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에 핀 꽃 (김귀자 시조집)

노을 속에 핀 꽃 (김귀자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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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생이라는 넓고 웅숭깊은 학교의 과정은 다양한 우여곡절과 시비곡직是非曲直의 사연을 진설하듯 품고 있다. 그리고 그 함유된 과정을 사람으로하여금 시공간의 변증된 상황 속에서 여러모로 체득mastery하게 한다. 그리하여 범박하게 인생의 행려行旅를 비유할 때 줄곧 ‘길’이라는 보편적 수사의 상징을 동원하곤 한다. 이 인생으로 비견比肩되는 길은 그 도상途上에 있는 존재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생체험生體驗시키고 크고 작은 각성awakening의 별을 그 심중에 띄우게도 한다.
저자

김귀자

경남산청출생
진주여자고등학교,진주교육대학교졸업
2010년교원정년퇴임(홍조근정훈장)
2016년《한국수필》수필등단
2019년《경남문학》우수작품상수상
2020년《월간문학》시조등단
교원예능경진대회시조우수상
2022년제2회완전공감단시조문학상
한국수필가협회,한국문인협회,
경남수필문학인회,경남문인협회,
진주문인협회,일신문학인회,
진주여성문학인회,진주남가람문학인회,
진주시조시인협회,단시조연대,
강원시조시인협회회원.
수필집『풀결의향기』
시조집『노을속에핀꽃』

목차

1부그곳에가면

안개

고목
그리움
너와나
거울
너에게
분수
나목
등불
동심원연가
치매
그곳에가면
도시락
변명
마음한곳
화살
풀피리

2부민들레홀씨

민들레홀씨
매화
개미
애기똥풀
복수초
동백
질경이
억새

능소화
메아리
꽃무릇
첫눈
접시꽃
바람
얼굴
달팽이

3부허수아비는울지않는다

허수아비는울지않는다
동거
거짓은아픔
적막
허상
징검다리
껍데기
용암의여정
친구
우체통
촛불
지우개
여백
동굴
갈등
모시날개
다리미
갈무리

4부강이되어

강이되어
유등축제
노을
UN기념공원
불꽃놀이
백정은사람이아니었더라
기차역
논개혼을기리며
석류
오일장
눈물
돌팔매
기다림
미족의삶
사랑은영원히
민달팽이

5부요양원가는길

요양원가는길
이명
불면증
고드름
안구건조증
사월이면

포노사피엔스
서릿가을
꿀벌

기억저편
거미
그네
철쭉
당신은누구신지

6부해운대동백섬

향일암
고창청보리
도솔암
노고단
지심도
필봉산
사운암
매화산
백련암
청산도
해운대동백섬
그림자
남해랑이
가족
시집해설

출판사 서평

인생론적구경究境과자연친화의미학

유종인문학평론가

1.길로서의인생과그지향성

인생이라는넓고웅숭깊은학교의과정은다양한우여곡절과시비곡직是非曲直의사연을진설하듯품고있다.그리고그함유된과정을사람으로하여금시공간의변증된상황속에서여러모로체득mastery하게한다.그리하여범박하게인생의행려行旅를비유할때줄곧‘길’이라는보편적수사의상징을동원하곤한다.이인생으로비견比肩되는길은그도상途上에있는존재들에게존재의의미를생체험生體驗시키고크고작은각성awakening의별을그심중에띄우게도한다.상투적으로구성되거나도식적圖式的으로예비된바없이인생은헤아릴수없이다양한체험의모듈속으로존재들을초대한다.길은그런존재의실질적행보walking가열어나가는시공간의유의미有意味한변주이면서동시에삶과죽음의길항拮抗이변증법적으로트여가는변화의인생궤적인셈이다.
김귀자의시조는이런변화의궤적을내면화한정서적기조와거기에내습來襲하듯웅숭깊게갈마든삶의서사敍事들을조화시키면서삶의등불을켜나가는존재론적깨우침과모색의정서가완연하다.어제일처럼재장구치게되는과거의새뜻한기억과그기억의유의미한정서적온축蘊蓄으로부터오늘과미래의방향등을내걸게된다.회고retrospect의기운이없지않지만특이하게도이회고의되새김속에서현재와미구에닥칠앞날의존재가트여갈정서적기운과운명의활력을도모한다.

너겁다져켜켜이슬몃슬몃쌓은세월
그발자국뉘라서따라걷고있으리오
다지고밟아온사연곰살궂지못하기에

신호등꽂아가며두려움반후밋길
쉼표인양등불은허공멀리아스라이
엉그름메꾸고돌아휘영한길채워간다

_「길」

그래서시인에게‘길’은단순한지형적인지표나물리적도로의위상位相에한정하지않고현재진행형presentprogressive으로유지되는인생의현황자체를지시하는활물화活物化된의미체계를함의한다.하찮고미미한존재의여력같은‘너겁다져켜켜이슬몃슬몃쌓은’일자체가길의시작이자과정이었으며‘뉘라서따라걷고’있을만한녹록한추종의스타일도아니었다.그러나화자는이런미려美麗하지않고‘곰살궂지못’한삶의난처함을마다하지않는데나름의생生의의지volition적요소를발견하는듯하다.스스로‘신호등꽂아가며두려움반후밋길’을애써꿋꿋이주파하듯나아가는일은‘엉그름메꾸고돌아휘영한길채워’가는일에다름아님을오롯이현시한다.
난처難處와선처善處를격절시키지않고한데어울리듯존재의활성vitality을도모하려는의지의발현,그자체가시인에게는‘길’이라고하는인생론적지표와상징symbol으로크게자리한다.이렇듯‘후밋길’과‘휘영한길’의대조적인삶의빛과그늘을한데결속結屬하는자세야말로시인이말하는참다이길을걸어가는사람,아니인생을길처럼오롯이순연하게살아가는일에값하는것인지도모른다.

