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38.00
Description
전쟁에 연루된 생존자들이 폭로하는,
두 독재자의 무모하고 냉혹한 선택들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더러운 전쟁이었다.”
- 본문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4년부터 이어진 중동에서의 분쟁에 숱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또다시 진부한 물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역사를 승자의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 속 독소전쟁은 영광스러운 서사시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나치독일을 주축으로 세계를 위협한 파시스트 세력, 이에 맞선 민주국가들의 숭고한 헌신과 수천만의 생명을 희생한 소련의 처절한 항전, 그리고 끝내 파시즘을 분쇄하고 승리를 거머쥔 극적인 결말까지…….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전쟁은 신화가 되어 널리 전승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위대한 서사시의 본질은, 이토록 찬란한 프로파간다의 발칙한 민낯은 참혹할 따름이었다. 파시즘이 부상하는 동안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한 영국과 프랑스는 동유럽을 자국의 노름에 쓰일 판돈으로 취급했다. 스탈린은 소련의 이익을 위해 공산주의의 목적을 배신했다. 미국은 사태를 관망하다가 뒤늦게 개입하며 전쟁의 특수를 추수했을 뿐이다.
강대국들의 현실정치가 인류를 끝없는 타락으로 이끄는 동안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렸던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전쟁에 직접 뛰어들었고, 다른 일부는 의도치 않게 휘말렸으며, 또 어떤 이들은 원치 않게 동원되기도 하였다. 그들을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전쟁범죄자, 죄악의 공조자, 민족의 배신자, 반동분자, 무고한 희생자, 강제수용소의 수감자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시대의 비극을 목격한 그들이 바로 생존자라는 사실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시의 모습을 회고하고 기억하며 증언하였다. 때로는 일기나 자서전으로, 때로는 인터뷰로, 때로는 방송에 나와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전쟁을 일으킨 히틀러와 스탈린의 죄악을 낱낱이 폭로하였다. 그들이 증언하는 전쟁의 본질은 간결하게 사악하였다. 이웃을 배신하고, 약자를 유린하며, 소수자를 짓밟는 죄악의 시기였다. 지은이가 본문에서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더러운 전쟁”이었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한 것처럼 전쟁은 결코 미화될 수 없거니와 정당화될 수도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8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전쟁을 과연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역사가 진실을 망각할 때, 생존자의 후손인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최근의 계엄 사태로 과거의 공포를 다시금 마주한 우리는 거악이 구축하는 독재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 30년간 세계대전을 연구한 지은이는 1248개의 증언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전쟁을 기억하는 올바른 방식이 무엇인지, 공포를 무기로 사용하는 독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는 폭군의 지배 체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저자

로런스리스

저자:로런스리스
로런스리스는제2차세계대전을주제로호평받은여러책을저술한작가로,영국방송국BBC의역사프로그램을제작한감독으로도활약했었다.그가저술한《나치:역사의경고(TheNazis:AWarningfromHistory)》,《아우슈비츠:나치와‘최종해결’(Auschwitz:TheNazisand‘FinalSolution’)》,《제2차세계대전:닫힌문뒤에있는아돌프히틀러의어두운카리스마(WorldWarⅡ:BehindClosedDoorsandTheDarkCharismaofAdolfHitler)》등의도서는베스트셀러로선정되었고,이러한공로를인정받아영국도서상(BritishBookAwards)을수상하였다.2017년,영국의《선데이타임스》는그가쓴《홀로코스트:새로운역사(TheHolocaust:ANewHistory)》를최고의베스트셀러로선정했다.로런스리스는옥스퍼드대학교에서교육받은이후셰필드대학교와오픈대학교(TheOpenUniversity)에서명예박사학위를받았다.제2차세계대전을소재로다룬우수한영상물을제작한공로를인정받아영국아카데미영화상(BAFTA),피바디상,영국방송언론협회상(BroadcastingPressGuildAward),그리어슨상,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상(InternationalDocumentaryAward),미국의에미상을수상했다.

역자:허승철
고려대학교를졸업하고미국버클리대학교와브라운대학교에서수학했으며,브라운대학교에서슬라브어학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교러시아연구소연구교수(MellonFellow)를지냈고,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교수로재직했으며,현재는명예교수로있다.2006~2008년에우크라이나주재한국대사(몰도바,조지아겸임대사)를역임했다.지은책으로는《우크라이나현대사》(2011),《코카서스3국의문화와역사》(2019)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얄타:8일간의외교전쟁》(2020),《우크라이나와러시아》(2023),《동유럽사》(2023),《굿바이동유럽》(2024)《폴란드사》(2024)등이있다.

