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이기성 시집)

엘리베이터 (이기성 시집)

$13.13
Description
이기성『엘리베이터』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이기성

진주출생
경상국립대학교교육대학원졸업
시우담문학회회원
진주문인협회회원
2024년계간《미네르바》등단
첫시집『엘리베이터』

목차

1부홍매화

오체투지
홍매화

금호지는변신중이다
물수제비
동심원을그리다

합제골할머니
이별
엘리베이터
나무
벽화
생각
너와내가가슴맞대고
이별

합제골의사계




2부합제골입술

노을
유월마지막밤
금호지
모서리
수행자
합제골입술
동안거
거리의사람
가을은깊어만가고
가을이오면
이별
푸른눈물
금호지의오후

홀로서기
창작
애기똥풀



3부밀레니엄캡슐


소문은연기처럼
부활
이별
광야
그날
금호정사

겨울나무
아파요
합제골의눈물
길위에있는사람들
탁구공
단풍
밀레니엄캡슐



4부흑백사진

M에게
목련
노마드
봄비
봄이온다
레퀴엠
고희
꽃샘추위
흑백사진
다시,몽골
목련
새가시어를물고
복사의은총
진주
스마트폰
내가아닌나
금호지의풍경
시집해설

출판사 서평

순서정과이미지만들기,그리고합제골풍경
-이기성시인의시세계

강희근


1.들머리

이기성시인이첫시집을낸다.그는오랜습작기를끝내고시단의한자리를비집고들어와목소리를다듬고있다.그목소리는현대시가가지는순서정과이미지기법에서출발하고있어서장차시인이세울시인공화국은전통과현대라는양면에착실히착근하고있음을예단해보여준다.그는시인의보법을매우신중히그리고들러보아부분이휘지않는평형과정직이라는양면의동전안팎과같은기둥세우기를이행해오고있어든든한출발선에서있다고할수있다.


2.순서정이라는전통

그의시는말이쉽고세계가순정하여순서정이라는민족시의얼굴을드러내기시작한다.일테면소월이나영랑이찾아낸순수한티없는정서에깃들이고있다.

바람이분다어디서오는지모를,긴침묵의시간을열고봄이온다하늘땅이입맞춤하고강과산이손에손을잡고춤을춘다덩실덩실덩실덩실바람이분다바람이분다놀란개구리눈에방울이달렸다개울소리들린다사람이온다사람이온다버들강아지물소리들으며춤을춘다내입이피어나고네입도피어난다존중과사랑이피어난다모두춤을추자덩실덩실춤을추자내마음이기우는사람바람되어온다나는언제희망의바람이되었던가
「봄」전문

시가자연이주는천혜의봄을받아적기하고있다.“바람이불고봄이오고,강과산이춤추고,개구리눈에방울달고,개울소리,사람이오고,버들강아지물소리춤추고,내입네입이피어나고,사랑이핀다.마음맞는사람바람으로온다,나도이제희망의바람이되자봄이오는길목에서서받아적기하고있는시인!따뜻한봄이만드는세계는거추장스러운것이아니라춤추게하고서로손잡게한다.자연이갖는섭리의대잔치다.
이시는다만소월과안서가보여준민요조는보이지않지만흐름이라는리듬의본질에서하나이다.시「홍매화」는절창이다.

기다리지않아도온다

기어이오고야만다어두운밤불밝히고잔설이산기슭을흔들어깨우며,더디게더디게
봄이온다.우리의차가운가슴헤집고길위에눈물짓는사람들아,지리산을바라보며통
곡하는사람들아,황토를바라보며우는사람들

그땐난몰랐지

홍매화눈시울붉히면
봄이오는줄
-「홍매화」전문

이시는홍매화를통한봄맞이를일깨우는시다.가다리지않아도봄은오지만“길위에눈물짓는사람,지리산바라통곡하는사람들,황토를바라보며우는사람들”은그홍매화로슬픈역사앓이를한다.이시를읽으면김지하시인의‘황토’를떠올리며처연했던시대상황을감지한다.민족이나백성들은아름다울때를맞추어슬픔과한에젖어들게마련이다.홍매화로치면구례화엄사의것이대표적이라자연역사와지리산언저리황토와그‘길위’를연상하게된다.이시는우리나라서정시의근원을민족의한과눈시울에서찾아낸다.시인의서정적그릇이크고넓다.
그러나이시인의순서정은화합과가슴하나로맞대는세계로간다.

