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 애벌레의 꿈 (김선중 시집)

호랑나비 애벌레의 꿈 (김선중 시집)

$13.49
Description
김선중 시인은 2021년에 등단한 신인이지만 대학원에서 플로리스트를 전공한 화훼류 전문가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식물과 나무의 종류와 생태에 대해 남다른 지식을 가지고 있어 시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투영되면서 생명 현상의 질서를 이해하고 그 생명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과 깨달음의 마음을 꾸밈없이 표현하고 있다. 김선중 시인의 이번 첫 시집의 특징은 숲과 나무와 꽃과 곤충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텃밭을 손수 가꾸며 텃밭의 생명들과 함께 사유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 아저씨로 유명한 류승철 선생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빛을 먹고 산다”(『산 아저씨의 숲 이야기』)고 말한다. 그는 빛은 숲을 만들고 숲은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들을 태어나게 해준다고, 그리고 숲은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숲이 품고 있는 빛과 지혜로움의 정신, 그리고 숲이 탄생시킨 뭇 생명들의 숨결 속에 김선중 시인의 시가 자리하고 있다.
저자

김선중

2021《시와편견》등단
동인시집『고흐가귀를자른이유』공저
시사모,한국디카시인모임동인
화정시회동인-꽃우물詩우물
단국대디자인대학원졸업
한국마사회플로리스트
고양신문마을숲코디네이터

목차

1부
흔적
바람부는날
여우비오시는날
하나뿐인손주
청양
우리엄마시장갔다오시면
아이스아메리카노
휘어진엄지손가락
우산
아픈웃음
본보기
빨래

2부
괭이밥
가시연꽃
꽃마리
풍선덩굴
그리는사이
꽃마중
오색주전골의봄
달맞이꽃
감자꽃
청산도해당화
바다의꽃섬
담쟁이넝쿨을보며


3부
선재길
설레는아침
연분
숲속연주회
갈매기
깃동잠자리
호랑나비애벌레의꿈
왕사마귀
연리근連理根
엉또폭포
재인폭포
비수구미계곡과파로호
임진강가를거닐며


4부
무소유
새똥
보이는것
귀룽나무
양버즘나무
숲길
새끼오리
후투티의수난
잡초를뽑으며
텃밭을매며
밥상
예송검은몽돌해변
연천역고드름



5부
벼꽃
자귀나무
빈병
부부
격려
깨달음
한반도
소우주
경계
잉태
풍장
먹물버섯
응시
느티나무의고백
달을품다
소망
쑥개떡
달빛천사
기다림
공동체
시집해설_허형만시인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자연을통한생명사랑과삶의성찰

허형만시인.목포대명예교수

보이는것만본다면
삶의깊이도없을것이다
-「보이는것」

인간과자연은함께숨쉬고함께살아가는존재다.인간은이와같은간단한이치를망각하고자연을함부로다루어결국은자연으로부터재앙을받기에이른다.생각하고,듣고이해하는모든행위는인간만이아니라나무와꽃과숲을이루는자연속에존재하는모든생명도인간못지않게같은행위를하며살아가고있는생명체임을알아야한다.이러한인간과자연이동일생명체라는사실에가장민감하게반응하는사람이시인이다.자연,특히숲은오랜시간동서고금의문학작품소재이자중심이었다.
김선중시인은2021년에등단한신인이지만대학원에서플로리스트를전공한화훼류전문가이다.그러기에시인은식물과나무의종류와생태에대해남다른지식을가지고있어시작품에도자연스럽게투영되면서생명현상의질서를이해하고그생명을사랑함으로써자신의삶을돌아보는성찰과깨달음의마음을꾸밈없이표현하고있다.김선중시인의이번첫시집의특징은숲과나무와꽃과곤충에집중되어있으며특히텃밭을손수가꾸며텃밭의생명들과함께사유의공간을확보하고있다는점이다.산아저씨로유명한류승철선생은“지구상의모든생명체는빛을먹고산다”(『산아저씨의숲이야기』)고말한다.그는빛은숲을만들고숲은인간을비롯한뭇생명들을태어나게해준다고,그리고숲은우리에게많은지혜를주고있다고말한다.이숲이품고있는빛과지혜로움의정신,그리고숲이탄생시킨뭇생명들의숨결속에김선중시인의시가자리하고있다.