목차

머리말-5p
서론-10p

1장비밀협정-51p
2장폴란드분할-87p
3장상반된운명-133p
4장야합의분열-181p
5장절멸전쟁-211p
6장침공-241p
7장절망의나날-287p
8장세계대전-325p
9장기아-371p
10장과대망상-409p
11장스텝을가로질러-447p
12장볼가강의혈투-485p
13장계속되는전쟁-529p
14장가상과현실-583p
15장대량학살-6525p
16장두도시의봉기-659p
17장패망의나날-705p
18장승리와패배-761p

맺음말-789p
감사의말-801p
미주-804p
찾아보기-867p
옮긴이의말-884p

출판사 서평

증언으로복원하는독소전쟁의모든것

제2차세계대전,독소전쟁을다룬책은수없이많고국내에소개된책도다양하다.그렇지만기존도서와는달리이책은전쟁에연루된범죄자또는피해자들의목소리를담아냈다는점에서압도적인장점이있다.이책이1248개의증언과생존자의구술로독소전쟁을복원한방법이무엇인지알기위해서는지은이‘로런스리스’가어떤인물인지를알필요가있다.

로런스리스는30년간세계대전을연구한역사가로,한때영국의BBC방송국에서우수한역사다큐멘터리들을제작한프로듀서로활동했다.그는다큐멘터리를제작할때마다전쟁의한복판에있었던현장을답사했고,당시사건을목격한생존자들을인터뷰하였다.생존자의증언,기록이담아내지못한숨겨진역사를발굴한공로를인정받은로런스리스는영국아카데미영화상,피바디상,영국방송언론협회상,그리어슨상,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상,미국에미상을수상하기도하였다.또한그는관련주제로여러우수한도서를저술하였고,현재는역사교수로활동하고있다.

한국에는지은이의영상물이나도서가소개된적이없기에국내독자들은지은이의이름이다소생소할수있다.그렇지만그의실력은이미세계적인학자들에게서널리인정받았다.히틀러와스탈린,제2차세계대전이라는주제에서독보적인업적을세운‘이언커쇼’,러시아근현대사연구의권위자인‘앤터니비버’와‘로버트서비스’등은이책의학술적위상을높게평가하였다.특히이언커쇼가원서에남긴추천사를소개하면서,지은이의풍부한지적성취와이를표현하는독창적이고도유려한문체를알려주고자한다.

“이책은두명의무서운독재자가역사상가장파괴적이고비인간적인전쟁에서각자의나라를어떻게이끌었는지를훌륭하게설명한다.강력한증언,생생한이야기,설득력있는분석이맞물리자책을읽는내내실제로현장을보는듯한경험을했다.”
-이언커쇼

유토피아의폭력

지은이는머리말에서책의집필목적이무엇인지,책의의의가무엇인지를분명히밝혔다.30년간히틀러와스탈린,그리고두독재자가구축한체제를연구한그는오랜시간에걸쳐몇가지주제에집중했다.두독재자와두체제의공통점과차이점은무엇인가?두체제는어떤면에서비슷한가?두독재자는자신들의시대를구축하는데에얼마나많은영향을끼쳤으며그들의시대는두폭군을형성하는데에얼마나많은영향을끼쳤는가?

그의문제의식은단순히관련학자들만공유하는호기심에그치지않는다.머리말에서밝히듯이세상에는여전히많은폭군이군림하고있고,그들중일부는우리의세계를파괴할수단을보유하고있기때문이다.더욱이2024년12월3일계엄사태를마주한한국인에게‘독재의공포’는과거의유물이아니라현실의위기로부활하고말았다.즉우리가히틀러와스탈린에관해공부하는것은,나아가두독재자의시대를탐구하는것은비단과거에만함몰되는지적향유로그치지않는다.옮긴이허승철교수가책의말미에서지적한것처럼독재정치와대중선동이다시금거대한힘을발휘하는오늘날,두폭군과그들의시대를이해하는것은과거의참극을반복하지않기위한첫걸음이라는시대적의의가있다.

아돌프히틀러와이오시프스탈린.두사람사이에많은차이점이존재하긴하지만,그들은자신들의꿈을실현하기위해수백만명의사람을얼마든지죽일수있었다는점에서궁극적으로동일했다.두사람은이념이라는잣대하나만으로성실하게순종했던사람조차기꺼이죽일수있었다.두사람은자신들이추구하는유토피아에철저한확신을가진채다른사람들에게그이상을전파했다.지은이가맺음말에서언급한것처럼유토피아를추구한폭군은세상을파괴할수있고,실제로도그렇게하였다.

