.박관현의어머니와누님이시신을보듬은채통곡하고,동지선후배들이머리를벽에찧으며울부짖고있었다.그도선배의시신곁에다가가엉엉소리를내며울었다.박관현과함께총학생회를이끌던선배들이등을툭툭쳐서야병실을빠져나와급한대로이곳저곳전화번호를돌리기시작했다.서늘한가을밤을깨우는벨소리와함께울먹이는목소리들이여기저기퍼져갔다.“관현형이운명하셨습니다.오실수있는분들은오시고,다른분들에게도전해주십시오.”
---「광주를깨우다,305쪽」중에서

신영일은잠시정신이돌아올때마다보고싶은이름들을하나씩불러면담을자청했다.그리고호출된사람에게일일이예를들어가며전청련을위해할일,광주를위해할일,참다운청년의미래를위해할일을일러주었다.전근을떠나려고하는담임선생님같았다.앞으로자신이부재할세계를위해정성을다하는모습을보면서가까운후배들은발을동동굴렀다.다들주마등처럼스치는지난날을상기하며회한을삼키느라사색이돼있었다.복도에서는여자후배들이삼삼오오모여소리를죽이며흐느껴울었다.그힘겨운중환자실병상으로이상걸이찾아갔을때는꽤혼미한상태였다.다급한마음에꾸벅인사를올리자그상황에도얼굴을알아보고는이렇게말했다.“상걸아,너하고는밤을새워이야기를해봐야해.”상상도하지못했던말이라슬그머니얼굴을들여다보니아무표정이없었다.무심코던진말인가하고다시쳐다보았는데,눈빛이너무도맑고강렬하게빛나고있었다.그날밤이상걸은‘나와밤을새워이야기하고자했던게무엇이었을까?’하고골똘하지않을수없었다.그러나야속하게도바로그시각에신영일은눈을감았다.
---「마지막지상에서,387~388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