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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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48년 제헌국회를 둘러싼 14개 논쟁
제헌헌법에서 발견하는 민주공화국의 오래된 미래
헌법이 제정된 순간
대한이 세워진 순간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제헌국회 회의록에 담긴 정치의 향연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에서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찾는다

1948년 5월 10일. 하늘이 권력을 하사하던 종래의 질서를 뒤엎고 국민이 작대기를 그어 일꾼을 뽑았다. 약 748만 명의 투표인과 95.5%의 투표율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제1대 국회의원 198인이 당선된다. 개원식이 끝난 직후 서울 시청 앞과 태평로, 세종로 일대에는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 제헌의원을 응원하고 자주독립을 축복하기 위한 시가행진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시기부터 염원하던 만민이 평등한 나라,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순간은 기나긴 압제를 물리친 해방의 커튼콜답게 성대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광복은 결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이 탄생하는 데에 걸린 기간은 고작 20일. 1948년 6월 23일에 헌법초안이 제헌국회 본회의장에 상정된 후 7월 12일에 이르러서야 헌법안 10장 103개 조항이 모두 통과된다.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는 제헌국회 회의록에 고스란히 기록되었고, 그 기록에 담긴 내용은 ‘대통령제냐 내각책임제냐’ 따위에 함몰된 오늘날의 개헌 논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속기사가 빼곡하게 작성한 20일의 기록에는, 당시 198명의 제헌의원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제헌헌법 제작에 착수했는지를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좋은 헌법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사명감, 하루속히 헌법을 제정해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책임감,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더 좋은 조항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 국민의 삶을 더욱 이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치열함이 회의록 곳곳에 가득하다. 그런즉 제헌의원들이 혀끝으로 펼친 ‘정치의 향연’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설계한 원동력이오,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을 제공하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헌법은 자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약속이고, 약자의 삶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울타리며,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이정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와 국민이 유리되고 희망이 상실되는 오늘날. 절망의 시대를 타파하고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1948년 제헌국회의 헌법 제작 과정을 다룬 《헌법의 순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그날의 순간에 담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찾는다.

저자

박혁

저자:박혁
1971년,전남신안에있는작은섬,재원도에서태어났다.독일남부에있는레겐스부르크대학교,프리드리히알렉산더(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교에서공부했고,한나아렌트의정치사상을다룬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전남대학교,경희사이버대학교,서울시시민대학에서강의했고동국대학교객원교수,상명대학교초빙교수로일했다.지금은민주연구원에서연구위원으로일하는중이다.저서로는『이솝에게배우는민주주의』,『야스퍼스와사유의거인들』(공저),『루소,정치를논하다』(공저)등이있다.

목차

제헌헌법제정당시국회구성…7
추천사…8
머리말헌법의순간을기다리며…12

제1장대한사람대한으로나라이름을대한민국으로결정한이유…25
제2장빼앗긴좋은단어국민이냐인민이냐,기본권주체논쟁…47
제3장내사랑한반도영토조항을둘러싼갑론을박…71
제4장잃어버린혁명3·1혁명과3·1운동사이…91
제5장암탉도울어야할시간축첩폐지,남녀동권을위한첫걸음…111
제6장‘적어도’에담긴큰힘의무교육과무상교육을실시하라…131
제7장민족의양심으로친일파청산의지가담긴제101조…149
제8장사람을사람으로대우하라신체의자유,고문받지않을권리…171
제9장정치는정치,종교는종교국교금지와정교분리…199
제10장진정한광복은경제민주화노동자의경영참여권과이익균점권…223
제11장찌개냄비와앞접시양원제를유보하고단원제를채택한사연…253
제12장단한사람만을위한내각책임제에서대통령제로바뀐까닭…277
제13장대독총리와대쪽총리국무총리의역할,보좌인가견제인가…307
제14장낯선이름,심계원회계검사기관의역할이란…327