“두지배자가제시한유토피아는당신이혼자가아니라는느낌을,당신이한세기의사명을완수할공동체의구성원이라는확신을선사했다.(중략)히틀러와스탈린은자신들을자발적으로따르던수많은추종자에게영광스러운세상이미래에있음을약속했다.지금당면한문제는내일의유토피아를위해얼마든지무시할수있었다.그러나‘내일’은결코오지않았다.”
-맺음말에서

지은이의지적처럼히틀러와스탈린은유토피아라는환상을제시하며수많은인민을통제했다.국민을공범으로삼아자신들의죄를희석했으며,무고한인민을학살하고도그죄악을영웅의수고로움으로둔갑하였다.히틀러는정치적경쟁자들을민족의배신자라는이유로탄압했고,스탈린은체제의배신자라는이유로수많은동료를살해했다.히틀러는유대인을더러운족속으로규정해학살했다면,스탈린은소수민족을오지로추방시킨이후그들의목숨을방기했다.히틀러가평범한독일인을학살의공범으로포섭했다면,스탈린은신념을위해삶을바친소련인을소모품처럼쓰고버렸다.죽어서도씻을수없는잘못을저지르고도그들은오로지찬란한미래로이끄는영도자로서살다가죽었다.그죽음이비참하냐아니냐는중요치않다.그들에게희생된생명이되살아나지도못한채전쟁은끝났다는점이중요하다.우리가이책을통해목격할모든참극은이토록비참한진실을영원토록떠올리게할것이다.

증언의가치,기억의윤리

기억과역사가충돌할때,기억이보편화된역사에정면으로충돌할때,우리는무엇을어떻게판단해야하는가?최근전세계사학계에서활발히논의되는‘공공역사와기억’이라는주제는사학계의논쟁으로만그치지않는듯하다.2024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한강작가의《소년이온다》,《작별하지않는다》처럼보편화된역사와소외된기억사이의갈등은빈번하다.또한그로인한여파는결코쉽고약소하지않다.권력이과거의이야기를단일한서사로,하나의역사로단정할수록거기서벗어난소외된자들의기억은‘틀린것,오류,잡음’정도로일축된다.

제2차세계대전을둘러싼역사와기억의충돌역시마찬가지의양상을보인다.그간제2차세계대전을소개하는여러도서는나치독일을중심으로구성된추축국이라는절대악과그들에맞서는주요강대국들의이야기로역사를서술하였다.이러한‘보편적인역사’에서영국은나치즘에끝까지저항한연합국의수장으로,프랑스는패전에도굴하지않은혁명가로,미국은전쟁의판도를바꾼역전의용사로묘사되었다.그러나실상세나라는나치독일이오스트리아,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를흡수하는동안내내방관하거나때로는부추기도하였다.그들에게유대인,집시,폴란드인은자국의이익과평화를지키기위한판돈에불과했다.

비단연합국의행보만이문제인것은아니다.수천만의인민을동원해나치독일을굴복시킨소련은과연어떠했는가?스탈린의소련은‘부득이하게’독일과의전쟁에돌입했으나소련역시나치독일과크게다르지않았다.그들도자국의이익을위해동유럽을체제경쟁의전초기지로사유화했고,소수민족을탄압하는데에주저하지않았으며,스탈린은‘공산당지도부’라는집단의이름뒤에숨어악행의책임을은폐했다.그과정에서무참히희생된병사,전시성폭행에시달린여성,노역에강제동원된노동자,터전을빼앗긴소수민족의삶은거대한서사시에서삭제되었다.그들은‘파시스트와맞서싸운소련의영광’에가려진채오랫동안침묵을강요받았다.그들이냉전이끝난이후여러경로로당시의경험을증언했다는것만보더라도,기억은역사라는폭력에저항하는희생자의마지막수단임을알수있다.

이책은비단연합국과소련의위선을폭로하는것에만그치지않는다.또한히틀러와나치독일의악행을변명하는것도결코아니다.다만체제의폭력과전쟁에휘말렸음에도자신의고통을토로할수없었던수많은생존자가있었다는사실을밝히고자할따름이다.그리고그들의목소리를복원한지은이는목격자들의증언이‘잡음’이아니라‘숨겨지고은폐된,또하나의역사’임을증명하였다.이를통해어떤식으로도전쟁은용납될수없고정당화될수없다는,단순하고도중요한메시지를독자들에게훌륭히전달했다.우수한다큐멘터리를제작했던지은이의극적인문체가어우러지자산발적으로흩어졌던증언들은하나의‘대안서사’로완성되어강력한설득력을발휘한다.

세계대전이끝나고냉전이해체된오늘날.전체주의의그림자는여전히우리곁을맴돌고있다.체제와구조의폭력앞에무력한우리는과연무엇을할수있는가?아무것도할수없다는무력함에절망하는시민들에게,지은이는한가지방법을넌지시귀띔한다.

신화속에묻힌역사의진실을기억하라,그리고증언하라.