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지나가다

소나기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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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에 첫 시집을 내는 조정희 시인은 묵화를 그리는 화가이고 시를 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표현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시에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시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것은 묵화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묵화 화가는 화선지에 붓을 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어떤 순서로 그릴 것인지 미리 구상해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기르고 사물의 특성에 대해서 분석을 하여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저자

조정희

1960년전남순천출생
문인화가
시사모동인

목차

1부징검다리문인화

고향나들이(두번째고향)
내고향주암리
도회지속옛골
나의고향은
봉화촌
즐풍목우
징검다리문인화
옹기와사기
옹기
秋友宇
시간내서
세모
겨울풍경
겨울산행
소나기지나가다
지난홍수
耳順

2부울엄마키는해바라기

묵화
들꽃인생
댓잎배
달개비
가을비
나리꽃
꿈꾸는봄
여름

보리
어른벌레
봄은오는구나
뒷산
해돋이
토란꽃
울엄마키는해바라기
울엄마
인기쟁이콩나물
여기참좋아요


3부위험했었네

때르릉출발하네
닦군이
그림자짙게
동생집으로
정상을향하여
젖어보는길
쭉절이국
비몽
보금자리
묵념(낙산사화마)
쓸데없는짓
벽화
콩볶는소리
추억
추억(고기잡이)
이사왔어요
임시둥지

위험했었네


4부계곡물처럼흐르는인생

대관령

까치밥
계곡물처럼흐르는인생
苦樂
제비
중년
우리아버지
방구
밤마실
멍들은삶
풋내기맛
청접시
인사동을누비며
임박
천그리고먹물개인전
봄이오네요

시집해설-박현솔(시인,문학박사)

출판사 서평

전통적소재를통한통합적미적감각
박현솔(시인,문학박사)

예전부터전문적인분야의직업을가지고사회생활을하던사람들이퇴직후에시를쓰는일이더러있었다.이들은어릴때부터글을쓰는것에재주가있었지만경제적으로도움이되지않는시대신다른전공을선택하여평범한생활인으로서충실히살아왔을것이다.그러나퇴직후에는그동안억누르고살았던예술에대한기억과열정이솟아나면서다시시를쓰게되고어떤경우에는정식데뷔까지하면서시인으로서의길에들어서게되었다.그런과정속에서그들은자신의전공분야를시에끌어들여기존의시인들과차별되는지점을확보하였고이것을문단에서는낯설어하면서도그들의전문분야에대한새로운상상력과개성넘치는문체에대해서호의적인평가를내놓게되었다.비전공자가문학계에파문을던진대표적인예로이상을꼽을수가있다.이상은건축을전공했고건축사로서활동을하면서동시에시를쓰고공학적인상상력을시에접목하여자신만의시적세계를형성하고한국시문학에서빼놓을수없는독보적인위치를차지하게된다.

이번에첫시집을내는조정희시인은묵화를그리는화가이고시를쓴지는얼마되지않았지만일정수준이상의표현력을갖춘다재다능한시인이라고할수있다.그녀의시에는전통적인이미지를연상시키는시어들이다수등장하는데이것은묵화화가로서의정체성을드러내는지점이라고할수있다.묵화화가는화선지에붓을대기전에무엇을,어떻게표현할것인지,어떤순서로그릴것인지미리구상해둬야하는데그러기위해선평소에사물에대한관찰력을기르고사물의특성에대해서분석을하여이해도를끌어올려야한다.

묵화는먹선만을사용하여그린백화와먹선에먹물을사용하여농담효과까지내는수묵화로구분할수가있다.수묵화는산수,인물,수석,화조,사군자등다양한것들을그릴수있는데묵화는동양의미를가장잘나타내는예술로서감각적으로심상을포착하고선과면을활용하여이를순간적으로표현한다.이때선과면을어지럽게나열하지않고생략과단순화를통해서여백의미를드러내게된다.수묵화는깊이있는표현력을위해서단숨에그리는필력이요구되고,선의아름다움과묵의농담변화를통해서번짐의미학을보여줄수가있다.이렇게수묵의세계는자연과의조화가이루어낸것으로동양사상에서는공자의〈인〉,노자의〈자연〉,장자의〈태일〉에바탕을두고세상모든만물의아름다움을새롭게자각하였다.
요컨대묵화화가는한국적인전통과미에대한올바른인식을가지고있어야하며한국적인특징과장점들을제대로파악하고있어야한다.그래야현대적인의미에서의한국적인것들까지도포괄적으로아우를수있게된다.그런의미에서조정희시인은한국적이고전통적인대상들과이미지,시어들을풍성하게파악하고있으며이것은그녀가묵화화가로서의자질과서정시인으로서의감각을동시에지니고있음을보여주는것이다.그녀의시에서는전통적으로사용되었던옛물건들과유년의기억들,옛노랫가락,자연을사랑하는마음,사군자에대한전문성,묵향등의다양한소재들이무의식처럼흘러나오고일상적으로호명된다.


