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들여다보며 꼬집고 싶다 (이진주 시집)

몰래 들여다보며 꼬집고 싶다 (이진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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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물활론, 환상적 리얼리즘, 에코페미니즘
문화예술의 도시, 진주에 이진주 시인이 있다. 2018년 《경남문학》 신인상에 당선하고 지난해 계간 《시와 편견》으로 이진주라는 필명으로 문단에 나와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이진주 시인은 박우담 시인이 주재하는 진주의 ‘시우담’ 멤버로도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이진주의 포에지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의 국화가 표상하는 원숙경의 누님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이진주는 외형적으로도 품위 있는 여성성을 지녔거니와 내면성 또한 충일하다.
이진주의 시는 물활론과 환상적 리얼리즘의 기법이 주조를 띠며, 자아와 세계가 혼융되는 신화적 판타지와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쇄 사슬로 펼쳐지며 시공을 넘나드는 활달한 상상력으로 드러난다. 물활론의 단초를 연 헬라의 철학자 탈레스는 자석이 쇠를 끌어당기는 것이 영혼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만물에는 신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물활론의 세계는 현대과학이 규명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 고대의 물활론적 세계관은 현대사회에서는 유효하지 않겠지만 이진주의 시에서는 환상적 리얼리즘과 더불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시적 지향성의 기저로 작동한다. 현대의 과학적 세계관으로는 역사적 진실을 투영할 수는 있지만 시적 진실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시집에서는 물활론적 세계로 시적 리얼리티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이진주 시인이 이 시집에서 보이는 키워드는 자연과 여성의 근원적 성찰과 반성의 에코페미니즘이다. 여기서 이진주의 에코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산업문명에서의 차별이나 파괴에 대한 비판이라는 기존의 담론을 넘어 여성성의 내면 성찰을 전제로 한다.
저자

이진주

의령출생
2018년《경남문학》신인상
2021년계간《시와편견》등단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간사

목차

1부다미
기별
다미
2월
스투키
로드킬

커튼
우파니샤드
환승역
가면극
오로라
도플갱어
낙엽
마이너리그-남천
다미2

2부무게없는입김
무지외반
무게없는입김
12月
우파니샤드

꽃무릇


강물이노을로다가온다
달팽이
산책
플라시보

3부타르초
섣달
피뢰침
망명자
너머
서랍
제비표라이더
추락하는저녁
타르초
핸드백
생일
지하도
눈雪
벤치는발설하지않는다
등대
참외
수상한꿈
테트라포드
손바닥
얼룩

4부병동
새벽
제비꽃
파우치
병동
패디큐어
크레졸냄새가묻어있다
마디
명절
동거
꿈2
앉은뱅이꽃
마이너리그-출구
모자
정자亭子
이상옥(시인,베트남메콩대교수)시해설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물활론,환상적리얼리즘,에코페미니즘

이상옥(시인,베트남메콩대교수)

문화예술의도시,진주에이진주시인이있다.2018년《경남문학》신인상에당선하고지난해계간《시와편견》으로이진주라는필명으로문단에나와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간사를맡고있다.이진주시인은박우담시인이주재하는진주의‘시우담’멤버로도활발한활동을한다.이진주의포에지는서정주의「국화옆에서」의국화가표상하는원숙경의누님을떠올리게한다.그만큼이진주는외형적으로도품위있는여성성을지녔거니와내면성또한충일하다.
이진주의시는물활론과환상적리얼리즘의기법이주조를띠며,자아와세계가혼융되는신화적판타지와이미지와이미지의연쇄사슬로펼쳐지며시공을넘나드는활달한상상력으로드러난다.물활론의단초를연헬라의철학자탈레스는자석이쇠를끌어당기는것이영혼을갖고있기때문이며만물에는신들로가득차있다고말한바있다.그만큼물활론의세계는현대과학이규명할수없는신비로가득하다.고대의물활론적세계관은현대사회에서는유효하지않겠지만이진주의시에서는환상적리얼리즘과더불어에코페미니즘이라는시적지향성의기저로작동한다.현대의과학적세계관으로는역사적진실을투영할수는있지만시적진실을드러내는데는한계를지니고있기때문에이시집에서는물활론적세계로시적리얼리티를확보하고자한것이다.
이진주시인이이시집에서보이는키워드는자연과여성의근원적성찰과반성의에코페미니즘이다.여기서이진주의에코페미니즘은남성중심의가부장적산업문명에서의차별이나파괴에대한비판이라는기존의담론을넘어여성성의내면성찰을전제로한다.

