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주소 (양창식 시집)

생각의 주소 (양창식 시집)

$13.45
Description
양창식 시인의 시가 대부분 삶에서 얻은 지혜를 담으려 했다는 일반화를 용납한다면 양 시인의 시는 한 마디로 ‘지혜의 서’라 칭할 만하다. 그리움과 아쉬움, 안타까움 등의 정서를 담아낸 많은 시편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경험과 사유로 터득한 삶의 지혜를 담는 데 시의 많은 부분이 바쳐져 있음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 지혜를 나 아닌 타인과의 공유를 염두에 둔다. 앞서 언급한 위대한 시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삶을 현명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이정표 내지 지침이 되게 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라 하겠다. 이는 문체적인 특징으로도 나타나는데 명령형 어미를 사용한 많은 문장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자신이 터득한 지혜와 깨달음, 통찰을 독자(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문장형태다. 딱히 명령형 문장이 아니더라도 마치 손주를 옆에 앉히고 ‘삶은, 사랑은, 그리고 인간은 이렇단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야 한단다.’하며 시인의 통찰을 전하는 방식의 언술이 많음도 같은 맥락이다.
문학의 존재 이유에서 본다면 양창식 시인의 시는 공리적 효용론의 입장에 있다. 다분히 교시적(instruire)이다. 그가 삶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을 전하여 공유하는 데에 시 창작의 의도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

양창식

2009년《정신과표현》으로등단
2018년《시와편견》에유안진시인의
추천으로재등단
시집『제주도는바람이간이다』,
『노지소주』등이있음
서울시인협회,제주문인협회회원
제주국제대학교총장,대학원장,교수(역임)

목차

1부미안하다,일상
‘쓰자’
물심양면
잃어버린강
군불
나잇값
내일을던져라
내리사랑
몸짓
미안하다,일상
책한권보냈을뿐인데
침묵할수밖에없는이유
팬데믹인사
처음가는길
함구령
첫사랑
외사랑
세상없는꽃밭
사랑의언어


2부민오름대추나무
잡초
애기동백
선인장
불청객
봄동2
봄꽃
반려식물
민오름파묘破墓
민오름벚꽃
민오름대추나무
민오름노루
무명꽃
마당에수선화
낙과落果
고추
고양이똥
감자꽃


3부오른발의재발견
귀보다코
그릇
렌터카
범생이
비울거면서
설마
한방
신호등노란불
오독誤讀
오른발의재발견
이어달리기
저울
유예
제주어
해몽말아요
공양
사랑질문
생각의주소
네가만든그단단한,


4부바람의길
11월에게
12월에게
가을앓이
유훈遺訓
노랑궁금증
동상이몽
바람의길
배웅
세월
세월의변
수능날
순교
어느반성문
한라산아라리요-백두대간을바라보며
활엽수
새해사용설명서
시집해설-복효근시인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삶의강을건너는사랑과지혜의서

복효근(시인)

잘랄루딘루미,칼릴지브란,타고르,푸시킨,한용운......우리정신사에위대한족적을남겼던시인들은모두예지자였다.바꿔서말하면사물의도리를꿰뚫는지혜를노래한위대한시인들이었다.삶에서터득한지혜를압축된언어로노래하여긴긴세월이흘러도인간의가슴속에지워지지않게아로새겨놓았다.시대가혼란스럽고삶이흔들릴때이노래들은등불처럼이정표처럼헤매지않고길을헤쳐나가게해준다.그들은모두시라는형식을차용하여때로는명시적으로때로는비유와상징을통하여인간에게지혜와교훈을심어주려하였다.그어떤양식보다시는노래로써강한전염력을가졌으며리듬으로써인간의뇌리에새겨져잊히지않고유전되는힘이있다.성서의시편이나불경의법구경등을시의범주에서바라보는것도같은맥락일것이다.
모든시가다‘지혜’를담는것을주목적으로하고있진않지만‘지혜’를시로써전달하려는노력은수많은시인이수많은시를통해면면히해오던일이었음은주지의사실이다.문학의목적혹은그효용성을논할때등장하는‘당의정’론도이와다르지않다.우주와인간,삶의통찰과지혜를산문의언어로전하려하기보다운율과상징비유,역설과반어등수사법을통하여효과적으로전달하려는의도가시의형태로나타난것으로보는이론이다.
양창식시인의시가대부분삶에서얻은지혜를담으려했다는일반화를용납한다면양시인의시는한마디로‘지혜의서’라칭할만하다.그리움과아쉬움,안타까움등의정서를담아낸많은시편에도불구하고시인의경험과사유로터득한삶의지혜를담는데시의많은부분이바쳐져있음을부인하긴어려워보인다.그리고이지혜를나아닌타인과의공유를염두에둔다.앞서언급한위대한시인들이그러했던것처럼삶을현명하게그리고행복하게살아가려는사람들에게그어떤이정표내지지침이되게하고자하는시인의의도라하겠다.이는문체적인특징으로도나타나는데명령형어미를사용한많은문장이그예라할수있다.자신이터득한지혜와깨달음,통찰을독자(자신이아닌다른이)에게전달하겠다는의도가담긴문장형태다.딱히명령형문장이아니더라도마치손주를옆에앉히고‘삶은,사랑은,그리고인간은이렇단다,이렇게생각하고이렇게살아야한단다.’하며시인의통찰을전하는방식의언술이많음도같은맥락이다.
문학의존재이유에서본다면양창식시인의시는공리적효용론의입장에있다.다분히교시적(instruire)이다.그가삶에서얻은지혜와통찰을전하여공유하는데에시창작의의도가있다고하겠다.시인이지나온삶에서얻은통찰과지혜의목록은다양하다.그다양한목록의몇가지를소략하게살펴보기로한다.

