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픽션 - 걷는사람 소설집 11

달콤한 픽션 - 걷는사람 소설집 11

$16.00
Description
“자고로 모든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야 해!”

다 알면서 미리 속는 “달콤한 픽션”
세상이 친절하지 않아도, 우리는 부디 친절하기를
2013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고, 2014년 계간 《아시아》에 수상작 「달콤한 픽션」을 발표하며 등단한 최지애의 첫 소설집 『달콤한 픽션』이 걷는사람 소설 열한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문화기획자로 활발한 활동을 선보인 최지애는 앤솔러지 『숨어 버린 사람들』 『마스크 마스크』에 작품을 수록하며 문화창작자로서 소설 집필도 꾸준히 이어 왔다. “고민 끝에 써 내려가는 나의 문장이 나만의 사연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작가의 말)으로 오래도록 다듬어 온 최지애의 여덟 편의 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우리에게 다다랐다. 현실보다 리얼한 상황, 속도감 있는 전개, 웃프지만 꿋꿋한 인물까지 감각적인 픽션의 세계를 사뭇 가볍게, 그럼에도 온통 진지한 삶의 물음으로 전개하고 있다.

현실보다 달콤한 픽션의 세계에 편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맞아. 나도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어. 미주 목소리가 약간은 들뜬 듯 느껴졌다. 혼자의 느낌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마저도 다행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의 낭만은 지속되어야 했다.
-「달콤한 픽션」 부분
저자

최지애

서울에서태어났다.2013년‘심훈문학상’을수상,2014년계간《아시아》에수상작「달콤한픽션」을발표하며등단했다.앤솔러지『숨어버린사람들』『마스크마스크』에작품을수록했다.2022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수혜했다.

목차


선인장화분죽이기
팩토리걸
달콤한픽션
패밀리마트
소설가중섭의하루
러브앤캐시
달용이의외출
까마귀소년

해설
시대유감
―허희(문학평론가)

추천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최지애의소설속인물들은묵묵한태도로삶을지킨다.이세계에는아픈가족을돌보며더나은일상을소망하다고난에처한청년(「패밀리마트」)과노년여성이있고(「선인장화분죽이기」),사랑의낭만성과자본주의라는현실사이에서낱낱의상처를받는청춘이있으며(「팩토리걸」,「달콤한픽션」,「러브앤캐시」),학교폭력에맞서날아오르려는소년과(「까마귀소년」)생계에타협하면서도기꺼이꿈을향해달려가는중년(「소설가중섭의하루」),갑작스러운사고로생을마감한가족의부재를견디는사람들이있다(「달용이의외출」).

시대적흐름을민감하게포착하는최지애가구축한서사에는성별도,처한환경도다른화자들이다채로운빛깔로살아숨쉰다.인물들을둘러싼사회시스템은견고하고도촘촘한폭력을내포하지만,이들에게는삶을쉬이외면하지않으려는의지가있고,그생의면면을놓치지않고조명하려는소설가의끈덕진움직임이있다.최지애는인물들을둘러싼차가운현실을날카롭고핍진하게그려내면서도삶을견디는이들의내면을사려깊게바라보는마음을잃지않는다.그러니최지애가묘파하는쌉싸름한“세계의비애”(해설)를그저아름답다고표현할수밖에.

허희문학평론가는해설을통해최지애가“문학이개인의의식과감성을표현하는수단에그치지않고,사회가개인의의식과감성에영향을끼치는양상을심층적으로구현할수있는예술이라고간주”하고있음을분석한다.동시에“여성의일과사랑,청년의실업과가난,노인의현실과돌봄,소년의일탈과소외등지금의한국사회에서주요하게다뤄져야할수많은질문”을던지는최지애의작업에주목하며,그가픽션으로포착하고추궁하는“사회의참상과일상의균열”의가치를높게산다.

