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인형의 바람 (고바다 시집)

바람 인형의 바람 (고바다 시집)

$13.43
Description
고바다 시인의 첫 시집 「바람 인형의 바람」에는 다채로운 삶의 이력이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열람하는 일은 흥미로우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시로 승화시켰기에 시를 읽는 즐거움이 앞선다. 무엇이든 어떻게 시로 나타내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게 되면 스스로 빛을 내며 밝아지는 시를 경험하게 된다. 고바다 시인의 시집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늦가을 각양각색의 낙엽이 지고 있는 풍경을 곁에 두고 고바다 시인의 시 세계로 들어가 본다
저자

고바다

2020년《시와편견》등단
2022년첫시집「바람인형의바람」상재
시사모,한국디카시인모임운영위원
시편작가회동인
동인지『탑의그림자를소환하다』외6권공저

목차

1부
그날,짬뽕한그릇

오일장소식
그날,짬뽕한그릇
우뭇가사리,웃는
알을품다
수련이꿈꾸는세상
산을오르며
신호에걸리다
어디에있는가,수미산은
장미소식
가시
개화
그때라는말
몸의말


2부
낮게나는꿈

뜨거운집만짓는
흔들리지않는벽이
낮게나는꿈
살아있다는알림문자
흐르는물도닮아가는
당신의집은
시들줄모르고피어나는
집으로가는길은
뿌리의연좌제
노란완장
복국한그릇
낯선방
어머니가나에게내가내딸에게


3부
손가락눈물

흑단목에새긴기도
버스인포메이션시스템
종이컵을자르다
손가락눈물
물에가둔불
무장아찌보고서
헤어라이브
바람속영혼
혼밥주의注意
거울대화
바람인형의바람


4부
흐르는골목

독서에대한변명
책장을도굴하던날
인력시장
손목시계
회귀回歸로
흑산도아가씨
흐르는골목
희망을고문하는
조용한퇴장
잔소리
완경기
구룡사에가면
짝사랑을끝내다
시집해설_윤의섭시인

출판사 서평

몸에깃든불의초월성

윤의섭시인

고바다시인의첫시집「바람인형의바람」에는다채로운삶의이력이담겨있다.한사람의일생을열람하는일은흥미로우면서도조심스러운것이다.다만그것을시로승화시켰기에시를읽는즐거움이앞선다.무엇이든어떻게시로나타내고있는가에중점을두게되면스스로빛을내며밝아지는시를경험하게된다.고바다시인의시집을이런관점에서살펴보고자한다.늦가을각양각색의낙엽이지고있는풍경을곁에두고고바다시인의시세계로들어가본다.

1.아버지의집,엄마의엄마

우리는모두가족사를갖고있다.그런데청년기까지안좋은쪽으로특별하게여겨졌던가족사라도대부분나이들어돌이켜보면용납가능한가족사였다고생각하게되는것같다.자식이부모나이가되어보면더그럴것이다.어느때에는그토록원망스럽고어느때에는사무치게아프기도하다가어느때에는애타게그립고사랑하게되는순간들을거치는것이다.
고바다시인의시집에나타난가족사역시특별함에서용납에이르는원만한변곡점을그리고있다.「뿌리의연좌제」에서시인의“아버지는무당의양아들”이었다고한다.또할머니는무병을앓았다고도한다.무당에게아들을맡길정도로할머니는무신에빠졌다.자신의의지가아닌상태에서무당의양아들로살게된아버지의삶은과연어떠했을까.시인은“아버지의숨은이야기”를짐작하며아버지에대한연민을드러낸다.시에서‘아버지’는집을짓는목수에비유되었다.아버지가지은집,그러니까아버지만의세상은“수백채”(「뜨거운집만짓는」)에달할정도로많다.그러나시인에게아버지는멀게만느껴지는존재였나보다.“들어갈문도없고앉아쉴방도없던”(「뜨거운집만짓는」)아버지의집에시인이거주할수는없었다.아버지에대한원망과반항이생긴다.결국시인은부처의세계에들어가자기만의집을짓기로한다.‘가출’까지하면서아버지를떠나온것이다.여기까지보면청년기의가족사는평범하지만은않아보인다.그런데스스로결정했거나그렇지않았던것만빼면부처의세계에귀의한시인의이야기나할머니곁을떠나무당의양아들로살게된아버지이야기나그형식은서로닮아있다.가출을한시인은가족의‘연좌제’에서그리멀리떠나가지못한것이다.그래서그런지,나이들어보니용납하게된것인지몰라도시인은돌고돌아‘아버지의집’으로돌아가고싶어한다.

당신이지은집은
언제나돌아가야할마지막목적지
오랫동안서성이던길위에는
성장통에유년을기웃거리던꽃이피었고
돌아서돌아서만났던그길끝에걸어둔
등롱하나간절한이름으로타오르고
-「당신의집은」부분

아버지와는다르게시인의어머니에대한사랑은한결같다.어머니역시가슴아픈가족사를지니고있었다고보인다.꿈에서라도“많이많이보고싶은내동생”(「흐르는물도닮아가는」)을그리워하는어머니이다.그런어머니와“그리움으로이어진한유전자”(「흐르는물도닮아가는」)를나눠가진시인에게어머니는이제보살펴드려야할존재가되었다.