맺음말다시,헌법의순간을기다리며…342
참고문헌…352
┃추천사┃

출판사 서평

1948년제헌국회를둘러싼14개논쟁

1948년에성립된제1대국회는숱한위기에둘러싸였다.남한단독선거가남북분단으로귀결될것이라는우려로좌익세력이나임시정부출신명망가는선거에불참했다.선거에참여한이들도각자의목적과정파의이해관계에따라대립하고갈등했다.대한민국헌법이제정된순간은,198인의동상이몽으로점철된처절한사상전(思想戰)이자향후정치주도권을확보하기위한권력암투의전초전(前哨戰)이기도하였다.박혁작가는《헌법의순간》에서제헌국회를뒤흔든14개논쟁을엄선하여각장에하나씩소개한다.숨이막히도록치열한논쟁의순간을소설에견줄만큼상세하게,드라마처럼생생하게서술하였다.그런즉이책에서주목해야할부분은크게세가지다.

첫째,당시제헌국회는독립운동의역사를국가정체성으로성립하고자노력했다.독립운동은일본제국을몰아내기위한물리적투쟁이자새로운세계를구축하기위한사상적저항이기도하였다.이를증명하듯제1장〈대한사람대한으로〉는국호가대한민국으로결정된과정을소개한다.일제는한민족의주권을강탈한직후통합된한국을염원한‘대한’이란이름을말소하고망국을상징하는‘조선’을부활시켰다.즉1919년3월1일의혁명은,대한의이름과뜻을회복하기위한투쟁이었다.이런역사적맥락에서‘대한민국’이란국호에는자주독립정신과항일정신으로성립된임시정부를계승한다는의미가포함되어있다.마찬가지로제3장〈내사랑한반도〉에서도,국토를부르는명칭인‘한반도’역시빼앗겼다되찾은말로여기며헌법에담겼다.

독립운동을대한민국의시원으로세우기위한작업은순탄하지않았다.제4장〈잃어버린혁명〉에서,이승만을포함한여러의원은3·1혁명을3·1운동으로명칭을바꾸며,그의미를격하했다.제7장〈민족의양심으로〉에서친일파청산을규명한제101조통과여부를둘러싼갈등을살펴보자.한국민주당을포함한보수세력은끈질기게친일파청산조항을만들지못하도록끈질기게방해했다.훗날반민특위가제대로활동도하지못한채무참히탄압받았던것처럼,공동체의정의를확립하려는시도는친일세력의저항에번번이시달려야했다.

둘째,제헌헌법에는일제강점기를극복하기위한대안적상상력으로가득하다.제헌의원들은민주공화국헌법에서가장중시해야하는가치가무엇인지파고들었다.그것은바로인간의보편적기본권이다.제2장〈빼앗긴좋은단어〉,제8장〈사람을사람으로대우하라〉,제9장〈정치는정치,종교는종교〉,제10장〈진정한광복은경제민주화〉에서는과거의부조리를극복해야한다는메시지가내용전반을관통한다.제2장에서는기본권을보장받아야할주체로‘국민’과‘인민’중무엇이옳은지로논쟁한과정을보여준다.법이국가와국가구성원간의약속이라는점에서모두가‘국민’이라당연히생각했을것이라는편견과달리,1948년제헌국회에서는모든인간의보편적권리를보장해야한다는관점에서‘인민’을사용해야한다는주장을펼친의원도여럿있었다.제8장에서‘신체의자유’와‘고문받지않을권리’를둘러싼논쟁을살펴봐도,제헌국회가보편인권에얼마나민감했는지를알수있다.제9장에서는사상과종교의자유,양심의자유를위해국교를금지와정교를분리한과정을소개한다.제10장에서는‘경제적민주주의’를달성하기위해노동자의권익을보호해야한다고,숱한의원이수정안을제안하고보수세력과맞서싸웠다.즉제헌의원들은식민지배36년을겪으며인권,신체와양심의자유,경제적평등이얼마나중요한지를몸소느꼈고,그가치를헌법에담아세계모범국가로거듭날수있도록부단히애썼다.

