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 (김옥남 시집)

까치발 (김옥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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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와편견 서정시선 78권. 시인 김옥남의 시는 독특한 자신의 삶의 기록이다. 김옥남 시인은 주로 엄마, 딸 부부, 손녀, 언니, 남편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시인만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시를 빚어낸다. 그러나 시를 통하여 독자에게 건너온 순간 그만의 것이 아니다. 대체 불가능하고 재연 불가능한 시인만의 삶이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철학과 깨달음과 지혜로 귀착됨을 볼 수 있다.
저자

김옥남

2021⟪미래시학⟫으로등단
한국방송통신대학교영문과졸업
홍익대학교교육학박사
시연회회원

목차

1부

부부
아침형인간
여름방학
2030데이트
맞벌이
부라더미싱
헌신
미련
선물
영일시장
채송화
미안한발
자매
첫등원
엄마




2부

외갓집가는길
정리
한강철교
매미
모모
작은위로
대화
거미줄
까치발
갱년기
꽃잔디
퇴화
흔적I
흔적II
수능일



3부

현실부부
옹이
모과
동지
구례장터
노란원추리
붉은노을
함박웃음
잠꾸러기
부부싸움

오이지
웃자,웃자
오지랖



4부

천연수면제
현실
같은길,다른풍경
돌탑
델타바이러스
가을밤
6월30일
장마
짝사랑
불면

초화화
물놀이
질경이
그루터기
시집해설복효근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시에녹여낸수용과긍정의철학

복효근시인


시는한인간의삶의궤적과그안에서일어난직간접경험을기록한다.단순한사실의기록을넘어서그경험속에서체득한철학과깨달음,지혜를포함한다.한개인의삶의기록이라고는하지만온인류가쌓아온철학과깨달음과지혜가한개인의독특한대체불가능한경험속에서구현된것이라고해야옳겠다.물론시적상상과시적언어를통해형상화된다는점에서사실적기록물이나일반적철학서와는다르다.비유를구사하고시인자신만의상징을만들어쓰고,때로는단어와구절을생략하기도하며주술관계를비틀어놓기도한다.이처럼일상적언어사용과는다른전략적언어사용을통해독자의상상과추리를허용한다.따라서시에쓰인언어의사실성보다는그안에함축된내재적의미를찾아가며읽는것이중요하다.시인만의지극히개인적인삶의기록이독자의것으로공감하고소통하는데는독자의상상과추리때문에가능하다.시인의경험은독자의상상속에서독자의경험으로치환되기도하며길항하기도하면서의미를만들어낸다.시인김옥남의시또한독특한그자신의삶의기록이다.김옥남시인은주로엄마,딸부부,손녀,언니,남편과의인간관계속에서이루어지는시인만의개인적인경험을통해시를빚어낸다.그러나시를통하여독자에게건너온순간그만의것이아니다.대체불가능하고재연불가능한시인만의삶이지만인간의보편적인철학과깨달음과지혜로귀착됨을볼수있다.

뜨거운커피에
각얼음을넣으니
퐁당소리를내며가라앉더니
얼른물위로떠오른다
 
얼음은뜨겁다는
비명조차내지못한채
찌찌찍소리를내며
조금씩녹아내린다
 
얼음주위로미세한기포가생기더니
몇개의작은물방울이되었다가
이내사라진다
 
뜨거운커피와차디찬얼음은
그렇게밀당을하면서
서서히하나가되어간다

「부부」

인용한시의본문은경험과관찰의사실적기록이다.그러나제목‘부부’라는단어와시의내용을나란히놓고보면제목과본문이비유적관계에놓였다는것을알수있다.시인은뜨거운커피에각얼음을넣고그변화의과정을관찰하고있다.뜨거운물위에들어간얼음은“뜨겁다는/비명조차내지못한채”녹아내린다.그리고“얼음주위로미세한기포가생기더니/몇개의작은물방울이되었다가/이내사라진다.”면밀한관찰이다.제목이‘부부’임을상기하자.얼음과뜨거운물은각각부부의보조관념이라는것을알게된다.‘부부’의만남은뜨거운물과얼음의만남일수있다.때론뜨겁다는비명도지르지못하고인내하여서로를견디며사는것이부부다.얼음주위로미세한기포들이발생하듯물거품같은사소한일들로밀고당기며사는것이또한부부다.세상에좋은일만겪으며사는부부란없다.뜨거움과차가움이서로밀고당기며하나가되어가는과정을함께하는것이부부다.차가움과뜨거움사이를오가며살아낸연륜만이그려낼수있는삶의진실이다.오늘날의부부들은그뜨거움과그차가움을수용하지못하고쉽게결별을택하기도한다.시인은자신의경험과그경험속에서얻은철학과지혜를오늘날의부부들에게보여주고싶었는지도모른다.

