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타투 - 걷는사람 시문서화 1

모란타투 - 걷는사람 시문서화 1

$25.00
Description
시인 김성장이 쓴 우리 시대의 글씨
삶의 이야기로 수런거리는 울울한 ‘먹’의 숲
오랫동안 신영복 한글 민체를 연구하며 붓으로 시대정신을 표현해 온 김성장 시인이 첫 개인전(30년 만의 외출-모란타투)에 즈음하여 도록 『모란타투』를 출간했다. 사실 김성장은 서탁보다 길바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시대의 부름이 있을 때(전교조ㆍ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ㆍ충북민예총ㆍ한국작가회의 등)마다 붓글씨로써 시대정신을 대변해 왔다.
신영복 선생(1941~2016)이 감옥에서 만들어낸 한글 민체는 글의 내용에 어울리는 서체가 필요하다는 의도를 가지고 목적의식적으로 기획된 첫 한글 서체라 할 수 있다. 가로형으로 쓰기 적합한 형태로 만들려 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민체로서 흘림체를 구현한 것으로서도 새롭다. 김성장은 신영복 민체의 정수를 이어받았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 필사본 소설이나 편지 등의 옛글씨를 바탕삼아 새로운 감수성을 선보인다. 옛글씨에서 드러난 고법(古法)을 따르되, 그것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대의 감각으로 우리 글씨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낸다.
『모란타투』에는 송찬호 시인의 시 27편을 비롯해 김성장 시인의 시 3편, 그리고 2곡의 노래가 각각의 작품 정서에 맞게 붓글씨로 표현돼 있다. 그가 이번에 특별히 송찬호의 시를 글씨로 쓴 이유는, 무뎌진 상상력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마력’을 송찬호의 시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송찬호의 시는 모더니즘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내피를 들여다보면 현실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먼지와 상처가 가득하는 점에서 커다란 울림과 끌림을 준다. 『모란타투』는 그 울림과 끌림을 기록하기 위한 여정이다.
저자

김성장,송찬호

시인이자서예가.1988년〈분단시대〉4집에시를발표하며등단했으나시를많이쓰지못했다.국어교사로있는동안〈모둠토의수업방법10가지〉를쓰는등학생중심의새로운수업방법을찾고자했다.고향인옥천에살며옥천출신정지용의시해설서〈함께읽는정지용〉을쓴것도가까운데서글쓰기의대상을찾는성향때문일것이다.서실에다니며틈틈이붓글씨를쓰고붓글씨시집〈내밥그릇〉을내고대학원에서석사논문〈신영복한글서예의사회성연구〉을썼다.2016년퇴직한뒤시집〈눈물은한때우리가바다에살았다는흔적〉과문학관기행에세이〈시로만든집14채〉를썼다.최근에는사람들과함께붓글씨작업에힘을쏟고있다.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대전세종공주등에서사람들과붓글씨를쓰며그동안세월호,전태일,노무현,김남주,평화등사회적담론이담긴전시를기획하고붓글씨와시가만나는형식의저술들을펴냈다.
이번개인전은그동안바람부는바깥의활동이준어수선함을잠시잊고내부로의외출이라할수있는작업이다.항상북적거리는거리에서사람들과함께글씨쓰는일을즐긴나에게표구된작품으로실내벽에걸려있는모습은차라리나에게낯선형식이기도하다.

목차

김성장글씨첫개인전에부쳐
전시회를열며

송찬호의시

꽃방석
도라지꽃
변산바람꽃
검은백합
검은머리동백
코스모스
도라지꽃연정
나팔꽃우체국
쑥부쟁이밭에놀러가는거위같이
장미
동백
냉이꽃
진남교벚꽃
동백이지고있네
민들레역
채송화
동백이활짝
늙은산벚나무
모란타투
살구꽃
분홍나막신
복사꽃
찔레꽃
여우털목도리
치자꽃
모란이피네
제비꽃

노래시

동요-섬집아기
가요-봄날은간다

김성장의시

흐르는강물처럼
나팔꽃-목숨의길에서서
할머니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거리의글씨라는장르가있을까.사회적요구가있는곳에서사람들과함께쓸수있는글씨와그에어울리는서체가존재하길바라며글씨를쓴다.공동체적감수성과시대의서정을바탕으로만들어진신영복한글민체는그나침반이었다.그리고내가주목했던것중하나는조선시대글씨들가운데필사본소설이나편지등실용적글씨들이다.흔히민체라고이름한다.훈민정음창제당시의서체(판본체)와궁체처럼규격에맞춘듯이형식의완성도를높이려했던글씨가아니고내용전달중심의실용적목적으로쓰인것들이다.정해진글자의형태가없이매순간휘청거리며쓴듯한이글씨들이나에게다양한느낌을준다.같은글자들이문장에서마다매순간달라지는그모습은재미있고신기하며다정하다.양반들에서부터일반백성들이삶의어느순간필요해서썼던그글씨들은풍부한조형성과서로다른감성이배어있다.

추천사

김성장의글씨는푸른억새를닮았다.획이단단하고삐침은부드럽고민첩하다.그런글씨들이모여삶의이야기로수런거리며울울한먹의숲을이루고있다.또한그의글씨는여울을닮았다.글씨들이모여소용돌이쳐외치기도하고,재잘거리기도하고,숙연해지기도하고,실쭉샐쭉하다가,소곤거리기도하면서,삶을노래하며흐른다.
김성장의글씨를들여다보면,글씨와글씨사이에경계가없다.어떤글씨는이웃글씨에살짝기대기도하고다른이웃을받쳐주기도한다.글씨의배열이물길의흐름처럼자연스럽다.이처럼획일적인행간에갇혀있지않고유동하는공간에위치한그의글씨에서,새로운서체를찾아유목하는그의글씨의정체성을엿볼수있다.아무튼,작품으로완성된김성장의글씨에서쉽게음악적인요소와회화적인이미지를발견할수있는것은,그가글씨의조형성을중요시하고여백을잘운용하기때문이다.
_송찬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