근엄하고숨은덕은온돌방푼푼한맘
애간장이문드러져도앓는소리한번없이
우뚝선의연한자태품넓은당신가슴

벼락이뒤훑어쳐서옹이박힌몸이래도
봄오면새살내어짙고넓은오지랖챙겨
고샅길지지고볶는사람냄새담는다

바람비소태맛도불가물의넋두리도
잎새의실핏줄마다가슴토해새긴일기
동구밖소소리고목내어머니모습이다

_「고목」

‘푼푼한’자연의정서emotion를한자연물自然物을통해기억과현실을갈마들며드러내는화자에게고목古木과‘내어머니’는등가적等價的상관물이다.비록‘벼락’을맞아‘옹이박힌몸’일지언정‘봄오면새살내어’생동하는‘넓은오지랖’의품성을지닌고목은단순히오래된나무만이아니다.그만한인간적품성과자연의생기生氣를품어내주는‘동구밖소소리고목’은그야말로어머니로상징되는고목高木의반열인셈이다.
김귀자시인은이렇듯오래된것들을단순히골동骨董이나퇴물의정서에안치시키지않고여전히현재의상황situation과내밀하게소통하는생동하는매개로삼는늡늡한시적시선을견지한다.하나의자연물이가지는자연의품성과너름새를존재의현황과함께하는‘가슴토해새긴일기’로볼줄아는눈길은그래서소박하지만소중한정서적덕목德目이아닐수없다.
이렇게사물이나풍경,화자의내면적상황등을시적의미가충만한서정적인대상으로육박해가는일은시인이언술한‘사람냄새담는’일이곧시의중요한기능적성취임을현시한다.즉대상의의미와정서를‘담는include’행위는시작詩作행위전반의보편적몸짓이면서동시에그대상과의교감과교호交互속에남다른정서적환기력喚起力을발생시키는일이기도하다.

청한함을벗겨가는어수선한속진앞에
통가시로박힌옹이헛웃음쏟아내고
내안의밑바닥사연남김없이퍼올린다

_「거울」

시인의환기력powerofattraction과거울의반영反映은정밀하게비견하기어렵지만항차인생이라는길,그거울에비춰본다면‘통가시로박힌옹이’가오히려‘헛웃음쏟아내’던그시인의‘밑바닥사연’을‘남김없이퍼올’리는계기가되곤한다.현재와미래에대한계획과예비는어쩌면이런오래된앙금같은사연을되새기면서존재의과거에서움트는경험치experiencepoints들의유의미한나름의변용變用일수도있다.
현재적일상의삶이지닌불분명한가치의혼돈이나감정의미혹迷惑을견제하고반추하는객관적진단의매개물로서의‘거울mirror’은그야말로존재의방향타方向陀와도같다.이는시인에게인생의길을흩뜨리지않고애초에바라던바대로가게하는성찰reflection의매개이자진지한생각의마중물같은것이다.그러기위해즉물적인사고나즉흥적인감정의반영이아니라듬쑥한각성을열듯이'퍼올'리는본래적本來的기능이화자의‘거울’에는중층적重層的으로반영돼있다.객관적인존재의반영과동시에주관적인깊이의인생을열어줄‘거울'의기능fiction과소명은이미화자의내면에자리한입체화된존재의반영反映으로서의반사체反射體이기도한것이다.

허공을후려치다비움으로내려앉아
용솟음친분노눌러화방수로섭슬리며
잔상은하얀웃음으로어화둥둥춤춘다

_「분수」

그렇다면그런시인의삶을잘반영하고되새기게하는매개만있다면충분한것인가.존재의실상reality은꼭그렇지만은않다.욕망은욕망대로다실현되는것이아니며희망은희망의내용대로전폭적으로다수용되는현실이아니기때문이다.오히려‘허공을후려치’는욕망의덧없음을깨우쳐‘비움으로내려앉’을줄아는모종의전향적인깨달음이더종요로울수있다.더불어다양한삶의상황속에서발흥된‘용솟음친분노’를한껏'눌러화방수로'되돌릴줄아는지혜가요구되기도하는것이다.그런연후에야존재의심중에는욕망과분노의부정적인nagative감정이짐짓걷히고‘하얀웃음으로어화둥둥춤’을출전기轉機가마련되는지도모른다.
시인은이런욕망과감정과깨달음의정서적복합물complex인인간의내면적상황을‘분수噴水’라는역동적인장치의이미지를통해나름직관적으로파악해내는활달한눈썰미를보였다.분수의솟구침과추락하듯떨어지는물줄기의위상적位相的특징등을통해인간내면inside의변화와그정서적의미를인상적으로묘파描破해내는계기가서렸다.