따스한온기를느껴봐
부뚜막위고양이처럼

뜨거울때는사랑이아냐
불같은사랑을하는사람들
불같이식어지지

사랑은
군불이되어주는거야
그사람이깨어날때까지

깨고보면
나이가들어있겠지
고양이처럼기지개를켜겠지

「군불」전문

먼저시인이그의여러편의시를통해전하고자하는첫번째목록은‘사랑’이다.사랑은온인류가종교와인종을떠나태초부터갈망해온최고최상의덕목이라아니할수없다.그러나온전히그사랑이실천된적이없다.때로는수많은오류를범하고사랑이라는이름으로정반대의흑역사를써온게우리인류의실상이다.많은종교의창시자와선지자그리고헤아릴수없는많은철학자와시인들이사랑을논하는것은그만큼그것이정의내리기어렵고실천이어렵다는뜻이겠다.아마인류가존재하는한사랑에대한탐구는멈추지않으리라.그렇듯참다운사랑에대한시적탐구는양창식시인에게서도예외가아니다.삶에서필수항목인사랑에대해서양창식시인의사랑에대한철학을엿보는것은그가시를통하여전하고자하는지혜의중심을이루기때문이다.따라서여기서시인의‘사랑’에관한시몇편을살펴봄으로써그의핵심철학의일면을보도록하겠다.
사랑이라는명사에붙는수식어가운데하나가‘뜨거운’이다.‘정열’이라고바꾸어말해도좋을단어다.많은가요와또많은시뿐만아니라영화매체에서도이뜨거운사랑을찬미하는것을흔히볼수있다.그러나양창식시인은이뜨거움에대해경계하고있다.시인이생각하는참다운사랑의속성은항상성에있는듯하다.시인은“불같은사랑을하는사람들/불같이식어”진다고한다.따라서시인이생각하는사랑은“군불이되어주는것”이라고말한다.군불은은근히구들장을데워서밤새도록일정한온기를제공하는것이다.부뚜막도같이데워져그위에고양이도편안하게밤을건널수있다.마찬가지로,나이가들도록오랜세월같은온도로유지되는따뜻한사랑을지향하는것이다.여기서우리는“그사람이깨어날때까지”라는표현에주목한다.물론온돌위에서잠을자고깨어나는것을말할수있는데,여기서는중의적으로해석해야그의미가풍요로워진다.‘깨어남’은잠에서깨어난다는의미외에일종의‘깨우침’즉각성의의미가있다.은근하고지속적인관심과사랑은한사람을혼미하고미혹한상태에서새로운차원의깨달음으로이끈다.사랑으로인한정신과영혼의상승작용을말하는것으로해석할수있다.

고개숙여야한다
산처럼우뚝서려말고
바다처럼깊이가라앉아야한다

깊은한숨은있어도
높은한숨은없나니

애써농사짓는농부는
여물이단단하길바랄뿐

바다로스미어드는
붉은노을처럼
사랑은아래로아래로

끝이없다고서러워마라
우리네인생진다빠질라

「내리사랑」전문

앞서인용한시가‘따뜻한사랑’이었다면이시에서말하는사랑은‘낮은사랑’,혹은‘깊은사랑’이다.높이와크기를추구하기보다는아래로아래로깊게스미는사랑의자세를시인은노래한다.단단히여물어고개숙이는곡물처럼견고함과겸손함을지녀야한다는뜻이다.아울러우뚝서서그오만함을드러내기보다는바다처럼항상적이고흔들림없는,노을처럼스미어들어두루꽉찬사랑을시인은당부한다.부와권위로과시하고거기에굴복하게만들어소유하고순종하게만드는천박한사랑을경계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그러나그사랑은언제나쉽지않아서끝이없다.부모가자식에게베푸는사랑이끝이없듯이사랑은끝없이깊어지는것이고고개숙이는것이고아래로아래로흘러가는것이다.시인은그래서그끝없는자기희생과겸양을서러워하지말라고당부하는것을잊지않는다.