또한제헌헌법에는당대사회문제를극복하고자노력한흔적도엿볼수있다.제5장〈암탉도울어야할시간〉에서는당시만연했던축첩의폐단과이를극복하기위한움직임을설명한다.여성참정권이도입되고여성후보도출마했으나제헌국회는영락없이‘홀아비국회’가되었다.국회밖에서는고위공직자가버젓이축첩하고아내를억압하며가정파탄에일조했다.그런상황에서,헌법초안에도없던제헌헌법제20조가신설된것은참으로기념할만한일이었다.제20조“혼인은남녀동권을기본으로하며혼인의순결과가족의건강은국가의특별한보호를받는다.”라는조항은,가부장제에서여성이받았던차별을없애더평등한사회를이룩하고자제헌국회가노력한증거라높이평가할수있다.

제6장〈‘적어도’에담긴큰힘〉의경우,무상의무교육범위를확대해야한다는제헌의원들의의지를확인할수있다.나라살림이어려웠던당시,초등교육만무상의무교육으로보장한다는조항을두고모두가아쉬워했다.또한1947년부터시행된‘미성년자노동보호법’에따르면,초등교육까지만이수하고이후중등학교로진학하지못한아동들은노동도할수없고교육도받지못하는처지에놓이게된다.이런문제를해결하고자제헌의원들은조항안에‘적어도’라는세글자를새로삽입해훗날을도모하기로잠정합의한다.제헌헌법제16조“모든국민은균등하게교육을받을권리가있다.적어도초등교육은의무적이며무상으로한다.”에서,‘적어도’라는단어덕분에추후무상의무교육의범위를넓힐근거를확보하였다.

한국식대통령제가탄생한내막

앞선두가지가대한민국의방향성을두고대립한사상전과밀접하다면,마지막은향후정국에서주도권을확보하기위한정쟁의전초전과밀접하다.셋째,한국만의독특한정치제도,‘한국형대통령제’는헌법의순간에서헌법초안이번복된결과다.대한민국헌법이제정되던당시에는사실양원제와의원내각제로구성된정치체제를지향한의원이적잖았다.제12장〈단한사람만을위한〉에서,헌법초안을제작한헌법기초위원회는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를기초에둔헌법을설계했다.대통령제에서는정부와국회를상대로책임을물을마땅한방도가없고,정부와국회가대립하는국면을해소할방도가없어서였다.실제로헌법설계에혁혁한공을세웠던유진오박사는,공교롭게도이른바‘제왕적대통령제’가지닌문제가무엇인지를1948년그날에예측했다.대통령제에서는대통령이나정부가아무리무능하거나문제가있어도불신임할수없다.마찬가지로국회가무슨횡포를저지르든다음선거때까지는국회를해산할방도가없다.헌법을위반하거나크나큰위법행위를저지르지않는한,대통령제아래서는정부나국회에책임을물을수없고견제할방도가없다는것이다.현대통령의무리한거부권남발,정부와제1야당의대립등으로현실정치에유감을느끼던독자라면,《헌법의순간》에서소개하는제헌의원들의논쟁이참으로절묘하게느껴질것이다.

물론현실적으로계산하여의원내각제를채택한맥락도있다.헌법기초위원회는보수정당인한국민주당출신과무소속의원이주도했는데,그들은이승만처럼대통령으로내세울명망있는인물이없었다.그들은내각책임제가아니라면추후주도권을확보할방도가없었다.결국헌법기초위원회에서는의원내각제를헌법초안에담기로구성원전원이만장일치로동의했다.

하지만누군가강력하게대통령제를주창하며헌법초안의내용을변경할것을요구했다.바로당시임시국회의장이었던이승만이었다.차기대통령감으로국민의압도적인지지를받던그는,의원내각제헌법아래서는정부에참여하지않겠다고으름장을놓으며헌법기초위원회를압박했다.가뜩이나임시정부출신인사가총선거에참여하지않은상황에서,머지않아수립될정부에이승만조차없다면그정부는국민의신망을얻기어려울수밖에없었다.결국‘단한사람만을위한’대통령제로헌법초안이바뀌게된다.이를두고설왕설래가오갔지만결국에는“사회안정과강력한통치력이필요하다.”라는정세론에밀려대통령제가채택된다.

