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아버린 것에 대하여 (최희남 디카 시집)

닫아버린 것에 대하여 (최희남 디카 시집)

$14.06
Description
최희남의 『닫아버린 것에 대하여』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최희남

2023년계간《시와편견》디카시등단
제1회‛시사모전국디카시공모전’대상수상
한국디카시학회동인
한남대학교사회문화행정복지대학원졸업
건양사이버대학교사회복지학과외래교수
대전학강사

목차

1부운명과의대면

나의외전外傳
사랑의헌장
꽃길허상
마약같은사랑
편린
클레오파트라의뒷목
뜨거운고독
안부라는말
자화상
허상과현실
코드레드CodeRed
운명과의대면
가벼움의무게
소원과향로向路


2부밥그릇경전

잊혀진등대
벽을넘어서
한낮에대한사고思考
당신의일생
쓸쓸한자리엔고독이남았는데
관계의법칙
아르타왕국의추체험追體驗
밥그릇경전
바람의노래
내가누구지?
밀담
모정母情의노래
연가戀歌
준비됐어요


3부닫아버린것에대하여

달콤한유혹
닫아버린것에대하여
스키마
어떤웃음
소리의추억
주파수
참말일까
커트리히터KurtRichter의법칙
실존확인의오류
군중群衆으로부터의탈출
생각을바꾸다
24년만의부산성탄송
뜨거운소식


4부자아의승리를위하여

작은바램
위를향하는목마름
무욕無慾의말씀
점과끝
형용사배달부
젖어드는사랑노래
버림의미학
원초적세상에서
길에대한다짐
괜찮은비행법
자아의승리를위하여
간절함
밀착명상
시인,그아득한이름이여
디카시집해설

출판사 서평

척박한땅앞에우뚝서서푸른동산을가꾸려는용기로가득한
시인의탄생

이어산(시인,한국디카시학회대표)

중국전국시대의공손룡公孫龍은'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을통해서흰색의말,즉"백마는말이아니다"라고했다.그는일반과특수,보편성과개성의관계로나누어서말을구분해서본것이다.우리가알고있는상식을뛰어넘는'궤변론'의예로등장하기도하지만이런시각이철학자나시인에게요구되는자세다.세상을다른각도에서바라보며생각하는철학자의명제처럼시인도모든보편적이고공통적인시적대상을삐딱하게보고그특수성을찾아내려는사람이라고할수있다.왜냐하면철학이나시의본질이"세상을새롭게해석하는"작업이기때문이고,이런노력으로인하여세상은훨씬의미있고다채로우며재미있고새롭게발전하는원동력을얻기때문이다.

시는인간의정서를가장고차원적으로풀어내는장르이므로모든예술의앞자리에호명된다.이개념은시짓기의생래적특성이다.디카시dica-poem는여기에더하여디지털시대인간의일부분이된스마트폰이나디지털카메라로찍은영상을시와결합하여더큰의미의확장을창출하는문학의진보를이루었다.이는카메라가생긴이후꾸준히그명맥을이어온사진시Photo-poem와는차별된다.사진시는제시된사진을묘사,설명하면서길이에구애되지않는시적언술을덧붙이는형태라는점에서는디카시와비슷하다.그러나사진에구속되는언술이거나언술을꾸미는자리에사진이놓임으로써사진예술도시예술도아닌,작품성을오히려서로침해하는문제로인하여문학의한갈래로제대로인정받지못하는결과를가져왔다.
이에비해디카시의특징은,사진이나시적언술서로를설명하진않지만,환유,즉의미망으로연결되어울림이있도록창작하는,순간성이살아있는예술이다.사진시는언술을떼어버려도사진의예술성이살아나지만,디카시는서로떼어놓으면작품성이현저히떨어진다.디카시의제목이나사진,언술은하나의덩어리이기때문이다.제목을먼저쓰고사진과언술,이름순서로배치하는것모두가,서로떼어놓을수없는하나의작품임을말해주는형태다.또한실시간으로소통가능한5행이내의짧은문장을요구한다.왜냐하면현장성과즉물성의바탕에서언술의길이가5행을넘어가면그현장의서정적감흥을다시기억해내기가쉽지않기때문이다.우리가매순간만나는대상에서시적영감이떠오를때그장면을찍고시가가진본래의기능을현대인의감성에맞는의미와울림을창출하여실시간으로세계와소통할수있으므로포노사피엔스phonosapiens시대에최적화된문학으로언급되는이유이기도하다.그러나'한국디카시학'에서는디카시의순간성,현장성을살리되,시문학이라는기본적소양과사진영상의가독성이확보되지않으면문학의한갈래로정착하기힘들수도있다고작품성을강조하는이유에주목할필요가있다.최희남시인은디카시의땅앞에우뚝섰다.필자가그를“우뚝섰다”라고표현한이유는,그의시편마다예사롭지않은언술과촌철살인적감성이번득이기때문이다.디카시의초보자답지않다.앞으로더욱차별화된오솔길을만들어서많은독자가찾는푸른정원을가꿔보려는용기가당차다.필자가그를“우뚝섰다”라고표현한이유는그의디카시집에실린시편마다예사롭지않은언술과촌철살인적감성이번득였기때문이다.디카시의초보자답지않다.이제그의디카시몇편속으로들어가서그의숨결을느껴보고자한다.