레트로카페에서
우리의눈길을끈것은오래된재봉틀이다
재봉틀을꼭미싱이라하는엄마는
옛날을회상하듯재봉틀옆에서떠나지못한다

젊은엄마가미싱에앉아
전쟁으로찢긴꿈을꿰맨다

박음질이엇나가자
촘촘히박힌검은실들을
쪽가위로톡톡잘라내고다시박으면서
삶도그럴수있었으면하는
부질없는생각에머리를흔든다

엄마는우리들의옷을만들면서
자신과다른미래가펼쳐지기를바라는
파란소망을덧대어박는다

자투리들을모아만든붉은빛조각보가
소박한양은밥상을감싸주고
둘러앉은우리들의숟가락소리가
장단을맞춘다

지금도안방에는
부라더미싱이엄마와함께있다

「부라더미싱」
지금도시인의엄마가계시는안방에놓인‘부라더미싱’을보며엮어낸시다.어머니는아직도미싱이라부른다.아마도일본을통해들어온서구의기계이기때문에sewingmachine이라는발음대신사용하는말일게다.지금시인에게는그게중요하지않다.엄마는전쟁으로찢긴꿈을그미싱으로꿰매어가족의미래를이어갔다.“박음질이엇나가자/촘촘히박힌검은실들을/쪽가위로톡톡잘라내고다시박으면서/삶도그럴수있었으면하”며“엄마는우리들의옷을만들면서/자신과다른미래가펼쳐지기를바라는/파란소망을덧대어”나아갔던것이다.어디자투리천한조각도함부로버릴수있었으랴.“자투리들을모아만든붉은빛조각보가/소박한양은밥상을감싸주고/둘러앉은우리들의숟가락소리가/장단을맞”추었다.미싱은그래서단순한재봉틀이아니라어머니의분신으로시인에겐각별한물건이다.정성과희생의상관물인것이다.그러한수공업적인섬세함이시인의삶에배어있다.일회용품이우리의생활도구전반을차지하고사람사이의관계도자신의유불리에따라수시로취사선택되는이시대와는달리,엄마는정성과사랑과보살핌이체화된시대를살아왔던것이다.그런가치관을가진시인의눈엔현대적인삶의일회성과즉흥성이안타깝기만하다.

어슴푸레한아침
어린딸의팔이아빠의목을감싸안고
머리를아빠의어깨에힘없이떨구고있다
아빠의한손은딸의엉덩이를받치고
다른한손으로등을토닥인다
 
토닥이는손과박자를맞추듯이
아빠는선자리에서서성인다
싸늘한공기가훑고지나간듯
딸은목을움츠린다
 
거친숨을내쉬며다가온엄마는
딸의목에스카프를둘러준다
처진어깨를흔들며
부부는총총걸음을옮긴다
 
아직도잠이덜깬듯칭얼대는
어린딸은어디로가는것일까?

「맞벌이」

맞벌이를하는시인의딸내외와시인의손녀를두고쓴시일것이다.현대적인삶의리듬에따라여유없이돌아가는딸가족의일상을묘사하고있다.어슴푸레한아침부터출근을서두르는부모의시간에맞추느라어린아이는아침부터어깨가처져있다.부모의정성스런보살핌을받고자라야할아이는엄마아빠가퇴근할때까지따로시간을보내야한다.대부분육아시설에맡겨져타인의보살핌을받아야한다.어쩔수없다고는하지만전통시대의육아법에비추어보면할머니는그모습이안타까울수밖에없다.“어린딸은어디로가는것일까?”하는걱정스러운질문은단순히손녀가가야하는육아시설에대한궁금증이아니다.사랑과정성의보살핌이기본이었던시대를회상하며우리가살아가고있고아이가살아가야할시대의삭막함에대한우려의질문이라고할수있다.
오늘날우리가살아가는현대적인삶의삭막함에대한시인의우려스러운시선은「2030데이트」에도잘나타나있다.사랑하는남녀가카페서만나서로각자의스마트폰만들여다본다.간간이서로의스마트폰을보여주며웃으며“손도맞잡지않고/눈도마주치지않고서/잘도논다.”“그러다언뜻밖을한번쳐다보더니/각자고개들어눈한번맞추고/서로의짐을챙겨/각자다른방향으로간다.”(「2030데이트」)시인에게는낯선풍경이다.그저담담하게묘사했지만도저히납득하기어렵다는한탄이섞여있다.마주눈빛을맞추며정담을나누고손도잡고애틋한시간을나누는게아니라스마트폰을보는것으로데이트를하는것이다.시인에게는삭막하게보였을것이다.“각자다른방향으로간다.”는진술은역시안타까움이배어있는문장이라하겠다.‘함께’라는말이따뜻한공동체적연대감을의미한다면‘각자’는개별화되고개인주의적인차가운현대인의특징이드러난말이다.맞벌이부부와아이가‘각자’하루를살아가듯이연인마저도각자제영역속에서함께하지못하는현실이시인은안타까운것이다.아울러잃어버려서되찾아야할가치를드러내는데시인의시심이바쳐져있다.
 
