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해설]
1.하늘우물에서부르는평화의노래|오홍진(문학평론가)
2.꼭꼭숨으셨나요?이제부터찾겠습니다|최은묵(시인)
3.신에게향하는마음을시인의글로마주하다|고전(타로심리학강사)
4.사뿐히내려앉는소복한자화상|허예지(한빛누리중3학년재학중,웹진“월간한빛”편집부장)
5.의미와쓸모를찾아헤매는모두에게|정우진(그래픽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범프헤드’공동대표)
6.신은참가까이있는것같은데요?|차기환(배우,서울시립대도시과학대학원겸임교수)
7.묵음의4중주신호를읽다|ID:EARTH아이디얼스(가수,작곡가)
8.그녀의긴곡선|한순(시인,에세이스트,㈜도서출판‘나무생각’대표)
하늘우물에서부르는평화의노래
-리호의디카시
오홍진(문학평론가)
가까이있으면보이지않던사물이한발두발물러나면보이는순간이있다.숱하게본사물이나상황이갑자기다르게보이는순간도있다.시적이미지란그런것이다.특별한장소에서특별한이미지가피어오르는게아니라,익숙한장소에서특별한이미지가‘순식간에’피어오른다.디카시는일상에서맞닥뜨린이미지를사진(이미지)으로보여주고,그이미지를언어로표현하는과정을거친다.디카시창작에서사진이미지는언어로표현된시를보충하는재료가아니다.사진이미지와언어표현이하나로어울려‘디카시’라는작품이완성된다.디카시가5줄내외의짧은시형태로창작되는까닭은여기에있다.시인이일상의날이미지를보고순간적으로깨달은진실이사진이미지속에이미새겨져있다고나할까?
한발뒤에서다시보면
온몸으로봄을싣고날아가는
새한마리
「투영」전문
바위와바위사이에새한마리가보인다.가까이있으면보이지않는새가발걸음을뒤로물리면서서히보이기시작한다.한발뒤에서사물을다시본다는건무엇을의미할까?사물에관심이없는사람이이런행동을할까닭이없다.무언가를보는행위는무언가를온몸으로품는행위와밀접하게이어져있다.마음가득봄기운을싣고어딘가를향해날아가는새한마리를통해시인은봄기운을가득품고사방을둘러보는또다른존재를상상한다.그존재는물론시인=사람에한정되지않는다.한마리새는봄기운이가득한생명을품고하늘을날고,그새를눈여겨보며시인또한온몸으로봄기운을느낀다.‘투영’이란시제목은한마리새가되어봄기운을만끽하는생명의마음을그대로담아내고있다.
사진이미지와언어표현을따로떼어놓고이시를읽으면그만큼읽는맛이떨어진다.독자는시제목과사진이미지를먼저보고언어로표현된시를읽는다.사진이미지는시로가는길을열고,시는사진이미지를구체화하는상상의힘으로작동한다.시를읽고난다음에야독자는사진이미지로제시된한마리새가되어사방에퍼진봄기운을마음껏즐기게된다.일상곳곳에널린사물들이디카시의훌륭한소재가될수있다는걸이시는분명히보여준다.중요한것은그사물들을눈여겨보는시안(詩眼)이라고할수있다.시적사물은순간적으로나타났다가이내저멀리사라진다.디카시인은이사물을스마트폰으로찍어사진이미지로펼쳐낸다.날이미지를사진이미지로제시하는이점이디카시의대중성을낳는근원이라고말해도좋을것이다.
리호는이러한디카시의속성을정확히알고있다.「우수무렵」이란시에는새끼들에게젖을물린어미개가개집에서물끄러미바깥을내다보는사진이미지가제시되어있다.늙어젖도별로나오지않는데도새끼들은강한입심으로어미젖을빤다.어미젖을먹는게새끼들의자연이라면,새끼들에게젖을먹이는건어미개의자연이다.봄꽃이피면새끼들은젖을먹지않아도될만큼성장하겠지만,그때가오려면아직은시간이많이흘러야한다.시인은어딘가를망연히바라보는어미개의시선에서새끼들이빨리성장하길바라는마음을읽는다.언어로쉬이표현할수없는어미개의시선을독자는사진이미지로들여다본다.하늘에는봄이왔지만,땅에는봄이오지않은‘우수무렵’의풍경을시인은어미개의시선에담아아름답게표현하고있는셈이다.