마침내떠날이유는당신에게있었고
저너머에존재하지않던낙원
마침내다다른카프카의문
드나들던,닫아버린
내가열어야할.

_「닫아버린것에대하여」

이한편의작품으로도최희남시인의수준을바로짐작할수있다.마치요즘의대세인미스트롯이나미스터트롯에나온가수가한두소절만불러도전문가는바로그수준을알아차릴수있는것처럼말이다.인간관계에관한시인의깊은진술이돋보인다.
카프카의단편소설‘법앞에서’에나오는시골사람은‘법의문’에다다랐으나문지기는“아직은안돼”라며못들어가게한다.문앞에서하염없이기다려도문지기는들어가라고말하지않는다.그리곤문을닫으려고한다.항의하는시골사람에게문지기는말한다.“들어가면또다른문이있다”라고.이장면이함의하는진실은인간의모든관계는내가만든‘문’들때문이라는점이다.이디카시는바로내가문을만들어놓고문지기를세워놓는다는상황을말하고있다.문은‘단절’을전제한다.실재하지않은위험에지레겁을먹고는“이문을열지못하는이유는당신에게있어”라고한다.우리가그렇다.내가만들지않았을땐서로자유로울수있지만,문을만들고문지기를세워놓음으로써불신은시작되고기회는사라지며관계는단절된다.그문은내가열어야치유와회복이시작된다.카프카의‘법앞에서’는‘주체의결핍’을상징한다.이를해소하는방법으로‘타자의환대’를제시한다.시를짓는일이바로타자의환대다.관계는환대를통해서만이제대로이루어질수있다.상대에게바라는바가많다는것은,존재하지않은허상을따라가는일과도같다는울림을독자에게선사함으로써시인의철학적사고를드러낸다.사진과시적언술이절묘한조화를이루면서이시집을관류하는‘관계회복의시학’으로불릴만한수작이다.

꽃길만걸을수없어요
눈앞의유혹은위험해요
우리의길은당신과나의몫
차근차근뚜벅뚜벅바른길걸어봐요
꿈꾸는피안은만들어가는거죠

_「꽃길허상」

디카시는영상이라는빛그림으로아직규정되지않은다양한실체를순간적서정성으로파헤치고그것을결합한결과물로한편의시가완성된다.좋은디카시는문자시의작품성을뛰어넘을수있으며인간정신세계의진보에기여한다.많은사람은꽃길이펼쳐지길원하지만그런길은허상에이르는유혹이라는점을이시에서는말하고있다.모든일에는순서가있다.‘차근차근뚜벅뚜벅’만들고걸어가야한다.그러한방법이진정한피안에이르는길이라고하고있다.이것은독자에게말하는것이아니라자기에게다짐하는내용이기도하다.보통우리의자아ego는자존심으로나타나는데좀처럼자기self에게굴복하지않으려고한다.있는모습대로자기를받아들이는것을‘자기수용selfacceptance’라고한다.시에서때로는자기수용도필요하지만자기를새롭게하려는노력은끊임없이요구된다.따지고보면시짓기는객관적이성과호환되지않은주관적자아를통해서자기를찾아가는여행이다.이시의사진이곱다.디카시에서요구하는사진의수준은전문가적인작품성을요구하지는않지만누가봐도거부감이없는사진이좋다.그리고대상을넓게잡은구도fullshot는주제를약화시킬수있으므로선택과집중구도closeupshot를권장한다.

