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와 춤을 (김선미 디카시집)

허수아비와 춤을 (김선미 디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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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순간포착의 감각과 서정적 언술의 매력.

시는 발견이다. 미적 감식안과 서정의 감각이 남다른 김선미는 발견자다. 무생물과 자연풍경의 어느 한 지점을 디카로 포획해 언술하는 시이의 능력을 여기서도 보인다. 특히 「연인들」이 눈에 띈다. 어느 공원의 언덕이나 산기슭에 세워놓은 돌 무리가 피사체이고 시적 대상이며 시의 제재다. 길고 큰 아랫돌에다 작고 동그란 돌을 사람의 머리처럼 올려놓았는데, 여인들이 줄지어 숲길을 가는 모습이다. 시인은 단순한 돌의 무리를 디카로 포획하여 한편의 서사로 만든다.
저자

김선미지음

광주교육대학졸업
《월간문학》시등단
《시와편견》디카시등단
한국아동문학회동시등단
한국문인회회원
한국아동문인회회원
광주문인회회원
전남문인회디카시위원장
전국시사모특별회원
북소리명예기자
첫시집『소라귀쫑긋바다를듣는다』
첫디카시집『허수아비와춤을』

목차

1부에덴의동쪽

허수아비와춤을
세월의더께는쌓여가고
기억을털다
새해소망
한마음
유혹
세스님
에덴의동쪽
귀저귀친구
혹하다
날개
일그러진얼굴
녹두빈대떡

2부섬,섬에서섬이되다

부엉이
연서
만추
우린영원한친구야
섬,섬에서섬이되다
어머니생각
원앙금침
동반자
송이도석굴
누드화
아침밥상
맨드라미
마음의창

3부남기고지우는것들

무당거미
신의손
세친구
여인들
백의민족
남기고지우는것들
똑똑이
고흐의행적을찾아서
마이더스의손
바구리배
놓고가다
베레모총각
만추


4부빈집

우리는
빈집
북두칠성
막내가태어났어요
초대
육체미
세월이흐른후
결실
그럴까
메롱
일처다부
곡예사의첫사랑
어머니사랑
열정
어김없이생명은태어나고
시집해설_공광규시인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순간포착의감각과서정적언술의매력

공광규(시인)

디카시는발견된지얼마되지않은매우짧은역사를가진예술양식이다.그발상지가대한민국이고대한민국안에서는고성이다.디카시를발명하고정착시키고확산시키는데공헌을하고있는세인물이있다.이상옥과김종회,그리고이어산이다.대한민국에서시작된디카시는현재한국문단의주요시인들뿐만아니라재외동포문인들,그리고한국어를배우는외국인들이많은관심을가지고창작중이다.
이미중·등교과에디카시가실렸고,필자의디카시는2019년고2전국단위학력모의고사에도출제되었다.뿐만아니라2021년서울강남구청출판사에서강남인강교재에필자의디카시를수용하여온라인전송신탁사용료를보내오고있다.이것은디카시가급속도로예술양식으로제도화가되어가고있다는반증이다.더불어현재국내에디카시협회와지부가속속만들어지고있다.해외역시재외동포나한국어를공부하는외국인을중심으로지부가만들어지면서디카시인구는점점늘어나는추세다.
디카시는문자예술인시가사진기계와전자기술의발전으로새롭게파생된예술양식이라이해하면된다.지금까지합의된디카시창작의기본공식은순간포착의사진과촌철살인의시,그리고실시간SNS소통이다.(김종회)다시말하면피사체의현장성과즉발적표현력,그리고신속한전달을특징으로한다.순간포착의감각과서정적언술이아름답고매력적인김선미의디카시를제재중심으로유형화하여살펴보면다음과같다.

제재폭이넓은김선미의디카시에인물은물론새와곤충등동물들이다수등장한다.전통시양식처럼디카시에서도시인들은동물을피사체나제재,아니면언술의대상으로많이사용된다.하지만동물을이야기하기위해서가아니다.인간을이야기하기위한보조수단으로동물을언술한다.수사법에서동물의생태적특성을인간의행위에비유하는방식은전통적으로우화에많이사용한다.

김선미의디카시「그럴까」역시전통적우화방식을계승하고있다.이사진은비둘기두마리가서로마주보고있다.왼쪽비둘기는자신의부리를오른쪽이마에대고있다.눈은반쯤감고있다.상대에게몰두하고있는느낌이다.‘너때문에편하다’라는느낌일까.‘널지켜주겠다’라는무언의메시지일까?오른쪽비둘기는부리를아래로내리고있다.놀라워하면서도무장해제하는표정이다.대신에눈을크게부릅뜨고있다.표정이사랑스럽다.그리고서로모이주머니를맞대고있다.아마가슴일지도모른다.가슴과가슴을맞댄모습이따뜻해보인다.두마리비둘기는서로완전한한쌍이다.이사진에시인은이렇게언술을붙인다.

