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성계에 관한 고찰 (박성후 시집)

쌍성계에 관한 고찰 (박성후 시집)

$13.30
Description
박성후 시인의 시는 이 절망에서 시작한다. 그는 광활한 우주 저쪽으로 망원경을 대고 천체를 관측한다. 별을 찾으려 하기보다 그의 관심은 ‘나’(인간)에게 있다. 망원경이라는 거울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보려 하지만 맨 처음, 그리고 매번 그에게 보이는 것은 절망이다. “여기 있음에 관하여/ 어떤 해명도 내놓을 수 없는 이유에서다”(「천장」) 내가 여기 있음에 대하여 어떠한 해명도 찾을 수 없다, 왔던 길도 가야 할 길도 보이지 않는다. 우주의 미아처럼 내 존재를 규명할 수가 없다. 나를 찾으려 우주에서 내 좌표를 찍어보려 망원경을 들이댔으나 고독한 단독자로서 절망만을 안고 서 있다. “180도로 마주 본 거울에 무한이 있었다.”(「거울연가」) 시인은 거울을 통해 천장을 들여다보았으나 그가 발견한 것은 ‘무한’이었다. 저 무한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한찮은가? 나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디서 비롯되었으며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인간은 정말이지 비루하다. “참 안타까운 것은/ 나 하나를 안아주기에도/ 너무나 짧고 비루하다는 것이다.”(「긴팔원숭이의 꿈」) 긴 팔을 가졌음에도 인간은 스스로를 안아주기에도 부족하고 우리 삶은 너무 짧고 비루하기까지 한 것이다.
저자

박성후

2003년진주에서태어났다
2018년한국과학영재학교에입학하여부산으로옮겨갔다
2022년한국과학기술원에입학하여대전으로옮겨갔다
2022년고향진주에서첫시집『쌍성계에관한고찰』을냈다
2022년여전히수학을공부하고있다

목차

1부원점
귀향1
창조
죄수의딜레마
원점
잡념
18시27분36초
종이배
긴팔원숭이의꿈
쌍성계에관한고찰
낙관주의자
편지
어떤영감도떠오르지안흔그런날에
나는거열형에처해졌다

2부어렸던내일의나에게
해바라기
잔향
악몽
질경이
이데아
거울연가
하루의끝
파편화된투쟁
어느비오는날에
어렸던내일의나에게
남쪽마을은
귀향2
밤샘
간극
방충망안에서
알약

3부별
별1
별2
은하의중심에는블랙홀이있다
내일에서서
불면증_별을세며
장막너머
은막
새벽
별3
날개꺾기
사리
거북목
마시멜로이야기
실종
연주_시차
역코페르니쿠스적전환

4부삶의의지
재시작
스톡홀름증후군
행성이정렬된날에
냉방병
모래시계
죽어버린며칠에대한추모
방안에서
4월33일
2022년6월26일
삶의의지
창밖에서일어나는일
야경
발화
약속
우화

5부국소적운명론자씨의일일
제값
흑요석문너머의세상을아시겠어요
아폴로1호
불완전연소
즉흥곡
그의눈동자안에서
오토마타
짧은팔원숭이
행성이정렬되지않은어느아침에
비행의꿈
인간은사랑을먹고산다
신중하게함부로골라담은
편지지

국서적운명론자씨의일일
시집해설-복효근시인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실존적절망을넘어서발견한이데아의언어


복효근(시인)