1.옛것에대한기억과향수

리어카한대만도부자이던
우리네유년이골동품되어
새것으로반짝이는도심에서배회하는데
노상먼지쫓는번듯한상점과는달리
눈높이에맞춰쪼그리고앉아야하는
바닥에저대로누워있는옛물건들

희석되지않은먹물처럼
틈도없이컴컴한우리들의보릿고개
유년의밤을밝혀주던남포등
빈젖에매달려
벌겋다못해까맣게물어대던
젖꼭지닮은호롱불에유년이비친다.

무심한도회처의삶이눅어질때
찌든삶걸머쥔좌판이펼쳐지고
소박한해묵음에추억이들썩거린다.

길드란구유통은넋나간듯입을벌리고
하릴없이소음만들이키는데
짠순이간장단지가국민소득목표를다하고
여유롭게포근히내게안긴다.

나같은촌사람은다어디로갔는지
다기방의은은한향기에일상에지쳐
터지고갈라진메마른입술을축인다.

-「도회지속옛골」전문

과학문명이발달한대도시에서가장생경하게느껴지는것은오래된옛물건들과건물들이다.문명이전에사람의노동력으로살아가야했던옛시절의물건들은시적화자에게어린시절의향수를불러일으키는동시에곧사라질것들에대한애달픔을느끼게한다.여기에서화자에게옛물건들과옛기억들은도시에서의각박한삶을잊게하고삶의여유를느끼게하는역할을하고있다.옛것을소중하게생각하고그때의기억을회상하기를좋아하는화자는과거의모든사물과대상이보존되어야할가치를지니고있다고생각한다.그만큼도시에서의삶은편안치않았으며하루가다르게변화하는것들에마음이가지않는심적갈등의상태를겪었을가능성이높다.이것은화자가스스로를“촌사람”으로인식하고있으며여기저기를둘러봐도자신과같은사람은존재하지않는것같은이질감을표현하는것에서알수가있다.

2.전통적소재로서의‘옹기’

홍길동이현실화된
甕友를만나는마음을
오래지체하게하지않는다.

너른호수를너그러이안고있는
한가로이아늑한대문을밀치는데

구멍이숭숭한낙엽배가
구름덩이내려앉은확독에
유유자적환영의팔을벌린다.

모로요염하게누워있는국화송이에
입맞춤하고낙엽더미를북돋아준다.

부채꼴기와담장사이로
후덕한주인의사랑에
폼재는야생화가
까치밥한점에뺨사래를맞는데
이대목에서노랫가락이절로한수터진다.

아리아리랑스리스리랑아라리가났네
벗있어예까지찾아드니
항아리랑꽃이랑나를나를반기네

늘그막한옹기들이펑퍼짐하게앉아서
얼씨구마당놀이를즐기고있다.

침실까지점령한전통옹기들의
큼큼한장내음은익숙한코찌름향
호남지방대궐에서발굴된
피라미드를거꾸로세운듯한똥항

취하선장승업의술독
정약전자산어보의젓항아리
천주교박해십자가옹기
옹기의함성이전국을넘어
울산세계옹기엑스포까지

-「秋友宇」전문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는옹기의우수성을알리기위해서2010년에울산에서개최된옹기전시전이다.제목에서보면시적화자는“세계옹기엑스포”에참석한것이마치친구네집에간것같은푸근한정감을느꼈음을간접적으로표현하고있다.화자가본수많은옹기들은다양한역할을통해서우리의전통문화속에녹아들었고그존재의미는지리적으로한국을넘어세계로뻗어가야한다고생각한다.그래서“옹기”를통한발효의과학은매우훌륭한것이고이러한“벗”들이“있어”자신이“예까지찾아드니”흥이저절로난것이다.다양한옹기들을보면서화자는흐뭇해하고그것들과우정을논하는경지에까지이르렀으니누구도말릴수없는전통지향적인사람임을알수가있다.이처럼특정지역과특정위인들을떠올리게하는옹기의힘은위대하고자랑스러운것임을화자는분명하게드러내고있다.

3.시인과화가로서의정체성

대감모자를쓰고
노안당마루에서난을치기로했다.
준비과정이계속되어가던중
시장당선과함께시예산을줄이는데
대감모자가날아갔다.

아쉬움은행운을가져오는데
천그림개인전을하게된다.