매화향기그윽한집

노모는마을앞신작로를바라보고있다
노을이돌아갈시간이면사립문옆에쪼그려앉아
옷깃을매만지고있다

며칠째
매화꽃툭,툭떨어지고
-「기별」전문

매화향기그윽한집에는노모혼자산다.하루종일노모는사립문에쪼그려앉아옷깃을매만지고있다.무슨기별이오기를기다리는것인가.매화꽃과노모를함께묶어에코페미니즘의표상으로읽어도좋다.매화향기그윽한집은신작로에서도떨어져있다.자연을표상하는매화와노모는현대문명에서둘다타자다.며칠째매화꽃이툭,툭떨어지고있는것이니물활론적세계관으로는매화꽃은할머니의영혼이거나마음이분명하다.노모와매화는한몸이다.노모는생의마지막플랫폼에서그것이무엇이든마지막기별을기다리고있다.비극적정황인데도이시는왜이렇게아름다운것인가.에코페미니즘을기저에깔고있는데도왜,무저항적인가.이아름다운한폭의풍경화행간에노모의한생이담겨있다.
이진주의시를관통하는것은에코페미니즘이다.에코페미니즘은자연과여성에게자행되는지배와억압에서벗어나고자하는생태운동과여성해방운동이결합된것이다.자연과여성은다같이모성적이라는데서도동일성을지닌다.자연이나여성은남성,서구중심주라는지배적담론에서타자담론이되었던것이사실이다.이진주의시의에코페미니즘지향성은먼저자연과시인자신을동일시하는데있다.여성의몸이자연이고자연이여성의몸이라고인식하는바,그것은명시적으로드러나기보다이진주의포에지에내재해있다.이진주의에코페미니즘은소리치며주먹질을하는것은아니다.지배와억압에대해서맞서직접적인폭력성을띠지도않는다.

새끼발세워밖을봐요
두어뼘키작은나는참새부리를닮았네요

잔설을딛고선이파리가
꿈을쪼고있어요
-「2월」에서

이진주의시는시집전체가하나의텍스트로피가흐르고맥박도살아서뛰며씨줄과날줄로상호텍스트성을구축하고있다.의인화된2월이라는화자와앞의시「기별」의노모도물활론적으로는하나다.노모라고해도언제나노모가아니었다는말이다.노모에게라고어찌「2월」의화자처럼봄을기다리던이팔청춘이왜없었겠는가.2월은봄도아니고겨울도아니다.겨울과봄의경계,봄이도래하기전의봄꿈이다.이시에서는꽁꽁언눈짓에서새끼발세워밖을바라보는이미저리가2월을탁월하게묘사한다.2월이라는추상적관념이손에잡힐듯하다.이진주의시는이미지의적확성이돋보인다.오랜시적단련을거쳤음을확인할수있다.이팔청춘의「2월」에서노모의「기별」까지의거리에내재돼있는여성성의함의에서이진주의에코페미니즘의연원과단초를읽을수있다.

티비앞에서
바싹마른감정으로세상을본다
깨진유리병의눈으로

더날카롭게
더결핍되게
-「스투키」에서

밖은눈보라흩날린다아무도오지않는피로한밤이다부풀은눈꽃들이주먹이되어이마를친다눈을밟으면독경소리난다언발을비비며고깃집을찾은그녀길잃은눈발이문틈을기웃거리고

솥뚜껑위부지런히익어가는문장

피로해지는밤한묶음의녹아내린눈이눈물이되고경전이되어미끄러진다마음은녹물처럼얼룩진다예전의그녀가천장에부딪혀불협화음으로흩어진다들렸다,안들렸다축축한과거를읽는그녀의목소리
-「우파니사드」전문