비온후
월정사전나무숲길이청량하다
다람쥐는엎드린오대천을일으키며
구불진오솔길로들어간다

아득한옛날부터
스님과방문객들이다녔던
흔적의울림으로
걷기명상에잠긴다

소나무기둥의섶다리,지장교,반야교를지나
양파껍질처럼허물을벗고있는거제수나무위
곤줄박이가허물을내민다
나를찾아글을쓰라는생각이든다

상원사가바로앞인데
꿩의바람꽃현호색노루귀바람까지도
지친나를깨운다

이곳은
내면소리를듣는길
깨달음길
道찾는길

와!
여기오니
참좋다

-「선재길」전문

시인은지금비그친월정사참나무숲길을걷고있다.월정사는강원도평창군진부면에소재한사찰로전나무숲길로유명하다.“아득한옛날부터/스님과방문객들이다녔던/흔적의울림으로/걷기명상에잠긴”길이선재길이다.선재길은문수보살의지혜를통해깨달음을얻고자했던화엄경의선재동자에서따온선재라는이름의길로월정사를지나상원사로가는길약9km의거리를일컫는데,선재길입구에는‘깨달음,치유의천년옛길,오대산선재길’이라는안내판이눈에띈다.시인은오랜옛날부터스님들이지혜와깨달음을얻고자걸었던이길을따라걸으며명상에잠긴다.“나를찾아글을쓰라”는마음의소리를들으며.
이작품이특별히우리에게다가오는것은단순히오대산월정사에가서전나무숲길과선재길을걸었다,가아니라이숲을이루고있는생명들,즉다람쥐와거제수나무와곤줄박이나아가꿩의바람꽃,현호색,노루귀바람까지모두하나로어우러져오케스트라를연주하는듯하모니를이루고있다는점이다.그만큼시인의눈과귀와피부로맞닿는자연이시인의정신과자연스럽게하나로어우러지니“와!/여기오니/참좋다”고감탄할수밖에다른도리가없다.「숲속연주회」에서도빽빽이자란나무숲에서뻐꾸기,휘파람새,풀벌레들,무당거미,신갈나무도토리,다람쥐,청설모가등장한다.이들은모두오케스트라단원이고시인은지휘자가된것처럼무아지경에든다.그야말로“기쁨과행복의숲”(「숲길」)이아닐수없다.


깊은계곡에들어가며
먼저꽃과나무에게
인사를하자
움찔하는천마산

둥글게모여웅성이는구경꾼사이로
녹색보료에다소곳이앉아
길게붙인속눈썹을떨고있는처녀치마
마치시집가는날
당고모모습같다

멀리떠나
지금은무얼할까
생각에잠겨
그리는사이
숲속길개울물소리
박새소리따라와
당고모는
내안에같이있다

-「그리는사이」전문


천마산“깊은계곡에들어가며/먼저꽃과나무에게인사를”한다.누가깊은계곡에들어가면서꽃과나무에게인사를하겠는가.처음받는이황공한인사에천마산도그만움찔한다.이살아있는생명성을보라.인간과자연의교감이이정도면가히시인의성품을짐작할수있지않겠는가.그런데단순히꽃과나무에게인사만하고지나쳤다면이시는그냥그런시가될터이나“녹색보료에다소곳이앉아/길게붙인속눈썹을떨고있는처녀치마”를발견하고,봄에일찍피는꽃중의하나로누런낙엽사이로풀잎은안보이고꽃대만보이는이처녀치마가마치치마폭을펼쳐놓은듯꽃잎이고운풀이기에“시집가는날/당고모모습”을떠올리며“지금은무얼할까/생각에잠겨”그리워하는계기가되고있다.
이와같은시인과숲과의깊은사유의공간은「여우비오시는날」에서도잘나타나있다.시인은“바람결따라/서로다른몸짓을하는/숲”에이르러갑작스럽게훑고지나가는여우비를맞으며숲의저마다의생명들이내뿜는“날숨”을온몸으로느낀다.이날숨은곧비의다양한내음으로전이되어“할머니몸빼에밴듯한흙내음”,“연꽃핀연못의향긋하며비릿한내음”.“푸른숲길의이끼향같은내음”을비에서맡으며화장품따위의향을전문적으로조합하는“조향사가된것같은기분”을느낀다.이제시인은이공간의한일원으로서비에젖은자신의모습을바라보면서“오래도록풍성한향기로남는/내가되기를소망”하는사유의깊이에침잠한다.여기에서우리는시인으로서의자세를새로이발견한다.숲의생명성은곧자신의생명성과다르지않다는사실의발견과통찰력은먹물버섯이“너하나를위해/내가있고/온우주가있”(「먹물버섯」)다고말해주고있음에서도잘드러나있다.


시골동네입구에
오고가는사람을맞이하는
옹이배긴오래된느티나무가있다

이나무를보고있으면
할머니엄지손가락이생각난다
경단처럼노란콩가루에밥을돌돌말아주시고
손톱밑이까맣도록구운감자를벗겨주시고
가장몫을대신하는희생으로
논밭갈고삯바느질하며
호미같이휘어진엄지손가락

나무도가슴에맺힌사연이많으면
옹이가지는걸까
파문을새겨넣듯주름진나무를쓰다듬는다
옹이난상처를휘어진손가락인양주무른다
길고매끈한손가락이예쁘다지만
나는
일과인내가삶자체였던
호미같이휘어진
할머니엄지손가락이눈물나게좋다

