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의 세계사

상인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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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조세 피난처까지

역사와 문명을 연결한 중간상인,
11개 주제로 탐구하는 브로커의 변천사
상인은 문명의 태동과 함께 등장해 서로 다른 지역과 인간을 연결하고 매개했다. ‘중매인’ 내지는 ‘브로커’로 불린 그들은 멀찍이 떨어진 문명을 연결하여 서서히 하나로 통일시켰다. 그들이 구축한 교역로를 따라 성직자는 타지에 종교를 전파했고, 문학가는 다른 세상의 문화를 배웠으며, 국가는 이국의 문물을 수입했다. 상인이야말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지구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한 주인공이자 인류 역사의 숨은 주역이다.

역사의 한 축이었던 그들은 아주 장기간에 걸쳐 사람과 세상을 연결했다. 미지의 지역을 탐험하여 인식의 지평을 넓혔고, 상반된 생태계와 문화권을 융합시켜 세계사에 역동적인 감칠맛을 부여했다. 그들은 자신이, 자신들의 상품이 세계를 바꾼다는 자각이 일절 없었을 테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세상을 바꿀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상인의 변천사에서 세계 경제의 우여곡절을 알 수 있다. 머나먼 과거에는 상인이 직접 서로 다른 세상을 연결했으나 이제는 매개의 역할을 기계가 떠맡게 되었다. 덕분에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강력하게 일체화되는 중이다. 오늘날 세상은 급속하게 좁아지고 있다. 이 책은 상인이 역사에 남긴 업적,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사람과 사람은 어떻게 연결되었을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방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세상을 ‘직접’ 만나는 일이 가능해진 오늘날. 우리는 두 개의 시대가 공존하는 순간을 살고 있다. 우리의 오늘은 미지의 땅을 지우고 확대를 거듭한 과거의 끝이자 새로운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새 시대의 출발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현대의 조세 피난처까지, 장구한 시간에 걸쳐 이어진 중간상인의 변천사를 통해 인류 경제의 미래를 가늠해 보자.

저자

다마키도시아키

저자:다마키도시아키
일본오사카출생으로,1987년도시샤대학문학부문화학과를졸업했다.근대유럽경제사를전공했고,2007년부터교토산업대학의경제학부교수로활동중이다.2009년에〈북방유럽의상업과경제1550~1815년〉으로오사카대학교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그의저서중한국에번역된책으로는《세계사의중심축이이동한다》,《이주,이동,식민,이민의세계사》,《다이아몬드의세계》,《한권으로읽는세계사》,《아시아가세계를제패하는시대는다시오는가?》,《물류로읽는세계사》가있다.

역자:이인우
1988년한겨레신문창간에참여해2022년까지기자로일했다.현재는일본교토리쓰메이칸대학교‘시라카와시즈카기념동양문자문화연구소’객원연구원이다.저술한책으로는《교토,길위에저시간속에》(2024)를비롯해《세상을바꾸고싶은사람들-한겨레10년의이야기》(공저,1998),《삶의절벽에서만난스승공자》(2016),《서울백년가게》(2019),《음식천국노회찬》(2021)등이있다.

목차

머리말-4p

1장메소포타미아-최초의브로커가태어난요람…13p
2장페니키아인-지중해교역로의개창자…33p
3장파르티아-중계무역으로번성한로마의경쟁자…51p
4장이슬람-중세를지배한황금의종교…69p
5장소그드인-실크로드의주인공…89p
6장세파르디와아르메니아인-지중해를넘어세계로…109p
7장바이킹,한자동맹,네덜란드-북방교역망의변천사…127p
8장포르투갈과에스파냐-대항해시대의선두주자…147p
9장대영제국-수수료자본주의의설계자…169p
10장영사에서종합상사로-일본의경제발전을이끈두개의기둥…187p
11장조세피난처-대영제국과IT기술의합작품…209p

맺음말-사람과물품,돈과정보의흐름이분리되다…228p
후기…232p
참고문헌…234p

출판사 서평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조세피난처까지

역사와문명을연결한중간상인,
11개주제로탐구하는브로커의변천사

상인은문명의태동과함께등장해서로다른지역과인간을연결하고매개했다.‘중매인’내지는‘브로커’로불린그들은멀찍이떨어진문명을연결하여서서히하나로통일시켰다.그들이구축한교역로를따라성직자는타지에종교를전파했고,문학가는다른세상의문화를배웠으며,국가는이국의문물을수입했다.상인이야말로세계사의흐름속에서지구를하나의경제권으로통합한주인공이자인류역사의숨은주역이다.

