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쓴한국현대사
대학때시를쓰다졸업하고대기업에서30여년근무한뒤다시고향으로돌아온김종두,그가보내온시에는몇가지특징이있다.우선이책은시로쓴‘한국현대사’라할만했다.물론본격적인역사책이아니니전체를아우를수는없어도말이다.한개인의삶도역사다.그것도아름다운시어로전한다.
꼬면꼴수록/길어지던가난을/아버지는내내꼬고있었다.
-〈새끼꼬기〉중
열여섯새색시시집와/다락논매고/골골산골밤자루이고
-〈꽃상여〉중
겨울철밥상은방부제냄새로찌든수제비가대부분을차지했다.
-〈금천정류소,어머니를기다리며〉중
위태로운가계보다위태로운/떼배에희망을걸고
-〈떼배를띄우며〉중
이책에실린많은시에는우리민중의삶이편편이박혀있다.할머니의꽃상여,어머니의삶을그린시역시민중의삶을대변한다.60,70년대보릿고개를넘어야했던그시절대다수민중의식생활은원조밀가루로뜬수제비가큰몫을차지했나보다.요새야별미로먹는수제비가,보리밥이그시절엔질리도록먹어야했다.시인의아버지는그작은배를타고섬진강에서희망을건져올리려했던것이다.
시집의두번째특징은삶에의대책없는긍정이다.그긍정에는치열함이동반한다.평소그는게으른소처럼살아왔다고하지만아니다.그런삶속에서통찰이나오기도한다.
동백이피고지는것이아니다./동백은피고다시피어나는것이다.
-〈동백〉중
절망의벼랑에서/새들은깃을갈고둥지를튼다.
-〈희망에대하여〉중
삶이란/눈물을흘리기위해살아가는것
-〈눈물에대하여〉중
송창식도〈선운사〉에서‘동백꽃을보신적이있나요.눈물처럼후두둑지는꽃말이에요.’라고노래하지않았나.‘동백은피고다시피어나는것’이라고시인은말하니대책없는삶에의의지다.경이롭다.시인은언땅에서도,살얼음판에서도,벼랑에서도희망을본다.그런강한사람도눈물이있다.‘뒤돌아보면지워지지않는기억,골짜기마다눈물이흘렀다’고한다.삶의눈물을버티게하는것은아프지만사랑같기도하다.
세번째로느끼는것은그가시인의눈을가져서인지사물에서의미를발견한다는것이다.통상은지나칠법한일상의사물에서새로운발견을한다.
시계가멎을때/시간도함께멈추길바라며
-〈시계를사다〉중
의치를만지며/내삶이흔들리지않았으면/내삶이썩어나지않았으면
-〈임플란트〉중
함부로걷지마라./세상의압정들/네한걸음지켜보고있으니
-〈압정〉중
시간을사기위해,시간이멈추길바라며,지나간날의오류를지우기위해시계를사다니.새로운개념의발견과발명이다.누구나희구하는것들과시계의결합이다.시간의소중함을각인시킨다.임플란트를하면서삶의의지를다진다.사물에대한의미부여는흔들리지않는삶,썩지않는싱싱한삶에대한다짐이다.안도현은연탄재함부로차지말라고했지만시인은함부로걷지말라고한다.아마도일상의미미해보이는이들을깔보거나함부로대하지말라는것은아닐까.세상사작은일도소중히하라는의미는아닐까.직장에서은퇴한그는다시글을쓰기시작했다고한다.시인으로서새로운청춘을불태우시기바란다.
-페이퍼로드발행인,『하룻밤에읽는한국사』저자,최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