세상이 코로나로움추려든
21년1월
영하10도의날씨에
영일시장은적막하다
 
모녀가운영하는야채집에
털모자를쓴어머니는난로옆의자에앉아
장갑낀손을호호불고있다
그옆에서있던딸이손님을반긴다
딸은고구마와양파를한쪽에던져놓고
더덕과우엉을저울에잰다
 
손님은“새해처음만났으니잘줘.”라하고
딸은“첫손님이니깎지마.”라고응수한다
딸이고구마값을물어보자
어머니는잘주라고한다
 
손님이새해복많이받으라고덕담을하자딸은“언니도건강하세요.”라고하며거스름돈을건넨다손님은“새해용돈,엄마와커피드셔.”라며손사래를친다

「영일시장」

시인이꿈꾸는세상살이의모습이잘그려진시다.코로나19로힘든시간을건너며만난시장사람들의따뜻한정이그려져있다.더남기려고야박하게구는사람들이아니다.세상은경쟁속에서더많은부를누리기위하여오직돈을앞세우며치열하게살아가지만여기한마디건네는말조차따뜻한사람들이있다.영하10도를기록하는혹한에코로나로손님조차뚝끊긴새해부근이다.혹한보다더어려운코로나시기에얼마나많은사람들이상처받고나락으로떨어졌던가?그럼에도모녀가운영하는조그만채소가게에서오가는대화는혹한과코로나를녹이고도충분하다.서로건강을빌고공대하며배려한다.시인이꿈꾸는따뜻한세상의모습이다.다소밑지는삶을살더라도함께,더불어살아가는미덕을담은작품이라하겠다.

세찬비바람에떨어진진초록의풋감이땅에서뒹굴며누렇게익어간다물기젖은지렁이가감주위를쓱돌면서단물을맛보고비둘기가파드득거리며와서감을파먹고참새는호로록날아와쪼아먹는다개미는속까지들어가핥고는욕심스레턱에감을잔뜩얹고간다땅에떨어져쓸모없는줄알았는데
「헌신」

세찬비바람에떨어진풋감이땅위에뒹굴며숙성되어가는데지렁이가,비둘기가,참새가,개미가그감을먹는다.감은떨어져서도여러생명들을위하여제한몸을바친다.헌신이다.자연은서로순환의질서속에서여여하다.인간은어떤가?자연의질서마저거스르고자신의이익과편리함을위하여탐욕을드러내기에주저하지않는다.헌신과희생의가치는먼지낀고전속의이야기가되어버렸다.어쩌면시인의시는우리가잃어서는안되는가치를지키기위하여버티고있는이시대의마지막보루일지도모른다.제한몸을위해자연의희생을바라는현대인,자연을위하여제한몸을헌신하는풋감,너무단순한비교가될지는모르겠으나자연의순환질서속에서그섭리를배우려는시인의자세는겸허하다.
그러고보면그러한겸허와희생과헌신의자세는모태로부터전해져온것이다.간조의포구조금때드넓게펼쳐진진회색뻘,“햇빛이반사된그곳은/사력을다해숨으려고하는게들을보듬어주고/미처떠나지못한바닷물을위해/기다란물길을만들고있다”시인은구순의어머니와함께그곳에서뻘을바라본다.그러면서“자식들에게폐될까봐/혼자사시는어머니/아직도우리들걱정으로/끈적끈적한가슴에/촉촉한물길이흐르고있겠지”(「뻘」)하고생각한다.그어머니로부터이어받은촉촉한물길이시인의가슴속에도나있는것이다.
“잘띄지도않게/얌전히꽃을피우는채송화에게”자꾸눈길이가는것은“낮은곳에서/누가봐주지않아도/제즐거움에살고있는/나를닮은것같아서”(「채송화」)라고말하는시인의가치관과맥을같이한다.채송화는맨드라미,분꽃그늘아래서도낮게엎드려겸손하게꽃을피운다.자신을내세우지않고무엇인가의배경이되어준다.기꺼이희생하고헌신하는자세를그렇게표현한것이리라.그무엇보다생명을대하는시인의자세라고하겠다.
시인은“아파트화단의대추나무주위에/아기대추나무들이연한잎들을나풀거리며/옹기종기모여있”는것을본다.“대추나무의뿌리에서/숨죽이며겨울을견디고/봄에움을틔웠을것이다//아니지난가을/땅에떨어진/붉게익은대추몇알이/겨울에온힘을모으고/봄에싹을돋우었을것이니”시인은저어린대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