아기가귀하다니걱정이야
우리라도많이낳아서
지구를지켜줄까
-「그럴까」전문

인간들의현세태를우회하여비꼬는전형적우화다.이언술은요즈음아이를낳지않는대한민국상황을풍자한다.작가가비둘기를등장시켜사람들이아이를낳지않으니우리라도많이낳아서지구를지켜주자며풍자한다.갈수록출생률이낮아지고아이를낳지않는세태를비둘기를통해비판하는것이다.시인의가치관과의지,세상을바라보는운리관이한편의디카시에잘드러난다.물론,모든글과작품은작가의인생에대한가치관과의지,윤리관을내포한다.

디카시「동반자」사진은파도가너울거리는바다위를횡단하는갈매기두마리를디카로포획한것이다.갈매기들은아래위에서같은방향을보면서날고있다.검은그늘이섞인파도와갈매기날개색깔은거의비슷하다.그러나갈매기몸은희어작은눈이검은점으로잘보인다.갈매기의표정이살아있다.
두마리갈매기가향하고있는부리의방향도같다.위에서날고있는갈매기는날개를좀더강인하게폈고,아래에서날고있는갈매기는날개를좀더부드럽고둥글게폈다.파도가이는바다위를나는모습이조화롭다.연인이거나부부일수있겠다.두갈매기의표정이살아있는이사진에시인은이런언술을한다.

바다를놀이터삼아
창공을마음껏날아

너희도짝을만나
한평생멋지게사는구나
그만하면멋진삶맞지
-「동반자」전문

「그럴까」에서는비둘기,「동반자」에서는갈매기가한쌍을이룬다.어떤사물에대한관심과표현속에는창작자의인생에대한가치관이담겨있다.사물은창작자의마음을,윤리와도덕을투영한다.이간단한,그러면서도간단치않은디카시한편속에서우리는시인의인생관과보편적윤리관을엿볼수있다.이디카시들은짝과함께하는삶이‘멋진삶’이라는것으로읽힌다.
전통적인시창작방법이지만,김선미역시많은디카시편에서유사성의원리를적용한다.알록달록한무당거미와알록달록한옷을입는무당은유사(「무당거미」)하고,머리에붉은색털을한새와베레모를쓴젊은남자는유사(「베레모」)하다.디카시「초대」는꽃술에모여든벌사진인데,꽃을‘친환경밥상’으로비유하는상상력을발휘한다.매미허물을사진으로찍고「빈집」으로제목을붙이기도한다.

사물이나사건을보는눈이밝은김선미시에는식물을피사체로한사진이다수를차지한다.꽃과열매와과일이있고,나무둥치가있고,단풍이있다.특히식물의어느한부분을근접촬영한사진들이독자를매혹시킨다.사진구도와이야기가될만한부분을채택하는감각도남다르다.천지에가장흔한것이식물의종이다.그렇기에문예사에서인간의희로애락소재로식물들이많이활용되어왔다.아마지금까지쓴시를분석하면풀,나무등식물소재가가장많을것이다.
김선미가식물을소재로한시가운데백미는〈「북두칠성」이다.이사진에대한언술이성공한이유는제목에피사체의이름을사용하지않았기때문이다.측백나무열매를제목으로제시하지않았기때문이다.열매일곱개를설명하지않고북두칠성으로상상하고묘사했다.누군가‘시는묘사다’라고했을때좋은사례가되는작품이다.
김선미사진의특징은근접촬영이다.피사체에서화소가될만한부분을잘라서보여주는방식이다.이런방식은독자에게색감의강렬함과낯선문양을보는놀라움을가져다주는효과를발휘한다.대개의사람들은일상에서꽃이나잎등식물구성요소를가까이보거나관찰한경험이거의없기때문이다.

깜깜한밤
북쪽하늘에있는북두칠성
우리마을이궁금해
살금살금내려와
측백나무가지위에앉았어요
-「북두칠성」전문

일상에서그많은측백나무열매를보고도사람들은별을떠올리지못한다.떠올렸더라도표현할기회가없거나방법을모른다.그러나김선미는별모양의측백나무열매일곱개를한꺼번에디카로포획하여북두칠성이라명명한다.여기서김선미의디카능력과언술능력이빛난다.더나아가별들을의인화한다.하늘의별들이화자의마을이궁금해하늘에서내려와측백나무가지위에앉았다고한다.무생의사물을활유하여감각화하는시인의기량을이시편에서한껏보여주고있다.
망사버섯을사진으로찍은디카시「세스님」에서는모두머리를단정하게하고노란법복을입은세스님을연상케한다.정말수도자셋이걸어가는것만같다.사진을보고제목을보는순간시가단번에심상으로떠오른다.구도가좋은사진과내용이다.색감있는피사체를근접하여포획하거나,피사체를원경으로포획했더라도주변을잘라내어근접한사진으로편집하는기술은시인의높은미적의식을반증한다.