새들은자유롭다
바람부는대로
날고싶은대로난다
달갈이하지않는
날개어디있는가
세찬바람에도
경계를넘나드는새
꽃피고
새들이노래하면
돌멩이를내려놓고
아무런제약없이
너와내가손잡고
가슴맞대고싶다
같은햇빛과달빛아래서
서로이름부르며
비둘기도그려보고
시노래하고싶다
새들처럼
-「너와내가가슴맞대고」전문

세계는끊임없이긁히는LP판처럼난조이다.정치도사회도국제간도분쟁과전쟁이그칠사이가없다.인간들은자연에서나서자연으로돌아갈존재이다.새를보며경계넘기로자유로운날기를기대하거나실현해보고자하는것이상정이다,그상정을가슴에받아들이는것이시쓰기이고받아적기이다.나는새도털갈이하지만잠시의일이고노려보는마음에들려있는돌멩이도본원의일이아니다.같은햇빛같은달빛아래산다는깨달음이이를가르쳐준다.자연속본원의피조물들은손잡는일,서로이름부르기와서로그려보는일이서로의노래로녹이며합창하는것임을안다는것이다.그것이순리이고전통이다.


3.시적이미지와그감성의현대성

시에서이미지는시적현대성을담보하는자질이다.그러므로시인의이미지창출의능력이현대시인인가아닌가하는가늠자가될수있다.다음시를보자.

서쪽하늘엔붉은입술
지워버린뒤
어둠이한뼘다가왔다
새들은둥지를찾고
길가던아이는엄마뒤를
바짝따라붙는다
송백구장어르신들
공을굴리다가
하나둘어둠을펼친다
농부의입술이붉어지자
꿈이한방울씩흐르는
물가로간다호미를들고
이제야쉼이주어진다
거리엔
바퀴를굴리고있다
둥지쪽으로
-「노을」전문

이미지는생각이나관념대신에그를드러내는‘사물’을이용하는것인데그것이이미지이다.‘서쪽하늘붉은입술’,‘새들은둥지’,‘공을굴리다가’,‘부의입술이붉어지자’,‘꿈이한방울씩흐르는’,‘차들이바퀴를굴리고’등이이미지이다.그냥입말처럼하는것이아니라그보통의입말이한벌형용사대용의옷말(사물적표현)로드러나있다.말맛이나게표현해놓은것이바로이미지이다.현대시인들은이런사물찾기에일정한능력을보유하고있다.
다음시는이미지를자유자재로쓰는달인적경지를보여준다.

빼꼼히들여다보고어디론가가버린다

한번토라지면열병을앓아눕는다.앓다가도쉽게일어서기도하고,나았다가도또
다시잃아눕는다.한번붙잡힌실타래놓지도못하고,천조각이리저리붙이고세
월을깁는다

부드러운,부드러운

사막을걷다가도푼숲속을거닐고,한올한올꺼내니새들이날고꽃이피어나고
수채화가되고강물이흐른다.천길낭떠러지에도꽃을피우고,깊은침묵속에

나너에게로
넌날가득채우며
-「생각」전문

이시의제목은「생각」이다,관념어‘각’은사전에“헤아리고판단하고인식하는것따위의정신작용”으로설명된다.그정신작용이전5연에전적으로‘변용된뜻-이미지’(사물)로연속되어있다.
*제1연-“빼꼼이들여다보고어디론가가버린다”생각하는사람의머릿속작용상태를의인화하고있다.
*제2연-정신작용의의인화
*제3연-“부드러운,부드러운”또한정신작용의형용화다.
*제4연-모두머릿속작용의의인화다.
*제5연-그의인화가나에게서너에게로전이되는상태의의인화다.

이시는그러므로전체시가이미지로이어지는이미지덩어리다.이런시를지적이미지라하기도하는데이렇게조준하여쓰는일은쉽지않다.그만큼수련이세공적공정을보인것이라할만하다.수작이다.

4.일상의운동성과합자골풍경
이기성시인의일상은운동성에기반하고있다.그가본격스포츠맨은아닌듯한데,일상은운동성에빚지고있다.