태어난순간부터과녁향해눈맞추고
흙바람분탕질에휘둘리며살지언정
영예의전당을향해허공길을달린다
시위를떠나는날서러운아우성도
본연의곧은정신숨가쁜질주만이
가슴통찌르는정곡正鵠영예로운길이다

_「화살」

일회성temporary의유한한삶의소중함은누구에게나그러하듯이시인은그런삶의절실함을일찍이깨우치고그방향성方向性에대한남다른각오와도같은의미를지향한다.그것은목숨가진존재의‘태어난순간부터과녁향해눈’을떠야하는숙명과함께‘흙바람분탕질에휘둘’릴지언정‘영예의전당을향해허공길을’마다하지않는의지will의존재임을새삼확인하는경우이기도하다.
시인이말하는‘본연의’삶은곧‘곧은정신’의‘숨가쁜질주’를통해완성돼가는존재의형식이자내용으로그지향성志向性을포괄하고있어보인다.그만치개결介潔한정신과자세로‘가슴통찌르는정곡’을향해내딛는존재의‘길’은흐트러짐을불식시키고존재의정곡正鵠을향한시인만의내밀한방향과결곡한지향성directivity을지닌다.그런의미에서〈화살〉은김귀자만의인생좌표를개괄하는일종의출사표적인시조시편이자그지향점을특정하는나름의인생의축도縮圖를현시한다.

2.목숨붙이와인생이라는견물見物의상관성

사람의삶,즉인생이든자연생물의생명활동이든그것은목숨life이라는생명활동의진자振子를통해서영위되는시공간의궤적軌跡으로일반화될수있다.그런데김귀자시인은이런삶의궤적에서남다른자연사물事物을통해존재의변화와차이,그시공간時空間의변곡점에서발견한인생의추이推移를인상적으로반추해내곤한다.

왕대숲언덕바지태어난애기똥풀
서성대는꽃대속내아이똥물들어
샛노란그모습에서지난날을당겨본다.

_「애기똥풀」

인생이라는함의含意의대부분은살아갈앞날을절망하지않으면서추억의회감懷感속에서건져올린과거의인상impression을정겹게소환할때모종의에스프리esprit가돌올해진다.김귀자시인에게도자식의어린시절하나도구리지않았을‘내아이똥물’의인상이새삼‘왕대숲언덕바지’에핀‘애기똥풀’꽃에자연스레겹쳐지면서그정서적기운이새뜻해지곤한다.시인의이런인상적이미지image의유추는그만한시적눈썰미에서도래한것이며동시에지난삶의우여곡절과현재의자연물인야생초를하나의정서적연대連帶속에서의미있게견주고자할때가능해지는김귀자만의시적환기의산물이다.즉애기똥풀꽃의샛노란빛깔과어릴적화자의아이의‘똥물’을견주는일은시작writepoems행위가가지는창조적견줌인바존재의내부에잠재되어있는그추억의빛깔을‘당겨’보는일과도일맥이상통한다.
새뜻한자연의숨탄것들은저마다발현하는생명의분화分化된특징이나인상적측면들을제공한다.그런생태적특징들은단순히그식물자체의특징에한정하지않고시인의눈길속에서인생의진면목眞面目을환기하는일종의비유적批喩的상관물로자리잡기시작한다.화자가주목한자연물naturalobject은그런의미에서시인의경험과정서적반응이갈마든인생의상관물相關物로심미적으로연동하게된다.

찬흙똬리풀고나와가쁜숨결머금고
어둠속전생건너눈발속을달려온꽃
꽁다리노릇한여정그대삶을닮으리라

_「복수초」

그런의미에서복수초福壽草는시인에게남다른인생의자세랄까견인堅忍의삶의태도를현시하는특별한봄맞이영춘迎春의화물花物인것이다.관상물로서의꽃의차원이아니라죽음과도같은‘어둠속전생’을‘건너눈발속을달려온꽃’으로서의강인한생명의추동을가능하게하는신생新生과갱신renewal의화신의이미지image로작용한다.그러기에시인은그런복수초를향한자신의추종과도같은지향의롤모델을발견하는셈이다.즉‘꽁다리노릇한여정’의화자자신을개편하고‘복수초’로대변되는강인한생명력과의지의대상을향한‘그대삶을닮으리라’는긍정적동화同化의계기를전면적으로동기화한다.

아늑한숲마다하고낮은세상길섶에
밟혀서더모진삶인내하며터득한길
밑바닥삶이라해도꺾이잖는꿈있다

_「질경이」

우리산야山野와주변에두루자라는식물들을통해오히려우리삶의생의의지willtolive를재발견하고그소소한식물의생태가지닌유의미한가치를내면화內面化하는것,김귀자의이런시적자세는기본적으로자연친화적기질에기반하는것이다.무엇보다생명의가치와의미를먼데서찾거나거대담론에서빌어오지않고생활의주변에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