구름나무를심을까나뭇잎바다를키울까
악공눈속에둥근노래를뿌릴까
지구가우물이되면
하늘이둥근북이되면
「하늘우물」전문
디카시의사진이미지에는사물을바라보는시인의시선이깊숙이스며있다.원형건물너머로구름낀파란하늘이보이고,그사이로우거진나뭇잎이보인다.둥글게펼쳐진하늘에시인은“하늘우물”이라는이름을붙인다.구름나무를심을수도있고,나뭇잎바다를키울수도있는‘하늘우물’은이내“악공눈속에둥근노래”로변주되어표현된다.지구가우물이되면어떤세계가펼쳐지고,하늘이둥근북이되면어떤소리가펼쳐질까?시인은하늘우물을보며우물이된지구를상상하고,둥근북이된하늘을상상한다.우물이된지구는다양한생명을기를테고,둥근북이된하늘은맑고신나는소리를이세상에드리울것이다.시를읽고사진이미지를보면그속에서흘러나오는북소리가들릴듯도하다.물론상상이다.
리호의디카시에는봄기운을품은새한마리가살고,새끼들에게젖을먹이는어미개가살며,온갖생명을품은하늘우물이사방에펼쳐져있다.“먹으면먹을수록입꼬리가올라가”(「요술빵」)는“요술빵”이살기도한다.그녀는둥근북소리가끊임없이울리는하늘우물에서하나하나사물들을길어올린다.시인의눈길이닿는곳마다시적사물들이피어오른다.사물은홀로피어나지않는다.사물은늘보는이의시선과더불어피어난다.꽃한송이를피우는데도온갖생명의힘이필요한법이다.시적사물이라는꽃을피우는일이라고다를까?리호의하늘우물에서피어나는사물하나하나는그렇게독자의마음깊은자리에서새가되고,노래가되고,하늘이되고,우물이된다.평화를기원하는‘도나노비스파쳄’이라는시집제목또한이와연관되지않을까?
꼭꼭숨으셨나요?이제부터찾겠습니다
최은묵(백수가꿈이고요.시를씁니다.)
‘DonaNobisPacem(우리에게평화를주소서)’을들으며글을쓴다.평화를바라는이유는지구에온순간부터통증을느꼈기때문일것이다.도무지통증의까닭을알수없어신을원망했겠다.지구에신은존재할까?첨탑의십자가는신의좌표가아니다.거룩하게높은신은어디에숨어있을까?
『도나노비스파쳄』에서리호시인은자신의방식으로신과조우한다.불안,고통,신음,눈물,절망,실의,체념,비관그리고모정,우정,도전,여유,관계,희망,웃음등의세계에꼭꼭숨어있는신의다양한모습을찾아낸다.이때“한발뒤에서”(「투영」)안쪽의세상을발견하는시선은지혜롭다.어쩌면이런바라봄의방식이야말로신에접근하는하나의길일지도모른다.우리가신과마주치지못하는까닭은핀이어긋난앵글처럼초점이맞지않은눈으로세상을보기때문일것이다.그러므로시집처음에실린「투영」은어떤방식으로신을만나고,평화를바라는이유가무엇인지,(리호시인의방식대로)“다시”세상을보는키워드인셈이다.
367일을견디는힘
말캉한화이트초콜릿
「신의잔소리」전문
가만가만사진과시에머물다보면리호가세상을읽는방식은현상이아니라심상임을알수있다.보이는이미지에그치지않고안쪽의깊이를더듬는시도는시인이추구하는가치와호흡을같이한다고단언할수있다.그러므로우리는각각의시편을보고읽으며‘너머’가아닌‘깊이’의세계에합류하는것이고,거기쯤“꼭꼭숨”었다가“들켰”을때“환하게웃”(「숨바꼭질」)고있는신을만나게될지도모를일이다.
우리에게들킨신은과연평화일까?우리의평화와신의평화는같은모습일까?리호의『도나노비스파쳄』은이런물음에충만하게접근한다.