역사의한축이었던그들은아주장기간에걸쳐사람과세상을연결했다.미지의지역을탐험하여인식의지평을넓혔고,상반된생태계와문화권을융합시켜세계사에역동적인감칠맛을부여했다.그들은자신이,자신들의상품이세계를바꾼다는자각이일절없었을테지만,그들이없었다면세상을바꿀만남자체가성사되지않았을것이다.

우리는상인의변천사에서세계경제의우여곡절을알수있다.머나먼과거에는상인이직접서로다른세상을연결했으나이제는매개의역할을기계가떠맡게되었다.덕분에세계는엄청나게빠른속도로,강력하게일체화되는중이다.오늘날세상은급속하게좁아지고있다.이책은상인이역사에남긴업적,‘사람과사람의연결’이고대에서현대에이르기까지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구체적으로설명한다.

사람과사람은어떻게연결되었을까?사람과사람을연결한방법은어떻게바뀌었을까?코로나19의영향으로,이동하지않고도세상을‘직접’만나는일이가능해진오늘날.우리는두개의시대가공존하는순간을살고있다.우리의오늘은미지의땅을지우고확대를거듭한과거의끝이자새로운경제체제가형성되는새시대의출발점이다.메소포타미아문명부터현대의조세피난처까지,장구한시간에걸쳐이어진중간상인의변천사를통해인류경제의미래를가늠해보자.

역사를추동한만국의브로커들
기원전8,000년무렵.인류의농경및목축생활이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처음으로시작되었다.메소포타미아지역은문명이발전하기위한목재,광석등이부족했기에자급자족이사실상불가능했다.그러나이러한지리적약점을극복하고자물자유통을담당하는전문가가등장했다.사람들의필요를충족하기위해,도시나국가를안정적으로운영하기위해중간상인이등장했고,그들은이집트지역에서인더스지역을아우르는광범위한상업권을형성했다.즉상인은인류의시작과함께등장한역사의주인공이다.최초의브로커는인류의요람이품은태생적인한계를극복하기위해태어난문명의증거다.그리고그다음으로연이어등장하는중간상인들또한각자가직면한시대의문제에휘말리며역사에한획을그었다.
오늘날레바논-시리아지역에서문명을꽃피운페니키아인은지중해교역로의개창자였다.그들은원래의거주지에서벗어나서쪽으로항해했다.지은이는이책에서페니키아인과그리스인의항해가달랐다고설명한다.당시그리스인은발칸반도주위를중심으로동쪽연안바다위주로항해했다.이와달리페니키아인은유럽문명의근원으로통용되는고대그리스인들보다항해술이뛰어났고,이를이용해지중해세계의교역을장악했다.페니키아인의후예가세운카르타고는로마보다앞서지중해를자국의내해로편입했고,지중해의물류를통제해막대한이익을확보했었다.지은이가강조하듯이“우리는유럽으로국한할수없는,고대사최대의중간상인이었던페니키아인이세계사에남긴공헌을더욱진지하게평가해야한다.”
페니키아인에관한설명처럼,지은이는그간유럽인의편견으로외면되었던상인들을주인공으로내세운다.기원전5세기부터기원후3세기까지존속했던‘파르티아’의경우도마찬가지다.동아시아인에게는다소생소한이국가는,로마제국과중국의한나라사이에서비단중계무역을펼쳐막대한수입을벌었다.파르티아가관장한동서교역로는이베리아반도의끝에서중국의낙양까지이어져있었다.약6,400km에육박하는교역로의한복판에,로마제국의경쟁자로서파르티아라는중간상인이있었다.
이책은이슬람상인과소그드인의활약도재해석한다.그들은동시대의유럽인내지는중국인과는비교도안될만큼뛰어났다.이슬람세력은7세기에근동지역과지중해세계의패권을장악했다.그로인해지중해는여러문화와종교가교류하는‘이문화교역권’에편입되어거대한세계교역망의일부를담당하게되었다.동남아시아-중국-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이르는거대한무역로에서,지중해는이슬람세력에포위된채변방의협소한시장으로전락했다.
한편소그드인은이슬람교도와는달리강력한국가를세운적이없었다.하지만역설적으로여러제국의신민을자처했기에,자신들을지배하는거대제국의구성원으로서상업에종사할수있었다.그들은동서교역로가이어진유라시아대륙최대의중간상인이었다.그들의언어는실크로드가지나가는수많은지역에서공용어로통용됐고,그들은자신들을보호및통제하는거대제국에여러방식으로이바지했다.특히당나라에서는고위관료로승진하기도하며자신들의영향력을행사했다.즉대항해시대가오기전까지,바닷길은이슬람상인의영역이었고육로는소그드상인의영역이었다.두상인이중세역사를움직인두개의기둥이었다.유럽이세계사의전면에나타난시기는이두브로커가점차쇠퇴하던시기와맞물린다.이슬람상인과소그드상인의활약에비하면,동시대유럽내상인의역할은미미하고협소했다.

