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89
이호석 『여름에게 부친 여름』 출간
“세상 공연한 것들은 오늘도
먼지처럼 참으로 연하고 부드러워”
낙하하는 별빛과 한밤의 울음빛−
상실의 슬픔을 그리움 쪽으로 저만큼 데려가는 시
이호석 『여름에게 부친 여름』 출간
“세상 공연한 것들은 오늘도
먼지처럼 참으로 연하고 부드러워”
낙하하는 별빛과 한밤의 울음빛−
상실의 슬픔을 그리움 쪽으로 저만큼 데려가는 시
2018년 《문예바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호석 시인의 첫 시집 『여름에게 부친 여름』이 걷는사람 시인선 89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과연 우리 삶의 밑바닥에는, 마음의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떠올리는 지점에서 이호석의 시는 시작된다. 공연한 것들, 그러니까 그닥 실속 없는 것들, 짝 잃은 양말이나 젓가락 같은 것, 어쩌면 시(詩) 같은 것. 그렇게 먼지처럼 연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우리 삶의 밑바닥에 새털처럼 내려앉아 있다는 발견. 비록 실속은 없을지라도 삶의 냄새와 추억을 고스란히 덧입은 채 그것들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호석은 끊임없이 증언한다.
장이지 시인이 추천사를 통해서도 밝힌 것처럼 이호석의 시는 잃어버린 ‘고막’이나 ‘그림자’, 우주의 고혼이 된 ‘스푸트니크’에 그 기원을 둔다. 그 상실은 돌이킬 수 없이 영원한 것이어서 그는 다만 끝이 기억나지 않는 옛날 영화를 거듭 떠올리듯이 되풀이하여 그 잃어버린 것이 있던 지점에 눈을 둔다. 이런 그의 습성이 “밤새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봅니다 여전히 막차를 기다리는 모습으로/한 번도 답장하지 못한 채 우체통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근황」) 같은 문장으로, 때로는 “모든 게 끝나면 어두워지는데 영화는 환해지지/환해지는 기억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지”(「옛날 영화가 어떻게 끝나더라」)라는 후회로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시인은 또 알고 있다. “열매를 매단 자리는/태연하게 상처가 아문 자리”(「여름에게 부친 여름」)라는 것을. 상처 없이는 현재도 미래도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느 자리에서 이호석 시인은 “나의 시는 전부 편지입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는데, 그만큼 그의 시는 그리움의 대상을 향해 있는 동시에 외로운 한 존재자가 타인과의 소통을 갈구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시’라는 장르의 목적지향적으로 쓰여졌다기보다는 한 인간의 내면을 토로하는 서신과 같은 방편으로 쓰여졌다. 외로우나 다감한 그의 성정이 시 속에 투명하게 비치는 것은 그 때문이며, 이것이 이호석의 시가 가진 미덕이다.
한편, 이 시집에는 편집 노동자로서 겪는 욕망과 비애 또한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읽히는 삶을 궁극적으로 두었으나 나는 읽는 사람에 가까웠고”(「어느 편집자의 마지막 페이지」)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읽히는 삶’, 즉 시인을 꿈꾸었으나 꽤 오랫동안 ‘읽는 사람’ 즉 편집자로서 살아왔다. 그러니 어쩌면 그의 청춘은 꿈과 생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고독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고봉준 평론가가 언급한 것처럼, “원고를 ‘수정’하는 일과 자신의 인생을 ‘수정’하는 일은 상관이 없었고, ‘원고’의 오탈자는 찾아서 수정할 수 있었으나 자기 삶에 존재하는 ‘오탈자’는 손을 댈 수가 없었던” 시간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부려진 것이다.
꿈과 생활의 크나큰 틈 사이에서 방황한 한 사람의 고뇌와 사랑이 여기 담겨 있다. 다행히 ‘시인의 말’에서 이호석은 “숫눈처럼 공백만이 나를 기다린다”고 고백한다. 아직 더 쓸 편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리움이 그치지 않는 한 그의 시는 계속 쓰여질 것이다.
과연 우리 삶의 밑바닥에는, 마음의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떠올리는 지점에서 이호석의 시는 시작된다. 공연한 것들, 그러니까 그닥 실속 없는 것들, 짝 잃은 양말이나 젓가락 같은 것, 어쩌면 시(詩) 같은 것. 그렇게 먼지처럼 연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우리 삶의 밑바닥에 새털처럼 내려앉아 있다는 발견. 비록 실속은 없을지라도 삶의 냄새와 추억을 고스란히 덧입은 채 그것들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호석은 끊임없이 증언한다.
장이지 시인이 추천사를 통해서도 밝힌 것처럼 이호석의 시는 잃어버린 ‘고막’이나 ‘그림자’, 우주의 고혼이 된 ‘스푸트니크’에 그 기원을 둔다. 그 상실은 돌이킬 수 없이 영원한 것이어서 그는 다만 끝이 기억나지 않는 옛날 영화를 거듭 떠올리듯이 되풀이하여 그 잃어버린 것이 있던 지점에 눈을 둔다. 이런 그의 습성이 “밤새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봅니다 여전히 막차를 기다리는 모습으로/한 번도 답장하지 못한 채 우체통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근황」) 같은 문장으로, 때로는 “모든 게 끝나면 어두워지는데 영화는 환해지지/환해지는 기억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지”(「옛날 영화가 어떻게 끝나더라」)라는 후회로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시인은 또 알고 있다. “열매를 매단 자리는/태연하게 상처가 아문 자리”(「여름에게 부친 여름」)라는 것을. 상처 없이는 현재도 미래도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느 자리에서 이호석 시인은 “나의 시는 전부 편지입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는데, 그만큼 그의 시는 그리움의 대상을 향해 있는 동시에 외로운 한 존재자가 타인과의 소통을 갈구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시’라는 장르의 목적지향적으로 쓰여졌다기보다는 한 인간의 내면을 토로하는 서신과 같은 방편으로 쓰여졌다. 외로우나 다감한 그의 성정이 시 속에 투명하게 비치는 것은 그 때문이며, 이것이 이호석의 시가 가진 미덕이다.
한편, 이 시집에는 편집 노동자로서 겪는 욕망과 비애 또한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읽히는 삶을 궁극적으로 두었으나 나는 읽는 사람에 가까웠고”(「어느 편집자의 마지막 페이지」)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읽히는 삶’, 즉 시인을 꿈꾸었으나 꽤 오랫동안 ‘읽는 사람’ 즉 편집자로서 살아왔다. 그러니 어쩌면 그의 청춘은 꿈과 생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고독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고봉준 평론가가 언급한 것처럼, “원고를 ‘수정’하는 일과 자신의 인생을 ‘수정’하는 일은 상관이 없었고, ‘원고’의 오탈자는 찾아서 수정할 수 있었으나 자기 삶에 존재하는 ‘오탈자’는 손을 댈 수가 없었던” 시간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부려진 것이다.
꿈과 생활의 크나큰 틈 사이에서 방황한 한 사람의 고뇌와 사랑이 여기 담겨 있다. 다행히 ‘시인의 말’에서 이호석은 “숫눈처럼 공백만이 나를 기다린다”고 고백한다. 아직 더 쓸 편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리움이 그치지 않는 한 그의 시는 계속 쓰여질 것이다.
여름에게 부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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