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밥 올려주는 저물녘 (정동교 시집)

낚싯밥 올려주는 저물녘 (정동교 시집)

$13.27
Description
정동교 시인은 산청군 시천면 출생으로 군내 행정공무원으로 일관하는 삶을 살았다. 2007년 《문예사조》로 등단했고 필봉문학회 회장을 거쳐 산청문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시집에 『바람의 야곡』이 있다.
그는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악의 능선과 골짜기와 햇볕과 그림자와 강으로 내리닫이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그 주변을 쓰다듬는 바람 속에서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거기 사람이 우거하는 번지가 생기고 벽지를 바르고 사철을 견디며 사는 주민은 나라의 끄트머리 행정의 관리 대상이 되었다. 그는 관리하는 사람이고 이울러 관리의 번지 내 주민이었다.
정 시인은 지리산 생태를 사는 사람, 그 중에 거기 어울리는 시인으로서 시를 써왔다. 언어의 옷을 입을 때 지리산, 청내골, 덕천강, 은어, 새마을, 내원골, 중산리, 예치, 밤밭, 입덕문, 덕산장터, 시천면, 쪽달바위, 오지랑보, 상지마을, 갈티재, 청내천, 산불, 대성골, 산동백, 노거수, 진달래, 필봉산, 황매산, 고산정, 금호지, 선학산 등이 자연스레 따라 나온다. 이런 산 속에 묻히거나 얹혀 있는 장소는 자연 장소성을 지닌다. 그에게 자연은 그림자로 각인 되어 나타난다.
저자

정동교

경남산청출생
행정공무원퇴직
대통령훈장(근정포장)봉수
2007년《문예사조》등단
전산청문인협회장
경남시인협회회원
경남문인협회전이사
한국문인협회경남산청지부
전지부회장
시집『바람의야곡』

목차

1부

대추나무
은어
덕천강처럼
얼굴
동백꽃
의자
악기
자양분
고삐풀리던날

2부

인생1
내원골
중산리가는길
어떤인생
K
그삶이그삶이지

향기는
벌치자식
매화밭에서
청매실부잣집
연꽃
환경미화원
변명
할머니의술
할머니의타령
풍류객을만나던날

3부

입덕문에서
덕천강3
덕산장터
팔도한우촌에서
도원이었지
쪽달바위
고향
오지랑보
사월의편지
갈티재사연
청내천
청내골
청내골2
지리산산불
비상飛翔
황매산에서
제비집같던그자리

4부

대평고산정
유등
남강유등2
금호지백로
선학산
열아홉지리산대성골
화개동천
외도
스무살구포
동백섬
포석정에서
죽서루

5부

세상살이
창공
사월의하늘
제비1
제비2
강남부부
포석정에서
죽서루

6부
산동백
노거수
진양호버드나무
진양호벚꽃
남강변에서
강주연못
진해에서
진달래2
진달래3
산동산수유
밀감
시집해설_강희근시인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생태지식인의시세계
-정동교론

강희근시인

1
정동교시인은산청군시천면출생으로군내행정공무원으로일관하는삶을살았다.2007년《문예사조》로등단했고필봉문학회회장을거쳐산청문인협회회장을지냈다.시집에『바람의야곡』이있다.
그는지리산이라는거대한산악의능선과골짜기와햇볕과그림자와강으로내리닫이흐르는계곡의물소리,그주변을쓰다듬는바람속에서살아내는사람이었다.거기사람이우거하는번지가생기고벽지를바르고사철을견디며사는주민은나라의끄트머리행정의관리대상이되었다.그는관리하는사람이고이울러관리의번지내주민이었다.
필자는그런그가생태계속의생태를이루고있다는느낌을받는다.생태계란어떤일정한지역에서생물들과비생물적인환경이밀접한관계를맺으며서로영향을주고받는하나의계(시스템)를이루는것을말한다.다른말로하면한지역의환경에이바지하거나환경이되는존재자체를말하는것이다.우리가흔히들깊숙한자연에그자연의요소와같은토박이,전형적인그속의천연적인간을이야기할수있는것처럼정동교시인은태어난곳에서국가시스템의공인(공무원)이라는역할을오래감내하며살았기때문에필자는그를‘생태지식인’이라부른다.

2
정시인은지리산생태를사는사람,그중에거기어울리는시인으로서시를써왔다.언어의옷을입을때지리산,청내골,덕천강,은어,새마을,내원골,중산리,예치,밤밭,입덕문,덕산장터,시천면,쪽달바위,오지랑보,상지마을,갈티재,청내천,산불,대성골,산동백,노거수,진달래,필봉산,황매산,고산정,금호지,선학산등이자연스레따라나온다.이런산속에묻히거나얹혀있는장소는자연장소성을지닌다.
그에게자연은그림자로각인되어나타난다.

헤어진지오래되어모습조차흔들려도
그대맴도는그림자는

나를떠날줄모르네
-〈대추나무〉전문

정동교인생속에는대추나무한그루도그림자로흔들리고있다.그림자는실물대이거나그보다크게자리잡고있다.산,마을,바위,강,골짜기등은언제나그림자로따라오는,그러면서흔들리는존재로오고있다.모든것이그와합동으로존재한다.