추천사를쓴정여울작가는최지애의소설속인물들이“영웅적인선택을하지도못하고엄청난결단을내리지도못하지만,‘자신의가장소중한무언가’를지키기위해온힘을다해하루하루를버텨내고있다”는점을짚어내며“최지애의소설속인물들처럼,세상이우리에게친절하지않아도,우리는부디서로에게친절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최지애의행보를응원한다.이주란작가는“나는이제각각의이유로경계선에선삶의한시기를지나는중인소설속인물들에게도래할미래가결국자기자신이라는존재의고유성과주체성이라는것을믿어보려고한다.”라고이야기하며“자신의욕망을혼동하거나스스로통제할수없는일들에둘러싸인무수하면서도단하나의삶”을그려내는최지애의첫소설집에찬사를보낸다.이책은우리의생애가언제나달콤하지만은않더라도마침내“희망에가까워지는”(작가의말)순간이찾아오고마리라는사실을,가만히우리손에쥐여준다.

작가의말

아버지는입으로음식물을삼키지못했다.뱃줄이라부르는위루관을통해대체식을곧바로위로투입해끼니를해결했다.엄마는그런아버지에게미안해안방에서바로보이는식탁에서밥을먹지않았다.거실소파에앉아무릎에작은트레이를올려두고하는식사가부실하리라는건보지않아도알수있었다.몇개의문장으로처한상황을표현하면엄청난절망과불행을겪는것같았다.하지만현실은꼭그렇지만도않았다.
셋이나란히누워마스크팩을할때마다엄마는아버지피부가정말좋아졌다며이래서사람들이단식을하나봐,하고말했다.역시남자는피부지,대꾸한뒤몇분지나지않아아버지는먼저잠들었고그수척한얼굴을바라보며엄마,내가작가로서사연이너무없다고말한걸하늘이들은건가?하고물으면엄마는야!부모아픈게무슨특별한사연이냐,남들다겪는일인데?하고단숨에나의엄살을제압하며비로소크림빵봉지를뜯었다.
아무도잘못하지않았는데다같이벌받는기분이드는것,가족이아프다는건그런거였다.하지만엄마말이맞았다.아버지가몇년새거동을못하고음식을먹지못하고그리하여결국요양원에가거나피할수없는마지막을맞이하는건나만겪는일이아니었다.첫책을세상에내놓는이제막나는고르게안쓰럽고짠한게누군가의인생이라는것쯤을알았다.그러니아직갈길이멀수밖에.멋진말과맞는말사이에서고민하고고민해,고민끝에써내려가는나의문장이나만의사연이아닌우리의이야기로기록되길바라는마음이다.지금에서야조금은그희망에가까워지는소설을쓰는인생을살고싶어졌다.
웃기고도슬픈현실에적응하려스스로지치지않을방법을찾았다.힘이생길때높은산을넘자고,높은산앞에서작아지는나는어쩌면당연한거라고.크고무거운슬픔을이기는게작은기쁨이라는걸알게된뒤로는일부러삶곳곳에여러기쁨을징검다리로놓았다.의미부여가재주라면정신승리가내특기니까.그러니이책을읽는누군가도씩씩하지말고징징거려도좋으니살아가기를,살아남기를.
제법문학을안다고여겼지만내책을세상에내놓는일은안다고되는게아니었다.차라리부끄러움을몰랐어야했던게아닌가하는생각을여러번했다.그럼에도곁을내어주고격려를아끼지않은소중한이들을떠올리면이책은적어도내게기념비적인기쁨이될것이다.드러난이야기와숨겨진이야기를분주히오가며보낸지난시간을무구하게지켜준그들에게깊은감사를전한다.
다행히여차하면품에안겨엉엉울수있는안심되는사람이내등뒤에있다.스페어타이어를싣고먼길을떠나듯기대어마음껏살아야지.대신펑크나지않은대부분나날은내가잘하겠다고,일단은다짐해본다.

2023년8월
달콤한진심을전하며
최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