툭툭불거진뼈마디마디오방색연등걸어두고나는엄마의엄마가되어야지가장순결한꽃잎속에사무친이름적어두고꼭한번은지워드리고싶은저승꽃시들줄모르고피어나는저승꽃
-「시들줄모르고피어나는」부분

“나는엄마의엄마가되어야지”라는시인의발화는애가로들린다.사랑의노래이기도하고슬픔의노래이기도하다.“저승꽃”으로상징되는죽음에가까워진‘엄마’를지키고싶은시인은‘엄마’의심정으로‘엄마’를곁에두고자한다.그러나“저승꽃”은“시들줄모르고피어나는”운명이다.그것을알면서도지금,여기서시인은‘엄마의엄마’가되고자한다.
시인에게아버지와어머니는‘뿌리’와도같이이어진자양이자‘연좌’이다.고바다시인의이번시집에는‘뿌리’라는낱말이자주등장한다.그‘뿌리’는새잎을키우는뿌리(「우뭇가사리,웃는」),살아갈밥을주는뿌리(「수련이꿈꾸는세상」),“어둠속에양분을모으는뿌리”(「흑단목에새긴지도」)등어린생명을키우고밥을주는고마운존재다.고바다시인의의식속에는분명서로연결되어있는선한생명성과애틋한부모애가깊게‘뿌리’내리고있을것이다.

2.당신과의이별과새로운시작
이번시집에는‘당신’이자주등장한다.그러나‘당신’에대한감정이나생각은일관적이지않다.시인의굴곡진삶이느껴져숙연해진다.시인에게‘당신’은“내한쪽을주고싶”(「흔들리지않는벽이」)었던사람이다.삼십년을함께살며“바다를통째로삼키는”(「복국한그릇」)‘복어’처럼서로닮아온사이다.두사람이얼마나같이오래살았는가도중요하지만얼마만큼같은마음으로살았는가도중요한것이다.왜냐하면이별은오래살았어도한순간에할수있는것이고같은마음이다른마음으로멀어질때찾아오는것이기때문이다.

함께있어도보이지않는당신당신과나서로석순을키웠네한치두치자라난무관심은보이지않는벽이되었고우리는서로딴곳을바라보며돌아누웠네한때내자장가였던당신숨소리화석이된우리들의사랑가당신의숨소리도나의체온도떠나간침대보이지않는상처만가득한우리들의꽃자리
-「낯선방」부분

“함께있어도보이지않는”다면정말마음이떠난것이다.느리게자라는“석순”처럼한번에는아니고세월따라조금씩조금씩자라난“무관심”과“보이지않는상처”는누구의잘못도아니고서로가서로에게건넨비극일것이다.시에서“서로딴곳을바라보며”돌아누운장소는“당신의숨소리도/나의체온도떠나간침대”이다.‘침대’는같이사는사람들을엮어주는가장일차원적인장소여서한곳에기거하였으나서로다른곳을향하고있는“화석이된”두사람의근원적인이별상황을극단적으로보여주고있다.
이지경에이르기까지,이파국을맞이하지않기위해시인이애쓰지않은것은아니다.동거인들이서로‘무관심’에도달하는과정은느리고미세하다.그것은예견되는상처의아픔을피하고자하는방어본능이작동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희생하고,참고,가식적으로대하는나날이반복된다.

사진속의당신웃고있는데가면밖으로나갈수없는나는굽혀지지않는허리에힘을주고당신을읽는다당신에게내한쪽을주고싶었지내곁에서코를골며깊이잠든휜등어루만져주는일절박한꿈을토해놓는당신을내안에가두고
빠르게도착하는아침을속이는일당신의언덕이되어당신의배경이되어당신을더빛나게해주는일
-「흔들리지않는벽이」부분

아침에일어나곁에서아직잠을자고있는‘당신’은이제“읽는다”는행위를통해이해하고분석해야하는대상이되었다.즉물적으로다가오지않는다는뜻이다.한때는“내한쪽을주고”싶었을정도로사랑하는‘당신’이었지만언제부턴가함께웃을수없는관계가되어버렸다.그러나아직시인은그런속마음을드러내고싶지않다.“가면”을쓰고“아침을속이는”가식의나날은‘당신’을“더빛나게해주는일”이라는자기기만으로이어진다.삼십년을같이살아온사이가멀어지고있는때인데누군들명징하게자기의속마음을드러낼수있을것인가.시는시집의여타의시들에비해조금은불분명하게시인의마음을비춰내고있다.복잡다단한심경이행간에펼쳐져있기때문일것이다.
결국시인은이애절한애씀의생활조차도더이상은견디기힘들었던것이다.이제안타까운이별의장면을그린시를보고자한다.

