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다 (김현주 디카시집)

움트다 (김현주 디카시집)

$14.38
Description
김현주의 『움트다』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현주

가원동해출생
양양문인협회,시사모·한국디카시학회회원
디카시집『움트다』출간
동인시집『붉은하늘』공저
농협은행재직

목차

1부청춘

결혼기념일
족두리

그리고있는너
음양의조화
행운아
청춘
꽃반지
심연

초성힌트
대추나무꽃걸렸네
직유법
약속
설익임의미학
그때로돌아가
두몸한마음




2부비오는날의회상

누가
자매
그늘막
만남
별꽃
비오는날의회상
보라,보라
본성
자리2
태양이사는집
휴식

그럴만두
당부
응시2
보금자리



3부움트다

마음내려놓다
낮달
달의눈
안부
먼길
움트다
우주선
헤어짐은다시만나자는약속이다
주인공
하늘과바람과별과시
바닥
말린다는것은
바람이그려놓은물의얼굴
주름
물광


4부길에게배우다

유유상종
흔적
북어날아오르다
분단
응시
하모니
구멍
길에게배우다
자리
니가왜거기서나와
죽어가는것의미학
시랑꾼
가을편지
거미의언어
무심코
디카시해설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디카시에담은
맑고높고따뜻한삶의가치

복효근(시인)

‘디카시’라는표현장르가확고하게자리를잡으면서생활예술로서그리고생활예술을넘어본격예술의위상을확보하게되었다.이는디지털카메라의보급에힘입은것이다.사람들은인상깊은장면이나사물을언제든지디지털카메라로순간포착한다.디카시라는예술장르가등장하기이전부터아날로그카메라시대에도해오던작업이다.멋있어서,인상적이어서,아름다워서,감동적이어서,묘한느낌을받아서,무엇인지의미가있을것같아서우리는순간그장면을카메라에담아오래간직하고싶어한다.뒷날디지털카메라기능이내재된스마트폰의보급으로언제든누구든가능하게되었다.여기에짤막한시적표현이결합하여디카시라는하나의예술장르로자리잡게된것이다.이결합은단순한이미지와언술의물리적인결합이아니다.이미지와언술은독자의마음에이미지만으로안되는,언술만으로도안되는,이두가지가일종의정신적화학반응을일으켜독자의뇌리에감동을불러일으켜야한다.여기서언술은이미지에대한단순한설명이어서는안된다.이미지에담긴그어떤시적요소를비유적의미로사용하여독자에게새로운정서적,의미론적충격을빚어내야한다.많은사람이디카시를통하여내면의창작욕구를분출하고수많은작품이쏟아져나오고있음은환영할만한일이다.하지만디카시를쉽게생각해서는안될일이다.가열찬미학적탐구가필요하고디카시에대한깊은이해가절실할때이다.
김현주시인의디카시는이러한디카시를향한성실한노력의산물이며본격적탐구의출발점에위치한다.
김현주시인의디카시집『움트다』에나타난이미지는단순함을그특징으로한다.주로꽃이나열매등식물이미지가많다.여기에서따뜻한감성을길어내는것이특징이라하겠다.아울러여기에결합된언술의메시지도간결하다.그내용은관계의아름다움,행복,소망,사랑의약속,가족애,부부애등일상에서우리에게가장순수하고소중한덕목을포함하고있다.가령작품,「직유법」에서“친구처럼사이좋게/오누이같이다정하게/연인인양사랑스럽게/서로기대어살아가는것”이라한것처럼시인의시는인간이인간다운삶을위해필요한지혜를그려내고있기도하다.
김현주시인의디카시가운데빛나는수편을뽑아살펴보도록한다.

28년째타고있다
눈부신햇살처럼살자고
환하게웃으며
현산공원겨울을봄으로물들이던그때
계속태우자자작하게

_「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을맞이하여쓴글이다.꽃다발이거나반지,선물꾸러미가아닌곱게타는노을을소재로쓴디카시다.노을은열정적으로붉게타오르는모습이아니다.그야말로‘자작하게’,은근히,뭉근하게,잔잔하게물들었다.28년째타고있으니이제그럴때도되었다.정열적이기보다는요란스럽지않게오래함께하고싶은사랑의빛깔과온도이다.결혼이라는사건은겨울공원을봄으로물들이는기적과같은일이다.눈부신햇살처럼살자고,환하게웃으며살자고,계속하여자작하게불타오르자고다시한번결혼의의미를되새긴다.붉게물든하늘이그언약의마음을대신하여빛나고있다.단순한소재로부부의사랑과다짐을보여주는동시에그와같은어조와색조로언술이함께결합하고있다.