연하봉자락작은터청내골

부모형제네식구살았다
어느날종소리골울릴때방한구석에숨어서,엄마빨리들어오라고조르던
네살기억은없다.상지로소개된후아이때아버지와큰감따서지고오던
삼십리길

지금은남의땅,덩굴에옥죄이고이끼옷입어궁상스럽지만.아버지가심은
나무라고,정묻힌터라고,출생지라고

부모형님누비던산천이라고끌리는마음어쩔수없다
-〈청내골〉전문

태생지청내골은지리산연하봉(1721미터)아래첫마을이리라.부모형님네식구의거주지는지리산이함축하는역사의수레바퀴가함께돌고있는곳이다.정시인에게도지리산이토지이고살던마을이토지의한구석이다.저박경리의토지이고이병주의한국근대사를포함하는곳이다.
전쟁은청내리를훑고청내리를적시고소개지로이동시키는대부분의지리산산골의운명을동어반복으로강제했다.그러나시인에게출생지는시적원형으로언제나그림자로붙어다니는곳이었다.지금은남의땅,등기가바뀌고주인은저능선과능선아래지호지간에번지를바꾸고산다.그곳에는아버지가심은나무가있고부모형님이건각으로누비던언덕이다.
다음시는〈청내골2〉이다.

집앞에삿갓같은논배미
어깨를맞댄곳,안태본이다

6,25사변때부모님은이웃과함께집과떨어진개울가큰바위밑에
두가구열한명과각각키우던소두마리함께피신하였다네

밥짓는연기가아군에게발견되어

대대적인포위망작전에아버지소꼴베어주다잡혔고
능선막사까지군인이나를업고올랐다네

그옆깊은구덩이에서두가구이틀밤을재우고,삼일째되던밤
지인따라여러검문소통과하여상지로오게되었네

작은소한마리는군인에게주고큰우리소
새끼낳으면갚아주기로했단다

사변평정후
청내로안가고들락이다가
안착한

내고향상지마을.

-〈청내골2〉전문

인용시는훨씬구체적인전쟁지구의수난과험로의가시밭길이서술적이다.청내골하늘아래첫마을은피아간전쟁대치의상황이집에안락하게살수가없었고이도저도피해서바위틈에은신했던사정을설명하고있다.어디로움직였던,움직인것이죄가되고변명이되는시절의난처함은인천상륙작전이후전시지구지리산이품었던현실이었다.소두마리를빼앗기는상황에서우선작은소를내어주고큰소는새끼놓을때배냇소이름으로제공한다는조건은조건이아니었다.토지에엎드려사는이들의존재방식이이러한것이었다.
정시인이아랫마을30리발치로옮겨앉는이주의역사는근대사의산골역사가지니는엄연한통과의례였을것이다.
그리하여정동교시인은지리산이식구들의실존이고근대로옮겨앉는현장이라는생태계의한배경이되었던셈이다.

3
지리산아래길은많다.꼬부라지는자리꼬부라지는것이인생이다.인생의길이다.

돌고돌아가는그길이라

예사로이허둥지둥살며
앞만보고달렸는데

꽃다운꽃없고
가진것도별로다

세월한번못누리고
감긴것은사슬이라

아!구름처럼
잠깐머물다가는것인가

-〈중산리가는길〉전문

중산리는산청군시천면지리산대로345번지이다.중산리까지가는길은덕산장터,덕천서원,삼성연수원,신천리,중산리버스종점에이른다.여기까지가는길도굽이굽이모랭이모랭이도는까풀막길이다.여기서천왕봉까지의오르막길은중산리탐방지원센터,칼바위삼거리,로터리대피소,천왕봉인데이코스가천왕봉등정최단코스다.우리가중산리가는길이라할때는천왕봉에이르는고개벼랑길을포함하는것은아니지만,그극단적오르막을연상하는것으로보는것일터이다.애초에‘중산리’는최고봉과의거리감내지등정을전제로하는지점이기때문이다.
그길에는꽃다운꽃이없고,가진것무슨화려함도없는무위,무상의길이라는것이다.그런생각으로오르는길은고개와고개,언덕과언덕이사슬로감겨있다는것이다.거기진땀이있고허이,허이등굽히는토파가는길일뿐이다.그코스자체가사슬이라한것인데사슬은생태의다른표현인셈이다.지리산갈래길은이렇게사슬이고힘겨움이고벼랑같은어지러움이다.인생길이되고난도의길이다.
다음은예치로돌아오는하행길이다.

