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슈,괜찮어유”
지글지글하지만결코무를수없는삶
보령출신박경희시인이써내려간
젓갈처럼곰삭은이야기들
시인박경희의에세이『충청도마음사전』이걷는사람에세이20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박경희시인은2001년《시안》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해시집『벚꽃문신』『그늘을걷어내던사람』,에세이『꽃피는것들은죄다년이여』『쌀씻어서밥짓거라했더니』등을출간했다.
현재어머니와함께고향보령에서살고있는저자는살붙이처럼친숙한이웃들의말과사연을허투루듣지않았고,언젠가는꼭그것을글로담아내리라마음먹었다.“장그랑이군시럽다”(작은이때문에간지럽다)는입말도,상수리나무열매를‘쏙소리’라고일컫는표현도그에게는모두흥미로운소설이고코미디였기때문이다.
제목에서엿볼수있듯이책은‘충청도언어’로이루어진한권의‘마음사전’이다.사투리는표준어에밀려점차사라지고있다.이책에나오는‘가울’(가을),‘가의’(개),‘겅건이’(반찬),‘까끄매’(까마귀),‘새뱅이’(새우)같은생소하면서도호기심을불러일으키는낱말은충청도에서일상적으로사용하고있는단어들이다.하지만지역소멸을논하는시대에,지역의노인들이사라진다면이사투리또한더는생존할수없을것이다.언어의소멸을목도해야하는시대에박경희는사투리와지역의고유한문화를한땀한땀풀어놓는다.사투리를중심으로개인의경험과진솔한고백을이어감으로써지역문화및지역언어의다양성과건강한사고,웃음의정신을피력하고있다.시인이풀어낸충청도사투리는느림의미학과함축성,상황적아이러니를보여주며독자들에게웃음을,때로는눈물을,이웃에대한진한연대와사랑을깨닫게해준다.
예로부터충청도말은구수하고감칠맛있기로정평이나있다.구렁이담넘어가는듯슬그머니나오는표현인데그속엔어김없이촌철살인의미학과유머가깃들어있다.박경희는이런충청도말에이웃의이야기와대화를얹어,다채로운경험과지역의풍경을리얼다큐의장면처럼생동감있게묘사한다.
“오째,밥상에올라온게죄다이모냥인겨?나가이런대접받을라고이땅에태어난게아녀.울엄니도날이리키우지는않았당께.한데,니가뭔디나를이리푸대접을허는겨?최소한으루비계달린괴기라두올라와있어야헐꺼아녀?돈벌어다주믄뭐혀.서방을개새끼맹키로여기는디.12첩은못돼도9첩은되어야쓸거아녀?이겅건이너혼자다묵어라.”
─「겅건이」중에서
“내속이젓이여.아주곰삭아서리짜.저영감탱이가요래맹글어놨다니께.나가이래저래속이말이아녀.그라구온제꺼정침을맞아야쓰는겨?죽을때꺼정맞아야허남?”
(중략)황세기젓은나에게는외갓집에서먹었던어린추억의맛이고,엄니에게는당신엄니에대한그리움이다.방앗간집할머니에게는지글지글한맛이겠지만,무를수없는삶인것을.우리네인생도젓갈처럼곰삭아간다.
─「황세기」중에서
충청도언어가지닌함축성과해학성은그안에아이러니적상황을담고있는경우가많다.그리하여오롯이미워할수만은없는‘웃픈’이야기는어쩌면충청도사투리로인해더맛깔스럽고구수해진다.그래서아내에게반찬투정을일삼는명칠이아버지도,자신의속이황세기젓처럼삭았다고한탄하는방앗간집할머니도우리가한번쯤마주했을법한,어쩌면가장인간적인초상이다.저자가표현한것처럼인생은때론“꽃바람이었다가,소소리바람이었고,건들바람이었으며,갈바람이었고,고추바람이었”지않은가.박경희는주변사람의푸념과한(恨),눈물과후회,애(愛)와증(憎)을가장가까이에서기록한필경사로서‘젓갈처럼곰삭은’우리이웃들의삶에무한한경애를보낸다.
작가의말
써레질끝난논을하염없이바라봤다.
바람이논물을다독였다.
바람을타고구름이흘러갔다.
그렇게흘러간세월속모든분께두손모은다.
2023년찔레꽃머리,명천에서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