모든발걸음은
폐허로의산책일뿐이다

「은하의중심에는블랙홀이있다」전문


쇠렌키에르케고르는인간이처해있는실존적상황을절망으로규정했다.그는“절망을스스로알지못하는절망,원하지않음에도피할수없는절망,스스로절망을원하는절망”으로구분하였다.어떠한절망이든인간은이절망에서벗어나지못하여이를“죽음에이르는병”이라고하였다.
인간의실존적절망은인간존재의불완전성에서비롯되는데인간은필연적으로죽을수밖에없다는자각과관련되지않을수없다.시간적으로도짧은순간에머물다가는것이고광활한우주속에서도인간자신은지극히미미한존재라는사실에서누구도절망을피할수없다.시간적으로공간적으로인간은불완전하다는것이절망의원인이다.
이불완전성에서비롯되는절망을자각하는것은그러나그것으로부터의구원을꿈꾸는것으로이어지는데,키에르케고르는“모든정해진의식이나사람들의판단과결별하고,절망적존재가신앞에‘단독자’로서는것”이라고하였다.절망을구원하는완전하고완벽한절대자를상정한것이다.이른바유신론적실존주의의철학의요체라고할것이다.
박성후시인의시는이절망에서시작한다.그는광활한우주저쪽으로망원경을대고천체를관측한다.별을찾으려하기보다그의관심은‘나’(인간)에게있다.망원경이라는거울을통해존재의근원을들여다보려하지만맨처음,그리고매번그에게보이는것은절망이다.“여기있음에관하여/어떤해명도내놓을수없는이유에서다”(「천장」)내가여기있음에대하여어떠한해명도찾을수없다,왔던길도가야할길도보이지않는다.우주의미아처럼내존재를규명할수가없다.나를찾으려우주에서내좌표를찍어보려망원경을들이댔으나고독한단독자로서절망만을안고서있다.“180도로마주본거울에무한이있었다.”(「거울연가」)시인은거울을통해천장을들여다보았으나그가발견한것은‘무한’이었다.저무한속에서인간은얼마나한찮은가?나란도대체무엇인가?어디서비롯되었으며어디로사라지는것일까?인간은정말이지비루하다.“참안타까운것은/나하나를안아주기에도/너무나짧고비루하다는것이다.”(「긴팔원숭이의꿈」)긴팔을가졌음에도인간은스스로를안아주기에도부족하고우리삶은너무짧고비루하기까지한것이다.

감히이땅에생명을내린사탄아
싱그러움으로세상을삼켜버린악한아
나는뒤돌지않겠다
오르페우스의길을거꾸로돌아가
만찬을즐길테다
그대와영영작별하고는
인사하나없이
없었다는듯이
떠날것이다

「즉흥곡」부분

시인은때로이렇게거칠게절망을토로하기도한다.모든생명의근원은태양이라알고있다.그렇다면우리에게주어진유한한생명으로서겪어야하는절망의근원지도태양이라하겠다.시인은이태양에대하여시비를걸고있는모습이다.절망한자의격한몸부림이자저항이다.“감히이땅에생명을내린사탄아/싱그러움으로세상을삼켜버린악한아”라고태양을향해외친다.시지포스가다시바위를굴려언덕을올라가야하는일처럼그러나달라진것은없다.인간존재에대한근본적질문은해결되지않았을뿐이아니라더욱깊은절망을안게될것이분명하다.
더구나사람들은하늘을보려하지않는다.다시말하면자신의존재를들여다보려하지않는다.키에르케고르의지적대로‘절망을스스로알지못하는또하나의절망’을시인은안타까워하고있다.절망의실존을외면하거나모르는상태를시인은한탄하고있는것이다.시인은그러한“사람들틈에섞여보니비로소알게된것이몇가지있다”라고한다.“첫째는그들에게특별한방향성이없다는것/둘째는있어도딱히보이지않는다는것/셋째는보인다더라도나에게사영한그들의나아감은터무니없을정도로사소해보인다는것”(「파편화된투쟁」)이다.방향도없는문명의질주를시인은용납하기어려운것이다.절망에저항하지않는수동적삶에시인은다시절망하는것이다.그리고그것은‘사소한것’으로서중요하지도않은것이라고말한다.시인의절망이더깊어지는까닭이다.