기약할수없는내일보다
숨쉬는오늘에감사하는이여

삶은차창밖으로보이는
세상풍경들
지나치고나서남는건
한갓풍문의낙엽들

사랑이달아날까두려워하는이여
사랑은스위치가아니라
사랑은노크라고기억하세요
응답이없을까두려워말고
두드리고확인하세요

오늘이아프다면
내일을기대하기힘들다면
사랑의언어를실천해보세요
혼자서단절하지말고
여기있다고손흔들어보세요

「사랑의언어」전문

이시에서키워드는‘사랑언어의실천’이라하겠다.아직오지않은내일에대한두려움으로우리는살아간다.사랑하면서도사랑이달아나버릴까두려워한다.때로는사랑이스위치처럼켜기만하면그어떤것을한꺼번에해결해줄것처럼생각한다.오늘은아프고내일은기약할수가없다.시인은“숨쉬는오늘에감사하는이”에게당부한다.삶은“지나치고나서남는건/한갓풍문의낙엽들”이므로과거도미래도집착할필요가없다고말한다.‘까르페디엠’,지금이순간을살라고하는것이다.자신만의세계에갇혀단절감과고립감에허우적거리지말고‘노크’를하라한다.소통의중요성을말하는것이리라.실존적고독감은누구에게나똑같은것,그래서자신의존재를더이상유폐하거나고립시키지말고연대하고소통하는것이진정한사랑이라고말하고싶은것이다.자신에대한사랑을넘어선사랑의확장을실천하라는주문이다.사랑과삶은또다른상대를전제로한다.인간이라는정의가그렇다.혼자로서는인간은정의조차될수없다.그래서자신을상대로한사랑에서나아가다른존재를상대로한사랑의실천만이인간을온전히정의할수있게하는것이다.실천하는것만이두려움과허무를떨치고사랑을지키는유일한방법임을시인은시를통해말한다.

가시는지독한증오
가증스러운사막의불볕을고발하고
잎을가시로바꾸는진술

가시는지독한함몰
누구를죽도록미워한다면
미워할때마다돋아나는가시를
어떻게감내하려고

내마음에미움을심을때마다
내몸에가시를돋칠때마다
내속은사막이되어야하는걸

증오는가시이며
가시는함몰이며
함몰은사막이며

「선인장」전문

사랑의반대편에미움이있다.앞서살핀사랑의실천이사라진곳에미움곧증오가자란다.“누구를죽도록미워한다면/미워할때마다”가시가돋아난다.“내몸에가시가돋칠때마다/내속은사막이되어야”한다.사막에서는생명이살기어렵다.살수없다.다시한번시인은상기시킨다.“증오는가시이며/가시는함몰이며/함몰은사막이며”이는곧죽음을의미한다.시인이‘사랑의실천’을강조한까닭이여기에있다고하겠다.그누구를향한증오는그누구이전에자기자신을함몰시키는행위이며그자신을사막으로만들고정신과영혼을죽음으로몰아넣는것이라는의미로읽는다.

지금까지는문면에직접‘사랑’이라는어휘가등장한시편들을주로살폈는데기실시인의시를읽어보면‘사랑’이라는어휘가쓰이지않았다해도시전편의바탕에는삶과생명에대한사랑이전제되어있음을알수있다.

누가일상을고루하다했나요
누가일상을따분하다했나요
그러신분들께서는요즘은어떠신지요

일상을업신여겼습니다
일상을허비했습니다
일상을존중하지않았습니다

사람들만나고
직장에나가고
장사하면서
다람쥐쳇바퀴돈다고불평했던누구들

코로나팬데믹,
일상은부족한것이아니라
과분하다는걸알게해주었습니다

일상이다시온다면
살갑게굴겠습니다
즐겁게대하겠습니다
감사히받아들이겠습니다.

「미안하다,일상」전문

코로나팬데믹으로인하여이전에없었던난관에우리는봉착했다.일상이라여겼던것들이일상이되지못하고비대면,격리,마스크착용등이일상이되어버렸다.집회나가족면회더구나해외여행은꿈도꾸지못하는세상이왔다.이제그끝이보인다고는하나미증유의바이러스의반란은아직도진행중이어서그끝을장담할수없는게현실이다.우리는이엄청남세계사적팬데믹을당하기이전에“사람들만나고/직장에나가고/장사하면서”자유롭게살았다.“고루하다,따분하다,다람쥐쳇바퀴돌듯산다.”하면서일상을가볍게,하찮게,불평불만을늘어놓으면서살았다.그런데그런일상을잃고나서야그일상이“과분하다는것을”알게되었다.우리가그렇게아무렇지않게대했던것들이실은소중하고그자체가삶이었던것을그것이가능하지않은상황에서야깨우치게된것이다.
그래서시인은말한다.그리고다짐한다.“일상이다시온다면/살갑게굴겠습니다/즐겁게대하겠습니다/감사히받아들이겠습니다.”이는일상에대한태도다시말하면삶을대하는태도를말하는것이다.한마디로축약하여말하면‘사랑’이다.주어진일상과삶의매순간을진정성있는사랑의자세로살아가겠다는의미인것이다.이처럼시인은‘사랑’이라는어휘를사용하지않고서도그의시는삶에대한사랑을전제로하고있음을알수있다.이같은태도는‘희망’을말할때도마찬가지다.삶에대한사랑을전제하지않고희망을말할수없는것이기때문이다.

희망은늘멀리에있습니다
아득한수평선처럼
쫓지않으면
언제까지희망일뿐

하루를치열하게살다가는
하루살이는
내일을모르는것이아니라
내일을준비하지않는것입니다

오늘을딛고
매일매일희망을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