가벼운맘으로
붓길에들어섰던것이엊그제같은데
숙제한장에긴장과설렘을반복하면서
계속되어야하는원칙을정해놓고
노후보험이그림그리는것이라는
스승님의말씀을따랐던것이
지금의매화꽃한송이피어나게하는
든든한벗이생겨나지않았나싶다.

부족하지만운현궁에서전시를하게되어서
기쁨과함께부담도가지게되는데
지금까지배운것을토대로나만이가지고있는
색깔로이번전시를감사히즐기겠다고

-「천그리고먹물개인전」부분

수묵화가로서의삶도만만치가않은데시인으로서의삶까지추가하는것은대단한열정의소유자가아니면감당할수없는일이다.더욱이시인으로서의삶은물질의혜택이거의배제된정신적인작업이기에더욱감탄하지않을수가없다.화가로서활동을하다보면“시장당선과함께시예산을줄이는”일들을많이경험하게되는데화자는시집이팔리지않는세상에살고있으니그두가지를병행하는예술가로서경제적인고충은배가될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시인으로서의삶을살기로작정한것은두장르의유사성같은것이있어서훨씬친근하게느껴졌기때문일까.우선수묵화를그리는화가는사물이나대상을대할때치밀하게관찰하여이를화선지에표현하고,시인은사물이나대상을관찰하고외양너머본질까지찾아내는수고를아끼지않으며이를언어로표현한다.즉오랜관찰과깊은사색의결과로서위대한작품이탄생한다는측면에서는두장르가맥을같이한다고볼수있다.그리고수묵화가로서오래된물건들과옛기억,어린시절의추억들을소중하게여기는것과시인으로서유년의기억과고향의추억을시의발판으로삼는다는것이유사점으로생각될수있다.그리고두장르모두이미지를중요하게생각하는예술이기에그것에조정희시인이매력을느꼈을수도있을것이다.

4.도시를떠나시골로귀촌하다

해가출근을안해요어찌된것일까요?
여름내내반기지않은비만내리네
불구경물구경안한다는사람없다했다.
2층테라스에서홍수난리는다잡힌다.

냇가산책길에꽃자지꽃잔디가
여름폭우에흔적도없이사라지고
다리위까지넘치는물살에
난간틀을면도하듯밀어버렸다.

마트가는지름길은살벌한물살로
부표물들이쉼없이어디까지갈려나
끊어질듯한전깃줄에새들이주르륵앉아
물바다되어버린냇가를응시하고있다.

한때는그랬다.
온동네가영화기생충세트장이었다.
물이들어찬반지하를뒤로하고
철새되어여기까지날아들었다.

냇가에징검다리위까지흙모래가쌓여
물새들의물살이가까이에넘실거리는데
무성한풀목을잘라주면발아가멈출것이라
생각만으로냇가의폭을넓히고있다.

마른산길에서보지못했던
낮은능선으로계곡물이
늘그랬던풍경처럼새소리와함께
촉촉한숲속의동요가울려퍼진다.

목까지차올랐던버드나무시련을

-「지난홍수」전문

도시에서도저지대에서는홍수때마다침수가일어나고하천이불고지하에물이들어차는일이반복해서일어난다.그렇지만그런곳이어도모두떨쳐버리고나오기가쉽지않다.도시에는다양한일자리가있고아이들에게좋은교육을시킬수있는기회가많기에여러가지를생각하지않을수가없다.그렇게도시의홍수와소음과공해와무한경쟁을견뎌내고아이들이다커서둥지를떠나면화자도그곳을떠날마음을먹게된다.그리고마음이시리지않고조바심내지않아도되는푸근한고향같은곳으로이사를한다.그렇게시간이흘렀어도조정희시인의무의식속에는비의이미지나물에젖는심상들이곳곳에노출되어있다.그만큼도시에서의삶은눅눅하고춥고서러운시간이었고무의식깊이각인되었다.「젖어보는길」에서“레드카드는신호등에박혀/반칙없이살아온/내발목까지묶어놓는데/잠시퇴장당해/추적추적한맘내려놓는다”와같이신호등앞에서도도시에서의물폭탄을맞았던경험이은연중에새어나오고있다.반면에「여름」에서는“채소가남새밭에가득하고/비염엔수세미가좋다고/공해에시달린지병들생활고만해결된다면/공기좋은이곳은병들이힘이없겠다싶다”와같이도시의흔적을지워주는농촌의풍경이화자의마음을따뜻하게어루만지고있다.

5.이순의여유와깨달음

묵향에젖어
살았던세월끈질겼고

우리가락좋아서
징하게혼나고배우고

옛옹기찾아
전국을누비고다니네

다른삶이었어도
이렇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