별빛은땅바닥에곤두박질쳤습니다
반짝임을보아도인공위성인가합니다
불빛도파동도
알코올에서나올뿐
혜성도이젠휘발유로움직이니
대체누가천장을보겠습니까?
아니,
사방이검은빛으로가득한데
어딜보든무슨상관이겠습니까?

「야경」전문

발전이라는이름으로인간은끊임없이문명을일구어왔다.인공위성을쏘아올리고심지어는혜성도휘발유로움직인다고다소과장된표현으로시인은냉소하고있음을본다.천장을,우주를바라보지않는인간의근시안을비판하고자하는것이다.천장을보아야한다고생각하는것이다.시인은“하늘을올려다보지않는그런삶이/실제로가능하다니/조각구름은사진첩에/속삭임은주소록에/시리우스는구글에있”(「거북목」)다고믿는현대인들에게놀란다.하늘대신스마트폰만을보고있으니거북목이되어간다고시인은말하고자하는것이다.여기에있음을알기위해서시인은저광막한하늘을보면서절망해야한다고말하고자하는것이다.사람들은알코올에취하여절망을회피하고외면하고자한다.그렇다고절망을벗어날수있는것도아닌데.시인은절망을마주보기를원하는것이다.시인이빅뱅이전의상태“빅크런치를꿈꾸는것은이런까닭이다.”

소망은없습니다

어디선가조금자고싶군요

어디어디
어디라
어디일까요

여기가대체어디라고감히칭할수있단말입니까

가로등과벤치오월의낙엽줄지어진자동차와공기방울
추론하기에는턱없이모자랍니다
그대,그렇기에그대가필요합니다

제가어디에있는지어렴풋한감을잡도록
제가어디에있든지너울대는바람을보도록
그바람결에그대의소식이깃들도록

그러면비로소제자리가잡히겠지요
그쯤되면비로소어딘가가생겨날테고요
그때가오면
그제야조금
자고싶군요

「원점」전문

“어디어디/어디라/어디일까요”반복적으로존재의위치를묻는다.“여기가대체어디라고감히칭할수있단말입니까”라고절규한다.이는절망의몸부림과다르지않다.그래서시인은“그대와그때를”를갈구한다.이절망에서빠져나갈그때와그가의지할그대를기다린다.그러면자신의위치를말해줄‘어딘가’가생겨날것이라고믿는다.그러면안식을취할수있다고말한다.박성후시인의시에서‘그대’를,‘그때’의의미를구명하는것은그래서중요하다고하겠다.
시인에게‘그대’는누구인가?혹은무엇인가?키에르케고르가절망에서구원받기위하여완전하고완벽한절대자를상정했다면박성후시인은이데아를그자리에놓았다.사전의풀이를옮겨놓자면이데아는“인간이감각하는현실적사물의원형으로서,모든존재와인식의근거가되는것.플라톤에게서는존재자의원형을이루는영원불변한실재(實在)”를뜻한다.플라톤에게서처럼박성후시인은존재자의원형을이루는영원불멸의실재(이데아)를절망의구원자로본것이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영원하게

영원하길

「이데아」전문

망원경을통해천장을들여다보는것도시를쓰는것도시인에게는이이데아를위해서다.참으로간절하게그영원불멸을보고싶다고말한다.그보고싶은대상이이데아이며‘그대’인것이다.마치연인을간절하게그리는마음으로또그런말투로시인은이데아를그리고있다.그런데여기서주목할것은시인은이데아를철학적문법으로설명하지않는다.다만상징적으로때로는비유적으로암시할뿐이다.
시인은절망의장막너머에서한줄기빛을발견한다.그별빛은구원의빛이다.

