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시인-Q

시골시인-Q

$12.00
Description
일곱 색깔 시골시인이 담아낸 이 시대의 질문들(Q)
−지금, 이 사건의 장소에서 시작하는 시
일곱 명의 시인 남길순ㆍ김한규ㆍ문저온ㆍ박영기ㆍ조행래ㆍ서연우ㆍ심선자가 참여한 합동시집 『시골시인-Q』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이들은 진주, 순천, 창원 등 각지에서 살고 있지만 경남 진주에서 오랜 기간 흩어짐과 모임의 반복 속에서 각자의 시가 되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 자리를 ‘사건의 장소’라 불렀다.
서로 추구하는 시의 세계가 다른 이들이 각자의 색깔을 내며 나로부터 확장해 가는 질문 (Question)을 멈추지 않고, 낡지 않게 쓰겠다며 다짐한다.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시골시인-Q’의 Q는 완전체 ‘O’를 찌르거나 뚫고 나오는 가시 같은 ‘Q’이며, 완전체에 머물러 빤한 세계를 구축하는 시가 아닌 혼돈과 미완성과 무구한 상상력을 담는 시를 추구한다. 비평가 콜린 윌슨은 “아웃사이더는 깨어나서 혼돈을 본 인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아웃사이더란 남들이 보지 않는(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본” 이들일 텐데, 그런 점에서 이 일곱 시인은 오롯이 본인이 발 딛고 선 자리에서 그 장소와 결부된 능동적인 경험과 기억을 시로써 길어 올린다.
저자

남길순외

전남순천에서태어났다.순천대학교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2012년《시로여는세상》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분홍의시작』등이있다.

목차

1남길순
처서
나리꽃필무렵
짱뚱어
커다란원
친절한의사
런닝맨
가물치
이모
산문|순천만일기

2김한규
컨테이너
지키는사람뒤에서
U턴하며U턴하지않겠다는숀펜
택시를탔어,어디로가는택시맞아?
뭉치
가스통
지나왔습니까?
밤길에는표지병이보일겁니다
산문|숨는연습

3문저온
가지않고
염소
새는나에게어떻게왔나
화상
예술적인운동장
독백에대하여―토(吐)
어둠을찍을때도빛은필요하였다
연극
산문|열무와잎사귀와달팽이

4박영기
부추같은우울
충분한휴식
오후의동물원
흰낙타이야기
훔친시
게와파도
지구반대편으로가는빠른방법
양파
산문|상상속의그무엇

5조행래
식도락
칼잠
붕괴
양생(養生)
활개
산책
생장
낮은자세
산문|불꽃놀이하는사람들

6서연우
남겨진죽음들
터널을지나는동안
삭도를타고
고라니
메타세쿼이아를베는굉음
눈사람
삼호로교차로
누군가는여전히치열하게싸우고
산문|국민체조

7심선자
퇴근
크로와상
벽은알지
밤에
우리들의방
어느골목에서놓친것들
모습
공을보세요
산문|엉망이라도괜찮은가

해설
차이의장소에서듣는시인들의목소리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남길순시인은생명을가진이들이서로가서로에게고통으로,죽음으로전이되는순간을강렬한전율로그려내며,그로인한충동이야기하는비애를감각적으로묘파한다.
김한규시인은동음이의어와비문(非文)을통한비틀기,부정의형식적미학을통해삶을낯설게바라본다.김한규가쓰는부정의형식은시적주체가부정의한세계로부터“냄새의뒷전”(「뭉치」)으로전락하여잉여적존재가되는것을거부하는숨기이자쓰기의방법론적수행이다.

문저온시인의시적주체는“달팽이한마리”의삶을얹고“좀멀리,좀가볍게그러나팔랑뒤집히면서,비행과낙하사이를”(「열무와잎사귀와달팽이」)유영하며활력적유희의장소인‘시’를발화하고자한다.
박영기시인은“달랑게들이집게발로모래를퍼/입술로꾹꾹다”져“모래구슬”(「게와파도」)을빚어내는것처럼갈망하고위로하고실천하는것이야말로삶을살고,삶을쓰는주체의기투이자분명한자기증명임을노래한다.

조행래시인은“어디에도소용되지않”는“허공에싹을틔”우며(「생장」)“새로이차오르는무게를다시,아주낡은자세로”(「낮은자세」)감당하고추구하는시인의실존과형상을빚어낸다.
서연우시인이응시하는대상은‘구석’에놓인존재다.구석은내몰린자들의공간이며의미를지니지못한소외된이들이공동화된장소인데,서연우는‘남겨진죽음’으로간주되는삶의고통스러운현실을고발하며,인간의일상에나타나는‘새로운폐허’에주목한다.

심선자시인은불안,자기분열의상처와고통에귀기울임으로써역설적이게도희미한존재로서의자신을긍정하고,아울러병든타자를감싸안는윤리를보인다.
추천사를쓴이영광시인이표현하듯이“시인들의골똘한내면에서는불분명한것을,불분명하게분명히적으려는시도가우글거”린다.이우글거림이야말로아웃사이더의호쾌한몸짓이며,자유그자체일것이다.

시인의말
‘시골시인Q’는나로부터확장해가는질문(Question)이다.
그러니까낡아가지않고질문을멈추지않겠다는Q이다.
Q는완전체O를찌르거나
뚫고나오는가시같은것이기도하다.
2023년7월

추천사
이앤솔러지는생각하고적은말과생각할겨를도없이적은말,벼려낸말과솟아난말,아는말과모르는말의다발들이,서로어긋나고침투하며들끓는경연장같다.정신을잃을수없는지점에서말들은사실에부합하려하기도하고,정신을차리고견딜수없는자리에서는진저리치며뒤틀리고비산하기도한다.어떤시들은정결한심리적에너지를끌어모아스스로시적발화를이루어타오르고,어떤시들은먼행간들에명운을걸고낯선상상의허방에결단하듯몸을던진다.또어떤시들은틀리게더듬거리고거꾸로중얼거리려애쓰면서,즉문법을깨거나의미를흩트리면서강박적인비문과오문을타고어딘가로가보려한다.대립적인이미지들의병치와이질적인장면들의전치를통해개별부스들은물론,시집전체는어떤긴장된미지의풍경을현시하는듯하다.시인들이미지에스치려하는것은미지가시인들의영혼속에서불분명하게숨쉬며운동하기때문일것이다.그래서이시인들의골똘한내면에서는불분명한것을,불분명하게분명히적으려는시도가우글거리는걸까.그런데도“말이나오는대로”의식을방임하고,“독백은고백이아”닌곳에서“진실”이라는몸의신음을찾아헤매며정신의모험을거듭하지만,“여기서일어난일은일도아니”라는천진성이풍경의배후를떠받치고있다.시인은,분투하면서도제가분투하는줄모르는자이다.그는“바닥으로가라앉는것을두려워하지말자”면서도바닥을치는일의어려움을절감하는이의겸허한목소리를들려준다.해체는특별히어렵지도,그저쉽지도않은작업이다.감각의착란과의식의뒤틀림이이정신없는상상의모험가들에게왜중요한가.시가늘인간과현실을보이는그대로보여주지않고,안보이는그대로보여주려하는것이기때문일것이다……나는이런생각을하며이앤솔러지를,떠듬떠듬오래읽었다.
이영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