더운날엔그늘되어주고
바람부는날엔날개로막아주셨지요
우리가단단히잘익은건
어머니,당신품이있었기때문이죠

_「품」

푸른잎사귀의그늘아래,두개의탐스러운자두가익어가고있다.나무는꽃을피우고다시열매를맺어부지런히보살피고보호하여열매를익어가게하였을것이다.새가두날개로그품에어린새끼를품어기르듯이나뭇잎은날개가되어열매를품어주었다.부모와자식의관계에서자식을부모의열매로표현한것은매우적절하다고하겠다.어머니를떠올리지않을수없다.우리어머니는자녀를위해서라면어떠한희생과고난도마다하지않는다.시인의사진은소박하고단순한측면이있다.언술의내용또한일상의소박한주제를담고있다.단순한이미지는언술과비유관계에놓여언술의의미를함축하여간결하게보여주는효과를낳는다.시인은인간의도리라든지엄정하게준수되어야할인간적덕목등윤리적주제를많이다루고있다.시인의시적경향과인품을엿볼수있는대목이다.

눈앞은뿌옇고
가슴만불타올랐지

_「청춘」

젊은시절의심리상태를표현하였다.역시단순한이미지와간결한언술로표현효과를극대화하고있다.앞날은부연하늘처럼막막하고불투명하였다.연애도직업도미래를예측할수없는상황이다.사랑은더욱그렇다.사랑하는사람앞에서어떤표정을지어야할지어떤말을어떻게해야할지막막하다.눈앞이부옇다.청춘의심리상태가뿌연하늘의이미지로표현되었다.그러나가슴속에정열이들끓어오른다.뛰쳐나가고싶고하늘높이솟아오르고싶고산도옮길수있을것같고어떤사랑도뜨겁게할수있을듯하다.가슴에붉은태양을품은듯열정이솟구치던시기다.붉게타는태양이그것을말해준다.시인은그시간이다시그리운것이다.막막했어도그열정가득했던시간으로돌아가고싶은것이다.청춘은아름다웠으므로.

너도꽃이되고싶었구나

_「심연」

한줄로된언술이다.짧고간결하다.나무를가로로켜니그깊은중심에꽃과같은무늬가나타났다.여기서꽃은한생명체의안에내재된가능성,이상,꿈과희망을함축한다.인간만이아닐것이다.누구나무엇이나생명이라면존재의목적과이유가있다.자아를실현하여생명체가갖고있는가능성을활짝꽃피우고싶어한다.나무깊숙한곳에꽃모양이숨어있었다.잘리기전엔결코알지못했을꽃무늬다.나무의희망이다.꿈이다.우리가볼수없어서그렇지존재하는모든것의심연엔저렇게아름다운꽃,희망이,가능성이숨겨져있다는뜻이겠다.짧은한줄의언술이매우강렬하고효과적이다.더이상의언술이이어진다면어쩌면이디카시작품의품격이보장되지않았을지도모른다.외면만을보고그존재를평가해서는아니되리라.심연을들여다보는시인의눈이맑고밝다.

지난밤하늘에서빛나던별
호박덩굴에앉아세상환히밝힌다

_「별꽃」

호박꽃도꽃이냐는조롱섞인말이있다.이처럼호박꽃은비웃음과멸시의상징으로쓰이기도한다.그러나이유없이,쓸모없이생겨난것은세상에없다.사람들이그쓸모를정해놓고거기에서벗어나면하찮게여기거나멸시의대상으로삼는다.특히외모를중시하는경향이있어화려하고곱고보기좋은것만을우선시하고값지게생각한다.그게인간속세의일이지만하늘의섭리는그렇지않다.저호박꽃하나도하늘에서낸것이다.시인은“하늘에서빛나던별”이라고표현하였다.우리가별모양을그린다했을때그모양을닮았다.아침이슬머금고피어났을때그황금빛꽃은아름답기까지하다.또한저꽃이있으므로벌이꿀을취하고또호박은그열매를맺을수있는것이다.우주자연의섭리를담고있다.호박꽃하나가그런섭리의세계,세상을환하게밝히는것이다.

삼남매회초리에혼나던날
창에맺힌엄마의눈물

_「비오는날의회상」

이디카시의이미지는평범하다.거실통창밖으로항아리세개가놓여있다.밖엔비가쏟아지고바람이불어통유리창에도빗물이들이쳐눈물처럼맺혀있다.시인은무겁게내려앉은비오는날의공기속에어릴적추억을소환한다.어떤물건을두고서로다투었을까?아니면어려운형편도모르고무얼사달라고철없이졸랐을까?어린삼남매가엄마한테회초리로혼이났다.그리곤‘밖에나가서있어!’하고벌을내렸을것이다.세남매가벌을받던날도비가내렸을지모른다.훌쩍이며,혹은뉘우침도모르고저들끼리키득거리며서있었을지모른다.그러나아이들을혼낸엄마마음은어땠을까?문제를해결해주지도못하면서아이들만을혼냈다면엄마마음은미어질것이다.돌아세운아이들뒤에서말없이눈물을훔쳤을지도모른다.그때는모른다.내가엄마가되고그나이에이르니그마음을알수있는것이다.