별은공백덕에빛난다

우주를그려가는하루
별과별을잇는
어둠
한조각을
이제는내려놓는다

햇살에먹혀버린거리위에서
구멍을뚫어너머를바라본다
대개는
우울에빠져허우적거릴지라도
한번
단한번별빛이그틈새로반겨주기에
오늘도송곳을들고
하늘을꿰뚫는다

「장막너머」전문

“햇살에먹혀버린거리위에서/구멍을뚫어너머를바라본다”저광막한우주를향하여하늘에구멍을내고어둠너머를바라본다.현실과실존의절망너머를향하여망원경으로구멍을내는것이다.그일은“대개는/우울에빠져허우적거리는”일이기도하다.그러나섬광처럼“단한번별빛이그틈새로반겨”준다.이데아를경험하는순간을표현한것이리라.실존적절망에빠진존재는“어둠/한조각을/이제는내려놓”을수있다.구원의순간을경험하는것이다.
그처럼시인은그빛을찾아언제고망원경을천장으로향한다.그리고‘은막’의“커튼을살짝/들춰본다”그리고거기서“새벽을/거리를/햇살타고날아온빛알이뒤덮고있다”는것을발견한다.“차오르는심장의구름을빼기위하여”시인은“구멍을뚫어야했다”구멍을뚫는행위는현실적인의미는망원경으로천장너머로눈길을내는것이고비유적으로말하면미혹의구름을걷어내는일이다.
과학자들은은막저너머에서시리우스쌍성계를발견하였다.쌍성계는“중력상호작용이무게중심을중심으로궤도운동을할수있을만큼가까이있는두별로이루어진계”를가리킨다.이는별이존재하는한방식을말하는것인데밤하늘에가장밝게빛나는시리우스가바로그렇게존재한다.

그저조금
추워서떨었습니다

감히기대야겠습니다
심장박동이말을건네는것만같았지요
우리는서로를묶어두고있다고
다가갈수없다면도망치지도않을테라고

우리가있기에
우리가여기
있다고

살포시
손을포갭니다
비록늘그럴수는없겠더라도

이명마저죽은
이토록고요한겨울날에

「쌍성계에관한고찰」부분

시리우스쌍성계의운행방식은네가있어내가있고내가있어네가있는상호의존적존재방식이다.달리말하면내가없으면네가없고네가없으면내가없게되는존재방식이다.상생과공존의원리다.우주의모든존재가홀로존재할수없는,서로인연으로얽혀있다.“우리가있기에/우리가여기/있다”라는것을시인은발견한것이다.끊임없이존재의근원에대하여질문을던지고“여기있음에관하여/어떤해명도내놓을수없”음에절망하였는데그는이제‘여기있음’에대한한답을찾은것이다.그것은우리가말하는‘사랑’의개념과다르지않다.시인이시리우스쌍성계를통해고찰한바로“우리는서로를묶어두고있다고/다가갈수없다면도망치지도않을테라고”말한다.인연으로묶여있다.그러니“기대지”않으면안된다.사랑할수밖에없다.“비록늘그럴수는없겠더라도”“살포시손을포갤”수밖에없다.
시인은은막너머에서구원의빛을발견한다.“지금이다/내일이점지한순간이다/어그러진열망이수축하다못해특이점을넘고/영롱한폭발이섬광을타고이곳마저덮쳐오는/겨울의종말-/발아의순간이다/먼지처럼뿌연머릿속에서/별하나가드러나는때다”(「약속」)를경험한다.미혹이걷히고빛을발견하는순간이다.
그리고무엇보다“내가여기있음에대하여어떠한해명도찾을수없”었던절망너머에서자신의위치를찾는다.“나를안아주었다/사람의온기가오랜만이라/울었다/가만히/심장에손을얹었다/뛰고있었다.”라고(「짧은팔원숭이」)쓰고있다.자신이발견한빛의언어로자신에대한사랑과화해를고백하는것이다.뛰고있는심장에손을얹고울었다.신생의울음이다.

방향이채없어
우주어딘가를떠돌고있을사념들의대개는,
사랑해요.
사랑했어.
사랑하였습니다.
고마웠다고,

이를늘리는것에충분히이바지해본다
과연우주전체가너로차오른다
그곳은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