의원내각제가하루아침에대통령제로바뀐것처럼헌법초안의많은내용이여러정파의정치적이권과대한민국을둘러싼정세에따라뒤집혔다.제11장〈찌개냄비와앞접시〉에서도,양원제의여러장점에도불구하고사회를조속히안정시키기위해서양원제를유보하고단원제를채택한사연을알수있다.또한갑작스럽게대통령제로바뀌면서초기헌법기초위원회가의도하지않았던내용이헌법에담겼다.가령제13장〈대독총리와대쪽총리〉와제14장〈낯선이름,심계원〉에서는의원내각제에서대통령제로바뀐이후헌법초안이어떻게바뀌었는지를알린다.국무총리임명시국회승인을받으면서도국무총리가국무위원추천권은보장받지못하게된점,정부가전년도예결산을국회에심사받지않고보고만하고끝나는점이그러하다.이를두고일각에서는내각책임제적요소가들어간,‘한국식대통령제’라고설명한다.그러나당시강욱중의원이지적한것처럼,이는헌법안이갑자기바뀌면서‘잡탕’이된결과에가깝다.즉대한민국헌법에서규정하는한국식대통령제란,의도적으로대통령제와의원내각제를절충한안배가아니라제헌국회에서벌어졌던논쟁과대립에서태어난우연의산물이다.

제헌헌법에서발견하는민주공화국의오래된미래

《헌법의순간》의지은이는제헌국회가헌법을제정하는과정에관해머리말에서이렇게말했다.“(독자여러분이)유서없이남겨진유산처럼헌법의순간을마음껏상상했으면합니다.”여기서우리는‘유산’이라는대목에주목해야한다.제헌국회가제정한대한민국헌법은단순히그날을위한헌법이아니라미래를위한헌법이다.제헌의원이펼친정치의향연은그날을위한논쟁이아니라미래를위한토론이다.지은이가맺음말에서한번더언급하듯제헌국회회의록에적힌그들의논쟁,토론,고뇌에대한민국의미래가담겨있다.

현행헌법이개정된지40년가깝게흘렀다.서서히개헌이화두에오르고,나아가‘제7공화국’을언급하는사람이늘고있다.이런상황에서개헌에관심이있는시민이라면응당현행대통령제를어떻게개선할것인지에관심이있을테다.그러나이책이말하는바가단순히대통령제혹은정치체제개혁으로만끝나는건아니다.헌법은국가와인민의약속이자공동체가나아갈방향을가리키는이정표다.

대한민국은1948년제헌헌법이제정된이래총아홉차례를개헌했다.그런데그중태반이소수를위한,또는오직한사람을위한개헌이었다.즉한국현대사에서개헌은,헌법의의미가무색할정도로,비정상적정치파동을정당화하기위한수단으로만시행됐다.그런점에서정치체제변화에만함몰된오늘날의개헌논의는대단히우려스럽다.보편인민의삶을개선하기위해개헌을논의하는것이아니라는점에서,과거독재정권시기의개헌과본질적으로다를바가없기때문이다.따라서앞으로다가올새로운개헌이야기는이전과는달라야하고,그런점에서《헌법의순간》은개헌을둘러싼논의를질적으로뒤바꿀것이다.

이책은제헌헌법의제정과정을추적한다.이를통해대한민국이추구해야할가치,대한민국이나아가야할미래가무엇인지를말한다.제헌국회는정부형태를둘러싼논쟁에만함몰되지않았다.당시제헌국회의원들은노동권의보장(이익균점권),여성의권익확충(남녀혼인동권과축첩폐지),공동체의정의실현(친일파청산),보편인권의보장(신체의자유와고문받지않을권리),무상의무교육의필요성등중차대한가치를둘러싸고투쟁을벌였다.당시의논쟁을꼼꼼히살펴보면,당대인이꿈꾸던미래가곧오늘을살아가는우리의꿈이라는사실을알게된다.오늘날우리가고민하던문제대부분이제헌헌법을제정하던순간부터논의되었던것이고,제헌의원은치열하게논쟁하며공동체가나아가야할방향성을분명히가리켰다.따라서이책은그간잊고있던오래된미래를발굴한다는의의가있다.새로운공동체를상상하는민주공화국의시민들에게이책을당당하게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