“빨간틴트를가지고싶”어하고“하얀핸드폰은가진아이들이”“꽃처럼진”(「그대로있으라」)4월의바다와,“22,1029,159개의심장을가진/나무”(「핼러윈,오상의비오」)로자라길바라는10월의땅은,살아남은자들의눈물을모아평화를잃은세상을기억하고다시평화를소환하려는몸짓이며시인이어떤물음에다가가고자하는무게중하나일것이다.
그러므로이시집을인간의체온이가닿을수있는끝점에서다시펼친다면우리는우리와똑같은체온을가진신의표정을분명보게될것이라믿는다.그러니손끝이닿을저끝점부터를평화라고불러보는건어떨까?
거기까지가는걸음마다“367일을견디는힘”(「신의잔소리」)을모아가슴으로사진을찍고심장으로시를쓰다보면통증의봄도,원망의여름도,주저앉던가을도다시뜨거워지지않을까?
우리는기꺼이숨어있는신을찾으려는시인리호의걸음에동행한다.비틀어지고깨지고찢긴세상,그안쪽의밝고환한에너지를만나러간다.그런우리를‘AgnusDei(신의어린양)’라고명명하기로한다.
신에게향하는마음을시인의글로마주하다
고전(가람지기였던,지금은타로카드와소통중인사람입니다.)
리호의시집『도나노비스파쳄』은신에게드리는기도이며자신의마음에간절히바라는바람이기도하다.
표제와같은시「도나노비스파쳄」에서리호시인이보여주는세상의장면과시의언어는우리가어떻게신을마주하는지보여주며모두의마음속에자리한신을바라보는또다른방식을찾아보게만든다.
10대엔학교후문과의친밀도
20대엔회사파티션의높이
30대엔친구,친구,친구의눈,눈,눈.
40대엔부모와,부모로,부모의,
50대엔거울속내모습
「호시탐탐vs눈치」전문
「호시탐탐vs눈치」는지나온기억속에서의추억들,그리고지금의모습을마주하며독자안에담긴순수한신성과때로는아픔을담기도한신성의모습을마주하게만든다.알아채는순간기억속에자리해있는그때의느낌도끌어올려진다.
리호시인의시는부드러운자극으로시를마주한사람의마음속을건드려주는듯하다.한장한장넘겨가며마주한시인의시는웃음으로도눈물로도우리에게위로와치유를가져다준다.
“그런데우산은가져왔니”(「교감선생님」)의언어처럼건네오는그한마디가걱정을잊게도하고입술끝을올려미소짓게도하며,“367일을견디는힘말캉한화이트초콜릿”(「신의잔소리」)에서는잔소리여도누군가그누군가가신이라면버텨낼것이다.이힘든세상에나를지켜봐주고걱정해주며잔소리해주는그런모습,우리가마음속에담고있는신의모습이다그러하지않을까?
시인이건네주는각각의시편은지금까지생각하지않았던신과의만남을가지게해주었다.시인의시각으로다시본세상,시인의시로인한울림,시인안에자리한신과의인사,시를읽은사람들은모두경험해볼것이다.마음에담은신을통해주변모두가신의모습으로다가오는것을.
도나노비스파쳄(우리에게평화를주소서)을다시입에담았다.처음과는다른“도나노비스파쳄”의의미.시인의시를통해신을마주하는그때마다시인의시에서건네주는신과의만남을통해우리는자신만의방식으로자신만의마음으로신에게평화를기도할것이다.
지금,이순간『도나노비스파쳄』
사뿐히내려앉는
소복한
자화상
허예지(성장중)-지구별을떠도는어느꽃가루하나-
리호시인의시집『도나노비스파쳄』은우리로하여금평화에가까이가닿는것에대해생각하게한다.이번시집에서는‘개인’의평화와‘우리’의평화두가지가나타나는데,세상의평화로운악공이“하늘을연주중”(「악공」)이든,“흔들리는푸른양심”(「비양심집회」)의해감내가코를찌르르하게하는순간이든,온종일끊이지않는세상의평화에대한우리의호기심에리호시인은‘평화란무엇인가’라는하얀물음을던진다.
출근길
잊을까봐그려놓은
자화상
「잘하고있어」전문
평화에대한리호시인의관찰은세상에하얀물음이되고.그것에답하는어느날의대답.
삶속에서우린많은순간을눈오는날의도로처럼살아간다.쉴새없이내리다가순식간에녹고,몇번의실패끝에다시그지점에착지하고.이를반복하는,인생의조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