이십대3월
예치로돌아오는길아래
세석골찬바람
화살같이꽂히는벼랑에
피워올린산동백에홀려
머리끝솟으며취한꽃향기
하도오래머문다
매화는추울수록진한향품고
성철스님
동구불출십년장좌불와팔년
고행으로피어올린
전설같은그향기
하늘같이우러른다

-〈향기는〉전문

지리산하행길은마냥쉬운길이아니다.예치로돌아오는길은세석골찬바람이꽂히는벼랑,거기아울러피어올린산동백향기가싱그럽다.매화는추울수록진한향이다.그렇다.찬바람꽂히는벼랑,벼랑에피는동백은이중의진한향기요매화는추울수록강인한향으로부활한다.그런향이성철스님의산은산이요물은물일것이다.동구에서종적감추는‘동구불출십년,장좌불와팔년’18년일까?고행이향기요좌선이면벽이다.지리산하행은이렇게준엄한경지로흐르는미학인데오히려고행인것,반상합도反常合道의이치가이길에있다.

4
정시인은〈봄〉에서〈연꽃〉에서그대를본다.인간사그리움이숨어있다가자연의부푼젖가슴을드러내는것일까.생태는사랑이나여인이나그리움같은것이부지불식드러나는것,그것이자연이다.

개울물속삭이고
산수유필때

배꽃같은살내음나고
나부끼는긴머리향기인다
과수원뿌연연기속
휘파람소리에

장끼처럼놀라던봄날

양지쪽언덕빼기나란히앉아
아지랑이보일락말락할때

떨어지는꽃잎
눈썹스치듯

그림자
가까이다가오네

-〈봄〉전문

인용시는봄이던지는화두여성성과그그림자이다.시에는실질대상이전면에등장하지않고여성성이미지가봄이주는계절에묻어나고있다.“개울물속삭이고/산수유필때”나“배꽃같은살내음나고/나부끼는긴머리향기인다”가여성성을보인다.여기에상대적인이미지는“과수원뿌연연기속/휘파람소리”와“장끼처럼놀라던봄날”이된다.그두이미지가“양지쪽언덕배기나란히앉아/아지랑이보일락말락할때”에서하나로결합된다.그리고그영상은“떨어지는꽃잎”이거나“그림자”로다가오고있다.시에서‘그대’는배경뒤에숨어있고끝내는떨어지는것,그림자이미지로각인이된다.
정동교의시가생태지식인의리얼한현장을보여주는것인데시〈봄〉은철저히인간이거나그대같은대상이이미지에덮이거나하여시가지니는애매성을드러낸다.시가꼭의미망에갇히거나맥락짚기의단순성에매여있을이유는없을것이다.신혼처럼방의밀창에커튼하나치는것만으로도스위트홈이될수있지않을까한다.
또‘연꽃’은어떤가.

청록색민낯에묶음머리
선홍빛입술

간드러진자태로
가깝고도먼낯설고피끓는
이성간의물결위에피는꽃

출입구창가에서들락거리는
인적소리에문풍지같이

잠못들어가슴에다
별새기고
둥지위해지새는꽃

-〈연꽃〉전문

인용시역시이미지는여성성이다.속에다감추는것은여성의관능성이지그것이자아내는직관이나세계는형이상학적이지않다.“청록색민낯에묶음머리/선홍빛입술”(1연)에서그여성성이지니는얼굴의마성이제시되고있다.마성은다음연에서고스란히잡힌다.“이성간의물결위에피는꽃”으로한정된다.그다음연은기승전결의‘전’이다.창가에들락거리는문풍지라는배경적이미지로전환이되고있다.문풍지는들락거림에이어지면소리내는울음이거나한(恨)으로이어진다.다음‘결’에서‘한’의간절함으로별을새기며지새우는꽃으로형상화되고있다.시의운명이무슨외연넓히기로들어가소쩍새가나온다든가,젊음의뒤안길을낸다든가,누님을만들어세운다든가,간밤무서리를끌어다붙이지도않는다.말하자면시로써‘인연’같은형이상에말뚝을치는여성성밖으로미끄러지지않으며오히려윤동주의시처럼가슴에별이나새기는청순이미지에절제의고삐를잡고있다.
정동교의시는어느편이냐하면초기청록파의리듬을타고있는,멀리외연으로미끄러져나가지않는데서스스로의시에개성을붙여준다.그것에이름을붙이면‘여성주의’가될것이다.

5
이번시집에서단시로우수작은단연〈동백꽃〉이다.단단하다.

해안절경벼랑에
진한향기터뜨리며봄낚는
동백

갯바위바라보며
낚싯밥올려주는저물녘

-〈동백〉전문

시의언어는상황언어이다.‘해안-낚시-봄낚다’,‘갯바위-낚싯밥-저물녘’이그장소에그도구들이다.그냥쉬운언어같지만연결에따라일정부분난해를동반한다.그것이매력적이다.시인은낚시를좋아하는것처럼보인다.
다음시도상황언어에주목할수있다.

폐교가보이는강가에서서
나는물끄러미
은어낚시를보고있네

강이
동화속의수채화로나를부르고있네

동창회처럼
많은자동차가서있고
강을따라모천으로거슬러오른자들
서로안부를묻고회포를풀고있네

오늘은어떤은어를안주로올릴까
상상력에
입에침이고이네

예언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