끝까지가본사람은알아요
실패의눈물흘리며바라보던
사방이벽일때
고개들고주먹쥐면
그곳이시작이었다는걸요

_「점과끝」


인간의삶은각본없이펼쳐지는한편의소설과도같다.사람의앞날을예측할수없기에드라마틱하다.살아가는동안성공이계속보장된다면야얼마나좋으련만때때로우리는좌절과환란,극한의상황에몰리기도한다.저풍광을포착한시인의시선은따뜻하다.‘점’은마침이나끝을뜻한다.그러나최희남시인은그곳이시작점이라고말하고있다.고개를들라고한다.위를보라고한다.이런철학적사고는일종의본능적반응이기도하다.사람의생각이란살아가는용기를얻을수도,잃을수도있다,이시적언술은자신에게다짐하는'생활철학'일수도있겠다.실패했다는것은가치있는일에도전해봤다는말이고또한성공에한발짝더가까워졌다는뜻이다.실패를견디고배우면앞으로더큰도움이될것이고실패를두려워하지않고포기하지않으면결국성공한다.그러나실패를모르는사람은인생의그늘이없는재미없는인생이다.

허수아비같은몸에불을밝혀
쏟아지는눈물홀로감당하시던
그자리에만계셔도사무치는맘덜했으리

만장輓章이비처럼내리는밤

_「잊혀진등대」

최시인의아버지는오랜투병생활끝에돌아가셨다고한다.지금은잊혀져가는아버지의존재를비를맞으면서도불을밝히고있는가로등에서떠올린다.“허수아비같은몸에불을밝혀/쏟아지는눈물을홀로감당하시던”아버지의마음이이제어렴풋이짐작된단다.부모는가정과자식들을위하여온갖노력과희생을하지만그것을제대로해주지못했을땐가슴으로눈물을흘린다.마치지금내리는비처럼말이다.그런아버지,지금살아계셨다면“사무치는맘덜했”겠다는회한이묻어난다.나이가들어갈수록부모를이해할수있게된다.

봉황이라자랑했지요
내모습에놀랬어요
밝음앞에녹아없어질
병아리였어요

_「나의외전外傳」

위디카시는웃음이묻어나면서도자기성찰의울림이크다.눈으로만든병아리형상,자기가자기를보지못하면자기도취에빠지게된다는점을잘표현했다.자신을겸손하게성찰하는능력은성공과실패를결정짓기도한다.자기의분수를모르고교만하게행동하는사람은사회에서인정받기힘들다.겸손은비굴함과는다르다.자기의실체를아는사람이다.사회가요구하는행동을당당하게행할수있는사람이다.반면비굴함이나교만함은실패의선봉장이된다.비굴한사람은무시당하게되고교만한사람은아무리포장해도밝은빛앞에선다드러난다.마치눈이녹아없어지듯존재감의소멸을가져온다.자신에찬행동,떳떳한행동은‘겸손’이라는바탕에서성공의열매로나타난다는사실을인간사가증명해준다.하이데거Heidegger는“모든예술의본질은시짓기Dichtung와같다,”라고했다.모든예술의으뜸에시가놓인다는말과도같다.그래서시인은,높은자의식으로깨어있어야한다.눈앞의현상이보편적인사람의것이라면,현상에감춰진존재의고요한소리를듣는사람이시인이다.특히디카시의시선은‘실체에선보이지않지만존재의일렁임을보는눈’을갖춰야한다.그렇게깨어있으면좋은작품을쓸수있다.최희남시인의디카시몇편만으로도그의작품성은신인의수준을넘어섰다.그래도그는이제디카시를개척하는전도자의사명감으로디카시발전에이바지하면좋겠다.그가기경起耕해갈영토를옥토로가꾸느냐아니냐는본인의의지에달렸다.그렇지만그가하는여러일과시를대하는자세로봤을때제대로된디카시의일가를이룰수있을것같아서마음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