그늘에있어도
빛을봐도
변하지않아
달리보일뿐이지

_「본성」

반쪽은그늘에,반쪽은햇볕에노출된나뭇잎을이미지로사용하여철학적사유를길어내고있다.사소한소재에서사물의‘본성’을끌어내는사유가깊다고하겠다.삶은늘양면성이있어서슬픔이있는가하면기쁨도있다.삶이있고죽음이있다.햇살에드러나있어도그늘에있어도나뭇잎은하나이듯실은그본질과본성에있어서는하나인지도모른다.우리는눈에비추어진것을진실이라믿는다.그러나그것은상황에따라조건에따라달리보이는것일뿐하나가갖고있는다른모습일뿐이다.디카시가이렇게감각과정서의영역에만유효한것이아니라철학적사유까지끌어낼수있다는점에서본격예술의가능성을충분히갖고있음을보여준다.

여명이어둠덧칠할무렵
댓잎끝자식안고마지막안부전한다
찰나같은영겁의세월
물같이구슬같이살다오라한다

_「당부」

댓잎끝에매달린이슬을포착하였다.댓잎을부모로,이슬방울을자식으로상상하고자식에게삶의자세에대해당부하는내용이다.어쩌면생은찰나에불과하고어찌보면영원의시간속에머무는일인데그삶을물처럼,구슬처럼살라는것이다.노자는“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하였다.“가장좋은것은물과같다.물은온갖것을잘이롭게하면서도다투지않고,모든사람이싫어하는낮은곳에머문다.그러므로도에가깝다.살때는물처럼땅을좋게하고,마음을쓸때는물처럼그윽함을좋게하고,사람을사귈때는물처럼어짊을좋게하고,말할때는물처럼믿음을좋게하고,다스릴때는물처럼바르게하고,일할때는물처럼능하게하고,움직일때는물처럼때를좋게하라.그저오로지다투지아니하니허물이없다.”는노자의가르침을담고있다.“구슬같이”는모나지않고다툼없이원만한삶을의미한다고하겠다.자식에게당부하는삶의자세로이만한가르침이없으리라.댓잎에맺힌이슬을포착하여깊은인생관을드러낸것이라하겠다.

가슴한복판
연둣빛모아모아
새말움트려고
분주하다

_「움트다」

좋은시는상상하게만드는시다.디카시는사진으로써상상하게만들고언술로써상상하게한다.그상상이융합하여정신적,정서적화학변화를일으킨다.봄이다가오기바로전에서설이내렸다.연초록으로움트려는새잎에가벼이내린눈이다.봄이오려다가멈칫한다.그래도새잎은안간힘을다해서햇살속에혹은눈속에숨어있는연둣빛을그러모은다.이차가운눈과같은시련이없다면새잎은움트려고노력하지않았을지도모른다.고통없는성장과영광이어디있겠는가?고난과역경을딛고찾아낸언어는초록생명의빛깔을띨것이다.생명에대하여삶에대하여무엇인지말할수있을것이다.지금고난속에있는가?묻고있다.그렇다면새움이,새말이움트려고하는것이라고시인은이디카시로말하고있는지도모른다.

하얀바다헤엄치다그물에걸린운명
무명실부적입혀전생업보소멸발원기도
양양군현북면검소길52-30
텃고사지낸후
북어날아올랐다

_「북어날아오르다」

우리민족은북어를‘풀어주는’생선으로생각한다.술로엉킨속을북엇국으로풀고집안의얽힌문제를북어로푼다.새로차를사거나집을새로지어입주할때북어에실타래를감아한곳에모신다.순화롭게일이잘풀리기를바라는마음에서이다.그까닭과연원은잘모르겠으되우리네관습이다.그러느라애꿎은북어는잡혀서제물이된다.그러나인간의염원을담고고사상에올라높은곳에오른다.사진에서보듯새로입주한집문설주에올라집주인의염원을담고모셔졌다.북어는날아오른것이다.디카시는이렇게어떤사건의기록적측면을넘어서인간의정서적측면까지담아내서독자의마음을거기에머무르게하여상상하고꿈꾸고염원하게하는힘이있다.

한몸을둘로갈라놓으려는못난마음
72년품은세월화석이되었다
이제그만장벽을거두어달라
바닥엎드려운다
어머니고향살아생전갈수있을까

_「분단」

바닥에떨어진칡잎한장이그칡의여린줄기에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