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거리의글씨라는장르가있을까.사회적요구가있는곳에서사람들과함께쓸수있는글씨와그에어울리는서체가존재하길바라며글씨를쓴다.공동체적감수성과시대의서정을바탕으로만들어진신영복한글민체는그나침반이었다.그리고내가주목했던것중하나는조선시대글씨들가운데필사본소설이나편지등실용적글씨들이다.흔히민체라고이름한다.훈민정음창제당시의서체(판본체)와궁체처럼규격에맞춘듯이형식의완성도를높이려했던글씨가아니고내용전달중심의실용적목적으로쓰인것들이다.정해진글자의형태가없이매순간휘청거리며쓴듯한이글씨들이나에게다양한느낌을준다.같은글자들이문장에서마다매순간달라지는그모습은재미있고신기하며다정하다.양반들에서부터일반백성들이삶의어느순간필요해서썼던그글씨들은풍부한조형성과서로다른감성이배어있다.
추천사
김성장의글씨는푸른억새를닮았다.획이단단하고삐침은부드럽고민첩하다.그런글씨들이모여삶의이야기로수런거리며울울한먹의숲을이루고있다.또한그의글씨는여울을닮았다.글씨들이모여소용돌이쳐외치기도하고,재잘거리기도하고,숙연해지기도하고,실쭉샐쭉하다가,소곤거리기도하면서,삶을노래하며흐른다.
김성장의글씨를들여다보면,글씨와글씨사이에경계가없다.어떤글씨는이웃글씨에살짝기대기도하고다른이웃을받쳐주기도한다.글씨의배열이물길의흐름처럼자연스럽다.이처럼획일적인행간에갇혀있지않고유동하는공간에위치한그의글씨에서,새로운서체를찾아유목하는그의글씨의정체성을엿볼수있다.아무튼,작품으로완성된김성장의글씨에서쉽게음악적인요소와회화적인이미지를발견할수있는것은,그가글씨의조형성을중요시하고여백을잘운용하기때문이다.
_송찬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