사람들이가로수가지를쳐내고있다몸통만남은나무
흔들릴이유가사라진다

말없이매운국물홀짝이며당신속내를훔쳐보는시간흔들리지않으려고가지쳐내며독하게살아왔던환지통으로잠못들었던잘려나간내가잘려나간당신이기억의문밖에서울고있다

(중략)
당신과나의이야기
쉼표를찍는다
-「그날,짬뽕한그릇」부분

법원을나온두사람은좋아하지도않는짬뽕으로둘만의마지막식사를한다.‘당신’도‘나’도같은입장,같은생각일것이다.서로가서로에게서“잘려나간”것은누구의한사람의잘못이아니라두사람이동시에겪는통증으로다가온다.두사람은서로의기억문밖에서로를밀쳐내고“울고있다”.시인이보여주는이별의장면은한편으로는우울하지만한편으로는담담하게받아들이는“나”의심연을잘보여주고있다.“나”는가지를다쳐내고함께살며흔들릴수밖에없었던날들에서벗어나이젠“흔들린이유가사라진”“몸통만남은나무”가되었다.시인은안도의심리를슬쩍비친것이다.
그런데시의끝에서시인은“당신과나의이야기”에마침표가아니라“쉼표를찍는다”.쉼표는말그대로잠깐쉬는것이다.쉼다음에는다시이어지는그무언가가있는것이다.어쩌면“당신과나의이야기”는다른방식으로이어져갔을지도모른다.그러나시집에서는‘당신’은제외하고‘나’의이야기에집중하는시가다수포착된다.다음장에서는그‘나의이야기’를따라가보기로한다.

3.‘몸’이라는육체성과삶의의지
고바다시인의이번시집에대해특정한경로를따라어떠한지점에이르렀다는과학적논구는편협된시읽기일수있기때문에가급적피하고자한다.시는그렇게틀에꿰어맞추며보는예술이아닌것이다.다만시집의시몇편에서특징적현상이나타나게된원인중한가지를찾아보기위해‘대상상실’과관련된프로이트의연구를상기해보고자한다.‘대상상실’이란이른바‘사랑의대상’을잃게되었다는것이다.사랑하는대상은부모,스승,존경하는인물,친구,남편,아내등등누구나될수있다.‘대상사실’이라는큰사건을겪게된사람의심리는‘애도’와병적인‘우울’이라는두가지심리상태로전이된다.애도는‘대상상실’을적극적으로인정하고받아들여마음한쪽에‘대상’을남겨두지만그상태가부정적인영향을주지않는심리적행위이다.반대로병적인우울은‘대상상실’을부정하고그상실의골짜기에서헤어나오지못한나머지자기자신을사랑하는심리,즉나르시시즘으로변이되고자신을책망하거나자신을위로하며깊은침울속에빠져버린심리적상태를의미한다.우리는대부분이런경우의우울을극복해내지만그렇지못한경우는심각한우울증에힘겨워하는것이다.
고바다시인의시집에서‘대상상실’은대체로‘당신’과의이별을통해일어난사건이다.그런데시집의곳곳에서시인은자기자신,구체적으로는‘몸’이라는육체성에경도된시편들을선보이고있다.이렇게보면‘대상상실’이‘몸’으로대변되는자기자신을사랑하는경로로나아가지않았나하는생각이들게마련이다.그러나그것은‘우울’까지나아가진않고있다.뒤에말하겠지만여기에는시인이갖고있는‘낭만성’이라는기질적인성격이강하게작용하고있는것이다.따라서시집에서나타나고있는시인의‘육체성’에대한발화는‘대상상실’과‘기질적성격’이결합되어나타난현실적감응이라고할수있다.

봄과여름을건너온꽃은색을놓고
색을바꾼나무는무슨꿈을꿀까?

온도가바꾸는계절의신비로움
그렇게모든세상은한꺼풀색을놓거나
또다른색을더하거나

지금의모습을인정하자
구르는돌하나도헛된것이없다는데

몸살이새벽비탓일까?
습기를품에안은이유가있었겠지
몸이말을하고있다

이제몸의말에화해를청한다
-「몸의말」부분

“몸살”에걸린“몸이말을하고있다”라는발화는‘몸’을타자화하고있는시각을보여준다.이러한인식적태도는자아가분열됐을때보다는오히려자기자신에대한애착이클때드러난다.그것을우리는나르시시즘,즉자기애라고한다.그렇다면몸의타자화는어떻게자기애와관련되는가.일반적으로자기자신의관점에서는자기외부로시선이향하게된다.반대로자기외부에서는자기자신을더잘들여다볼수있다.자기자신을더잘들여다보기위해서자기자신을타자화하는것이다.또한자기자신을더잘들여다보려는행위는자기자신을사랑하기때문에발생하는행위이다.시인은그러한자기자신인“몸의말에화해를청한다”.무슨일로화해를청하는것인지는“지금의모습을인정하자”라는발화에나타나있다.계절도꿈도바뀌지만그변화를있는그대로인정하려는태도는곧변화를받아들이고자하는태도이다.시인은변화를거부하려했기때문에자기의‘몸’이“몸살”을앓고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