-「휘어진엄지손가락」전문


인류에게나무는자연에서가장정답고친숙한생명체이다.그러기에나무는신비로운존재로추앙받기도,인간의삶을풍요하게해주는정신적지주로서의가치를인정받기도한다.「휘어진엄지손가락」에는시적대상으로느티나무가등장한다.일명규목槻木이라고도불리는느티나무는대개시골의어귀에서많이볼수있는데,어른들은이를정자나무또는당산나무라부른다.나무의특성상골고루퍼진가지에매달린수많은잎사귀로넓은그늘을만들어주니그그늘아래평상하나놓으면어느정자부럽지않기에정자나무이며,마을사람들이한해에한번씩이나무아래모여마을로들어오는악귀를쫓고마을의안녕을기원하는당산제를지내니당산나무인셈이다.
이시에등장하는느티나무는수령이명기되지는않았으나“옹이배긴오래된느티나무”라했으니느티나무의특성상어린느티나무때에는보이지않는줄기의껍질이두툼하게벗겨졌을터.그래서시인은“이나무를보고있으면/할머니엄지손가락이생각난다”고말한다.느티나무가세월이갈수록모진비바람에시달리며한삶을지탱해왔듯할머니의엄지손가락은“가장몫을대신하는희생으로/논밭갈고삯바느질하며”고생을감내하시느라엄지손가락이호미같이휘어졌다.따라서할머니의옹이배긴엄지손가락은오래된느티나무에배긴옹이와같다는시적인식이우선남다르다.
그래시인은“파문을새겨넣듯주름진나무를”쓰다듬다가나무의“옹이난상처”를할머니의“휘어진손가락인양”주물러준다.주물러주며“나는/일과인내가삶자체였던/호미같이휘어진/할머니엄지손가락이눈물나게좋다”고고백한다.늙은느티나무에배긴옹이와할머니휘어진엄지손가락이하나로보이는시인의측은지심,그리고“노쇠한밤나무그루터기는/어머니의현신”(「설레는아침」)으로생각하는따뜻한심성이김선중시인을시인답게하고있음을본다.


달리는버스차창을바라보다
병실의환자처럼
수액주머니를꽂고있는양버즘나무
도란대는푸른숲길떠나
아스팔트도로옆에거무뎅뎅한모습

우주에살고있는우리는
한생명체
너와나와
이웃과
지구를
보호하려면
자연친화적인삶을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보는아침

-「양버즘나무」전문


학명인플라타너스로불리는양버즘나무는버즘나무의한종류로도시의가로수와오래된초등학교운동장가에서가장많이볼수있는나무이다.대부분이넓은잎나무인양버즘나무는가로수로서도시에푸르름을제공하고공해에강하면서도미세한먼지나매연을정화하는능력까지갖춘나무이다.그러나이처럼공해에는강하다고는하나나무도공해에너무찌들다보면병이들수밖에없고또한병충해에도약하기때문에시름시름앓기도하는데,지금시인이“달리는버스차창을바라보다/병실의환자처럼/수액주머니를꽂고있”는것은양버즘나무를치료하기위한방편임을알수있다.
여기에서우리가주목하는것은수액을꽂고있는양버즘나무의현상만을바라보는것으로그치지않는다는점이다.다시말해김선중시인의정신과사상이잘들어나고있다는점인데,그것은양버즘나무를통해“우주에살고있는우리는/한생명체/너와나의/이웃과/지구를보호”해야한다는것이다.요즘처럼환경이중요한시대에공감을주는이유이다.
김선중시인의나무에관한시는「양버즘나무」에서처럼나무를통해시적깨달음을주는시인의사유의깊이를볼수있다.즉,“아낌없이주는귀룽나무는/어느사이/내안에뿌리를내리고있었”다고믿으며“마음도꽃처럼희게살며/향기로운사람으로”(「귀룽나무」)살고자다짐하고,담쟁이넝쿨이“기댈수없고/의지할곳없는/담장이없다면/혼자얼마나절망스러울까”염려하면서“나도/누군가의/의지할수있는사람이될수있을까”(「담쟁이넝쿨을보며」)하고자신을성찰한다.또한풍선덩굴을통해서는“네가있어/나도있는/영원한반려자”로서“꿈을낳고/사랑을키워/포옹하며”(「풍선덩굴」)살고있음을확인한다.


봄이오니
그대만나러갑니다

꽃샘바람등을타고
누구보다먼저
봄맞이하는변산바람꽃

가녀린어깨지만
불굴의의지와
굳센열정의
그대를만나니
버들강아지솜털처럼
부풀어오릅니다

바라볼수록
마음을일렁이게하고
희열을주는
그대때문에
나도누군가를
꽃마중하는
그런사람을만나고싶습니다

-「꽃마중」전문


봄이오면봄을마중하기위해피어나는꽃은물론이러한꽃을기다리는사람의마음도설렌다.이시에서는특히“꽃샘바람등을타고/누구보다먼저/봄맞이하는변산바람꽃”을노래하고있다.변산에서채집된바람꽃이라하여이름이붙은변산바람꽃은얼음새꽃이라고도부르는복수초와함께꽃샘바람과쌓인눈을뚫고,2월이면가장먼저봄을부르며피어나는꽃이다보니“가녀린어깨지만/불굴의의지와/굳센열정”의상징이되었다.그래서일까.이러한변산바람꽃을만난시인은“버들강아지솜털처럼/부풀어”오른다고,그리고“바라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