■이문화교역권의변방에서세계교역망의중심으로
유럽의상업망은소그드인과이슬람상인이중간상인으로활약하던시기에는그다지넓지않았다.중세후기에서르네상스시기에걸쳐서활동했던이탈리아상인이지중해를중심으로향신료무역내지는레반트교역을벌였다.하지만지은이는이탈리아상인의활동은거대한이문화교역권의변방에서벌어진사소한상거래에불과했다고성찰하면서,오히려동시대지중해무역을책임진집단은이베리아반도출신유대인,즉‘세파르디’라고역설한다.세파르디의일부는이베리아반도에서추방된후이탈리아로떠났다.그들은이탈리아의자유도시에정착해산호를인도에수출했고,이를대가로인도에서생산되는다이아몬드를독점적으로취급했다.
실크로드에서소그드인이정체성과영향력을점차상실하자,그자리를‘아르메니아인’이대신하였다.그들은포르투갈과에스파냐가대항해시대를이룩한15~17세기에유라시아대륙의육상교역망을장악했다.그들은오늘날이란땅으로이주한후그곳을거점으로전세계면직물교역의거상으로활약했다.
세파르디가지중해무역을,아르메니아인이유라시아의육상교역을담당할때,이베리아반도의두나라는지중해가아닌대서양을넘어세상을하나로연결하는데에성공했다.포르투갈은지중해를둘러싼이슬람세력의포위망을벗어나고자아프리카연안바다를항해했다.이후아프리카를넘어인도양,아라비아해,동남아시아,동아시아남쪽바다까지를하나의해상교역망으로연결했다.한편에스파냐는콜럼버스의‘신세계’항해를지원하면서대서양무역의선두주자로발돋움한다.앞서세파르디중일부가대서양을건너아메리카대륙으로정착했고그곳에서사탕수수생산및설탕무역체제를구축하긴했다.이후에스파냐는자국의군인과상인을파견해아메리카대륙곳곳에식민지를건립하고,세파르디가정립한설탕무역시스템을자국의경제체제로편입하였다.즉서로다른문화와문명이연결된‘이문화교역권’의일부에지나지않았던유럽이,르네상스와대항해시대를거쳐세상을단일한교역망으로연결하는데에성공했다는뜻이다.이것을이끈선두주자가바로포르투갈과에스파냐였다.
지은이는장기간에걸친경제적우위의전환과정에서,북유럽의중간상인도나름의지분이있었다고주장한다.이슬람이유럽을포위하던7세기초,북유럽에서는‘바이킹’이라는집단이최초로북해와발트해중심의상업망을구축했다.이후독일의뤼베크,함부르크등을중심으로대두한‘한자동맹’이바이킹의교역망을활용해중세유럽의경제를지탱하였다.대항해시대기간에는네덜란드상인이오늘날폴란드지방의곡물을대량으로유럽에유통하여흑사병의후유증을극복하는데에크게일조했다.요컨대지중해에인접한남유럽상인들은전세계바다를하나의해상교역망으로연결했고,위쪽의북유럽상인은북해및발트해상업망을지중해상업망과연결해유럽을하나의상업망으로통합한것이다.

