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노래

살아있는 노래

$14.19
Type: 현대시
SKU: 9791192374406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심현철의 『살아있는 노래』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심현철

경남진주출생
부산대학교졸업
시를사랑하는사람들전국모임(시사모)회원
서울디카시창작아카데미회원

목차

1부가볍게살자

나에게산다는것은
내가세상의중심이다
참아름답게늙기
어떤자화상
이왕왔으니
사랑탑
상처는검은암각화로핀다
답게산다는것
숙명은선택이아니다
100세시대준비
가볍게살자
슬픈세상순간에서다
슬픈도시인
어머님날낳으실제
아직도진자리마른자리가필요

2부심폐소생술

세상살이가힘들때는
사랑의맹서는
보고싶은누나야
그림을그렸다
님이올때까지
심폐소생술
내세상바깥에는
행복은옹달샘이다
희망을주어고맙다
내잘못을빨랫줄에널다
이유있는사랑
가을소풍
우분트길
길을묻다
청춘행복의비결




3부고독

도시탈출
연두빛기다림
무소유
꽃은밤에도피어야한다
짝사랑
세상살이는
고독
독거노인의겨울
명시야한수만
살아있는노래
넌무엇을남길래
용서하지마소서
가을은당신을위해서온다
책은수면제
드디어꿈은날다


4부모란5일장에서

가을그리고이별
이어도행돛단배
미소경전
화양연화
짝이란
우린콩깍지
사춘기
모란5일장에서
밤이아름다운이유
사랑한죗값
미운오리새끼도아닙니다
첫만남
노년사랑별곡
무지개는죽지않았다
야들아잘있째

디카시해설

출판사 서평

인간본질의자화상
디카시의세계


이어산(시인,한국디카시학회대표)


심현철시인의디카시를읽으면서문득이런고사가생각났다.중국춘추시대의노자에게공자가찾아왔다.공자는예禮에대한가르침을청하였다.그러자노자는대뜸“제발그교만과욕심,잘난체하는병과잡념을버리게”라고일갈했다고한다.시가바로이런것이다.교만과욕심,잘난체하는시는독자의공감을얻기어렵다.심현철시인의디카시를읽으며이런생각이든까닭은그가기경起耕해가는시의영토에는훌륭하고높은명성의시인이아니라소박하고겸손한자세로농사를짓던우리네아버지처럼세상을포용하고기본적도리를지키며살아가려는농부의모습이보이기때문이다.그의시편들은교만하지않다.그리고따뜻하다.

우리가시를쓰는이유는사람살이의도道를배우는일이다.도는위에서말한예와같은개념인데,특히디카시는포착된시적영상과거기에서발견한정서적울림을짧은언술로그려내는빛그림이기에더욱그러하다.동곽자東郭子가장자莊子에게“도가어디에있습니까?”라고물었을때“없는곳이없소”라던대답은오늘날디카시가추구하는생활문학의답으로삼을만한개념이라고할수있다.바로우리가순간마다마주치는모든대상에디카시가숨어있고시인은그것을찾아내어겸손한마음으로세상에보고하는사람이기에그렇다.


살살불어라차운겨울바람아
흰구름아자주들러보아라
홀로된김영감님올겨울나기편하시게

_「독거노인의겨울」


겨울나뭇가지위의까치집,우리가흔히지나쳐온그풍광에서독거노인을생각한마음이따뜻하다.겨울동안차가운바람이불기도하지만,그래도너무세게불지는말고김영감님이견딜수있도록해달라는마음,이것이소박한시인의마음이다.시는천상의언어는아니다.아무리아름다운말로쓴글이라도행동과마음이강팍한사람이쓴시는가짜다.우리의미구未久는어떤삶으로이어질지장담할순없다,저시의노인처럼되지않으리란보장은없다.선진국이란물질의풍요만이아니라,소외되고가난한이웃들과더불어살수있는제도와국민의식이함께하는나라를말한다.마찬가지로제대로된시인은세상의보잘것없는대상도따뜻한마음으로깊게응시하는자세를가지는사람이고,긍휼을베풀줄아는사람이다.심현철시인의시편에는이런자세가읽혀서그의시세계를거니는필자의마음도안온安穩하다.


아들아서울은별일없째옴마가걱정안하게편지좀부치거라아가한번댕기가거라전어도잡아놓으마

_「야들아잘있째」


경상도토박이말이정겹다.농사지은고추를말리는영상에서포착한엄마의마음,소식이뜸한자식이지만보고싶은마음으로아들이좋아하는가을전어를먹이고싶고,힘들여지은고추며마늘이며다주고도더주고싶은것이부모의마음이다.그러면서필자의부모가생각나서가슴뭉클하다.어쩌면심현철시인이부모의마음을자기자식들에게일러주고있는것같다.