사각링에발자국모여든다
종이울린다
연습도없이부리로쪼아대듯
나는긴장속에고개를숙인다
고독해진다
자칫천길낭떠러지
깊은침묵속으로
감시카메라는돌아가고
종이울리자
철가방들고땀을훔치는사내
멋진챙모자에장밋빛입술
거울보는아가씨와
책가방둘러메고
엄마손을잡은아이
나는숨을죽였다
사각의링시합은계속된다
-「엘리베이터」

시는아침출근시간대엘리베이터오르내림의한지점을선택한다.사각링(권투)의종소리와각자하루시작의경쟁과생활전선의각오를다지는입주자들의발걸음을선수로본다.거기는중국집배달원도있고멋진하루를기약하는아가씨도있고엄마손을잡은학교가는아이도있다.화자는평소사각링을의식하는남자임에분명하다.바쁜일상은스포츠나초조한회전지속의간단없는게임으로보는,운동성에호응하는현대인이다.요즘유행가에뜨는계단말고엘리베이터정도를입으로흥얼거리고엘리베이터를내리는순간휘파람을불것이다.그런의식속에화자의일상이오버랩되는,활력중심의운동성을독자들은엿본다.

봄비는아직
울음이남았나보다

파크골프장에가던
발길이멈추었다빨간불이다
이책저책뒤적이다
아내호루라기소리들었다
위험신호
합제골에시래기가지러가자는
경고
아내시키면시키는대로
순종은이렇게즐겁다
-「물수제비」앞부분

인용시에서는파크골프장이야기가나온다.운동성이다.이런저런일상에얽혀서있지만그기반에는운동내지체력향상에쓰이는시간이고개를내밀고있다.시간은내는것이고운동은격에맞는것이면즐겁게접수하는화자를발견하게된다.요즘파크골프또는그라운드골프가정년기의시민들에게설득력있게다가가는것이대세로보인다.앞에서본엘리베이터와권투경기장‘링’과의연계가그렇듯이운동은인간나이테와근력제고의식에이어져서현대인들의필수적인공간에필수적인운동끼워넣기가자연스런과정이거나존재의방식이된다는점에유의할수있다.주변을살피면남녀할것없이연령에맞는,갖가지운동형태가고층빌딩올리기에주요한층에노른자위가되어있음을알수있다.
이기성시인에게는생활공간에있어두가지지점이시야에바짝들어와있다.하나는‘금호지’이고다른하나는도시공간가운데깊은골인‘합자골’이다.

겨울여행을마친날갯짓에파문이인다
소문이소문을덮고
오늘의물결에어제가
지워지는금호지늘낯설다
물새가자맥질하는호수
거울에비치는내얼굴처럼
과거와현재가만들어낸
호수의표정
나날이변신하고있다
산책길나선이웃들의
발걸음에잠깬버드나무
창을열고부스스한소문
흔들고있다물새의날갯짓에
수양버드나무
삐죽이거울을보고있다
봄의관자놀이가뛴다
호수는변신중이다
-「금호지는변신중이다」전문

금호지는월아산을투영하는진주제8경의거울이다.새의날갯짓,산책길,단풍들이호수에비치는이웃들의얼굴들도함께하는중에과거가오늘에쌓이는중층변신이이뤄진다.계절은특이하게도계절의관자놀이가뛰는것이니휴식은산책의의미로하늘을받아들이는명승지이다.시인의거주지가포함되는전통농지와관광의현장이라사회경제적변신도쉽게느낄수가있는곳이리라.
여기에다시인의숨겨놓은비장의공간이있다.‘합제골’이다.「합제골의사계」,「합제골의할머니」,「봄」,「물수제비」등이합제골소재로쓴시편이다.

내마음엔아름다운빈방하나있네.거칠다가매끄럽고밝다가어두운방이있네.
봄이면산수유핀정원에당신과차한잔나눌방하나있네.뜰을거닐며여름이
면녹음짙은나무아래당신의팔베개로오수에젖고싶네.낙엽지는가을이면
깊은상념에빠져삶의의미를생각하고남은생을고민해보고싶네.하얀눈내
리는겨울밤이면모닥불피워놓고밤새워옛추억을내마음의빈방에쌓고싶다.
-「합제골의사계」전문

시인에게는합제골에빈방하나가있다.봄이면산수유피는정원이있고여름이면녹음짙은나무그늘이있고,낙엽지는가을이면깊은상념에빠질수있고,눈내리는겨울밤엔모닥불피워놓고옛추억을더듬을수있는공간,그뜨락하나의빈방이있는자리는아주풍요로운골짜기마을이라는것이다.달리말하면별장개념이지만고급한정원과저택이아니라시골집이자마음놓고쉴수있는여유로운평수가허락되는공간이다.그러나이런공간은누구에게나주어지는것이아니고잘준비된공간이므로알뜰한가족이있어서가능한것이아닐까싶다.그러니까시인은복을타고난가장이요가족평화를누리는것일터이다.가상컨대기도로무기를삼는평화와안식이아닐까싶기도하다.시편들모두를대상으로쓰는글이아니라믿건대시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