탁발나선스님들
발걸음옮기는데
앞길막는소나무
사연듣고가라하네

-「세스님」전문

망사버섯에대한포착과포획이잘되고,언술이적절한시다.세구도자가걸어가는모습이하나도어색하지않다.탁발을나서는데소나무가앞을가로막는다는문장의구성은많은세월을살아온시인의인생살이에대한이해와의식을반영한다.사바의세계가고해이며,이런고해를건너는범부대중의사연을듣고가라는뜻이다.구도자와범부대중의삶은대응된다.
다른시에서김선미는고목에올라앉아있는듯피어있는푸른이끼를「녹두빈대떡」으로상상하고비유적방식으로언술한다.붉은바위를배경으로붉은담쟁이가흘러내린색감이아름다운풍경을「에덴의동쪽」으로언술하기도한다.정이품소나무의한쪽가지가꺾여비대칭인사진을「일그러진얼굴」로언술하는가하면,크기가같은해바라기두개를「부엉이」로언술하여독자들에게상상의여지를안겨준다.해바라기가부엉이눈처럼둥글다.이끼가핀,아마팽나무고목인듯한오래된나무의옹이를디카로포획한뒤「누드화」로제목을다는가하면,나뭇가지가찢겨져나가나이테가드러난사진에서고흐의그림심상을발견하여「고흐의행적을찾아서」로제목을붙였다.

시는발견이다.미적감식안과서정의감각이남다른김선미는발견자다.무생물과자연풍경의어느한지점을디카로포획해언술하는시이의능력을여기서도보인다.특히「연인들」이눈에띈다.어느공원의언덕이나산기슭에세워놓은돌무리가피사체이고시적대상이며시의제재다.길고큰아랫돌에다작고동그란돌을사람의머리처럼올려놓았는데,여인들이줄지어숲길을가는모습이다.시인은단순한돌의무리를디카로포획하여한편의서사로만든다.

세렝게티에사는마사이족여인들
오늘도물한동이씩머리에이고
숲길을간다

코끼리사자기린도이때는잠시
길을터주고쉼의시간에머문다
-「여인들」전문

시인은이여인들을물동이를이고숲길을가는세렝게티에사는마사이족여인들로상상한다.야수들이많이사는곳이지만이여인들이가는길에코끼리나사자들은보이지않는다.여인들이편히갈수있도록쉬고있는것이다.
디카시「메롱」은재질이서로다른돌이붙은수석을묘사하고있다.수석의모양이입속에서혀를꺼내메롱!하고독자를놀릴것만같다.이처럼사진을보고제목을읽었을때내용과감각이와야성공한작품이된다.대개성공적인시들은이렇게제목붙이기에서부터시작한다.제목이사진의내용을단순하게가져오면실패한다.제목은재료가아니라,사진이아니라다른것을지시해야한다.

지나가던아이가말했다
돌로태어나서답답하겠다
전혀그렇지않아
정말답답한건돌대가리야
보렴,난이렇게표현할수있단다
-「메롱」전문

이시는대화어법의언술을통해독자에게재미를주는전략을취하고있다.메롱이라는구어를통해시에활달한생명력을부여하고있는것이다.〈허수아비와춤〉도눈길을끈다.벼가익어가는하동의논과소나무두그루,그뒤로보이는산을등에지고활달한표정을하고있는피사체를디카로잘잡았다.하동을배경으로한박경리의소설내용을인유하여사진을언술하고있다.언술역시사진에부합하여덩실덩실흔들흔들활달하고정겹다.

평사리들판에서잔치가벌어졌다
해방되던날최참판네곳간은열리고
서희는동네사람들을불러모았다

참새와허수아비도덩실덩실
부부나무도흔들흔들춤추고
-「허수아비와춤을」전문

다른시모래위에새가지나간발자국을디카로포획한〈남기고지우는것들〉에서시인은“새는살아서발자국을남기고/파도는살아서발자국을지운다/그럼난무얼남기고지울까”라고언술한다.언술내용을통해독자들은시인의사유와지적역량,그리고미적감각을알아차릴수있을것이다.
「날개」는날개모양의바위를날개로상상한것이다.유사성의원리를적용한것이다.이미앞에서언급했듯시의원리는유사성의원리며,이시의원리를김선미는잘알고활용할줄안다.시인은이사진에“세상에두려움과아픔이있다면내게로오세요/때로는밝음보다어두움이필요할때/그댈위해밤새날개깃을키웠어요”라고언술한다.
「아침밥상」은몽돌해변으로쳐들어오는파도와물거품사진이다.“곱게차린밥상을/파도가한입베어물려고/쿠르르달려온다”는표현이감각적이다.거대한바다풍경을밥상이라는밥상이라는작은풍경으로축소한다.제재의축소와과장은중요한문장의중요한수사법이며이것도사물을보는감각없이는불가능하다.

지금까지구도가잘잡히고색감이아름다워독자를매혹시키는디카사진과쉬운언술이매력적인김선미시인의디카시를사진제재를중심으로동물,식물,무생물로유형화해서살펴보았다.동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