이처럼디카시는생활문학이기에누구나쉽게다가갈수있는장르다.고도의작품성을추구하는시인도필요하지만,이렇게잔잔한감성으로우리곁의이야기를진솔하게풀어내고나눌수있는시인이훨씬필요한사람일것이다.

복숭아팔러모란5일장에왔다가참예쁜슬리퍼한켤레술취한눈에딱찍혔다그래딱당신것이야여보,내짝이되어주어고마워

_「모란5일장에서」

재미있다.모란5일장에서만난좌판의신발들.그여러모양의신발중에서“술취한눈에딱찍혔다”라고한다.“그래딱당신것이야/여보,내짝이되어주어고마워”술기운을빌어경상도식으로아내에게고마움을표현한시다.사람의배필이란그렇다.사랑에취하면머리끝에서발끝까지아름답게보이지만,살다보면서로의약점도보이고어떨땐“그때내눈에콩깍지가씌었지”라며푸념하기도한다.그러면서서로맞춰살아가는게인생이다.‘여보’라는단어는“보물과같다‘라는한문‘여보如寶’에서유래되었다고한다.그런보물같은아내에게쑥스럽게고백한사랑시다.나는위의시를읽으면서반칠환의시「알고지내던눔」이생각났다.

젊은날속깨나썩은파뿌리에게피디가물었다
“할머니,다시태어나도할아버지와살거예요?
‘응,알고지내던눔하고사는게낫지생판모르는눔하고다시살라문힘들어”
인간극장’동강의봄‘속강변의둥근돌들도
알고지내던눔들끼리다시한번부딪치고있었다

살아있는시인을위해노래하라
죽은시인을위한노래는
헛된것
카르페디엠!

-「살아있는노래」



심현철시인의시세계를엿볼수있는이시집의표제시다.그는’지금에최선을다하라‘는라틴어에서유래한‘현재를즐기자,오늘을붙잡아라‘는뜻을소환하여그것이‘살아있는노래’라고한다.비록낡아가는악기지만지금을노래하는일,즉현실에충실한삶을살겠다는인생고백이다.그의시는뜬구름잡는것이없다.지금순간을노래하면서도투박한그만의형식으로형상화하고있다는점에눈길이간다.다양한현실을살아가는군중의모습에서진정한자아와생명의실상을생생하게찾아보려는애린愛隣사상의발로로보이기때문이다.


내잘못을빨랫줄에넌다흰런닝구에먹물자국빨간팬티에역겨운냄새들허송세월여정을널고보니어머님하신말씀뜻이제좀알겠습니다

_「내잘못을빨랫줄에널다」


디카시의사진은시적장치다.그것이갖는현실적영상의설명에치우치면의미의확장성이없어지기때문에시작법詩作法에서는권하지않는다.그러므로디카시의사진은‘영상진술’이라고한다.즉사진속에시인의마음을감춰두고전체분위기로그것이짐작되도록하는장치다.‘시는다드러내지않는장르다’라는말은디카시에도적용되기때문이다.

위시는자화상自畵像같은시다.자아성찰의도구로‘빨래’를선택했다.빨래가함의하는상징성은‘깨끗하게한다’라는것이다.우리가살아온세월을복기하면후회없는삶이있을까?누구나지워버리고싶은결과들이있을것이다.이시에서의자아발견은나르시시즘적인자기응시에서시작되었다.그러면서자기발견의과정을제시해준다.어머니는자식이바르게살기를기대했지만결국흰바탕에먹물자국만남겼고,“빨간팬티에역겨운냄새들”이라고했으니청춘의시절도‘허송세월’로보냈다는회한悔恨으로읽힌다.실존의연민과부모의사랑을이제는알것같다는자아발견의과정을보여주고있다.

심현철시인의디카시몇편을살펴보는것으로그의사상과그가추구하는삶을다알수는없다.그렇지만,그의시세계를관류하는중심사상은,평등과상생을염원하는인간본질의치열한정신적모색으로읽혔다.첫시집을세상에내어놓는일은시인의출발선에들어섰다고선언하는의미가크다.그러나첫시집이마음에들기는썩어렵다.처음부터작품성이뛰어나고누구나공감하는시로만구성하려해도그것이생가처럼되진않는다.그럼에도불구하고시집을내고나면그시집이나를이끌거나뒤에서밀고시인의길을가게한다.시집을낸다는일은독자앞에나의벗은몸을보여주는것과도같다.그러기에시집을내는사람은모두가용기있는사람이고좋은시인으로성장하기위한첫걸음이다.디카시는누구나쓸수있지만,누구나좋은디카시를쓸순없다.그러나열심히그길을달려가는사람은이루고야마는길이기도하다.앞으로심현철시인이가꾸어갈디카시의영토가더욱기름지고넓어져서세상의지친사람들이쉼을얻는공간이되길바라며첫디카시집상재에큰응원과축하의박수로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