개미가파먹던별을바라본다

상처로굳어진별의표면
오래된상처는울퉁불퉁한
근육을만든다
-「환승역」에서

사막의한가운데
미아가되어버린안구
오아시스는보이지않는다

너무오래응시하던
낡은습지엔마른안개가기어오른다
흐르지못한눈물
뻑뻑한눈동자로나를바라본다

펑펑쏟고싶은시간이다
-「달팽이」에서

「스투키」는스투키를의인화해서객관적으로응시한다.화자는3인칭전지적시점이다.스투키를그녀라고호명하고그녀의내면을투시하며일거수일투족까지그의미를파악한다.언제든찌를수있다고전제하며티브이열기를삼킨그녀인바,스투키는티브이앞에놓여있는것이고티브이를통해세상을환히바라보며세상을경계하고공격자세를취한다.그녀의생존비결이다.비좁은식도밖으로뾰족한손을밀어내는긴손가락에는예민한손톱을달고있다.그러면서도후끈홍조가올라셔츠를벗는것은또무슨역설인가.티브이로보이는세상은모순된것이지만스스로모순에속으로들어가고싶은묘한심리,그것이스투키로표상되는그녀다.그녀가사는게겨울바다파도같아서저릿한가슴이자주출렁거리는것은썰물로쓸려나간삶의가닥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지나온생은모래톱에뾰족한흔적만을남긴채상실감에치를떤다.그녀가할수있는일이라고티브이라는세상을향해칼끝처럼손톱을길게다듬어서는누구든,다가오면찌를태세를갖추는것이다.그녀는내면을드러내보이고싶어하지않는다.조그만틈만보여도공격당했던경험을갖고있기때문이다.그녀가세상을살아가는방식은피한방울돌지않는표정으로더깐깐하게티브이라는세상앞에서바싹마른감정으로깨진유리병의눈으로더날카롭게더결핍되게응전하는것이다.
의인화된스투키를바라보는화자는스투키를통해자신을보는것임은자명하다.스투키그녀의내면을전지적시점으로기술할수있었던것은바로스투키에투영된자아를본까닭이다.
이진주의시의이미저리는환상적리얼리즘으로상호미끄러지고때로교합하고환유되며또한은유되며활달하고경쾌하며리드미칼하다.「우파니사드」의‘우파니사드’가환기하듯우주적실체인브라만과내면의자아인아트만이하나라는우주적인식역시물활론적신비한세계관과같은맥락으로시공을넘나든다.물활론적세계관이환상적리얼리즘의기법으로펼쳐진것이다.
「환승역」에서호두와별은시인의환상적상상력에의해동일시된다.별에서호두를보고호두에서별을본다.시인은육체성보다정신적존재성이더강조된다.이진주의물활론적세계관을기반으로한시적판타지는정신을플랫폼으로호두에서별로순간이동도가능하다.이것은물활론을가져온시인의특권이다.세계내던져진한계내존재자이지만시인은그한계를넘어서우주로유영할수있는정신의자유를누린다.이진주의시는환상적리얼리즘으로시적지평을우주적광활한공간으로확장한것이다.「달팽이」에서는혼융,뒤섞임의이미저리가역시환상성을드러내며,사막한가운데미아가되어버린안구라는섬뜩한이미지로오아시스는보이지않는다고언술하며여성성을생의환유로보여준다.
여기서작품인용은하지않았지만「오로라」에서보이는환상으로피어나는은유의불꽃인오로라,그것은신비롭고아름다운여성성을환유하는이진주의시학의표상이라할만하다.이진주가그려내는에코페미니즘의세계는물활론과환상적리얼리즘으로펼쳐져여성성의아름다움이신비의영역에속하는것임을보인다.여성성이라는신비의세계는리얼리즘으로는다파악할수없다.환상성이대입되지않으면어찌인간과우주의신비를환기라도할수있는것이겠는가.환상이아니면진입조차못하는것이기때문에리얼리즘에환성성을대입한것이다.「도플갱어」역시오로라등에서처럼자아와사물의동일성을획득하는방식이전통적서정성을넘어서며,이진주의시학이환상으로피어내는은유의불꽃임을보인다.전통적의미의동일성을넘어환유에서곧바로은유로미끌어지거나은유에서환유로미끌어지며도플갱어를만들어내는것이이진주시학의요체이다.

#
동공속에는불길함이숨어있다

어둠이어둠을키우는밤
검은숲을열고불빛이질주한다
빛과빛의실루엣
그림자의그림자를뚫고헤드라이트가
내눈에부딪힌다

#
별빛이동공을만지고부시럭거린다
아찔하다

별의뒷면에는슬픔이묻어있을까
휘청거리는빛이나의홍채를흔든다

숨을몰아쉬는고라니,짧은다리가길어진다

#
나는나를내려다본다
붉은점액질의내그림자위로
내뱉지못한마지막숨

죽음의동공아찔하다

남은호흡을수거하고나는
붉은비린내를닦아낸다

#
나는나를버리고숲속으로날아갔다
별빛이나를끌어안는다
텅빈육체

어둠의경계에는슬픔이자라고있다
-「로드킬」전문

「로드킬」은이진주시의에코페니즘의한극점을선명하게보여주고있다는점에서주목을요한다.자연을표상하는고라니와관찰자인여성성을표상하는화자는둘이면서도하나이고하나이면서도둘이다.외면적자아와내면적자아라고해도좋다.로드킬이라는폭력성을시종일관환상적,몽환적인기법으로신비하게처리하면서도“숨을몰아쉬는고라니,짧은다리가길어진다”라는객관적사실을전경화하며자연과여성성에대한폭력성의무자비함을고발하는에코페미니즘의진수를보인다.
이진주의시에서물활론은현대의과학적세계에갇혀있지않는,사유의자유로움과확장성을대변하는것이고,환상적리얼리즘역시,현실적역사적인식으로는도무지닿을수없는시적진실의판타지를드러내는이진주의시적기법에다름아니다.이진주는이번첫시집에서자연과여성성의동일성으로서의에코페미니즘이라는자신만의독특한시적지평을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