사람과물품,정보와돈이분리되는전환의시대
이베리아반도의두국가,포르투갈과에스파냐는세상을바닷길로합쳤다.이책은네덜란드상인이바이킹과한자동맹의교역로를계승해북유럽과남유럽을경제적으로통합했다는사실에주목한다.그러나세상을지배한첫번째금융제국은세나라중하나가아니다.상업이발전하는역사에서언급한번되지않았던유럽변방의섬나라,바로영국이오늘날자본주의체제의근간을설계했다.
19세기의영국이‘대영제국’이란이름으로세상을군림할수있었던원동력은무엇인가?지은이는세가지를언급한다.첫째,17세기에네덜란드와의무역전쟁에서승리하고자제정된‘항해법’이다.영국의항해법은공화정을세운호국경크롬웰이처음으로제정한후수차례개정된법령으로,영국의수출입에는영국배를사용해야한다는내용이핵심이다.이를바탕으로영국은유럽내화물선유통과정에서네덜란드선박을밀어내고영국선박이그자리를차지할수있었다.
둘째요인은영국의본토와식민지를연결한‘철도’와‘선박’이다.영국은공식적으로지배하는식민지에는물론,간접적으로영향력을행사하는비공식식민지에도철도와선박을보내해당지역의교역망을장악했다.라틴아메리카나청나라의경우,영국의식민지배를받진않았으나영국의철도와선박을이용하지않고는물류를유통할수없었다.영국은바로‘망’을장악해경제적힘을축적하였다.
셋째는,전세계금융결제비용의수수료를런던에모이게만든‘전신’의위력이다.오늘날에는현금이나물건으로값을치르기보다는신용카드나온라인결제방법으로값을지불한다.마찬가지로19세기대영제국은전세계에전신을부설하여금융시스템의결제수수료를런던으로유입되도록만들었다.세계어느곳에서든전기를사용하거나모종의결제를한다면,전신을사용한수수료가자동적으로영국런던에모였다.즉대영제국은수입이자동으로증가하는체제,수수료(커미션)가자동으로축적되는시스템인‘커미션캐피탈리즘’을구축했다.결과적으로전신,그리고전신이이룩한커미션캐피탈리즘(수수료자본주의)은종래의상거래시스템을완전히파괴하였다.기존에는사람과물품,정보와돈이상인내지는상단과함께이동했다.그러나전신으로뒤덮인수수료자본주의세계에서는사람과물품,정보와돈이분리된다.이를증명하듯영국의뒤를따르던제국주의후발국가들은상품의교역자체보다도‘정보’의중요성에주목했다.
지은이는‘길’에서이룩한상업의역사를입체적으로고찰했다.이에따라19세기제국주의시대를‘정보가돈이되는새로운시대’,‘수수료를이용해산업을성장시킬수있는시대’,곧‘경제적전복의세기’였다고정의한다.그시기에각국의정보를얻기위해일본은영사관(대사관)을적극적으로활용했다.여러곳에대사관을파견한후그들로부터현지의정보를입수하면,이정보를자국의기업에제공하여적극적으로수출을장려할수있게된것이다.제2차세계대전이전까지영사가맡았던정보수집업무는자연스레‘종합상사’에이전되었다.다채로운분야의다양한상품을취급하던종합상사는,기술이발전하고산업이세분화될수록상품생산및판매에열을올리기보다는정보자체를활용하는데초점을맞췄다.
이렇듯사람,물품,정보,돈이분리되는세상은IT기술의발전과함께또다른변화를맞이한다.IT산업은기존산업과는다른‘무형자산’이주를이룬다.이러한무형자산을두고,지은이는“자본없는자본이다.”라고평가했다.그만큼그실태를파악하기가무척까다롭다.이러한특성을악용하여,전세계적으로IT산업계는‘조세피난처’에자사의수익을숨겨놓고납세를회피하려고한다.
조세피난처는기본적으로대영제국의어두운유산이다.30여개에육박하는조세피난처지역중22곳이과거영국의식민지였거나현재영국의해외영토내지는영국왕실령이다.여러모로영국과깊은관계를맺고있다는것은명확한사실이다.지은이는영국왕실이여전히굳건한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